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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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만 보내준다는 말에 얼른 신청을 하였다. 완성본이 아닌 가제본으로 왔는데 책을 펼쳐보고 한 번 놀랐다. 가제본에는 4부까지 실려있다. 신기하게도 읽다보니 재미도 있다. 불운했던 시대의 법조인들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 읽다가 그만 두었던 태백산맥을 완독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저자 소개: 김두식》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군법무관,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 변호사로 일했다. 코넬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LL.M.)를 취득한 후 한동대 법학부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 형사소송법, 형사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헌법의 풍경』을 비롯해 『평화의 얼굴』 『불멸의 신성가족』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불편해도 괜찮아』 『욕망해도 괜찮아』 『공부 논쟁』(공저) 등 몇권의 책을 썼다.

 

프롤로그
한국 현대사에 정통한 독자들이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나온 이름의 태반은 금시초문일 것이다. 이들은 해방을 전후한 시절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인재들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철저하게 망각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법조계만큼 종사자들의 자서전이 많은 직역도 드물다. 그러나 해방공간에 관한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적다. 좌익과 중도에 속한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으니 그나마 남아 있는기록도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좌익경력을 가지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자기 과거에 대해 철처히 함구했다.(중략)이 책은 바로 그 껄끄러운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방후 우리나라 법조 직역의 형성과정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매우 간단하다. 김영재 강중인 조평재 윤학기 백석황 이정남 같은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들은 누구였고, 일제시대 무엇을 했으며, 해방공간에서 어떤 꿈을 꾸었고, 그 꿈은 왜 좌절되었나? 초창기 혼란 속에서 만들어진 법조계의 기본틀은 우리에게 어떤 유산을 남겼나?

1부는 1937년 합격자들을 중심으로 일본 고등시험 사법과 제도를 탐구했다. 바로 제1법률가군 이야기다. 안동지역 유수의 독립운동가 가문과 친일 가문이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당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다들 빈곤한 시절이었으므로 합격자라면 누구라도 자신을 역경의 승리자로 포장하고 싶었겠지만, 객관적인 자료들을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고등시험 합격자 중에는 유난히 면장집 아들이 많다. 당시 기준으로는 사회경제적으로 최상층부에 속했다. 부잣집 출신일수록 상급학교에 진학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시대다. 재력은 거의 그대로 학력에 반영되었다. 개천에서 난 용은 허상일 뿐 실체가 아니었다.

2부는 일제시대 '이류' 법률가로 취급 받았으나 해방이후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과 함께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뼈대를 형성한 조선변호사시협 출신들의 삶을 다뤘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허헌 변호사의 인생을 살펴보았다. 판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변호사의 아버지 격이던 허헌은 해방후 좌익과 중도진영의 지도자로 변신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김일성종합대 총장 등을 지냈다. 그가 왼쪽으로 기울게 된 뿌리를 탐구하는 것은 해방공간 좌익진영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부는 해방으로조선인 법률가들에게 벼락처럼 찾아온 새로운 기회를 이야기한다. 남한을 점령한 미군정은 일본인 판검사를 재판에서 배제하고 조선인 법률가로 그 자리를 채웠다.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들과 조선변호사시험 출신들은 이른바 자격자로서 가장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미래가 보장되었던 이들의 임용과정에서 친일경력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인맥과 운이었다. 삼팔선 이북지역에서 해방을 맞이한 판검사들은 월남시기에 따라서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했다.

4부는 해방공간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던 조선공산당 등 좌익세력을 일거에 불법화시킨 1946년 5월의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을 이야기 한다. 조선정판사'위조지폐'사건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단일사건이 아니었다. 조선정판사 사건에 앞서 우리 법조계는 '김계조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김용무 대법원장, 이인 대법관 등 한민당 세력이 장악한 법원과 검찰은 첫 판검사 임용 때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았다. 오승근 판사, 백석황 검사로 대표되는 좌익 또는 중도성향의 법률가들은 '김계조 사건'을 계기로 이 상황을 바로잡고자 했다.

5부는정부수립을전후해 법조계에서 벌어진 각종 좌익 관련 사건을 다룬다. 1947년 12월 '사법기관 내의 남로당 프락치'로 구속된 남상문 홍승기 서범석 등 이른바 '적색 사법관' 사건, 1948년 10월 여순반란사건 진압의 한복판에서 군경에 학살된 순천지청 박찬길 검사 사건, 1946년 7월의 서울지방검찰청 김영재 차장검사 사건, 그해 12월의 2차 '법조프락치'사건, 1950년 3월의 이홍규 검사 사건 등은 좌익을 박멸해야 한다는 극우세력의 편집증적 집착과 권력욕구가 만들어낸 '관제 빨갱이'의 대향연이었다. 이 책은 남쪽 출신과 북쪽 출신의 지역적 갈등도 이 사건들의 조작과 과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추정한다.

