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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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만 보내준다는 말에 얼른 신청을 하였다. 완성본이 아닌 가제본으로 왔는데 책을 펼쳐보고 한 번 놀랐다. 가제본에는 4부까지 실려있다. 신기하게도 읽다보니 재미도 있다. 불운했던 시대의 법조인들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 읽다가 그만 두었던 태백산맥을 완독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저자 소개: 김두식》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군법무관,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 변호사로 일했다. 코넬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LL.M.)를 취득한 후 한동대 법학부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 형사소송법, 형사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헌법의 풍경』을 비롯해 『평화의 얼굴』 『불멸의 신성가족』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불편해도 괜찮아』 『욕망해도 괜찮아』 『공부 논쟁』(공저) 등 몇권의 책을 썼다.

 

프롤로그
한국 현대사에 정통한 독자들이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나온 이름의 태반은 금시초문일 것이다. 이들은 해방을 전후한 시절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인재들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철저하게 망각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법조계만큼 종사자들의 자서전이 많은 직역도 드물다. 그러나 해방공간에 관한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적다. 좌익과 중도에 속한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으니 그나마 남아 있는기록도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좌익경력을 가지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자기 과거에 대해 철처히 함구했다.(중략)이 책은 바로 그 껄끄러운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방후 우리나라 법조 직역의 형성과정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매우 간단하다. 김영재 강중인 조평재 윤학기 백석황 이정남 같은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들은 누구였고, 일제시대 무엇을 했으며, 해방공간에서 어떤 꿈을 꾸었고, 그 꿈은 왜 좌절되었나? 초창기 혼란 속에서 만들어진 법조계의 기본틀은 우리에게 어떤 유산을 남겼나?

1부는 1937년 합격자들을 중심으로 일본 고등시험 사법과 제도를 탐구했다. 바로 제1법률가군 이야기다. 안동지역 유수의 독립운동가 가문과 친일 가문이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당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다들 빈곤한 시절이었으므로 합격자라면 누구라도 자신을 역경의 승리자로 포장하고 싶었겠지만, 객관적인 자료들을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고등시험 합격자 중에는 유난히 면장집 아들이 많다. 당시 기준으로는 사회경제적으로 최상층부에 속했다. 부잣집 출신일수록 상급학교에 진학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시대다. 재력은 거의 그대로 학력에 반영되었다. 개천에서 난 용은 허상일 뿐 실체가 아니었다.

2부는 일제시대 '이류' 법률가로 취급 받았으나 해방이후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과 함께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뼈대를 형성한 조선변호사시협 출신들의 삶을 다뤘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허헌 변호사의 인생을 살펴보았다. 판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변호사의 아버지 격이던 허헌은 해방후 좌익과 중도진영의 지도자로 변신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김일성종합대 총장 등을 지냈다. 그가 왼쪽으로 기울게 된 뿌리를 탐구하는 것은 해방공간 좌익진영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부는 해방으로조선인 법률가들에게 벼락처럼 찾아온 새로운 기회를 이야기한다. 남한을 점령한 미군정은 일본인 판검사를 재판에서 배제하고 조선인 법률가로 그 자리를 채웠다.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들과 조선변호사시험 출신들은 이른바 자격자로서 가장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미래가 보장되었던 이들의 임용과정에서 친일경력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인맥과 운이었다. 삼팔선 이북지역에서 해방을 맞이한 판검사들은 월남시기에 따라서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했다.

4부는 해방공간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던 조선공산당 등 좌익세력을 일거에 불법화시킨 1946년 5월의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을 이야기 한다. 조선정판사'위조지폐'사건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단일사건이 아니었다. 조선정판사 사건에 앞서 우리 법조계는 '김계조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김용무 대법원장, 이인 대법관 등 한민당 세력이 장악한 법원과 검찰은 첫 판검사 임용 때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았다. 오승근 판사, 백석황 검사로 대표되는 좌익 또는 중도성향의 법률가들은 '김계조 사건'을 계기로 이 상황을 바로잡고자 했다.

