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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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만 보내준다는 말에 얼른 신청을 하였다. 완성본이 아닌 가제본으로 왔는데 책을 펼쳐보고 한 번 놀랐다. 가제본에는 4부까지 실려있다. 신기하게도 읽다보니 재미도 있다. 불운했던 시대의 법조인들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 읽다가 그만 두었던 태백산맥을 완독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저자 소개: 김두식》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군법무관,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 변호사로 일했다. 코넬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LL.M.)를 취득한 후 한동대 법학부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 형사소송법, 형사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헌법의 풍경』을 비롯해 『평화의 얼굴』 『불멸의 신성가족』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불편해도 괜찮아』 『욕망해도 괜찮아』 『공부 논쟁』(공저) 등 몇권의 책을 썼다.

 

프롤로그
한국 현대사에 정통한 독자들이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나온 이름의 태반은 금시초문일 것이다. 이들은 해방을 전후한 시절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인재들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철저하게 망각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법조계만큼 종사자들의 자서전이 많은 직역도 드물다. 그러나 해방공간에 관한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적다. 좌익과 중도에 속한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으니 그나마 남아 있는기록도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좌익경력을 가지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자기 과거에 대해 철처히 함구했다.(중략)이 책은 바로 그 껄끄러운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방후 우리나라 법조 직역의 형성과정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매우 간단하다. 김영재 강중인 조평재 윤학기 백석황 이정남 같은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들은 누구였고, 일제시대 무엇을 했으며, 해방공간에서 어떤 꿈을 꾸었고, 그 꿈은 왜 좌절되었나? 초창기 혼란 속에서 만들어진 법조계의 기본틀은 우리에게 어떤 유산을 남겼나?

1부는 1937년 합격자들을 중심으로 일본 고등시험 사법과 제도를 탐구했다. 바로 제1법률가군 이야기다. 안동지역 유수의 독립운동가 가문과 친일 가문이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당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다들 빈곤한 시절이었으므로 합격자라면 누구라도 자신을 역경의 승리자로 포장하고 싶었겠지만, 객관적인 자료들을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고등시험 합격자 중에는 유난히 면장집 아들이 많다. 당시 기준으로는 사회경제적으로 최상층부에 속했다. 부잣집 출신일수록 상급학교에 진학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시대다. 재력은 거의 그대로 학력에 반영되었다. 개천에서 난 용은 허상일 뿐 실체가 아니었다.

2부는 일제시대 '이류' 법률가로 취급 받았으나 해방이후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과 함께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뼈대를 형성한 조선변호사시협 출신들의 삶을 다뤘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허헌 변호사의 인생을 살펴보았다. 판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변호사의 아버지 격이던 허헌은 해방후 좌익과 중도진영의 지도자로 변신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김일성종합대 총장 등을 지냈다. 그가 왼쪽으로 기울게 된 뿌리를 탐구하는 것은 해방공간 좌익진영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부는 해방으로조선인 법률가들에게 벼락처럼 찾아온 새로운 기회를 이야기한다. 남한을 점령한 미군정은 일본인 판검사를 재판에서 배제하고 조선인 법률가로 그 자리를 채웠다.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들과 조선변호사시험 출신들은 이른바 자격자로서 가장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미래가 보장되었던 이들의 임용과정에서 친일경력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인맥과 운이었다. 삼팔선 이북지역에서 해방을 맞이한 판검사들은 월남시기에 따라서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했다.

4부는 해방공간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던 조선공산당 등 좌익세력을 일거에 불법화시킨 1946년 5월의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을 이야기 한다. 조선정판사'위조지폐'사건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단일사건이 아니었다. 조선정판사 사건에 앞서 우리 법조계는 '김계조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김용무 대법원장, 이인 대법관 등 한민당 세력이 장악한 법원과 검찰은 첫 판검사 임용 때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았다. 오승근 판사, 백석황 검사로 대표되는 좌익 또는 중도성향의 법률가들은 '김계조 사건'을 계기로 이 상황을 바로잡고자 했다.

