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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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만 보내준다는 말에 얼른 신청을 하였다. 완성본이 아닌 가제본으로 왔는데 책을 펼쳐보고 한 번 놀랐다. 가제본에는 4부까지 실려있다. 신기하게도 읽다보니 재미도 있다. 불운했던 시대의 법조인들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 읽다가 그만 두었던 태백산맥을 완독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저자 소개: 김두식》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군법무관,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 변호사로 일했다. 코넬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LL.M.)를 취득한 후 한동대 법학부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 형사소송법, 형사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헌법의 풍경』을 비롯해 『평화의 얼굴』 『불멸의 신성가족』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불편해도 괜찮아』 『욕망해도 괜찮아』 『공부 논쟁』(공저) 등 몇권의 책을 썼다.

 

프롤로그
한국 현대사에 정통한 독자들이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나온 이름의 태반은 금시초문일 것이다. 이들은 해방을 전후한 시절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인재들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철저하게 망각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법조계만큼 종사자들의 자서전이 많은 직역도 드물다. 그러나 해방공간에 관한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적다. 좌익과 중도에 속한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으니 그나마 남아 있는기록도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좌익경력을 가지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자기 과거에 대해 철처히 함구했다.(중략)이 책은 바로 그 껄끄러운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방후 우리나라 법조 직역의 형성과정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매우 간단하다. 김영재 강중인 조평재 윤학기 백석황 이정남 같은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들은 누구였고, 일제시대 무엇을 했으며, 해방공간에서 어떤 꿈을 꾸었고, 그 꿈은 왜 좌절되었나? 초창기 혼란 속에서 만들어진 법조계의 기본틀은 우리에게 어떤 유산을 남겼나?

1부는 1937년 합격자들을 중심으로 일본 고등시험 사법과 제도를 탐구했다. 바로 제1법률가군 이야기다. 안동지역 유수의 독립운동가 가문과 친일 가문이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당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다들 빈곤한 시절이었으므로 합격자라면 누구라도 자신을 역경의 승리자로 포장하고 싶었겠지만, 객관적인 자료들을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고등시험 합격자 중에는 유난히 면장집 아들이 많다. 당시 기준으로는 사회경제적으로 최상층부에 속했다. 부잣집 출신일수록 상급학교에 진학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시대다. 재력은 거의 그대로 학력에 반영되었다. 개천에서 난 용은 허상일 뿐 실체가 아니었다.

2부는 일제시대 '이류' 법률가로 취급 받았으나 해방이후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과 함께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뼈대를 형성한 조선변호사시협 출신들의 삶을 다뤘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허헌 변호사의 인생을 살펴보았다. 판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변호사의 아버지 격이던 허헌은 해방후 좌익과 중도진영의 지도자로 변신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김일성종합대 총장 등을 지냈다. 그가 왼쪽으로 기울게 된 뿌리를 탐구하는 것은 해방공간 좌익진영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부는 해방으로조선인 법률가들에게 벼락처럼 찾아온 새로운 기회를 이야기한다. 남한을 점령한 미군정은 일본인 판검사를 재판에서 배제하고 조선인 법률가로 그 자리를 채웠다.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들과 조선변호사시험 출신들은 이른바 자격자로서 가장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미래가 보장되었던 이들의 임용과정에서 친일경력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인맥과 운이었다. 삼팔선 이북지역에서 해방을 맞이한 판검사들은 월남시기에 따라서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했다.

4부는 해방공간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던 조선공산당 등 좌익세력을 일거에 불법화시킨 1946년 5월의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을 이야기 한다. 조선정판사'위조지폐'사건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단일사건이 아니었다. 조선정판사 사건에 앞서 우리 법조계는 '김계조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김용무 대법원장, 이인 대법관 등 한민당 세력이 장악한 법원과 검찰은 첫 판검사 임용 때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았다. 오승근 판사, 백석황 검사로 대표되는 좌익 또는 중도성향의 법률가들은 '김계조 사건'을 계기로 이 상황을 바로잡고자 했다.

5부는정부수립을전후해 법조계에서 벌어진 각종 좌익 관련 사건을 다룬다. 1947년 12월 '사법기관 내의 남로당 프락치'로 구속된 남상문 홍승기 서범석 등 이른바 '적색 사법관' 사건, 1948년 10월 여순반란사건 진압의 한복판에서 군경에 학살된 순천지청 박찬길 검사 사건, 1946년 7월의 서울지방검찰청 김영재 차장검사 사건, 그해 12월의 2차 '법조프락치'사건, 1950년 3월의 이홍규 검사 사건 등은 좌익을 박멸해야 한다는 극우세력의 편집증적 집착과 권력욕구가 만들어낸 '관제 빨갱이'의 대향연이었다. 이 책은 남쪽 출신과 북쪽 출신의 지역적 갈등도 이 사건들의 조작과 과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추정한다.

6부는 한국전쟁이라는 쓰나미가 법조계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김병로 대법원장, 김갑수 내무부차관 같은 극소수의 고위직 법조인들은 비교적 빨리 피란길에 올랐다. 유병진 판사, 오제도 선우종원 검사 같은 월남민 출신들도 본증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한강을 넘었다. 피란 중에 김갑수, 오제도는 '비상사태하의 범죄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과 그 '처리요령'을 만들어 부역자 처벌을 준비했다.

