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죽어야 하는 남자들
요즘 추리 소설에 빠져 산다. [데스미션] 제목이 주는 으스스함이 뭔가 있을거 같은 예감에 끌렸다. [데스미션]은 위암 말기 시한부 판정를 받고 연쇄살인마가 된 사카키 신이치와 똑같은 위암 말기면서 범인을 쫒는 형사 아오이 료의 이야기다. 야쿠마루 가쿠의 작품 중 신의 아이를 읽어 보았고 이번이 두 번째인데 완전 다른 유형의 소설이다.
젊은 나이에 주식으로 성공하여 부를 누리는 사카키는 여자를 죽이고 싶다는 살인 충동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위암 말기라는 것을 알고 삶이 얼마 안 남았으니 남은 시간은 욕망에 충실하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그것은 오랫동안 억눌려 왔던 어린 시절의 무엇이었다.
첫 사랑 스미노는 게이스케와 이혼을 하고 도쿄로 왔다. 스미노 고향인 니가타 데라도마리 항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카키는 초등학교 때 전학을 왔다가 다시 항구를 떠나고 대학에서 둘은 만났다 헤어지고 8년만에 재회한 것이다. 사카키는 청각을 잃어 보청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스미노 때문이었다. 그는 그때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어버렸다. 사카키는 점점 기억이 돌아오고 여자들을 죽이는 것을 새로운 세계에 입문했다고 말한다.
연쇄살인마를 쫓는 형사 아이오는 사카키와 같은 위암 말기로 시한부가 된다. 3년 전 위암이 재발한 것이다. 직업상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것 때문에 아내가 위독할 때 병원에 와보지 못하여 자녀들과 사이가 안 좋다. 딸 미즈키는 아빠를 냉혈한이라고 치부하며 대화도 하지 않고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 동료 형사에게 부모님의 연애 이야기를 듣고 아빠를 이해하려 하지만 아빠는 곧 죽는다. 이 소설은 읽으면서 민망한 표현들이 많이 있다.
재미있군―.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오랜 바람을 이룬 자신과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형사라. 이토록 재미있는 만남이 또 있을까. 사카키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는 이 눈으로 범인이 체포되는 것을 보고 싶어. 언젠가 사형대에 매달릴 그 녀석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 그 형사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사형대에 매달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때쯤 자신은 이미 죽어 버렸을 테니까. 아니, 그보다 자신은 체포되지 않는다. 절대 체포될 수 없다. 조금 전까지는 그토록 차분했는데 갑자기 욕망이 들끓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p.261
사카키는 대학 때부터 다니던 자원봉사로 아이들을 돌보면서 그런 끔찍한 욕망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사카키의 아무 이유 없는 살인 충동이 의아하다.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가 트라우마가 되어 그렇다고는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살지 않는다.추리 범죄소설을 읽고 있지만 사람은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데스미션』이 작가의 전작들과 다른 점 중 하나는 범인의 정체를 처음부터 전면에 드러내고 이야기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야쿠마루 작가의 작품은 “진범은 이 녀석이었다!”라는 놀라움과 반전을 중시해 범인의 정체를 드러낸 채 이야기를 전개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쾌락 살인마의 내면을 극명하게 그리는 데 도전해 처음부터 범인을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사카키가 기묘한 살인 욕망을 갖게 된 배경과 사카키와 아오이의 대결 장면에 놀라운 비밀을 준비하는 등 독자의 흥미를 이끌 미스터리 설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