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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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만 보내준다는 말에 얼른 신청을 하였다. 완성본이 아닌 가제본으로 왔는데 책을 펼쳐보고 한 번 놀랐다. 가제본에는 4부까지 실려있다. 신기하게도 읽다보니 재미도 있다. 불운했던 시대의 법조인들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 읽다가 그만 두었던 태백산맥을 완독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저자 소개: 김두식》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군법무관,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 변호사로 일했다. 코넬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LL.M.)를 취득한 후 한동대 법학부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 형사소송법, 형사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헌법의 풍경』을 비롯해 『평화의 얼굴』 『불멸의 신성가족』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불편해도 괜찮아』 『욕망해도 괜찮아』 『공부 논쟁』(공저) 등 몇권의 책을 썼다.

 

프롤로그
한국 현대사에 정통한 독자들이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나온 이름의 태반은 금시초문일 것이다. 이들은 해방을 전후한 시절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인재들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철저하게 망각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법조계만큼 종사자들의 자서전이 많은 직역도 드물다. 그러나 해방공간에 관한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적다. 좌익과 중도에 속한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으니 그나마 남아 있는기록도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좌익경력을 가지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자기 과거에 대해 철처히 함구했다.(중략)이 책은 바로 그 껄끄러운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방후 우리나라 법조 직역의 형성과정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매우 간단하다. 김영재 강중인 조평재 윤학기 백석황 이정남 같은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들은 누구였고, 일제시대 무엇을 했으며, 해방공간에서 어떤 꿈을 꾸었고, 그 꿈은 왜 좌절되었나? 초창기 혼란 속에서 만들어진 법조계의 기본틀은 우리에게 어떤 유산을 남겼나?

1부는 1937년 합격자들을 중심으로 일본 고등시험 사법과 제도를 탐구했다. 바로 제1법률가군 이야기다. 안동지역 유수의 독립운동가 가문과 친일 가문이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당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다들 빈곤한 시절이었으므로 합격자라면 누구라도 자신을 역경의 승리자로 포장하고 싶었겠지만, 객관적인 자료들을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고등시험 합격자 중에는 유난히 면장집 아들이 많다. 당시 기준으로는 사회경제적으로 최상층부에 속했다. 부잣집 출신일수록 상급학교에 진학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시대다. 재력은 거의 그대로 학력에 반영되었다. 개천에서 난 용은 허상일 뿐 실체가 아니었다.

2부는 일제시대 '이류' 법률가로 취급 받았으나 해방이후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과 함께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뼈대를 형성한 조선변호사시협 출신들의 삶을 다뤘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허헌 변호사의 인생을 살펴보았다. 판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변호사의 아버지 격이던 허헌은 해방후 좌익과 중도진영의 지도자로 변신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김일성종합대 총장 등을 지냈다. 그가 왼쪽으로 기울게 된 뿌리를 탐구하는 것은 해방공간 좌익진영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부는 해방으로조선인 법률가들에게 벼락처럼 찾아온 새로운 기회를 이야기한다. 남한을 점령한 미군정은 일본인 판검사를 재판에서 배제하고 조선인 법률가로 그 자리를 채웠다.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들과 조선변호사시험 출신들은 이른바 자격자로서 가장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미래가 보장되었던 이들의 임용과정에서 친일경력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인맥과 운이었다. 삼팔선 이북지역에서 해방을 맞이한 판검사들은 월남시기에 따라서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했다.

4부는 해방공간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던 조선공산당 등 좌익세력을 일거에 불법화시킨 1946년 5월의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을 이야기 한다. 조선정판사'위조지폐'사건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단일사건이 아니었다. 조선정판사 사건에 앞서 우리 법조계는 '김계조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김용무 대법원장, 이인 대법관 등 한민당 세력이 장악한 법원과 검찰은 첫 판검사 임용 때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았다. 오승근 판사, 백석황 검사로 대표되는 좌익 또는 중도성향의 법률가들은 '김계조 사건'을 계기로 이 상황을 바로잡고자 했다.

