관계를 정리하는 중입니다
이평 지음 / 부크럼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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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관계를 정리하며 나를 돌아보게 하는 이평 작가의 에세이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면서 잘 살아온 게 맞을까 생각이 들때도 있다. 불편한 사람과의 연을 이어가야 할까? 선을 넘는 사람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인간관계가 어려운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사이다 같은 조언들이 들어 있는 책이다.

 

문득 한 친구가 생각났다. 회사 동료와 잦은 마찰로 퇴사를 해야겠다며 불만을 토로하였다. 양쪽 말을 들어봐야 알겠지만 한달이 되지 않아 다른 회사로 옮겼다. 사사건건 트집에 의견충돌이 생긴다면 같이 일하기 힘들었겠다 짐작만 하였다.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싫어할 이유를 하나 만들어줘라!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잘 보일 필요 없더라. 그런 노력 속에서 싫어할 이유를 찾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개의치 말고 나만의 방식대로 그들을 상대하면 된다. 고통스러울 수 있겠지만 의미 없는 고통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고통이다. 마음을 100만큼 주었어도 10밖에 기억 못 하는 게 받은 사람과 준 사람의 별수 없는 입장 차이라는 것, 꼭 받으려고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인데 서운할 때가 있다.

 

어떤 관계든 세상에 당연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만큼 알고 지냈으니까, 이렇게 편히 대해도 상관없겠지?’ 그건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일까. 정작 본인이 같은 상황에 처하면 불같이 화를 낼 거면서, 모든 관계는 불완전하지만 유지될 수 있다. 아래 두 가지만 잘 지켜준다면 말이다. 타인 간에는 일정 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않을 것, 가까운 사이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 할 것이다.p29~30

 

저자는 가장 비참함을 느낄 때가 있는데, 아이패드를 팔아야 하나 고민일 때도 아니고, 술값을 대신 내 줄 때도 아니고 모두가 깊이 잠든 밤 소리를 내면 민폐일까 끝까지 울음을 참을 때라고 한다. 행복해지는 방법은 저마다 설명서가 달라서 섣불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대할 때 어떠한 충고보다 맘으로 와닿는 건 위로, 위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여하지 않는 배려의 마음이다.

 

별의별 사람을 겪으면서 맘속에 새긴 말들이 있다.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 나쁜 놈은 끝까지 나쁜 놈이라는 것, 받은 만큼 돌려주는 건 유치한 게 아니라 당연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이 몸이 편해지기 위해선 일정 부분 이기적인 면을 보여줘야 한다는 진리다. 타인은 타인을 모른다. 끝끝내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 하고 살아갈 것이다. 이해하려고 노력할수록 반목은 계속될 것이고, 그 속에 감정이 섞여 있다면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쭙잖은 조언 대신 묵묵히 지켜봐 주는 건 어떨까. 이해 말고 존중의 태도로 말이다.

 

사람부터 믿지 말고 상황을 믿을 것, 어느 순간 신뢰가 깨지면 상실감에 허덕이고 조각난 신뢰를 애살스럽게 줍고 나면 영 찜찜한 감정들에 불면에 시달릴지 모를 일이다. 좋은 일들만 생기는 마음가짐으로 [긍정적인 말 많이 하기, 나 자신으로부터 행복 찾기,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 이 세 가지를 간직하고 있으면 항상 좋은 일들만 일어날 것이다. 사랑은 쌍방통행이지, 일방통행이 아니다. 서운함은 분명 생길지언정 그러한 문제에 관해 고치려는 시도를 가지지 않는 사람에게는 사랑의 온기조차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저자가 경험했거나 생각한 것을 이야기한다.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가면서 나 자신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 등 적당한 위트와 적당한 감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계를 정리하는 중입니다]는 인간관계로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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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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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유키코의 이사 호러 괴담집

 

이 책을 읽으면 오늘 밤 당신은, 집 안의 문을 여는 것조차 무서워질지도 모른다. [이사]는 문, 수납장, 책상, 상자, , 끈 등 우리에게 친숙한 사물들을 이용하면서도 우리를 낯선 공포 속으로 이끈다.

 

[]이사 한지 얼마 안되는 집에 연쇄살인범이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 기요코, 급하게 이사할 집을 구하다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한다. 깨끗하고 마음에 들지만 벽에 나 있는 작은 구멍이 신경 쓰인다. 아오시마 관리인에게 전에 어떤 분이 살았는지 집이 사고물건은 아닌지 물어 본다. 관리인은 돌아가고 비상사태를 대비해 비상구를 확인하자 실수로 문이 닫히고 안쪽에서는 열리지 않습니다문구가 보인다. 핸드폰 신호도 잡히지 않고 곰팡이에 돈벌레까지 소름끼친다.