5부는정부수립을전후해 법조계에서 벌어진 각종 좌익 관련 사건을 다룬다. 1947년 12월 '사법기관 내의 남로당 프락치'로 구속된 남상문 홍승기 서범석 등 이른바 '적색 사법관' 사건, 1948년 10월 여순반란사건 진압의 한복판에서 군경에 학살된 순천지청 박찬길 검사 사건, 1946년 7월의 서울지방검찰청 김영재 차장검사 사건, 그해 12월의 2차 '법조프락치'사건, 1950년 3월의 이홍규 검사 사건 등은 좌익을 박멸해야 한다는 극우세력의 편집증적 집착과 권력욕구가 만들어낸 '관제 빨갱이'의 대향연이었다. 이 책은 남쪽 출신과 북쪽 출신의 지역적 갈등도 이 사건들의 조작과 과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추정한다.

6부는 한국전쟁이라는 쓰나미가 법조계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김병로 대법원장, 김갑수 내무부차관 같은 극소수의 고위직 법조인들은 비교적 빨리 피란길에 올랐다. 유병진 판사, 오제도 선우종원 검사 같은 월남민 출신들도 본증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한강을 넘었다. 피란 중에 김갑수, 오제도는 '비상사태하의 범죄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과 그 '처리요령'을 만들어 부역자 처벌을 준비했다.

7부는 이른바 '이법회'또는 '의볍회' 문제를 발굴함으로써 초창기 법조계 5년의 역사가 오늘에 끼친 영향을 설명한다. 1945년 해방 당일에 시행 중이었던 조선변호사시험의 응시자들은 일본의 항복으로 시험을 끝마치지 못했다. 4일간 치러질 예정이었던 시험이 2일차 정오의 항복방송과 함께 중단되고 일본인 시험관들이 사라져버린 까닭이었다. 응시자들은 궁지에 몰린 일본인 시험위원회를 압박해 합격증을 받아냈다. 응시사실만 있으면 모두 합격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성된 이법회 구성원들은 해방후 각종 시험에서 필기시험을 면제받아 초창기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인력풀이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법회 구성원들이 그경력을 감췄기 때문에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조직이었다.

 

프롤로그만 간단하게 적어도 많은 분량이다.1932년도 월급에 대한 대목만 옮겨 보았다.

 

국내 독립운동이 혹한기를 맞아 지하로 들어간 대신, 경성을 중심으로 '모던'의 시대가 꽃피기 시작했다. 1932년 4월 경성제대를 졸업한 김영재는 일단 취업부터 해야 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재학시절에 이미 결혼한 김영재에게는 아내와 아들이 딸려 있었다. 화려한 학벌이었지만 대공황 직후의 조선에서는 그럴듯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그해 5월 15일 김영재가 찾아 들어간 직장은 경기도청이었다. 월급 65원을 받는 '고원(雇員)' 자리였다. 관청에서 임금을 받고 사무를 돕는 고원으로 일하다보면 판임관에 해당하는 '속(屬)'이 될 수 있었고 오래 근무하면 고등관 승진도 가능했다.

 

실제로 경성 제대의 많은 졸업생들의 법원의 서기나 지방관청의 하급관료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20년대에는 관립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하급관료인 판임관이 될 수 있었지만, 1930년대에는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행정부로 갈 경우에는 고원부터 시작해야 했다. 똑같은 고원이라도 학력에 따라서 초임월급이 달랐기 때문에 경성제대 출신 김영재가 받은 65원은 동일직급에서 최고수준이었다. 중등학교를졸업한 조선인의 고원초봉은 30원, 전문학교를 졸업한 조선인은 40원, 일본의 사립대를 졸업한 조선인은 45원에 불과했다. 월급 65원의 경기도청 고원은 당시 조선 상황에서 결코 나쁜 자리가 아니었다. p4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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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발 - 여섯 작가의 인생 분투기
김미옥 외 지음 / 파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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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발]은 김미옥, 하서찬, 김정배, 김승일, 박지음, 강윤미 여섯 작가의 실패를 테마로 한 에세이다. 작가들은 자신을 마이너라고 했다. 패배감에 젖은 지금 세대에게 우리의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아이디어가 반짝였고 이 책이 시작되었다.