5부는정부수립을전후해 법조계에서 벌어진 각종 좌익 관련 사건을 다룬다. 1947년 12월 '사법기관 내의 남로당 프락치'로 구속된 남상문 홍승기 서범석 등 이른바 '적색 사법관' 사건, 1948년 10월 여순반란사건 진압의 한복판에서 군경에 학살된 순천지청 박찬길 검사 사건, 1946년 7월의 서울지방검찰청 김영재 차장검사 사건, 그해 12월의 2차 '법조프락치'사건, 1950년 3월의 이홍규 검사 사건 등은 좌익을 박멸해야 한다는 극우세력의 편집증적 집착과 권력욕구가 만들어낸 '관제 빨갱이'의 대향연이었다. 이 책은 남쪽 출신과 북쪽 출신의 지역적 갈등도 이 사건들의 조작과 과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추정한다.

6부는 한국전쟁이라는 쓰나미가 법조계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김병로 대법원장, 김갑수 내무부차관 같은 극소수의 고위직 법조인들은 비교적 빨리 피란길에 올랐다. 유병진 판사, 오제도 선우종원 검사 같은 월남민 출신들도 본증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한강을 넘었다. 피란 중에 김갑수, 오제도는 '비상사태하의 범죄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과 그 '처리요령'을 만들어 부역자 처벌을 준비했다.

7부는 이른바 '이법회'또는 '의볍회' 문제를 발굴함으로써 초창기 법조계 5년의 역사가 오늘에 끼친 영향을 설명한다. 1945년 해방 당일에 시행 중이었던 조선변호사시험의 응시자들은 일본의 항복으로 시험을 끝마치지 못했다. 4일간 치러질 예정이었던 시험이 2일차 정오의 항복방송과 함께 중단되고 일본인 시험관들이 사라져버린 까닭이었다. 응시자들은 궁지에 몰린 일본인 시험위원회를 압박해 합격증을 받아냈다. 응시사실만 있으면 모두 합격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성된 이법회 구성원들은 해방후 각종 시험에서 필기시험을 면제받아 초창기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인력풀이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법회 구성원들이 그경력을 감췄기 때문에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조직이었다.

 

프롤로그만 간단하게 적어도 많은 분량이다.1932년도 월급에 대한 대목만 옮겨 보았다.

 

국내 독립운동이 혹한기를 맞아 지하로 들어간 대신, 경성을 중심으로 '모던'의 시대가 꽃피기 시작했다. 1932년 4월 경성제대를 졸업한 김영재는 일단 취업부터 해야 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재학시절에 이미 결혼한 김영재에게는 아내와 아들이 딸려 있었다. 화려한 학벌이었지만 대공황 직후의 조선에서는 그럴듯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그해 5월 15일 김영재가 찾아 들어간 직장은 경기도청이었다. 월급 65원을 받는 '고원(雇員)' 자리였다. 관청에서 임금을 받고 사무를 돕는 고원으로 일하다보면 판임관에 해당하는 '속(屬)'이 될 수 있었고 오래 근무하면 고등관 승진도 가능했다.

 

실제로 경성 제대의 많은 졸업생들의 법원의 서기나 지방관청의 하급관료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20년대에는 관립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하급관료인 판임관이 될 수 있었지만, 1930년대에는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행정부로 갈 경우에는 고원부터 시작해야 했다. 똑같은 고원이라도 학력에 따라서 초임월급이 달랐기 때문에 경성제대 출신 김영재가 받은 65원은 동일직급에서 최고수준이었다. 중등학교를졸업한 조선인의 고원초봉은 30원, 전문학교를 졸업한 조선인은 40원, 일본의 사립대를 졸업한 조선인은 45원에 불과했다. 월급 65원의 경기도청 고원은 당시 조선 상황에서 결코 나쁜 자리가 아니었다. p4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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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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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가키야 미우 작품을 좋아한다. 몇 권 읽어봤는데 이 책은 70세가 되면 모든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가상을 설정했지만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를 생각해보았다. 7년 남았구나.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작품이다.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된 후로는 법안이 시행되는 2년 후면, 70세 이상 어르신은 모두 죽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이 나라의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되었다.

 

소설의 주인공 도요코 가족도 예외는 없다. 도요코는 시어머니 병 수발을 들고 있다. 어머니는 뼈가 부러져 수술을 해서 다 나았지만 법안이 가결되기 전까지 몸을 일으키는 연습을 하다가 법안이 통과된 후로 모든 것을 내던지고 말았다. 어차피 죽을 건데, 헛수고라는 것이다.

