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호르몬 - 비만과의 전쟁에서 발견한 질병 해방과 노화 종말의 서막
조영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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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 몸을 지배하는 호르몬의 작용과 원리부터 질병과 노화를 늦추는 치료제의 탄생까지 조영민 교수가 연구, 임상 경험을 한 권에 담았다.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등이 어떤 약이길래, 일론 머스크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명인사도 체중 조절을 위해 오젬픽과 위고비를 사용한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세 약자는 모두 글루카곤유사펩티드-1이라는 장 호르몬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줄여서 ‘GLP-1’이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당뇨병 약제로 개발되었으나 메스꺼움과 구토라는 부작용 때문에 다량으로 사용하지는 못했다. 조심스럽게 용량을 늘려본 결과, 다량을 사용해도 부작용이 더 증가하지는 않았으며 심지어 놀라운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식물과 달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무한정으로 많은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외부에서 섭취한 에너지를 소화하고 저장시키는 일에도 한계가 있다. 장 호르몬 중 GLP-1, GIP가 혈당 조절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기능으로 볼 수 있다.

 

GLP-1 제제가 시상하부의 배부름 신경들이 음식을 인지할 때부터 증폭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람에게 GLP-1 제제를 주사했을 때, 음식을 인지하는 순간 음식을 삼키지도 않아도 포만감이 생긴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GLP-1 주사를 맞으면 식사 시간이 되었는데도 배고픔이 덜하고, 식사 때마다 들리는 꼬르륵소리도 잘 들리지 않게 된다. 그러나 기름진 음식을 잔뜩 먹고 나면 위장이 그득한 느낌이 불쾌할 정도로 오래 지속되고,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되어 속이 쓰리기도 하며 메스꺼움과 구토로 이어질 수도 있다.p115

 

기존에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한 약제들은 혈당 강하 기능은 우수하지만, 체중은 3~5% 정도 빠지는 수준이었다. 약제 용량을 올리면 체중이 빠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용량을 올리면 부작용으로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어려움이 있었다. GLP-1이 당뇨병 치료제에서 비만 치료제로 변신하게 된 과정이 여기에 있다. 결국 용량을 올리되,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개발한 것이다. GLP-1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식욕을 감소시키고 포만감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음식 섭취를 줄이고 체중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장 호르몬은 강력한 체중 감소를 통해 수면 무호흡 치료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파킨스병과 같은 신경계 질환에도 효과적이다. 치매 발병률을 낮출 가능성도 나타났다. 각종 중독 개선에도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기대 속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GLP-1은 식후 장에서 분비되어 혈당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이제 그만 먹으라는 포만감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이다. GLP-1은 혈중 농도가 평상시의 두 배만 되어도 혈당 조절에 탁월하다. 그러나 식욕을 억제하려면 4~5배 정도는 높은 혈중 농도에 도달해야 한다.

 

GLP-1 제제에 의한 메스꺼움과 구토는 약물의 혈중 농도가 갑자기 상승하는 것과 관련이 있으니 의사의 지시에 따라 소량부터 시작해 서서히 용량을 올려야 한다. 기름진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 그리고 개인별로 특별히 메스꺼움과 구토를 유발하는 음식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아무리 GLP-1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해도 식사때가 되면 배가 고플 것이다. 이때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은 마음 챙김’, 메타 인지적 접근이다. ‘내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또는 내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를 자각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관조적으로 관찰하고 수정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

 