 

[수납장]여덟 번째 이사 짐을 싸던 나오코는 수납장에서 73 가르마에 역삼각형 얼굴의 중년 남자의 그림을 발견한다. 옆집 아저씨 야마시타다. 아저씨는 엄마를 좋아해서 결혼할 마음이었고, 아빠가 되는구나 생각했다. 엄마는 우유부단하다. 싫어한다 거절 못하고 일을 경솔하게 떠맡아 이사를 되풀이한 것도 원인이다. 그런 엄마도 화가 나면 울화통을 터뜨린다. 이사를 하고 야마시타 씨가 부패한 시체로 발견됐음을 뉴스로 알았다. 혹시 엄마가? 머릿속에 의혹이 스친다.

 

[책상]폐기물 처리장에서 머리와 신체 일부가 없는 신원 미상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기사가 났다. 마나미는 남편의 수입이 줄어 높은 시급을 받고 데이토 이사센터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냉장고에 간식도 없어지고 급하게 먹는 사장 누나가 마음에 안든다. 책상 서랍에서 전임자가 남긴 편지를 발견한다. 마지막에 [이번에는 편지를 읽는 당신이 살해당할 차례다]써 있다. 마나미는 메일로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그 책상은 남편의 회사 물건이었다.

 

[상자]사토 유미에는 사내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자리 이사를 하는데 유미에의 짐이 들어있는 상자는 보이지 않고 다른 짐들이 쌓였다. 누군가 짐을 노숙자에게 줘버렸던 것이다. 저 상자가 더 중요하다 노숙자를 쫓아 육교 계단을 올라 상자를 빼앗지만 사고를 당한다.

 

[]하야토는 어린 시절 가정폭력을 꿈으로 겪으며 잠을 설친다. 회사에서 졸음을 쫓으려고 간 흡연실에서 이토 기요시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사 온 옆집에서 부부싸움, 비명소리가 벽을 타고 들린다. 집주인이 얼마 전 살해 당했다. 비명소리가 들려 경찰에 신고했더니 남편은 나오지 않고 부인이 돌아가라고 울면서 부탁했다. 신고해 준 이토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이토의 집을 찾은 옆집 여자의 손에 뭔가가 들려 있었다.

 

[]사야카는 호러 게시판을 즐겨 찾는다. 새글이 올라오지 않자 로드뷰로 자신의 집을 찾아보는데, 건물 내부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끈을 따라 가보니 비상문에서 겟 업, 겟 업, 겟 업 노래가 들린다. 노래는 []의 기요코가 즐겨 듣던 음악이었다. 문 전체가 새카맣고 사야카는 코가 닿을 만큼 문에 얼굴을 바싹 가져다 댔다. 새카만 것은 돈벌레였고 비상문 앞에 시체로 발견되었다.

 

뒷장에 심약자는 해설을 먼저 읽고 책을 읽을 것! 주의사항이 있지만 두 번 읽고 작품해설을 읽어보았다. 여섯 편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름은 사신인 아오시마씨다. 그가 있는 곳에서 반드시 사람이 죽는다. 작품 속에 숨어든 반전과 복선이 더 오싹한 다크 미스터리’ [이사]는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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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2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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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성인 독자를 위한 내용을 보강하여 특별판으로 출간되었다. 전작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야기 초입부터 몰입시킨다. 어느 날 갑자기 죽게 된 두 사람은 망각의 강을 건너기 직전 서호를 만난다. 불사조가 되기 위해 천 년동안 천 명의 뜨거운 피 한 모금이 필요한 서호와 거래로 사십구일의 시간과 맞바꾸고 살던 동네로 돌아온다. 영도는 열다섯 살이고 민석은 마흔 두 살이다.

 

살던 집으로 돌아갈 수 없고, 내 얼굴이 아닌 다른 얼굴로 사십구일 동안 머물러야 한다. 민석은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고, 사십구일을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영도는 민석이 같이 가자고 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남게 되었다. 지하철 근처에 구미호 식당을 차려주어 영도는 민석을 아빠라 부르며 지내기로 하였다.