6부는 한국전쟁이라는 쓰나미가 법조계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김병로 대법원장, 김갑수 내무부차관 같은 극소수의 고위직 법조인들은 비교적 빨리 피란길에 올랐다. 유병진 판사, 오제도 선우종원 검사 같은 월남민 출신들도 본증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한강을 넘었다. 피란 중에 김갑수, 오제도는 '비상사태하의 범죄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과 그 '처리요령'을 만들어 부역자 처벌을 준비했다.

7부는 이른바 '이법회'또는 '의볍회' 문제를 발굴함으로써 초창기 법조계 5년의 역사가 오늘에 끼친 영향을 설명한다. 1945년 해방 당일에 시행 중이었던 조선변호사시험의 응시자들은 일본의 항복으로 시험을 끝마치지 못했다. 4일간 치러질 예정이었던 시험이 2일차 정오의 항복방송과 함께 중단되고 일본인 시험관들이 사라져버린 까닭이었다. 응시자들은 궁지에 몰린 일본인 시험위원회를 압박해 합격증을 받아냈다. 응시사실만 있으면 모두 합격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성된 이법회 구성원들은 해방후 각종 시험에서 필기시험을 면제받아 초창기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인력풀이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법회 구성원들이 그경력을 감췄기 때문에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조직이었다.

 

프롤로그만 간단하게 적어도 많은 분량이다.1932년도 월급에 대한 대목만 옮겨 보았다.

 

국내 독립운동이 혹한기를 맞아 지하로 들어간 대신, 경성을 중심으로 '모던'의 시대가 꽃피기 시작했다. 1932년 4월 경성제대를 졸업한 김영재는 일단 취업부터 해야 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재학시절에 이미 결혼한 김영재에게는 아내와 아들이 딸려 있었다. 화려한 학벌이었지만 대공황 직후의 조선에서는 그럴듯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그해 5월 15일 김영재가 찾아 들어간 직장은 경기도청이었다. 월급 65원을 받는 '고원(雇員)' 자리였다. 관청에서 임금을 받고 사무를 돕는 고원으로 일하다보면 판임관에 해당하는 '속(屬)'이 될 수 있었고 오래 근무하면 고등관 승진도 가능했다.

 

실제로 경성 제대의 많은 졸업생들의 법원의 서기나 지방관청의 하급관료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20년대에는 관립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하급관료인 판임관이 될 수 있었지만, 1930년대에는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행정부로 갈 경우에는 고원부터 시작해야 했다. 똑같은 고원이라도 학력에 따라서 초임월급이 달랐기 때문에 경성제대 출신 김영재가 받은 65원은 동일직급에서 최고수준이었다. 중등학교를졸업한 조선인의 고원초봉은 30원, 전문학교를 졸업한 조선인은 40원, 일본의 사립대를 졸업한 조선인은 45원에 불과했다. 월급 65원의 경기도청 고원은 당시 조선 상황에서 결코 나쁜 자리가 아니었다. p4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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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호르몬 - 비만과의 전쟁에서 발견한 질병 해방과 노화 종말의 서막
조영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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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 몸을 지배하는 호르몬의 작용과 원리부터 질병과 노화를 늦추는 치료제의 탄생까지 조영민 교수가 연구, 임상 경험을 한 권에 담았다.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등이 어떤 약이길래, 일론 머스크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명인사도 체중 조절을 위해 오젬픽과 위고비를 사용한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세 약자는 모두 글루카곤유사펩티드-1이라는 장 호르몬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줄여서 ‘GLP-1’이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당뇨병 약제로 개발되었으나 메스꺼움과 구토라는 부작용 때문에 다량으로 사용하지는 못했다. 조심스럽게 용량을 늘려본 결과, 다량을 사용해도 부작용이 더 증가하지는 않았으며 심지어 놀라운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식물과 달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무한정으로 많은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외부에서 섭취한 에너지를 소화하고 저장시키는 일에도 한계가 있다. 장 호르몬 중 GLP-1, GIP가 혈당 조절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기능으로 볼 수 있다.