5부는정부수립을전후해 법조계에서 벌어진 각종 좌익 관련 사건을 다룬다. 1947년 12월 '사법기관 내의 남로당 프락치'로 구속된 남상문 홍승기 서범석 등 이른바 '적색 사법관' 사건, 1948년 10월 여순반란사건 진압의 한복판에서 군경에 학살된 순천지청 박찬길 검사 사건, 1946년 7월의 서울지방검찰청 김영재 차장검사 사건, 그해 12월의 2차 '법조프락치'사건, 1950년 3월의 이홍규 검사 사건 등은 좌익을 박멸해야 한다는 극우세력의 편집증적 집착과 권력욕구가 만들어낸 '관제 빨갱이'의 대향연이었다. 이 책은 남쪽 출신과 북쪽 출신의 지역적 갈등도 이 사건들의 조작과 과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추정한다.

6부는 한국전쟁이라는 쓰나미가 법조계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김병로 대법원장, 김갑수 내무부차관 같은 극소수의 고위직 법조인들은 비교적 빨리 피란길에 올랐다. 유병진 판사, 오제도 선우종원 검사 같은 월남민 출신들도 본증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한강을 넘었다. 피란 중에 김갑수, 오제도는 '비상사태하의 범죄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과 그 '처리요령'을 만들어 부역자 처벌을 준비했다.

7부는 이른바 '이법회'또는 '의볍회' 문제를 발굴함으로써 초창기 법조계 5년의 역사가 오늘에 끼친 영향을 설명한다. 1945년 해방 당일에 시행 중이었던 조선변호사시험의 응시자들은 일본의 항복으로 시험을 끝마치지 못했다. 4일간 치러질 예정이었던 시험이 2일차 정오의 항복방송과 함께 중단되고 일본인 시험관들이 사라져버린 까닭이었다. 응시자들은 궁지에 몰린 일본인 시험위원회를 압박해 합격증을 받아냈다. 응시사실만 있으면 모두 합격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성된 이법회 구성원들은 해방후 각종 시험에서 필기시험을 면제받아 초창기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인력풀이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법회 구성원들이 그경력을 감췄기 때문에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조직이었다.

 

프롤로그만 간단하게 적어도 많은 분량이다.1932년도 월급에 대한 대목만 옮겨 보았다.

 

국내 독립운동이 혹한기를 맞아 지하로 들어간 대신, 경성을 중심으로 '모던'의 시대가 꽃피기 시작했다. 1932년 4월 경성제대를 졸업한 김영재는 일단 취업부터 해야 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재학시절에 이미 결혼한 김영재에게는 아내와 아들이 딸려 있었다. 화려한 학벌이었지만 대공황 직후의 조선에서는 그럴듯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그해 5월 15일 김영재가 찾아 들어간 직장은 경기도청이었다. 월급 65원을 받는 '고원(雇員)' 자리였다. 관청에서 임금을 받고 사무를 돕는 고원으로 일하다보면 판임관에 해당하는 '속(屬)'이 될 수 있었고 오래 근무하면 고등관 승진도 가능했다.

 

실제로 경성 제대의 많은 졸업생들의 법원의 서기나 지방관청의 하급관료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20년대에는 관립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하급관료인 판임관이 될 수 있었지만, 1930년대에는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행정부로 갈 경우에는 고원부터 시작해야 했다. 똑같은 고원이라도 학력에 따라서 초임월급이 달랐기 때문에 경성제대 출신 김영재가 받은 65원은 동일직급에서 최고수준이었다. 중등학교를졸업한 조선인의 고원초봉은 30원, 전문학교를 졸업한 조선인은 40원, 일본의 사립대를 졸업한 조선인은 45원에 불과했다. 월급 65원의 경기도청 고원은 당시 조선 상황에서 결코 나쁜 자리가 아니었다. p4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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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vs 클래식 - 대결하는 클래식 듣기의 즐거움
김문경 지음 / 동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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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KBS 클래식 FM [생생 클래식] ‘오늘의 클래식코너에서 매일 쉽고 흥미로운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들려준 음악 해설가 김문경의 클래식 이야기. 클래식 음악의 법칙을 라이벌 대결 구도로 만들고 야구 해설처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어렸을 적, 어깨 너머로 듣게 된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을 통해 피아노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기 전 제공 되어 있는 유튜브에 월광을 먼저 들었다. 책과 연주를 보고 듣고 좋은 시간이 되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D단조 K. 466> 협주곡 1악장 시작 부분에서 오케스트라가 관습적으로 연주하는 구간을 오케스트라 제시부라고 지칭한다. 오케스트라 제시부는 오랫동안 일관된 원칙을 유지해왔는데 영화에서 처음부터 주인공을 등장시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이다. <피아노 협주곡 1>에서 <3>까지는 예전대로 오케스트라가 솔리스트의 등장을 위해 유지하다가 <피아노 협주곡 4G장조 Op.58>에 이르면 오케스트라 제시부 없이 처음부터 피아노가 연주되는 방식을 채택한다. 당대로서는 극히 기묘한 방법이었다.