 

서호가 준 쪽지에 사십구일 동안 식당 밖으로 나가면 안되고 만약 어길시에 엄청난 고통이 따라 온다고 써 있었다. 영도는 친구네 스쿠터를 훔쳐 타다 사고가 났고 민석은 자동차로 미행하다가 사고가 났던 것이다. 영도의 엄마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네 살 때 가출했다. 아버지도 술로 살다 열 한살 때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전 아내가 낳은 다섯 살 위인 형은 양아치요 할머니는 툭하면 화를 내고 내 앞에서 사라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마음은 붙잡아 매어둘 수 없는 조각달과 같다!

 

두 사람은 다른 얼굴이기에 지인이 와도 알아보지 못한다. 구미호 식당의 메뉴는 고급지다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많이 왔다. 민석은 호텔 셰프였고, ‘크림말랑을 만들면서 백발 할머니 소개로 알바를 하게 된 도수에게 메뉴를 SNS 홍보하며 꼭 만나야 할 사람을 기다린다. 도수는 도영이 그렇게 싫어하던 형이었다.

 

도영이가 사고로 죽던 날, 할머니는 도영이 시신을 확인하고 울다가 쓰러졌다. 스쿠터는 도영이가 사고를 당하면서 몸으로 막아 많이 부서지지 않았고, 부서지면 수찬이 아빠한테 맞을까봐 걱정을 했던 거라고 수찬이가 말을 하며 울었다. 할머니 병원비를 벌기 위해 도수가 알바를 했던 것을 알게 된다. 49일 중에서 일주일 후에 당신이 죽습니다알려준다면 일주일 동안 뭘 하겠는가? 민석은 알았더라도 똑같이 생활했을거 같다 하였고 도영은 머릿속이 엉망친창이고 정리되지 않아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유서는 써야 할 거 같았다.

 

민석과 지영은 요리를 하며 좋아하게 된 사이였다. 둘만의 비밀의 음식을 만들고 지영은 더 연구해서 요리 페스티벌에 나갔다. 민석이 출장을 가게 되어 요리사 친구와 나간 것을 민석은 오해를 하였고, 직장을 미행 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에 지영은 모든 걸 포기했다. 도영이는 할머니가 입원한 병실을 찾아갔다. 할머니와 형의 대화를 엿들으며 미처 몰랐던 일들을 알게 되었다. 민석은 발가락이 찢어질 거 같다는 말을 하며 정신을 잃었다. 도영은 얼굴이 찢어질 거 같았다. 도영은 할머니의 다른 면을 보지 않고 한면만 보고 콘크리트 벽을 쌓고 살았구나 뉘우치지만 후회해봤자 되돌아 갈 수 없었다. 민석은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지영에게는 폭력이었다. 모든 생명이 있는 것은 생명을 얻는 출발점에 섰을 때 죽음 이라는 것도 함께 얻고 행복과 불행이라는 것도 같이 얻는다. 과연 서호는 불사조가 되었을까 궁금하다.

 

[구미호 식당]은 저자의 오래 전 친구와의 이별이 이야기의 첫 싹이 되었다. 친구의 죽음은 슬픔과는 다른 묵직한 감정이 되었다고 한다. 제대로 살면 행복하고 제대로 산다는 것은 후회하지 않는 삶이다.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마음을 열고 살면 그런 삶을 살 수 있다.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을 가진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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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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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웃는 숙녀]는 나카야마 시치리가 야심차게 내놓은 이야미스인 [비웃는 숙녀]의 속편이다. 법정을 유유히 빠져나간 절세 미녀이자 희대의 악녀 가모우 미치루는 어떻게 변했을까 [비웃는 숙녀]는 마지막 장의 반전이었다면 [다시 비웃는 숙녀]는 각각의 사건이 연결되어 하나의 표적을 향해 나간다.

 

비영리법인 여성 사회활동 추진 협회사무국장 후지사와 유미는 야나이 고이치로 국회의원 공설비서가 되는 게 꿈이다. 협회는 사실 국회의원 자금단체로 회비와 기부금은 야나이 정치자금으로 쓰이는데 요즘 수입이 감소 되었다. 아카리의 소개로 노노미야 쿄코에게 투자 하게 되었고 최종 손익 숫자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경찰에 호소를 하였지만 사기죄를 입증하기 어렵고 검찰도 기소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유미는 믿고 있었는데 부질없는 인생이었다.