 

GLP-1 제제가 시상하부의 배부름 신경들이 음식을 인지할 때부터 증폭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람에게 GLP-1 제제를 주사했을 때, 음식을 인지하는 순간 음식을 삼키지도 않아도 포만감이 생긴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GLP-1 주사를 맞으면 식사 시간이 되었는데도 배고픔이 덜하고, 식사 때마다 들리는 꼬르륵소리도 잘 들리지 않게 된다. 그러나 기름진 음식을 잔뜩 먹고 나면 위장이 그득한 느낌이 불쾌할 정도로 오래 지속되고,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되어 속이 쓰리기도 하며 메스꺼움과 구토로 이어질 수도 있다.p115

 

기존에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한 약제들은 혈당 강하 기능은 우수하지만, 체중은 3~5% 정도 빠지는 수준이었다. 약제 용량을 올리면 체중이 빠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용량을 올리면 부작용으로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어려움이 있었다. GLP-1이 당뇨병 치료제에서 비만 치료제로 변신하게 된 과정이 여기에 있다. 결국 용량을 올리되,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개발한 것이다. GLP-1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식욕을 감소시키고 포만감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음식 섭취를 줄이고 체중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장 호르몬은 강력한 체중 감소를 통해 수면 무호흡 치료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파킨스병과 같은 신경계 질환에도 효과적이다. 치매 발병률을 낮출 가능성도 나타났다. 각종 중독 개선에도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기대 속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GLP-1은 식후 장에서 분비되어 혈당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이제 그만 먹으라는 포만감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이다. GLP-1은 혈중 농도가 평상시의 두 배만 되어도 혈당 조절에 탁월하다. 그러나 식욕을 억제하려면 4~5배 정도는 높은 혈중 농도에 도달해야 한다.

 

GLP-1 제제에 의한 메스꺼움과 구토는 약물의 혈중 농도가 갑자기 상승하는 것과 관련이 있으니 의사의 지시에 따라 소량부터 시작해 서서히 용량을 올려야 한다. 기름진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 그리고 개인별로 특별히 메스꺼움과 구토를 유발하는 음식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아무리 GLP-1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해도 식사때가 되면 배가 고플 것이다. 이때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은 마음 챙김’, 메타 인지적 접근이다. ‘내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또는 내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를 자각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관조적으로 관찰하고 수정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

 

식사를 할 때 탄수화물을 먼저 섭취하지 말고 샐러드나 나물 같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과 생선, 육류 등의 단백질과 지방을 함유한 음식을 먼저 섭취한 후 밥 혹은 빵을 나중에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GLP-1, GIP 분비에 효과적이고 특히 식후 혈당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슈퍼 호르몬]은 위장관 호르몬, 당뇨와 비만 치료 분야의 권위자인 조영민 교수의 20년간 임상 경험과 연구를 핵심만 골라 압축했다. 비만치료제를 넘어 노화를 극복하고 죽음을 늦출 기적의 호르몬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소개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으며, 이 책이 그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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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우즈키에게 보이는 것
아키야 린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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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진직 간호사의 체험이 묘사되어 따뜻함을 전하는 미스터리 소설로 삶과 죽음을 동시에 경험하는 요양 병동에서 간호사 우즈키에게만 보이는 것을 둘러싼 이야기다. 저자는 13년간 간호사로 일하면서 환자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품고 지내다가 간호사가 주인공인 소설을 쓰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아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간호사 우즈키는 장기 요양 병동에서 6년차 근무하고 있다. 절친의 죽음 이후, 병원에 복귀하고 얼마 되지 않아, 몸이 희미하게 비치는 낯선 사람이 환자 침대 옆에 서 있는 것을 경험한다. 환자가 죽음을 의식했을 때 나타나는 미련일지도 모른다는 감이 왔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우즈키 눈에만 보이고, 내 앞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만질 수도 없고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오오카 사토루(50, 남성) 병력: 중증 저혈당증 발병 후 무의식 상태

세키 시게오(60, 남성) 병력: 간질성 폐렴, 폐암 진단

구마노 데쓰야(42, 남성) 병력: 알코올성 간염, 간견병증, 간암 말기

고바야시 에리(38, 여성) 병력: 부비강염으로 인한 뇌염

사사야마 도요(87, 여성) 병력: 지주막하출혈 후유증으로 인한 마비

가자오카 아오이(45, 여성) 병력: 유방암 말기

 

미련은 환자가 죽음을 의식할 때 나타나는 듯싶다. 만약 내가 미련을 해소하게 되면 환자가 가슴에 박힌 응어리를 하나라도 더 없애고 편안하게 투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지나미를 떠나보낸 슬픔에서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이 세상에 남은 지나미의 응어리진 마음도 해소되는 것은 아닐까. 미련을 해소하면서 환자와 더 가까워진 기분도 갖게 되었다. 그것이 환자를 위한 일일까 안간힘을 써보는 데, 그 상황이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우즈키는 후배 간호사의 고민도 들어준다. 일하면서 자신을 우등생이라는 틀 안에 끼워 맞추어 열심히 하고 있지만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었다. 무엇이 힘든지 자신 스스로 알아낸다면 잘한 일이고, 직업의 길은 하나가 아니니까 여러 가지 길 중에서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고 말해준다.