 

도요코는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그녀의 노력과 희생은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죽어라고 수발을 들어도 시어머니는 비아냥거린다. 아들 마사키는 대학을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간지 3년 만에 그만 두었다. 쉽게 이직할 줄 알았는데 3년 째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다. 딸 모모카는 독립을 한다면서 집을 얻어 나갔다. 지금은 요양원에서 노인을 케어하는 일을 하고 있다.

 

2년 후면 남편이 정년퇴직을 한다. 어머니 말동무라도 돼주면 좋겠는데 주말이면 골프 치러 나가고 일요일은 피곤하다며 늦잠을 잔다. 지금은 퇴사를 하고 3개월 이상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한다. 그녀는 대체 가족이란 무엇일까. 아무도 나의 수고를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고 한탄하고 있다. 시누들은 집을 물려받고 싶지만 어머니를 모시는 것은 싫어한다.

 

마사키는 학생 때부터 절대 되고 싶지 않은인간상이 있었다. 나이를 먹어서도 부모님 경제력에 기대어 부모의 돌봄을 받는 남자가 되지 말자였는데 그 전형적인 인간이 될 줄은 몰랐다.

 

시어머니는 침대에 누워 천장만 쳐다보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이렇게 고독하고 괴로운 것인줄 미쳐 몰랐다. 후미코라는 친구가 놀러와서 이면 법안이라는 것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도쿄만 해도 10만 명이 등록을 했다. 이면 법안에 등록을 하면 죽지 않는 것인가보다. 모든 혜택을 받지 않는 대신 무료 봉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자신은 스스로 못 일어나는 신세이니 꼼짝없이 죽겠구나 생각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연금문제도 해결되고, 노인 요양시설 역시 지금처럼 많지 않아도 되고 남은 재원을 병으로 고생하는 70세 미만과 어린이 장애인에게 돌린다는 것이다. 의료비는 물론 대학도 무상으로 다닐 수 있다고 본다.

 

도요코는 친구 아이코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아들에게 부담을 준 것은 아니었나 생각했다. 성적이든 진학에서든 기대 이상을 보여주어 놀라게 했는데 정말 바라는 것은 아들이 즐겁게 사는 것이다. 도요코는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들고 가출을 하게 된다. 가정에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남편, 집 밖에도 못 나가게 하는 시어머니, 집을 나가서 독립하지 않는 아들, 집안일에 관심이 없는 딸, 다들 정신 좀 차리라고 해야 한다.

 

모모카는 엄마가 가출한 것은 자신이 도와주지 못해서 그렇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들을 가부장적으로 키워서 그렇고 딸에게만 의지하려고 했다. 멀리 사는 고모에게, 여행중인 아빠에게 전화를 하게 된다. 과연 도요코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70세 사망법안 덕분에 국민들은 마음의 준비와 각오를 하게 되었다. 최저임금도 대폭 올릴 것이고, 파견 노동자와 시급제 노동자의 임금이 대폭 상승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낳는다. 고령 인구에 대한 의료와 복지로 막대한 비용이 지출된다. 젊은이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채다.

 

새로운 길을 선택한 도요코와 그녀의 부재 속에서 익숙한 틀을 벗고 각자의 삶을 마주하는 가족들 [70세 사망법안, 가결]은 극단적인 설정 속에 삶의 임계점을 지나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이 소설은 오늘날의 우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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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 너의 별은 특서 청소년문학 42
하은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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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 너의 별은]은 미래 사회에 내재한 다름에 대한 차별, 편견에 맞서 숨은 진실을 쫓는 청소년 SF소설이다. 서로 다른 얼굴과 목소리가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 그려내며, 다름의 세상 속에 꼭 필요한 것은 이해와 수용을 넘어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기 위한 굳센 용기라는 것을 전하고 있다.

 

소설은 타르칸 제국의 비위를 거슬리게 했다는 이유로 지구로 망명하게 된 아르파라인 무용수 알마는 집에 침입한 클론을 살해한 혐의로 감금실에 수감되었다. 외계인 범죄관리국 경찰 시오와 친구 윤설은 알마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서 국장은 시오에게 사건에서 빠지고 30년 전 행방불명된 우주연방 지구친선 외교대사의 딸 홍아라를 찾으라는 것이다.