 

베토벤<교향곡 7> 2악장 전곡을 들어보았다. 클래식 음악을 영화음악으로 사용하면 영화 제가사로서는 여러모로 이득이다. 음악의 주제가 마치 말하는 듯한 독특한 멜로디 유형을 사용해서 이루어진다. 총 연주 시간 80분이 넘는 말러 <교향곡 2부활’> 전체를 처음부터 다 들으려고 하지 말고 5분 남짓 되는 4악장 근원의 빛한 곡만 먼저 들어보고 곡이 좋아졌다면 나머지 악장으로 외연을 넓힐 것을 권한다. 모든 지휘자가 바짝 긴장하는 스트레타가 바로 슈만<교항곡 4> 피날레의 끝부분이다. 게네랄파우제 후에는 더 빠른 프레스토로 새롭게 시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템포의 가속이 치밀하게 설계되어야 마지막의 프레스트가 의미 있게 들린다.

 

쇼팽의 첫 스승은 아버지 친구 아달베르트 지브니라는 사람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쇼팽이 독자적 피아니즘을 구축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리스트의 첫 스승은 많은 사람들이 피아노의 길을 포기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카를 체르니다. 체르니는 열 살 때 베토벤 앞에서 피아노 소나타 비창을 연주한 후 베토벤의 제자가 되었다. 나중엔 리스트의 첫 스승으로서 어린 리스트를 연습시켜 베토벤에게 데리고 간다. 리스트의 연주를 들은 베토벤은 어린놈이 대단하군. 난폭한 아이야!” 베토벤의 직관도 대단하였다.

 

라흐마니노프는 일단 거대한 손으로 유명하며, ‘와 한 옥타브 위 를 한꺼번에 거뜬히 짚을 수 있었다. 그래서 흐마니노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라흐마니노프 때문에 오늘날 많은 피아니스트가 손가락 사이가 찢어질 듯한 중노동을 하게 되었다.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전주곡 C샵단조 Op. 3No. 2> 중간 부분은 쇼팽처럼 물 흐르듯 시작하다 점점 리스트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재빠른 양손 화음의 교차로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곡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공연을 할 수 없게 된 연주자들은 집에서 각자 연주를 했습니다. 이를 취합해 릴레이 연주로 편집한 바흐 샤콘느도 들어보세요. 각 변주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달라지기 때문에 형식미를 탐구하기에도 매우 좋습니다. () 집에서 녹음한 것을 합쳤기에 음질은 들쑥날쑥하지만 전 세계적 전염병의 창궐 속에서 연주자들이 스마트 시대의 기술을 이용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상물이라고 생각합니다.”(p296)

 

클래식 음악이 우아하고 고상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과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비교하며 호러영화 같은 오싹한 공포를 선사한다. “좀비 영화가 떠오를 정도로 으스스한 공포물 클래식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것이다.

 

음악으로 악마의 포스를 뿜어내는 리스트가 이 곡을 내버려둘리 없었다. 그가 피아노 솔로로 편곡한 <죽음의 무도>20세기에 명성을 휘날린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다시 한 번 손을 보았다. 완성한 이 곡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 피아니스트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는다. 바이올린으로 표현하는 악마성과 피아노로 구현하는 스릴감은 서로 다르면서도 엇비숫한 효과를 발휘한다.

 

음악은 우리 실생활에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깊게 파고든다. 그중에서도 죽음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음악만큼 슬픈 것도 없다. 모차르트, 베르디, 포레의 <레퀴엠> 그리고 브람스 <도이치 레퀴엠>은 그 자체로 훌륭한 감상 음악이자 필하모니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저자의 설명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저자가 설명하는 곡이나 설명하는 곡의 특정 부분을 바로 듣거나 볼 수 있게 동영상 QR코드를 함께 수록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곡을 보고 들으며 책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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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김정 지음 / 부크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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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제목에 끌리게 된다. 간절히 원하던 목표에 노력하여 가까스로 닿았지만, 한순간에 그것을 잃게 된다면 아득하고 절망적일 것이다. 이 책은 연합뉴스 TV 전 아나운서, 현 프리랜서 김정이 홀로 삶을 담대하게 펼쳐가는 이야기다.