 

쇼도관 부관장인 이노 덴젠은 노숙자 진노를 교주로 만들었다. 교단을 키운 외부 요인은 사회불안이지만 무엇보다 교주의 큰 키에 철인 같은 외모, 저음의 목소리,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외모가 그럴싸하면 인간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일까.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주부 세이코를 안심시키고 그녀의 경제 상태를 생각해봤다. 관장 이나오는 재정을 늘리려면 신자수를 늘려야하고 그게 안 되면 이노가 부관장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어질거라 최후통첩을 한다. 쿄코는 교주가 내는 자서전을 출판하여 신자들에게 나눠주거나 판매하자는 제의를 한다. 인쇄비와 제본비를 입금하였지만 원고가 바꿔치기 된 것을 알게 된다. 이노는 간부 중 한 명에게 몰매를 맞고 쓰러진다.

 

이노가 추방되고 구쓰미는 노노미야 플래닝 스튜디오로 들어온다. 자신이 조사를 해봤는데 노노미야 쿄코는 예전에 희대 악녀 가모우 미치루의 옛 파트너가 이번에는 무슨 꿍꿍이가 있을까? 의심으로 묻는다. 쿄코는 야나이 고이치로에게 볼일이 있다며 공동 전선을 펴자고 한다.

 

구라하시 효에는 야나이 후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다. 구쓰미가 도의원 출마해 볼 것을 권하니 자신이 정치가에 어울리는 것은 아닐까 상상을 해본다. 쿄코는 프리랜서 당선청부인 자격으로 구라하시에게 농지를 2억 엔에 사서 3억 엔에 되팔라고 하였지만 입금하는 동시에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기 일당은 이체가 끝난 뒤 바로 튀었다고 오래 전부터 계획된 사기였다.

 

노노미야 일당은 구니에다 법무사가 무능해서 일이 수월했다고 한다. 야나이 정책 비서 사키타 아야카, 야나이를 사모하고 존경했으므로 관계를 강요당해도 두말없이 허락했다. 국회의원이고 유부남인데 야나이와 결혼하고 싶고 아이를 낳고 싶다니 위험한 발상이다. 야나이가 총리가 될 때까지 손발이 되기로 맹세한다. 아야카는 상대편 의원과의 실수로 야나이에게 쫓겨나 직장을 잃었다.

 

10년도 더 지난 울트라프리 사건은 대학 동아리에서 집단 폭행 사건이다. 이벤트나 파티를 주관하는 단체인데 야나이 고이치로가 주도하였다. 4백명 중에 구쓰미의 딸 마리카도 성폭행을 당했던 것이다. 야나이는 명단을 넘기는 대가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솜방이 처벌 어디가나 있어 울화통이 치민다. 야나이는 악몽을 꾼다. 누군가 자신을 매장하려는 것일까 의심을 한다. 아카리는 야나이에게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들이 구쓰미와 관계가 있고 울트라프리 사건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이 구쓰미의 딸이라고 알려준다. 구쓰미가 딸과 부인의 원수를 갚으려 한다면 야나이 고이치로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역시 결말을 뒤집는 대반전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가지고 노는 데 직접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다. 쿄코는 진정한 사이코 패스일까 악녀일까 씁쓸한 웃음이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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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토월 - 이문구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4
이문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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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토월은 이문구 대표중단편선으로 암소, 일락서산, 행운유수, 녹수청산, 공산토월, 우리동네 , 우리동네 , 명천유사, 유자소전, 장동리 싸리나무 등 열 편의 소설이 실렸다. 암소와 장동리 싸리나무에는 이십 오년의 간격을 두고 있다. 문장들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읽는 재미가 있다.

 

황구만씨 집 머슴인 선출은 4년 동안 세경 팔만원을 제대할 때 찾는 조건으로 3부 이자로 주인에게 빌려준다. 황씨는 소창직 직조 사업을 했지만 인근 공업단지가 들어서는 바람에 문을 닫게 되었고, 농가부채로 빚을 신고한다. 선출의 계약서대로 송아지를 한 마리 샀다. 암소가 되어 송아지를 배자 선출은 팔아서 애인 신실이와 이곳을 뜨고 싶었다. 황씨는 팔지 않는다고 실강이를 벌인다. 황씨집에서 고사를 지내던 날, 술지게미 한 양푼을 소여물통에 쏟아주었다. 술동이 있던 광문이 열려있고 술독이 나자빠져 있고 바닥은 지게미와 찌꺼기로 뒤발하고 있었다. 술지게미로 목을 축인 소가 거나해지자 술내가 풍기는 광에 들어가 술 한 독을 다 먹고 펄펄 뛰다 탈진해버렸던 것, 소 주둥이에 녹두가루를 물에 타서 먹여도 봤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선출이의 사년간 모아온 아픔을 신실이마저 목놓아 울어대었다.(암소)