 

병원은 여성이 많은 직장이지만 여성의 신체 리듬에 맞춰 일하고 싶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병동 근무에 결혼, 임신, 출산은 힘들 것 같아서다. 신규간호사를 프리셉티라고 부르는데 현장에서는 프리셉터의 아이라는 뜻으로 병아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프리셉터나 프리셉티의 업무, 숨을 거둔 환자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궁금증, 간호사로서의 안타까움과 그럼에도 죽음이 함께하는 삶에 대한 지극한 연민과 사랑이 잘 나타나 있어 마음이 따쓰해진다.

 

어젯밤 세상을 떠난 그 환자는 마지막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작년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 무슨 생각이었을까. 가슴이 먹먹해 온다. 저자의 말처럼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련을 남길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풍족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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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영화 레시피 - 10대의 고민, 영화가 답하다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9
김미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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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질문과 고민으로 가득 찬 10대들이 자주 고민하는 6가지 키워드로 영화를 분류하고 장르와 시대를 넘나들며 엄선한 25편의 특별한 시네마 노트다.

 

자신감이 필요할 때 알라딘, 아이 필 프리티, 위대한 쇼맨, 원더

용기가 필요할 때 빌리 엘리어트, 헬프, 옥토버 스카이, 주토피아

깨달음이 필요할 때 히든 피겨스, 아이 캔 스피크, 조커, 모던 타임즈

친구가 필요할 때 우아한 거짓말, 우리들, 포레스트 검프, 플립

위로가 필요할 때 인사이드 아웃, 월프라워, 굿 윌 헌팅, 겨울왕국

미래의 꿈이 필요할 때 변호인, 파이널리스트, 그래비티, 스포트라이트, 아이 로봇 등 25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주인공 중학생 준희는 친구 관계, 외모, 자신감, 미래 등 고민들로 힘들어하던 때, 우연히 알게 된 마녀 언니를 통해 영화를 접하게 된다. 마녀 언니는 편의점에서 일 하면서 영화를 보고 있다. 시간 죽이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것처럼 영화를 본다고 했다. 영화들을 보면서 자신만의 해답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준희에게 노답 쭈구리라고 놀리는 애들은 가진 건 뭘까? 그냥 어쩌다 보니 갖고 태어나는 것들인데 이런 것들을 못 가지면 가진 게 없는 거야? <아이 필 프리티>의 르네가 했던 말처럼 당당하게 대꾸해 주는 거라고 한다.




가족들마저 내 꿈을 응원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원망하거나 지레 절망할 필요는 없다. 가족들도 다 저마다 견해가 다르니까 갈등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나름대로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죽고 싶을 만큼 절망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비관할 게 성적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절망을 맞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 달라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사느냐는 절망을 대하는 태도가 변수가 되는 것이다.

 

우정은 그저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어서 오랜 시간 서로 알고 지내면서 오해도 하고, 갈등도 겪고, 상처를 주기도 하고, 돌아서기도 하고, 또 다시 만나면서 오랜 시간 기억을 함께 쌓아 올리는 것이다.

 

무언가를 바라볼 때 자신의 눈을 믿지 말고 마음을 믿어라. 눈은 보이는 것만 보지만 마음은 아름다움을 담는다. 눈으로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 마음에 담아서 아름다운 사람을 찾아야 한다. 진짜 무지개처럼 빛나는 사람 말이다. 준희는 이처럼 마녀 언니 앞에서는 마음 속에 있는 말도 털어놓을 수 있다.