 

저자 김미옥은 언니를 고등학교까지 졸업시켜서 동생들을 공부시킬 줄 알았는데 언니는 부자 남편을 만나 친정을 지원할 생각이었다. 결과는 가난에서 가난으로 이사를 했고 형부는 술에 취하면 언니를 때렸다. 누군가 이사할 때 트럭이 왼발 위로 지나갔다. 치료받지 못해 날이 궂은 날은 통증이 찾아온다. 제목이 된 에세이 [나의 왼발]에서 아프다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고 실패 덕분에, 세상을 좀 더 치열하고 날카롭게 보는 방법을 배웠다. 나는 좋지만 안 나가는 책들과 빛을 보지 못한 작가들, 작은 출판사의 도서들만 골라 독후감을 썼고, 낯부끄러운 명성을 얻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하서찬 작가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이비종교에 빠져 10년 넘게 연락이 없던 아빠는 클래식으로 키운 배추를 들고 찾아왔다. 20년 전 집안의 모든 돈을 들고 이단 종교집단을 미행하고, 기사를 쓰느라 인생을 허비했다. 남편 K는 비트코인과 주식에도 손을 댔다. 미수금을 끌어 썼고 결과는 처참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제테크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고 들어오면 명치가 아프다고 밤새 끙끙 앓았다. 이주 공사에 상담을 하고 정어리 통조림 공장으로 갔지만 돌아와 버렸고 빚만 남았으며 전세금을 빼서 시골로 이사했다. 돌려 받지 못하는 돈은 남편의 우울증 치료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인이자 왼손 화가(오른손잡이다)인 김정배 작가는 무명 작가로 데뷔하게 된 이야기를 건넨다. 무명작가로 자신에게 원고 청탁서를 보내게 된 후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형은 화가였는데 재능을 펼치지 못한 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형의 부재가 사무치게 느껴질 때면, 왼손으로 자화상 같은 그림을 그렸다. 왼손 그림은 치유와 자유를 주는 개인적인 여정이라고 한다.

 

김승일 시인은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 아픈 기억을 딛고 시를 쓰고 강연을 다닌다. 별을 좋아하는 학생이었고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별을 바라볼 때 어떤 시적인 현상이 생겼는데 과학이 아니고 문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영재반에 들어갈 정도였는데 수학 때문에 과학자의 꿈도 접었지만 시를 잘 쓴다는 선생님의 한 마디에 지금은 시인이 되었다. [화사한 폭력]의 공간은 이제 혼자서 아파하며 어두컴컴하게 엎드려 있는 외로운 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그 공간으로 걸어 들어와 위로를 해주었다. 시집을 읽은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받기도 한다.

 

이 책의 기획자인 박지음 작가는 [바리데기]에서 위로 딸을 다섯쯤 낳고 오빠가 태어났는데 형제를 만들어 주기 위해 저자가 태어났는데 또 딸이어서 버려질 뻔했다는 이야기다.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엄마는 여자는 남편 보필하고, 아이들 잘 키우는 주부로 거듭나라고 했다. 처음에는 어머니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저자는 엄마들의 반대가 우리를 키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반대하지 않았다면 어느 순간 작가라는 꿈을 접고 다른 사람이 되었을지 모른다고 했다.


강윤미 시인의 에세이는 상실에 관한 것이다. 섬에서 타지로 나와 여린 심성으로 시를 쓰던 저자는 육아를 통해서도 여린 마음은 나타난다.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는 마음의 빛이 차오르면 글이 쓰고 싶어진다. 쓰고 나면 홀가분해진다. 어디에 마음의 빚을 두고 와서 자꾸 홀가분해지려는 걸까. 새는 빈 곳을 어떻게 알고 날아다니는 걸까.