 

13년 만에 고향을 찾았다. 칠성바위들의 안부를 살피면서 옛 기억을 떠올린다. 양반가의 자제라 할아버지의 지시로 일가 손윗사람이 아닌 이에게 경어나 존칭을 써본 적이 없었다. 동네 사람의 거지반이 행랑이나 아전붙이여서 하대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관촌부락에 대사가 자주 있었지만 음식은 입에도 대지마라였다. 반면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이 부르면 막걸리값이라도 보태주며 탁주 한두 잔 사양하지 않았다.(일락서산)

 

서른이 넘은 나이에 옹점이를 생각하며 감상에 젖어 있었다. 그녀는 십 년이 위였고, 학교를 다닌 적이 없지만 국한문을 가리지 않고 터득했다. 지하조직 총책이던 아버지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있어 가택수색을 벌이면 옹점이가 나서서 막아 주었다. 미군들이 기차에서 물건을 던지는데 빵에다 가래침을 뱉아 던져주다니 너무 하네 하며 읽었다. 할아버지로부터 배운 대로 무엇을 떨어뜨리고 가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옹점이 남편도 전쟁에 나가 행방불명 되었다.(행운유수)

 

희망 없는 애라는 별명으로 욕을 먹지만 에게는 듬직하던 친구 대복이를 추억한다. 못된 장난은 다 치고 고질화된 도벽을 키운 것은 사람들이 상종을 않으려고 하는데서 삐둘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나를 만나면 주머니를 뒤집어보여 잡혀나온 것이면 무엇이든 서슴없이 손에 쥐여주고 싶어했다. 참봉집 손녀딸을 건드리려 하여 붙들려 가고 그 집에 머슴으로 들어가서 일도 하였다.(녹수청산)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공산토월은 빈 산이 달을 토한다는 뜻으로 삼촌뻘인 신현석을 추모하기 위해 제목을 붙였다. 석공이라는 별명을 불리는 그는 몸을 사리지 않고 남을 도와 준다. 아버지가 구금되었을 때 사식 차입을 하였고, 할아버지 묘를 관리해주었고 어머니의 장례를 도와주었다. 서울로 이사할때도 도와주고 편지도 주고 받았다. 그가 백혈병을 치료하지 못하고 고향을 내려갈 때 택시를 타고 가면서 부디 잘들 살어하며 악수를 청할 때 나는 울었다.(공산토월)

 

연작 소설 (우리동네 김씨)에서 가뭄에 다른 동네의 물을 몰래 쓰다가 들키기도 하고 민방위 교육에서 우리말을 쓰자는 것두 국가 시책인데 헥타르라고 한다고 토를 달고 따지는 김씨.(우리동네 이씨)에서 마을 이장이 확성기로 조합 빚을 갚을 것을 독촉하며, 농촌에서 망년회, 절미운동으로 모은 돈으로 부녀자들 관광여행이 붐을 이룬다. 이씨는 남보다 색다르게 해보려고 리낙천으로 문패를 바꾸어 달지만 밀주 단속반에 걸려 리낙천이 아니라 이씨라며 문패부터 새로 해야 행세가 바를 것 같다고 생각한다.

 

명천이라는 의 호를 지은 이야기와 문간방에 살던 최서방은 새경을 쥐던 날로 어디로 갔다 농사가 시작되면 들어오기를 몇 번 하다 어머니 타계 후 헤어지게 된다. 말년에 양로원에 있다던 그가 읍내에서 고구마를 허천나게 먹던 모습에 망연자실하다 여비 빼고 몇 만원을 쥐어준 일이 감사하다는 편지를 받는다.(명천유사) 유재필, 배우지는 못했지만 뛰어난 어휘감각으로 보령 지방의 방언 구사에 소설 쓰는데 힘을 실어준 친구 유자라 불린다. 따뜻함과 배려를 가진 사람의 소중함을 보여 준 소설이다.(유자소전) 정년으로 고향으로 내려온 하석귀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난초를 키우며 지난날을 회상한다. 밤의 저수지에서 헛것을 보았고 그것을 깨닫고 난 후 장탄식을 날렸다.(장동리 싸리나무)

 

공산토월은 산업화에 휩쓸린 농촌의 풍경과 사람들을 실감 있게 그린 소설이고 작가의 이야기라기보다 작가가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품마다 인상적인 인물들이 많은데 다시 꼼꼼하게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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