식사를 할 때 탄수화물을 먼저 섭취하지 말고 샐러드나 나물 같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과 생선, 육류 등의 단백질과 지방을 함유한 음식을 먼저 섭취한 후 밥 혹은 빵을 나중에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GLP-1, GIP 분비에 효과적이고 특히 식후 혈당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슈퍼 호르몬]은 위장관 호르몬, 당뇨와 비만 치료 분야의 권위자인 조영민 교수의 20년간 임상 경험과 연구를 핵심만 골라 압축했다. 비만치료제를 넘어 노화를 극복하고 죽음을 늦출 기적의 호르몬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소개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으며, 이 책이 그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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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우즈키에게 보이는 것
아키야 린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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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진직 간호사의 체험이 묘사되어 따뜻함을 전하는 미스터리 소설로 삶과 죽음을 동시에 경험하는 요양 병동에서 간호사 우즈키에게만 보이는 것을 둘러싼 이야기다. 저자는 13년간 간호사로 일하면서 환자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품고 지내다가 간호사가 주인공인 소설을 쓰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아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간호사 우즈키는 장기 요양 병동에서 6년차 근무하고 있다. 절친의 죽음 이후, 병원에 복귀하고 얼마 되지 않아, 몸이 희미하게 비치는 낯선 사람이 환자 침대 옆에 서 있는 것을 경험한다. 환자가 죽음을 의식했을 때 나타나는 미련일지도 모른다는 감이 왔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우즈키 눈에만 보이고, 내 앞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만질 수도 없고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오오카 사토루(50, 남성) 병력: 중증 저혈당증 발병 후 무의식 상태

세키 시게오(60, 남성) 병력: 간질성 폐렴, 폐암 진단

구마노 데쓰야(42, 남성) 병력: 알코올성 간염, 간견병증, 간암 말기

고바야시 에리(38, 여성) 병력: 부비강염으로 인한 뇌염

사사야마 도요(87, 여성) 병력: 지주막하출혈 후유증으로 인한 마비

가자오카 아오이(45, 여성) 병력: 유방암 말기

 

미련은 환자가 죽음을 의식할 때 나타나는 듯싶다. 만약 내가 미련을 해소하게 되면 환자가 가슴에 박힌 응어리를 하나라도 더 없애고 편안하게 투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지나미를 떠나보낸 슬픔에서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이 세상에 남은 지나미의 응어리진 마음도 해소되는 것은 아닐까. 미련을 해소하면서 환자와 더 가까워진 기분도 갖게 되었다. 그것이 환자를 위한 일일까 안간힘을 써보는 데, 그 상황이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우즈키는 후배 간호사의 고민도 들어준다. 일하면서 자신을 우등생이라는 틀 안에 끼워 맞추어 열심히 하고 있지만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었다. 무엇이 힘든지 자신 스스로 알아낸다면 잘한 일이고, 직업의 길은 하나가 아니니까 여러 가지 길 중에서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고 말해준다.

 

병원은 여성이 많은 직장이지만 여성의 신체 리듬에 맞춰 일하고 싶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병동 근무에 결혼, 임신, 출산은 힘들 것 같아서다. 신규간호사를 프리셉티라고 부르는데 현장에서는 프리셉터의 아이라는 뜻으로 병아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프리셉터나 프리셉티의 업무, 숨을 거둔 환자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궁금증, 간호사로서의 안타까움과 그럼에도 죽음이 함께하는 삶에 대한 지극한 연민과 사랑이 잘 나타나 있어 마음이 따쓰해진다.

 

어젯밤 세상을 떠난 그 환자는 마지막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작년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 무슨 생각이었을까. 가슴이 먹먹해 온다. 저자의 말처럼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련을 남길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풍족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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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영화 레시피 - 10대의 고민, 영화가 답하다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9
김미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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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질문과 고민으로 가득 찬 10대들이 자주 고민하는 6가지 키워드로 영화를 분류하고 장르와 시대를 넘나들며 엄선한 25편의 특별한 시네마 노트다.