 

지구에는 500만 명의 외계인들이 정착해 있다. 요근래 살인사건의 피의자들은 클론이 대부분이었는데 누군가가 클론을 사주해 알마를 죽이려고 한 걸까 의문은 깊어갔다. 피해자 사인은 꽃병으로 내리쳐 후두부 타박상이 아니라 다른거였다. 파욜라 증후군이라는 병인데, 심장이 까맣게 굳어서 죽는 병이라고 한다.

 

어릴 적 다녀온 우주여행에서 어른이 되면 지구에 정착한 외계인을 위해 살기로 마음먹었다는 전하린 센터장을 만나러 갔다. 윤설은 스크린에 비친 홀로그램을 보았다. 발크란 행성인들이 잔인한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구에 보낸다. 30년 전, 외교대사는 발크란 행성을 방문하였고 동행한 딸 앞에서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했다. 여자아이는 얼굴이 찢어지는 고통을 당하고 지구로 돌아왔고 성인이 될 때까지 친척집에서 보냈다고 들었다.

 

아르파라 행성에서 소미르는 알마와 단짝이었다. 지구에 온 뒤 소미르는 춤에만 몰두했다. 둘은 타르칸 제국을 증오했다. 그들 때문에 머나먼 행성에서 이방인으로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시오의 아버지는 경찰이었는데 마약범들을 소탕하다 그들의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 마약상들이 파는 마약은 지구에 없는 물건이었고 미나바르 행성에서 자라는 식물에서 원료를 채취했다.

 

알마는 이번 공연을 꼭 해야 한다. 고향 아르파라 행성에 대한 춤을 출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정당방위로 풀려난다고 해도 사람들은 알마를 살인마 취급했다. 외계인을 향한 좋지 않은 평판 때문이었다.

 

지구인들 중에는 너처럼 좋은 사람들이 더 많겠지? 난 그렇게 믿고 싶어 알마가 말했다. 나와 윤설이 같은 친구들이 언제나 너와 같은 외계인들을 응원하고 있을 거야. 일부 시위대들이 눈에 띄어서 그렇지,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너희를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있다. 너희들에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왜냐하면 우리 지구인들도 언제 외계 난민이 될지 모르니까.

 

시오는 발크란 여행자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라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대전의 외숙모집 주소를 알게 된다. 아라가 자기방 벽에 사진을 잔뜩 걸어 놓았는데, 밤하늘을 찍은 사진도 몇 장 있었고, 캄캄한 밤하늘에 달이 두 개 떠 있었다고 했다. 껴안고 자던 강아지 인형에서 홍아라의 DNA가 나왔다. 시오는 전하린과 홍아라가 같은 인물일까 의심하고 있었다.

 

아르파라인들은 모두 초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알마는 그동안 초능력을 쓰지 않았지만 알마의 그때의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순하고 따듯한 품성을 지닌 그들에게 초능력은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신의 선물이었다. 알마에게 클론을 보내 습격하도록 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배후, 흔적도 없이 잠적해버린 홍아라, 어딘가 수상한 전하린. ‘그들은 왜 알마를 습격했을까? 알마를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무엇인가?

 

저자는 청소년을 만나면 이런 말을 자주 한다. 훌륭한 인격을 갖춘 어른으로 성장하고 남을 도와주라고 말한다. 공부만 잘해서,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절대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은 선한 마음과 행동에서 나온다는 걸 어느 순간 번뜩 깨달았다. 나와 다른 사람들, 성실하게 살고 있으나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야말로 천국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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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희망 수업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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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지 않은 미래,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해야 할까?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따지고 계산하고 희망은 없다며 지레짐작 포기하지 말고, 절실하게 꿈을 찾아 방황하고 부딪쳐 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 최재천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생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러 단체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번역하여 극내외 학계의 스타가 되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비롯하여 30여 권의 책을 저술하거나 번역했다.

