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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ㅣ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평점 :

다자이 오사무의 글은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이다. 누구보다도 인간의 나약함과 위선을 통렬하게 들여다보았고, 그 파편을 고스란히 글에 남겼다. <인간실격>,<사양>,<달려라 메로스>같은 작품들은 그가 시대의 격랑 속에서 얼마나 처절하게 자기 자신과 싸웠는지를 보여주는 심리적 자화상이다.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여 어린 시절부터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사양>몰락한 귀족 가문의 의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가즈코의 1인칭 시점으로, 그녀의 내면과 독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시대와 개인, 개인과 개인 내면의 갈등을 통해 사회와 인간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작품은 발표 당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고통과 상실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확신하고 싶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p27
<인간실격>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고독과 정체성 상실을 탐구한 작품으로, 주인공의 삶을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타인 앞에서의 자아’‘자기 자신과의 대면’ 등 현대 사회에서 흔히 겪는 내적 갈등과 소외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세상이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사람들의 집합을 뜻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세상’이라는 것의 실체는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 것인가.p48
<어쩔 수 없구나> 매우 짧고 위트 있는 문체와 대비되는 주제로, 전쟁 중 피난민과 농민의 대립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풍자적인 톤으로 그려낸 단편이다. 사교적인 만남 자체를 꺼리는 성격의 주인공은 의사의 초대가 불편했다. 초대에 응하기보다 약간의 핑계를 대는 것으로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고독을 강조한다. 결국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갈등과 고독을 다시금 돌아보고, 그것을 성찰의 기회로 삼도록 안내한다.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시골 농민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훌륭하게 갱생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p66
<달려라 메로스>는 전후 일본 문단에서 ‘다자이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단편으로, 약속과 신뢰라는 주제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폰실러의 시 <인질>에서 영감을 받아 재구성하였다. 메로스의 여정은 단순한 여정은 단순한 우정과 용기의 서사가 아니라, 개인의 신념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시험받고 성숙해지는지를 보여준다.
걸을 수 있다. 가자, 육체의 피로가 회복됨과 함께, 비록 조금이나마 희망이 생겨났다. 그것은 의무를 완수하려는 희망이다. 내 몸을 희생해서라도 명예를 지키려는 희망이다.p118
<앵두>는 다자이 오사무의 섬세한 필체로 가족 간의 사랑과 갈등, 부모의 책임감과 무력감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인 아버지의 내면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인간의 연약함과 가족의 본질을 향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품 속 아버지는 자신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깨닫는다.
<셋째 형 이야기> 가족 간의 유대와 예술적 열망,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감정을 서술하였다. 셋째 형의 허세와 유머, 예술적 열정으로 가득 찬 삶을 조명하던 이야기에서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형의 내면이 섬세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셋째 형의 관계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동시에 삶과 예술, 고독이라는 주제를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늙은 하이델베르크>는 자신이 들렀던 여행지를 회상하는 주인공을 통해 사랑과 상실, 그로인해 형성된 정체성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다. 돈은 없지만 젊음이 있던 그 시절 경험한 일들은 금은보화로도 살 수 없는 보물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기억 속 장소, 시간이 만든감정의 변화, 그리움과 상실 속에서 인간이 마주하는 자기 존재, 내면과 추억 속 외면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거리를 걸어도 과거의 향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미시마의 색이 바랜 것이 아니라, 내 가슴이 늙고 말라버려서 그곳이 의미없게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p219
이 책은 다자이 오사무, 인간의 고독과 절망을 깊이 탐구한 작품들은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삶에 지친 날, 이 책의 문장 하나가 마음을 붙잡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