 

자신감이 필요할 때 알라딘, 아이 필 프리티, 위대한 쇼맨, 원더

용기가 필요할 때 빌리 엘리어트, 헬프, 옥토버 스카이, 주토피아

깨달음이 필요할 때 히든 피겨스, 아이 캔 스피크, 조커, 모던 타임즈

친구가 필요할 때 우아한 거짓말, 우리들, 포레스트 검프, 플립

위로가 필요할 때 인사이드 아웃, 월프라워, 굿 윌 헌팅, 겨울왕국

미래의 꿈이 필요할 때 변호인, 파이널리스트, 그래비티, 스포트라이트, 아이 로봇 등 25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주인공 중학생 준희는 친구 관계, 외모, 자신감, 미래 등 고민들로 힘들어하던 때, 우연히 알게 된 마녀 언니를 통해 영화를 접하게 된다. 마녀 언니는 편의점에서 일 하면서 영화를 보고 있다. 시간 죽이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것처럼 영화를 본다고 했다. 영화들을 보면서 자신만의 해답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준희에게 노답 쭈구리라고 놀리는 애들은 가진 건 뭘까? 그냥 어쩌다 보니 갖고 태어나는 것들인데 이런 것들을 못 가지면 가진 게 없는 거야? <아이 필 프리티>의 르네가 했던 말처럼 당당하게 대꾸해 주는 거라고 한다.




가족들마저 내 꿈을 응원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원망하거나 지레 절망할 필요는 없다. 가족들도 다 저마다 견해가 다르니까 갈등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나름대로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죽고 싶을 만큼 절망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비관할 게 성적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절망을 맞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 달라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사느냐는 절망을 대하는 태도가 변수가 되는 것이다.

 

우정은 그저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어서 오랜 시간 서로 알고 지내면서 오해도 하고, 갈등도 겪고, 상처를 주기도 하고, 돌아서기도 하고, 또 다시 만나면서 오랜 시간 기억을 함께 쌓아 올리는 것이다.

 

무언가를 바라볼 때 자신의 눈을 믿지 말고 마음을 믿어라. 눈은 보이는 것만 보지만 마음은 아름다움을 담는다. 눈으로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 마음에 담아서 아름다운 사람을 찾아야 한다. 진짜 무지개처럼 빛나는 사람 말이다. 준희는 이처럼 마녀 언니 앞에서는 마음 속에 있는 말도 털어놓을 수 있다.





마녀 언니는 중학교 때 사고로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데도 친구는 지금까지 자신도 모르는 상처가 남아서 현재진행형으로 곪아 가고 있었다. 상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자신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영화는 깨달음을 주는 좋은 스승이 되기도 하고 상처를 위로하는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를 배웠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가르침을 발견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청소년, 모든 사람들이 영화 레시피를 따라 보다 보면 고민도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삶의 모든 고민에는 정답이라는 것은 없지만 오로지 요리하는 당사자인 나의 몫이다. 이 영화들이 삶의 서로 다른 고민들에 사로잡혔던 내게 그랬던 것처럼 독자들도 그런 소중한 깨달음의 순간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작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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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엄마, 여든 아들 - 장수 박사 아들과 백세 노모의 가슴 따뜻한 동거 일기
박상철 지음 / 시공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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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내 최고의 건강·노화 전문가로 꼽히는 박상철 교수와 백세를 코앞에 둔 노모의 가슴 따뜻한 동거 일기다. 20178, 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시면서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에 손님처럼 잠시 고향 집을 다녀가던 그에게 일생일대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홀로 남은 어머니를 가까이서 모시기 위해 50년 만에 고향 광주로 귀향을 결심하였고 그렇게 아흔 살 노모와 일흔 살 아들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아버지 장례도중 입관 절차 중 아버지 수의가 낡았다는 것을 알았다. 애비가 장가올 때 입고 온 옷이라고 하셨다. 70년 동안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하고 계셨던 것이다. 저자는 월화수는 광주에서 목금토일은 서울에서 지내고, 한 달에 한두 번 대구를 찾는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머니와 같이 살기 위해 결심한 두 가지가 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머니 말씀은 무조건 들어드리겠다는 것과 어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을 자주 갖자는 결심이었다. 말동무도 되어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겠다는 약속이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일상은 새벽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5시면 일어나 목욕하고 오너라.” 어머니의 지시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두어 달 지나면서 집에서 목욕하렵니다 하자 그래도 목욕탕에서 몸을 따뜻하게 녹여야지 하면서 허락해 주셨다.