 

저는 이제 모든 압박과 불안을 떨치고

제 행복과 자유를 찾아 떠납니다

 

저자는 서른이 되던 해에 백수가 되어 그토록 좋아하던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니 앞이 깜깜했다. 재취업을 하고 또 계약해지가 되는 과정 속에서, 직장은 없지만 직업은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이상 티비에 나오는 사람은 아니지만 원하면 언제든 볼 수 있는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면접에서 지원 동기를 묻는다.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가요’? 일반적인 답변 말고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것으로 대답했다. ‘멋져 보이니까요.’ 면접관들의 표정을 유추해보면 재미있군이라고 느끼신 듯했다. ‘합격통보를 받아냈다. 우선 주말에만 계약직으로 라디오 방송을 시작해서 팀장님과 인사를 하기 위해 회사에 나갔다. 주중에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일부러 시간을 내야 했다. ‘왜 저를 굳이 주중에 불러내셨어요. 인사는 주말에 나눠도 되잖아요!’ 간단한 인사를 위해 오늘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온 거라구 차라리 말을 하지 말보다 더한 솔직한 표정이라니. 이처럼 솔직한 이목구비를 지닌 그녀가 부당해고의 상처가 컸으리라 짐작이 간다.

 

야간 방송을 마치고 막차 버스를 놓쳐 택시를 탔다. 기사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뒤를 돌아보시며 방금 들은 목소린데?” 하며 목소리를 알아봐 준 경험은 크리스마스 선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한 기억이다. 티비 아나운서들은 출근하면 가장 먼저 분장실로 가서 메이크업과 의상을 다 갖춰 주니 편하게 출근하면 되었다. 회사의 두 번째 공개 채용이라 선배들에게도 처음 맞는 후배라 서툴렀다. 신입이라 분장실에 너무 일찍 가도 안되고 늦어도 안되는 상황도 겪는다.

 

게스트를 불러 대담을 진행할 때 남녀 앵커가 질문 하나씩을 번갈아 가며 하는데, 남자 앵커의 질문에 대답하는 동안 저자는 다음에 할 질문만 달달 외우고 있었는데 그게 조금 전 답변이어서 내 질문만 외우느라 게스트 답변을 듣지 않는 실수를 저지른다. 처음 방송을 진행하는 일은 매력적이고 하나씩 깨닫고 배우면서 점점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자신이 원하던 꿈을 이룬 회사로부터 이제 그만 나오세요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면 느끼는 감정은 뭘까. 선배들이 하나둘 일을 그만두기 시작했다. 후배들에게 항상 플랜 B’를 강조한다. 누군가는 근무하는 동안에 취집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취직과 시집을 합친 취집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충격과 씁쓸함을 잊지 못한다.

 

5년 동안 일한 회사에서 마지막 방송 날이 다가왔다. 클로징 멘트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마지막 인사를 어떻게 남겨야 할지 고민을 하다 그동안이라는 표현을 택하기로 했다. ‘뉴스를 마칩니다. 그동안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새벽 5시가 되기 전 회사 정문을 빠져나오면서 웬만하면 광화문 쪽은 다시는 오지 않기로 확실하게 다짐했다. 저자의 이런 기분 알 것도 같아 읽으면서 울컥해진다.

 

이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와 책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통을 시작했다. 외부의 사건이 아닌 내 안에서 나오는 말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진정으로 프리한프리랜서가 된 것이다. 이 책은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지나 유튜버, 선생님, 작가가 되기까지 그녀의 경험담을 통해 불안과 좌절을 이겨내고 더 단단하게 인생의 행복을 일구기 위한 용기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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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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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암살자], [증언들]로 영문학 최고의 상인 부커 상을 2회 수상하고, [시녀 이야기] [그레이스] 등 걸작을 탄생시킨 마거릿 애트우드의 [도덕적 혼란]은 같은 한 여성의 삶을 단계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연결되는 연작 소설집이다.