 

[나의 왼발]에서는 이들 모두 사적인 불행을 작가적 수련의 기회로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필진을 대표한 김미옥 저자는 실패자들은 묵묵히 살아내며 다른 이들을 지탱하고 있고 우리의 실패가 말없이 우리를 지지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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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정말로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태오 지음 / 부크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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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삶, 사람, 사랑에 지친 사람들에게 다독이는 문장들로 가득 차고 무거운 마음엔 가벼운 숨을 아픈 마음엔 다정한 말을 건네고 있는 책이다.

 

사람은 추억으로 살아간다는데 행복은 늘 어제 같고 슬픔은 늘 오늘 같다. 특별히 행복하지는 못하더라도 유난히 슬프지 않기를 바랐는데, 왜인지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들이 더 자주 찾아오는 듯하다. 그래도 언젠가는 행복이 오늘 같고 슬픔이 어제 같이 느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행복은 작고 사소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그 사람이 되어 보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의 상처에 대해 추측할 수는 있어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공감하고 이해는 것도 한계는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옆에 있어 주는 것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필요하면 따뜻하게 안아 주고, 들어 줄 이가 필요하면 귀 기울여 주고, 위로가 되어 주고 싶은 마음일 테다.

 

우리는 그저 삶이라는 짧은 여행을 하는 것 뿐인데 무엇을 위해 그리 아등바등했을까. 살면서 아쉬움은 해 본 것보다 못해 본 것에서 더 크게 남는다. 놓치고 나서 가장 후회되는 것을 한 가지 꼽으라면 단연코 사랑이라고 한다. 내가 힘들 때 정말로 필요했던 건 상투적인 말이 아니라, 곁에 있어 줄 단 한 사람이었다. 사람에게 버림받고 사람에게 상처받지만, 그럼에도 역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었다.

 

저자는 감성이 참 풍부한 사람 같다. 사랑 앞에서는 자존심 같은 거 세우지 말고 멋있고 예쁜 척만 하려 하지 말고 때로는 유치하게 바보 같게 그렇게 사랑하자고 한다. 조금 다른 면이 있더라도 비슷한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내가 됐으면 좋겠다. 나와 다른 면모가 있는 사람이라도 잘 찾아보면 나와 닮은 점이 있을 테니까.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일을 하셔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애정 결핍이 있다고 했다. 부모님이 누구보다 사랑하신다는 건 잘 알지만, 사랑한다는 걸 아는 것과 실제로 사랑받는 것은 다른 일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 노력하지 않아도 얻게 되는 것들이 있다. 주름, 소화 불량, 욕심 같은 것들이다. 부유하지는 않더라도 점점 가진 것이 많아진다. , , 사회적 지위, 체면 같은 것들이다. 사는 게 참 별것 없다. 항상 행복할 수는 없으나 힘들 때 나에게 줄 수 있는 선물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면 내려놓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글을 쓸 때도, 삶을 살아갈 때도 채워 넣는 것보다 비워 내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으니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에는 가시가 있어 결국 자신을 찌른다. 미워하는 마음은 미움의 대상에게 전해지는 것이 아닌 미워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괴롭힌다. 그 미움을 가질 필요 없이 뭐 어쩌라고?’ 하는 마음으로 넘겨 버리자.

 

저자는 학창시절 배구 선수, 복싱 선수가 되었고, 이과를 선택해 의학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되었고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살다 보면 힘든 날들이 많아 수많은 밤을 걱정으로 뒤척였고, 그런 삶이라도 붙잡고자 시작한 것이 글쓰기였다. 글이란 삶에 대한 유서이자 연서였고, 아픔이지만 치유였다고 말한다.

 

살면서 가끔 방향을 잃을 때가 있다. 틀린 길이면 되돌아가도 되고 옆길로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계속 나아간다는 것이다. 다른 방향으로도 가보고, 잠시 쉬기도 하면서 어디로든 계속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매일 행복했으면 좋겠다. 어찌 삶이 항상 행복할 수 있겠느냐마는, 틈틈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오늘보다 내일 더 당신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항상 응원한다는 저자의 말, 글들이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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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링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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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링]은 십 대의 불안과 결핍을 밀도 있게 그려낸 성장소설이다. 학교 폭력과 깨진 우정, 얽히고설킨 갈등 끝에 다다른 성장의 순간을 다정한 위로와 함께 담아냈다. 나아가 청소년의 일상적인 고민부터 학교 폭력, 딥페이크 범죄까지 예민한 사회적 이슈를 녹여냈다.