 

아침을 거르거나 간단하게 해결하던 방식에서 매일 챙겨 먹는 것이 체중이 불고 고혈압이나 혈당이 올라가는 일이 생기자 어머니는 특별한 아침을 챙겨주신다. 남순댁과 여동생에게 부담을 주는 꼴이 되어버렸다. 현역이 아닌 석좌교수이기에 일찍 출근하지 않아도 되어서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아침 드라마를 함께 보다가 출근하곤 했다.

 

어머니는 양과동 밭에 작물들을 보살피며 풀을 뽑고 거름을 주기도 하였다. 아흔다섯 넘어도 직접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풀독이 심하게 올랐지만, 병원 가기를 꺼리는 모습이 씁쓸했다. 겨울이 되면 양과동에 일이 없어지자 심심하시다고 하시면서 막걸리를 사 오게 하더니 막걸리 식초를 만드셨다. 식혜도 만들고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특별한 요리는 꼭 메모를 해두었다가 직접 만들어 보거나 남순댁에게 부탁해 만들게 하였다.

 

백 세가 되어도 얼마든지 수술이 가능한 백세 의료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오랫동안 치통을 앓으셨는데 일곱 개를 하고 1년 뒤 한 개를 추가하여 여덟 개의 임플란트를 하였다. 나중에 문제가 생겨 일곱 개를 추가하기도 했다. 임플란트했다고 올게쌀을 드신다고 하였다. 2년이 지나 심장 관련 정밀 검사를 해서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악화되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아흔세 살이 되신 어머니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니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시술 후 어머니의 건강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술 좋아하는 아들들에게 막걸리라도 담가주려고 애쓰셨다.

 

어머니는 광주 시내에 있는 음식점 어디를 가도 니 애비랑 가끔 왔다이라는 표현으로 지난날의 추억을 되새기며 감동을 주었다. 어머니 곁에 돌아와 이런저런 옛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이 주신 기회였고 축복이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동심에 젖게 되었고,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들을 잔잔하게 들려주셨다. 험난하고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전력투구하며 살아온 어머니의 생애는 전에는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의과대학을 마칠 즈음 진로가 고민이었는데 아버지께서는 세속적인 유혹에 빠지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고 말씀하셨다. 걱정은 가불하지 마라고 하셨다. 생화학의 길로 들어섰고, 외롭고 힘든 길이었지만 개척자가 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아버지께 새삼 감사를 올린다.

 

저자의 아버지는 아들이 환갑의 나이가 될 때까지 아침 문안 전화를 하셨다. 이제는 제가 매일 전화 올리겠습니다. 하여도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야지 하시며 너희들이 바쁜데 어디 매일 전화하겠냐? 하며 말을 끊어버렸고 30년 동안 이어온 아침 통화라고 한다. 노화의 본질을 밝히는 생명과학적 연구를 추진하는 동시에 당장 노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도 강구하려고 노력했다.

 

[백세 엄마, 여든 아들]에는 아들과 어머니가 함께 보낸 지난 7년여의 시간, 그리고 가슴 뭉클한 가족의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어머니와 한솥밥을 먹고, 나란히 앉아 TV 연속극을 보고, 함께 텃밭을 가꾸고, 꽃구경하며 가끔은 어머니의 잔소리와 꾸지람도 들으며 보내는 일상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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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
함혜리 지음 / 파람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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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함혜리는 프랑스 유학생 출신으로 파리 특파원으로 활동한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프랑스 여행이라면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그동안의 여행 기록과 코로나 이후 새로 답사한 프랑스의 예술 스팟들을 모아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꿈과 낭만의 여행지 프랑스를 예술적 감성으로 구석구석 찾아간다.

