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토월 - 이문구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4
이문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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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토월은 이문구 대표중단편선으로 암소, 일락서산, 행운유수, 녹수청산, 공산토월, 우리동네 , 우리동네 , 명천유사, 유자소전, 장동리 싸리나무 등 열 편의 소설이 실렸다. 암소와 장동리 싸리나무에는 이십 오년의 간격을 두고 있다. 문장들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읽는 재미가 있다.

 

황구만씨 집 머슴인 선출은 4년 동안 세경 팔만원을 제대할 때 찾는 조건으로 3부 이자로 주인에게 빌려준다. 황씨는 소창직 직조 사업을 했지만 인근 공업단지가 들어서는 바람에 문을 닫게 되었고, 농가부채로 빚을 신고한다. 선출의 계약서대로 송아지를 한 마리 샀다. 암소가 되어 송아지를 배자 선출은 팔아서 애인 신실이와 이곳을 뜨고 싶었다. 황씨는 팔지 않는다고 실강이를 벌인다. 황씨집에서 고사를 지내던 날, 술지게미 한 양푼을 소여물통에 쏟아주었다. 술동이 있던 광문이 열려있고 술독이 나자빠져 있고 바닥은 지게미와 찌꺼기로 뒤발하고 있었다. 술지게미로 목을 축인 소가 거나해지자 술내가 풍기는 광에 들어가 술 한 독을 다 먹고 펄펄 뛰다 탈진해버렸던 것, 소 주둥이에 녹두가루를 물에 타서 먹여도 봤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선출이의 사년간 모아온 아픔을 신실이마저 목놓아 울어대었다.(암소)

 

13년 만에 고향을 찾았다. 칠성바위들의 안부를 살피면서 옛 기억을 떠올린다. 양반가의 자제라 할아버지의 지시로 일가 손윗사람이 아닌 이에게 경어나 존칭을 써본 적이 없었다. 동네 사람의 거지반이 행랑이나 아전붙이여서 하대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관촌부락에 대사가 자주 있었지만 음식은 입에도 대지마라였다. 반면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이 부르면 막걸리값이라도 보태주며 탁주 한두 잔 사양하지 않았다.(일락서산)

 

서른이 넘은 나이에 옹점이를 생각하며 감상에 젖어 있었다. 그녀는 십 년이 위였고, 학교를 다닌 적이 없지만 국한문을 가리지 않고 터득했다. 지하조직 총책이던 아버지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있어 가택수색을 벌이면 옹점이가 나서서 막아 주었다. 미군들이 기차에서 물건을 던지는데 빵에다 가래침을 뱉아 던져주다니 너무 하네 하며 읽었다. 할아버지로부터 배운 대로 무엇을 떨어뜨리고 가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옹점이 남편도 전쟁에 나가 행방불명 되었다.(행운유수)

 

희망 없는 애라는 별명으로 욕을 먹지만 에게는 듬직하던 친구 대복이를 추억한다. 못된 장난은 다 치고 고질화된 도벽을 키운 것은 사람들이 상종을 않으려고 하는데서 삐둘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나를 만나면 주머니를 뒤집어보여 잡혀나온 것이면 무엇이든 서슴없이 손에 쥐여주고 싶어했다. 참봉집 손녀딸을 건드리려 하여 붙들려 가고 그 집에 머슴으로 들어가서 일도 하였다.(녹수청산)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공산토월은 빈 산이 달을 토한다는 뜻으로 삼촌뻘인 신현석을 추모하기 위해 제목을 붙였다. 석공이라는 별명을 불리는 그는 몸을 사리지 않고 남을 도와 준다. 아버지가 구금되었을 때 사식 차입을 하였고, 할아버지 묘를 관리해주었고 어머니의 장례를 도와주었다. 서울로 이사할때도 도와주고 편지도 주고 받았다. 그가 백혈병을 치료하지 못하고 고향을 내려갈 때 택시를 타고 가면서 부디 잘들 살어하며 악수를 청할 때 나는 울었다.(공산토월)

 

연작 소설 (우리동네 김씨)에서 가뭄에 다른 동네의 물을 몰래 쓰다가 들키기도 하고 민방위 교육에서 우리말을 쓰자는 것두 국가 시책인데 헥타르라고 한다고 토를 달고 따지는 김씨.(우리동네 이씨)에서 마을 이장이 확성기로 조합 빚을 갚을 것을 독촉하며, 농촌에서 망년회, 절미운동으로 모은 돈으로 부녀자들 관광여행이 붐을 이룬다. 이씨는 남보다 색다르게 해보려고 리낙천으로 문패를 바꾸어 달지만 밀주 단속반에 걸려 리낙천이 아니라 이씨라며 문패부터 새로 해야 행세가 바를 것 같다고 생각한다.

 

명천이라는 의 호를 지은 이야기와 문간방에 살던 최서방은 새경을 쥐던 날로 어디로 갔다 농사가 시작되면 들어오기를 몇 번 하다 어머니 타계 후 헤어지게 된다. 말년에 양로원에 있다던 그가 읍내에서 고구마를 허천나게 먹던 모습에 망연자실하다 여비 빼고 몇 만원을 쥐어준 일이 감사하다는 편지를 받는다.(명천유사) 유재필, 배우지는 못했지만 뛰어난 어휘감각으로 보령 지방의 방언 구사에 소설 쓰는데 힘을 실어준 친구 유자라 불린다. 따뜻함과 배려를 가진 사람의 소중함을 보여 준 소설이다.(유자소전) 정년으로 고향으로 내려온 하석귀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난초를 키우며 지난날을 회상한다. 밤의 저수지에서 헛것을 보았고 그것을 깨닫고 난 후 장탄식을 날렸다.(장동리 싸리나무)

 

공산토월은 산업화에 휩쓸린 농촌의 풍경과 사람들을 실감 있게 그린 소설이고 작가의 이야기라기보다 작가가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품마다 인상적인 인물들이 많은데 다시 꼼꼼하게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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