 

노부부의 일상은 아침 식탁에 앉으면서 시작된다. 나는 노년의 여성이고 남편의 이름은 티그이다. 과도 정부위원회 지도자가 막 죽임을 당했다고 티그는 아침에 신문을 읽으며 알려준다. 지금은 죽고 없는 고양이 드림린을 생각한다. 나쁜소식은 먼 곳에서 들려온다. 폭발, 기름 유출, 집단 학살, 기아, 그 모든 것이. 우리는 닥쳐올 경우를 대비해 알고 있어야 한다.

 

넬은 열한 살이던 여름에 뜨개질을 하며 보냈다. 어머니가 출산 예정이어서 아기 배내옷 입습을 만드는 중이었다. 여동생이 태어났다. 어머니는 손가락 하나 까닥할 필요가 없이 넬이 뜨개질을 해댔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너무 여위었다. 아기를 돌보는 것은 넬의 몫이 되었다.여동생은 너무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아이로 태어난 것이다. 넬이 할로윈을 맞아 머리 없는 기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동생은 자고 있지 않고 깨어 있었는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공포에 떨었다. 가족들은 넬이 동생을 잘 다룬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넬은 대학 진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졸업 시험에서 15점이나 차지하는 [나의 전 공작 부인]이라는 시를 무조건 통과해야 했다. 우리는 진학하지 않으면 결혼을 하거나 노처녀가 될 것이다. 최고의 영문학 교사 베시 선생님의 지도를 받았다. 어느 해 대학에서 문법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고 프리랜서 편집자가 되었다.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오언이라는 남자와 연인도 아닌 어정쩡한 사이로 지내다 헤어지게 되었다. 넬은 스스로를 차단해 버린 절대적 고독에 시달린다. 어느 날 티그와 오나 부부를 알게 되고, 원치 않던 관계를 맺게 된다.

 

넬과 티그는 시골로 달아났다. 남의 남편과 달아나다니 이 말에 놀랐다. 티그는 결혼 생활로부터 달아났다. 그들은 농장을 임대했다. 침실 세 개 중 하나는 티그의 방이었다. 넬이 사무실이나 서재로 쓸 수 있도록 남겨 두었다. 그녀는 교정 원고를 펼쳐 놓을 책상이 필요했다. 세 번째 침실에는 이층 침대가 두 개 있었다. 티그의 자녀들을 위한 것이었다. 때때로 오나가 티그와 아이들과 함께 차를 운전해서 농장으로 오기도 했다. 자유를 원했던 오나는 티그와 넬을 짝지어주고, 이혼을 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의 생활이 시작된다. 티그와 아이들은 돌아와서 편안히 둘러 앉았다. 여기서 나만 아무와도 연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단절된 느낌이 들었다.

 

오나는 돈을 더 받으려 결별 동의서를 미루고 있었고 오히려 넬이 수익을 위해 미성년인 자신의 아들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비난의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넬은 동물들을 키우면서 농장생활에 익숙해져갔다. 열한살 차이 나는 여동생 리지가 농장으로 왔다. 별 문제가 없으면 오지 않았는데 문제는 남자에 관한 것이었다. 홉스 선생은 리지가 정신 분열증을 앓고 있어 약을 처방했는데 치료하는 동안 직업을 갖거나 학교에 다니거나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없을거라고 넬과 함께 살아야 했다. 티그는 오나를 위해 집을 사주고 월세까지 내주었다. 오나는 몸이 편치 않아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한다고 집을 내놓은 상태에서 뇌졸중으로 죽고 말았다. 넬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넬은 가족 안에 뿌리 내린 과거와 마주하며 생의 황혼을 맞이한다.

 

곤충학자인 아버지와 강인한 성격의 어머니, 오빠와 어린 여동생으로 이뤄진 애트우드의 가족은 실제로 [도덕적 혼란]속의 배경과 흡사한 삶을 살았다. 도시와 오지를 오가는 생활 패턴으로 인해 열두 살까지 학교에 정규적으로 다니지 못했으나 책을 벗 삼아 고독을 이겨냈고, 열여섯 살 때부터 작가의 꿈을 꾸었다. [도덕적 혼란]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여 어디까지가 그녀의 이야기인지 짐작은 할 수 없다. 어려서는 동생을 보살펴야 했고 대학을 나와 전문직 여성이 되었지만 결혼을 하고 남편의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넬의 일생을 스냅 사진처럼 포착한 소설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고 애트우드의 다른 작품보다 여운이 길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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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 톨스토이 사상 선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창배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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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 톨스토이의 신앙은 어떤 것일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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