 

모두가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이 시대에 마냥 인공지능을 거부하는 것이 맞을까? 인공지능이 우리 일자리를 뺐는 걸까? 저자는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지, 일거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할 일이 없어지면 일을 만드는 게 인간이다. 저자가 통섭이라는 단어와 개념을 우리 사회에 화두로 던진 지 20년이 되었다. 지도 교수였던 에드워드 윌슨 교수가 1998년에 쓴 <Consilience>라는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통섭이라는 그릇을 찾아냈다.

 

<최재천의 공부>라는 책을 낸 이유는 한국 학생들은 오랜 시간을 학교와 학원에서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며, 옛날 사람들보다 10, 100배 열심히 하지만 미래가 없다고 한다. 어떤 학생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20, 30년 전에 했던 교육을 그대로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교육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교육으로 망한다고 생각한다. 죽자고 하는 공부가 아니라 살자고 하는 공부가 되는 날을 꿈꾼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석사를 하던 시절, 담당 교수님이 소개해 준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면서 세상사에 대해 어려서부터 궁금해했던 것들이 가지런히 정리가 되더란다. 그 순간에 사회생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기생충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전혀 상관없는 사회생물학 분야를 공부하기로 한 것은 솔제니친의 책이 사회생물학으로 이끌어 주었다.

 

독서는 일이어야만 한다.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독서라고 하였다. 말랑말랑한 책만 읽지 말고 모르는 분야의 책과 씨름하라. 저자의 경험담으로 장담할 수 있다고 전한다. 독서를 통해 해당 분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 분야와 관련된 직업이 내 눈앞에 닥쳤을 때 겁이 덜 난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것이다. 독서는 취미로 하는 게 절대 아니다. 기획해서 책과 씨름하는 게 독서이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글도 잘 쓰고 많이 쓴다. 많이 읽은 사람의 글이 훨씬 풍성하고 질적으로도 우수하다.

 

논문을 쓰는 수업에 들어갔는데 교수님이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게 글이라고 하였다. 가르쳐준 적은 없지만 계속 반복하는데, 세 시간쯤 지나서 다시 읽으면 내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져 있는 것이다. 글을 정확하게 쓴다. 군더더기 없이 쓸 말만 쓴다. 근데 우아하기까지 하다는 교수님의 추천서도 받았다. 저자는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고 듣기에 약간 불편하면 가차 없이 집어던지고 다시 쓴다. 소리 내어 읽으면서 아무 불편 없이 글이 흘러갈 때까지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애 낳으면 얼마 주겠다가 아니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많은 변화가 교육에서 일어나고 있고, 여성이 가정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남자 직원들에게 육아휴직을 쓰게 하여 즐거움을 겪어봐야 한다.

 

인간의 최대의 적은 바로 인간이다. 이 흐름을 깨려면 자연이 공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이해하고 우리 삶에 적용해야 한다. 지구는 걱정 없다. 만신창이가 될지라도 지구는 살아남지만 인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아마 인간이 없어지면 지구는 좋아할 것이다. 앨런 와이즈먼은 <인간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 사라지면 매우 빠른 속도로 문명의 흔적이 붕괴할 것이고, 자연은 아주 빠른 속도로 회복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저자는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고, 우리 인생은 경쟁과 협력을 잘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 내 주변이 함께 성공해야 나도 성공한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 손을 잡고 가는 방법을 터득하라고 말한다.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지 불안한 이들에게 최재천 교수가 전하는 희망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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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별사
정길연 지음 / 파람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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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별사]안의에서 이별하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박지원과 한 여인의 만남과 이별을 다룬 장편 역사 소설이다. 이용후생의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작가인 연암과, 안의현으로 낙향한 과수 이은용이 화자로 나선다. 이 소설은 저자가 연암에 대한 일종의 연모의 정으로부터 시작되고, 마무리된 작품이다.

 

연암이 안의 현감으로 42개월을 재직한 사실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지 못하거나, 알고 있더라도 주목하지 않는다. 연암의 글이나 벗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제외하면, 오늘날의 함양군 안의면에 실체적 궤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까닭도 있다. 우울함은 남들이 알지 못하는 연암의 오랜 지병이다. 글감을 가다듬어 붓대를 잡을 때라야 겨우 숨 쉴 만했다.