 

주인공 중학생 수채는 마음이 힘들 때마다 휘파람을 분다. 전학을 간 학교에서 미주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지만 문제아 안민수에게 학교 폭력을 당하며 마음이 피폐해져 간다.

 

아빠가 덤덤이 대형견을 분양 받으면서 아파트에서 키울 수 없어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미주가 덤덤이를 보러 놀러 왔고 비밀을 지켜 주라고 하면서 자신을 따돌리고 이상한 소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미주는 초등학생 육상을 할 때 코치의 후배이던 배구 선수의 딥페이크 피해자였다. 민수와 민수 패거리들이 미주의 비밀을 폭로하고 수채를 괴롭혔는데 오히려 미주가 폭행했다는 소문이 번져 징계를 받았다. 엄마는 미주에게 수채와 멀리하라고 부탁을 하기도 한다.

 

수채가 휘파람을 불었고 개들이 꼬리를 흔들면서 알은체했다. 휘파람이 개들하고 소통이 가능한 오래된 언어라는 것을 알았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속 얘기를 덤덤이와 나누고 휘파람은 덤덤이만이 알아듣는다. 덤덤이는 들개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어느 날 들개들을 소탕하게 되면서 모두 사살되었다.

 

민수 부모님은 민수의 강제 전학만 빼고 모든 징계사항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3개월간 학교에 나오지 못했고 봉사 활동을 받으라는 징계를 받았다. 민수 패거리 중 몇몇이 수채를 찾아와서 사과를 했다.

 

수채가 남자친구를 사귀자 엄마는 여자 꼬드기는 선수라고 소문이 났는데 왜 그런 애를 만나느냐고 간섭을 하였다. 자녀들이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엄마들 눈에는 안 들어오는지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개들의 주인이 이사를 가자 스타, 사과, 수박 정들었던 친구들이 사라지자 덤덤이는 많이 야위었다. 수진이라는 친구도 채 소장님한테 심리치료를 받고 있었다. 채 소장의 입을 통해 엄마의 귀에 들어갈까봐 상담치료자 파일 속에 수채도 있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았다.

 

우연히 미주를 만났고 비밀을 폭로한 친구는 서연이었다. 수채가 상처를 받을까봐 거리를 둔 것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입학을 하면서 무진이와 사이도 엇갈리면서 헤어지게 되었다. 그해 겨울부터 수채는 드럼을 배우면서 몰입하게 된다. 새로운 세계에 던지는 것을 두려워하던 수채에게 가장 용기 있는 일이었다.


민수가 도사견들을 데리고 와서 덤덤이와 다른 개들은 싸움이 붙었고 덤덤이는 수술을 세 번이나 하게 되었다. 민수 부모님이 와서 합의를 보자고 했다. 수채 부모님은 상종하기도 싫으니 가라고 했다. 민수 엄마는 자신이 새 엄마라고 밝히면서 민수가 버려진 도사견을 기를 정도로 정이 많은 아이인데 자기도 버려졌다는 생각에 삐뚤어지기 시작했고 인간에게 버려진 개들이 자기랑 운명이 비슷한 것 같아서 정이 갔다고 한다. 민수는 개를 통해서 복수하기로 한 것이 잘못된 생각이고 미안하다고 했다. 수채는 아무리 민수가 잘못을 빌어도 용서가 안 된다고 말했다.