 

처음 방문하는 곳은 미술관이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퐁피두 센터에서, 주로 19세기~20세기 초 회화작품을 감상하는 코스다. 저자는 파리의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 중 파리에 올 때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 오르세 미술관이라고 하였다. 지난번에 너무 늦은 시간에 와서 잘 보지 못했던 에드바르 뭉크 전을 자세히 보고 싶었다. 동물 그림으로 유명한 여류화가 로사 보뇌를 전시도 챙겨보고 싶었다. 뭉크는 외로움과 슬픔, 죽음을 주로 다뤘는데 그의 작품에는 사랑의 감정이 자주 표현되고 있다.

 

문화의 나라답게 도서관도 정말 멋지다. 현대식 건물인 미테랑 도서관과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리슐리 외 도서관 2곳의 국립도서관이 있다. 생제르맹 지역 문화 카페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카페 드 플로르와 레되 마고가 있다. 유명한 작가들과 철학자들이 이곳에서 문학과 철학, 예술을 논했다.




남프랑스의 강렬한 태양은 와인을 자라게 하고, 그 햇살의 유혹이 이끌려 온 미술가들의 회화들을 낳았다.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는 휴양지로도 안성맞춤이니 예술가들이 중년이 되면 프로방스로 몰려온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생테밀리옹은 보르도 와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와인 브랜드이며 생산지역이다. 생테밀리옹 마을 외곽은 포도밭이 대부분이고, 그 안에 수많은 왕인 생산자들의 샤토가 있다. 와이너리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샤토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영주의 저택으로 지어진 것들이 많다.

 

님은 고대 로마제국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프랑스의 로마라고 불릴 정도로 로마 시대의 유적이 많다. 특히 님의 얼굴이라고도 불리는 메종 카레와 그 맞은편에 자리한 영국의 국보급 건축가 노먼 포스터 경이 디자인한 카레 다르 현대미술관을 가보고 싶어 님을 추가했다.

 

앙티브 피카소 미술관은 피가소가 작업실로 사용했던 꼭대기 층에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지중해는 풍광을 자랑한다. 알베르 카뮈 탄생 100주년에 맞춰 마르세유가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된 2013년 개관한 문명 박물관은 독특한 외관과 규모 등으로 마르세유를 상징하는 새로운 랜드마크중 하나로 꼽힌다. 생장 요새와 마르조 대성당 사이에 자리 잡은 이 박물관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다.

 

신체적 결함으로 성장이 멈춰 버린 화가 로트레크는 자신이 자주 다닌 몽마르트르의 술집과 사창가, 뮤직홀, 카바레를 주제로 대담한 화면 구성과 강렬한 색채로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려냈다. 로트레크는 뛰어난 요리실력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릴 때부터 풍요로운 식재료를 가지고 전통요리와 향토 음식을 많이 먹어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인 지역은 63헥타르에 달하는데 모두 다 걸어서 가볼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툴루즈-로트레크 박물관이다.



프랑스 여행에서 특별히 계획했던 것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답사였다. 르코르뷔지에는 단순히 아름답고 실용적인 건축물을 남긴 건축가가 아니라 기존의 건축 개념을 혁명적으로 전환한 혁신가였다. 건축가이면서 도시계획가, 작가, 사상가, 화가, 가구디자이너, 조각가 등 어느 한 분야에 국한할 수 없는 재능을 지닌 인물이었다. 1920년대 르코르뷔지에 건축의 출발점인 돔이노 구조는 프랑수아 앙네비크가 특허를 받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체계를 재해석한 것이다. 동선을 따라 변화는 건축적 장면, 다양한 빛의 유입, 면과 볼륨의 변화, 투명성과 불투명성의 대비 등이 건축가에 의해 기획되고 공간에 펼쳐지는 것이 건축적 산책이고, 이는 감동으로서 건축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몇 년에 걸친 저자의 예술적 여행을 기록이다. 예술 애호가라면 알아야 할 대표적인 미술관과 유적지들을 추려 정리했으며, 작품들을 찾아다니며 도시와 거리의 인상적인 풍경과 미술관에서 느끼고 마주쳤던 순간들의 기록인 것이다. 책은 재미있게 읽히며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큰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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