 

무신년(1788)에 가족을 연달아 넷이나 잃었다. 아내와 형에 이어 맏딸과 큰며느리를 차례로 보내었는데 눈물을 참아야 하고 우는 소리를 삼켜야 했다. 안의현에 부임한 것은 쉰다섯 살때이다. 처숙부인 학사공을, 장인어른인 유안처사와 더불어 귀한 스승으로 모셨다. 열일고여덟 살 무렵 장인어른으로부터 맹자를 처숙부로부터 사마천의 문장을 배웠다.

 

이은용의 어머니 거처는 후원에 딸린 별서였다. 부모는 하늘이 정하는 것이나 신분은 사람이 정하지 않던가. 별실 소생이니 서출일 밖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가야금 연주를 들으며 검을 닦으시건, 찾아온 벗들에게 풍류를 자랑하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외갓댁으로 오게 되었다. 열일곱 살에 수동 참의댁 며느리로 들어갔다가 스무 살에 나왔다.

 

삼년 만에 홀몸이 되어 나오자 외할머니가 화병으로 몸져누우셨다. 할아버지 모르게 일사천리로 진행된 혼사였다. 본 마님은 언감생심 과분한 자리인줄 알라 하셨다. 신랑쪽이 서둘렀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사윗감이 병이 위증하다는 사실을...아버지는 은용이 그 댁에서 나와 살 수 있게 해주면 죽은 듯이 살겠다. 양가에 누가 되지 않도록 평생 근신하여야 할 것이니라 하였다.

 

연이은 흉작으로 백성들의 시름이 깊어지는데 축하연이라니. 이름난 기생 몇을 부를까요. 묻는 예방을 물리치고, 홀로 민망하여 [자치통감강목]을 펼쳤다가 도로 덮었다. 일상이었던 관리들의 횡령을 누구도 해치지 않고 해결하였다. 위엄은 상대의 마음속에서 절로 우러나야 힘을 발한다. 불호령을 내리고 매를 쳐 하속의 무릎을 꿇리는 상전이나 관리는 소인배다.

 

책이란 읽는 즐거움이 가장 크지만 가지런히 꽂아두고 보는 즐거움도 적지 않다. 다 읽지도 못하는 책들을 다락같이 쌓아두고 흐뭇해하는 선비들이 꽤 되는데,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까닭이다. 책을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이덕무가 드디어 책을 팔아 밥을 먹고, 그의 막역지우 유득공은 한술 더 떠 책 팔아 술을 마셨다는 내용이었다.

 

안의에 내려와서 중국 여행에서 배운 바를 시험해보고자 하였다. 일일이 손으로 하는 일은 능률이 오르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기보다 농사짓는 방법과 제도를 바꾸어 천수답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지혜와 의지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아무 사내 만날 마음 없고 있은들, 보따리 안고 밤도망할 인연이라면 모를까. 후실도 후실 나름이겠지만 내 흠이 자명하니 부당하진 않다. 과분하다면 과분하지요. 소실이든 작은집이든 첩 정은 길어야 삼년이란다. 조강지처에게 눈엣 가시일 테고 병실에 한 섬 보화가 무슨 소용에 닿겠나. 제 어머니는 별서를 벗어나지 못하였고 아니 하였으니 유폐나 다름없었다. 저 또한 안뜰로 난 중문을 함부로 넘지 못하였다.

 

둘째가 상투를 틀었는데 아내가 살아 있어 며늘아기를 함께 맞았으면 좀 좋았겠는가. 아내는 나의 부족함을 묵묵히 감당하고 메워준 여인이다. 장인과 처숙은 나를 만든 스승들이셨다. 처남 재성은 내 아우요, 평생의 지기지우다. 이번 혼사에 처남댁의 노고가 크다고 적었다.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변고가 생기면 짐승과 도적이 우글거리는 세상에 청상인 손녀딸만 남기고 가니 안타까웠을 것이다. 어느 진사 댁에서 데려가고 싶다고 해도 은용은 제 마음 제 것이라며 한 발짝도 꼼짝하지 않겠다고 한다이 책은 8년 만에 세상에 나온 결실이다. 맺고 풀어지고, 잊고 잊히고 지워지는, 소멸해가는 단심을 다룬 이야기로 읽어주면 좋겠다. [안의, 별사]에서 그 시간과 공간을 구현해보고 싶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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