 

[휘슬링] 책에 들어 있는 개들의 모든 이야기는 저자가 키우는 개들이 살아가면서 들려준 이야기라고 했다. 수채는 학교 폭력과 깨진 우정, 엄마의 강요와 오해 등으로 상처투성이지만 수채의 곁을 지키는 덤덤이와 마을을 떠도는 들개들과 마음과 위로를 받으며 성장해 간다. 개들은 친구를 배신하지 않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지해 주면서 따뜻한 혀로 눈물까지도 닦아 주는 것처럼 청소년들에게 그런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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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호르몬 - 비만과의 전쟁에서 발견한 질병 해방과 노화 종말의 서막
조영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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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 몸을 지배하는 호르몬의 작용과 원리부터 질병과 노화를 늦추는 치료제의 탄생까지 조영민 교수가 연구, 임상 경험을 한 권에 담았다.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등이 어떤 약이길래, 일론 머스크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명인사도 체중 조절을 위해 오젬픽과 위고비를 사용한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세 약자는 모두 글루카곤유사펩티드-1이라는 장 호르몬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줄여서 ‘GLP-1’이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당뇨병 약제로 개발되었으나 메스꺼움과 구토라는 부작용 때문에 다량으로 사용하지는 못했다. 조심스럽게 용량을 늘려본 결과, 다량을 사용해도 부작용이 더 증가하지는 않았으며 심지어 놀라운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식물과 달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무한정으로 많은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외부에서 섭취한 에너지를 소화하고 저장시키는 일에도 한계가 있다. 장 호르몬 중 GLP-1, GIP가 혈당 조절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기능으로 볼 수 있다.

 

GLP-1 제제가 시상하부의 배부름 신경들이 음식을 인지할 때부터 증폭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람에게 GLP-1 제제를 주사했을 때, 음식을 인지하는 순간 음식을 삼키지도 않아도 포만감이 생긴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GLP-1 주사를 맞으면 식사 시간이 되었는데도 배고픔이 덜하고, 식사 때마다 들리는 꼬르륵소리도 잘 들리지 않게 된다. 그러나 기름진 음식을 잔뜩 먹고 나면 위장이 그득한 느낌이 불쾌할 정도로 오래 지속되고,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되어 속이 쓰리기도 하며 메스꺼움과 구토로 이어질 수도 있다.p115

 

기존에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한 약제들은 혈당 강하 기능은 우수하지만, 체중은 3~5% 정도 빠지는 수준이었다. 약제 용량을 올리면 체중이 빠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용량을 올리면 부작용으로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어려움이 있었다. GLP-1이 당뇨병 치료제에서 비만 치료제로 변신하게 된 과정이 여기에 있다. 결국 용량을 올리되,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개발한 것이다. GLP-1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식욕을 감소시키고 포만감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음식 섭취를 줄이고 체중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장 호르몬은 강력한 체중 감소를 통해 수면 무호흡 치료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파킨스병과 같은 신경계 질환에도 효과적이다. 치매 발병률을 낮출 가능성도 나타났다. 각종 중독 개선에도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기대 속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GLP-1은 식후 장에서 분비되어 혈당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이제 그만 먹으라는 포만감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이다. GLP-1은 혈중 농도가 평상시의 두 배만 되어도 혈당 조절에 탁월하다. 그러나 식욕을 억제하려면 4~5배 정도는 높은 혈중 농도에 도달해야 한다.

 

GLP-1 제제에 의한 메스꺼움과 구토는 약물의 혈중 농도가 갑자기 상승하는 것과 관련이 있으니 의사의 지시에 따라 소량부터 시작해 서서히 용량을 올려야 한다. 기름진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 그리고 개인별로 특별히 메스꺼움과 구토를 유발하는 음식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아무리 GLP-1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해도 식사때가 되면 배가 고플 것이다. 이때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은 마음 챙김’, 메타 인지적 접근이다. ‘내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또는 내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를 자각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관조적으로 관찰하고 수정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

 

식사를 할 때 탄수화물을 먼저 섭취하지 말고 샐러드나 나물 같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과 생선, 육류 등의 단백질과 지방을 함유한 음식을 먼저 섭취한 후 밥 혹은 빵을 나중에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GLP-1, GIP 분비에 효과적이고 특히 식후 혈당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슈퍼 호르몬]은 위장관 호르몬, 당뇨와 비만 치료 분야의 권위자인 조영민 교수의 20년간 임상 경험과 연구를 핵심만 골라 압축했다. 비만치료제를 넘어 노화를 극복하고 죽음을 늦출 기적의 호르몬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소개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으며, 이 책이 그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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