마녀 언니는 중학교 때 사고로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데도 친구는 지금까지 자신도 모르는 상처가 남아서 현재진행형으로 곪아 가고 있었다. 상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자신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영화는 깨달음을 주는 좋은 스승이 되기도 하고 상처를 위로하는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를 배웠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가르침을 발견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청소년, 모든 사람들이 영화 레시피를 따라 보다 보면 고민도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삶의 모든 고민에는 정답이라는 것은 없지만 오로지 요리하는 당사자인 나의 몫이다. 이 영화들이 삶의 서로 다른 고민들에 사로잡혔던 내게 그랬던 것처럼 독자들도 그런 소중한 깨달음의 순간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작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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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엄마, 여든 아들 - 장수 박사 아들과 백세 노모의 가슴 따뜻한 동거 일기
박상철 지음 / 시공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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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내 최고의 건강·노화 전문가로 꼽히는 박상철 교수와 백세를 코앞에 둔 노모의 가슴 따뜻한 동거 일기다. 20178, 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시면서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에 손님처럼 잠시 고향 집을 다녀가던 그에게 일생일대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홀로 남은 어머니를 가까이서 모시기 위해 50년 만에 고향 광주로 귀향을 결심하였고 그렇게 아흔 살 노모와 일흔 살 아들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아버지 장례도중 입관 절차 중 아버지 수의가 낡았다는 것을 알았다. 애비가 장가올 때 입고 온 옷이라고 하셨다. 70년 동안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하고 계셨던 것이다. 저자는 월화수는 광주에서 목금토일은 서울에서 지내고, 한 달에 한두 번 대구를 찾는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머니와 같이 살기 위해 결심한 두 가지가 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머니 말씀은 무조건 들어드리겠다는 것과 어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을 자주 갖자는 결심이었다. 말동무도 되어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겠다는 약속이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일상은 새벽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5시면 일어나 목욕하고 오너라.” 어머니의 지시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두어 달 지나면서 집에서 목욕하렵니다 하자 그래도 목욕탕에서 몸을 따뜻하게 녹여야지 하면서 허락해 주셨다.

 

아침을 거르거나 간단하게 해결하던 방식에서 매일 챙겨 먹는 것이 체중이 불고 고혈압이나 혈당이 올라가는 일이 생기자 어머니는 특별한 아침을 챙겨주신다. 남순댁과 여동생에게 부담을 주는 꼴이 되어버렸다. 현역이 아닌 석좌교수이기에 일찍 출근하지 않아도 되어서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아침 드라마를 함께 보다가 출근하곤 했다.

 

어머니는 양과동 밭에 작물들을 보살피며 풀을 뽑고 거름을 주기도 하였다. 아흔다섯 넘어도 직접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풀독이 심하게 올랐지만, 병원 가기를 꺼리는 모습이 씁쓸했다. 겨울이 되면 양과동에 일이 없어지자 심심하시다고 하시면서 막걸리를 사 오게 하더니 막걸리 식초를 만드셨다. 식혜도 만들고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특별한 요리는 꼭 메모를 해두었다가 직접 만들어 보거나 남순댁에게 부탁해 만들게 하였다.

 

백 세가 되어도 얼마든지 수술이 가능한 백세 의료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오랫동안 치통을 앓으셨는데 일곱 개를 하고 1년 뒤 한 개를 추가하여 여덟 개의 임플란트를 하였다. 나중에 문제가 생겨 일곱 개를 추가하기도 했다. 임플란트했다고 올게쌀을 드신다고 하였다. 2년이 지나 심장 관련 정밀 검사를 해서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악화되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아흔세 살이 되신 어머니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니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시술 후 어머니의 건강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술 좋아하는 아들들에게 막걸리라도 담가주려고 애쓰셨다.

 

어머니는 광주 시내에 있는 음식점 어디를 가도 니 애비랑 가끔 왔다이라는 표현으로 지난날의 추억을 되새기며 감동을 주었다. 어머니 곁에 돌아와 이런저런 옛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이 주신 기회였고 축복이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동심에 젖게 되었고,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들을 잔잔하게 들려주셨다. 험난하고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전력투구하며 살아온 어머니의 생애는 전에는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의과대학을 마칠 즈음 진로가 고민이었는데 아버지께서는 세속적인 유혹에 빠지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고 말씀하셨다. 걱정은 가불하지 마라고 하셨다. 생화학의 길로 들어섰고, 외롭고 힘든 길이었지만 개척자가 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아버지께 새삼 감사를 올린다.

 

저자의 아버지는 아들이 환갑의 나이가 될 때까지 아침 문안 전화를 하셨다. 이제는 제가 매일 전화 올리겠습니다. 하여도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야지 하시며 너희들이 바쁜데 어디 매일 전화하겠냐? 하며 말을 끊어버렸고 30년 동안 이어온 아침 통화라고 한다. 노화의 본질을 밝히는 생명과학적 연구를 추진하는 동시에 당장 노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도 강구하려고 노력했다.

 

[백세 엄마, 여든 아들]에는 아들과 어머니가 함께 보낸 지난 7년여의 시간, 그리고 가슴 뭉클한 가족의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어머니와 한솥밥을 먹고, 나란히 앉아 TV 연속극을 보고, 함께 텃밭을 가꾸고, 꽃구경하며 가끔은 어머니의 잔소리와 꾸지람도 들으며 보내는 일상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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