7부는 이른바 '이법회'또는 '의볍회' 문제를 발굴함으로써 초창기 법조계 5년의 역사가 오늘에 끼친 영향을 설명한다. 1945년 해방 당일에 시행 중이었던 조선변호사시험의 응시자들은 일본의 항복으로 시험을 끝마치지 못했다. 4일간 치러질 예정이었던 시험이 2일차 정오의 항복방송과 함께 중단되고 일본인 시험관들이 사라져버린 까닭이었다. 응시자들은 궁지에 몰린 일본인 시험위원회를 압박해 합격증을 받아냈다. 응시사실만 있으면 모두 합격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성된 이법회 구성원들은 해방후 각종 시험에서 필기시험을 면제받아 초창기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인력풀이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법회 구성원들이 그경력을 감췄기 때문에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조직이었다.

 

프롤로그만 간단하게 적어도 많은 분량이다.1932년도 월급에 대한 대목만 옮겨 보았다.

 

국내 독립운동이 혹한기를 맞아 지하로 들어간 대신, 경성을 중심으로 '모던'의 시대가 꽃피기 시작했다. 1932년 4월 경성제대를 졸업한 김영재는 일단 취업부터 해야 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재학시절에 이미 결혼한 김영재에게는 아내와 아들이 딸려 있었다. 화려한 학벌이었지만 대공황 직후의 조선에서는 그럴듯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그해 5월 15일 김영재가 찾아 들어간 직장은 경기도청이었다. 월급 65원을 받는 '고원(雇員)' 자리였다. 관청에서 임금을 받고 사무를 돕는 고원으로 일하다보면 판임관에 해당하는 '속(屬)'이 될 수 있었고 오래 근무하면 고등관 승진도 가능했다.

 

실제로 경성 제대의 많은 졸업생들의 법원의 서기나 지방관청의 하급관료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20년대에는 관립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하급관료인 판임관이 될 수 있었지만, 1930년대에는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행정부로 갈 경우에는 고원부터 시작해야 했다. 똑같은 고원이라도 학력에 따라서 초임월급이 달랐기 때문에 경성제대 출신 김영재가 받은 65원은 동일직급에서 최고수준이었다. 중등학교를졸업한 조선인의 고원초봉은 30원, 전문학교를 졸업한 조선인은 40원, 일본의 사립대를 졸업한 조선인은 45원에 불과했다. 월급 65원의 경기도청 고원은 당시 조선 상황에서 결코 나쁜 자리가 아니었다. p4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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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아빠와 떠나는 민주주의와 법 여행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양지열 지음, 박유나 그림 / 특별한서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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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는 법과 관련해 펴낸 책들과 강연을 통해 청소년을 만나고 있다. JTBC 사건반장 패널로 출연하고 있는 양지열 변호사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민주주의와 법의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책의 구성은 오전, 오후 시간 변호사 아빠와 중학생 딸이 나누는 오늘의 대화와 대화 속 장소를 탐방하는 오늘의 방문으로 이루어졌다. 책은 현실의 문제를 궁금해하는 딸 민주와 변호사인 아빠의 대화를 통해 답을 찾을 수 있다.

 

첫 대화는 민주주의와 법여행이다. 정치인들은 왜 그렇게 서로 싸우기만 하는 걸까? 그분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국민에게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을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대화하고 타협하는 일을 한다. 그러는 와중에 토론이 격렬해지면 목소리를 높이고 싸우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정도가 지나치면 안되겠지만 말이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알려 주고 있는 헌법 제2장 첫 번째 조문이 제10조인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밝히고 있다.

 

헌법을 밝히고 있는 기본 원리, 기본권이 대한민국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 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헌법 재판이다. 헌법 재판소는 한옥 마을로 잘 알려진 서울 종로구 재동 북촌 입구에 있다. 헌법 재판소 별관에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다섯 가지 헌법 재판에 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그동안 헌법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국민의 삶을 바꾼 중요한 결정들은 무엇이 있는지, 다른 나라의 헌법들은 어떤지와 각종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직접 재판관이 되어 사건에 관한 판단을 해 보고, 가상을 헌법을 만들어 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대통령이라는 권력은 국민을 위해 행사되어야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그 외에도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다. 뉴스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인데 능력, 경력과 상관없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로 고위직을 차지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헌법 재판소는 정당을 자유로운 지위와 함께 공공의 지위를 함께 가지는 단체라고 정의했다. 국가 기관은 아니지만 국가에 필요한 공적인 일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에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알고 있는데 왜 그런 거냐고 물었다. 여러 주장을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가끔은 심하게 도로도 막고 시끄럽게 굴기도 하는데,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이미 만들어진 국가에서 갖춰진 제도 아래 살고 있지만 국가나 사회를 처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혹시라도 선출된 대표들이 잘못을 저질러 제도가 무너졌다면? 국민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집회의 자유는 필수적이다.

 

선거철이 돌아오는데 시험 기간과 비슷하다고 하면 이해가 쉽다. 더 많은 사람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치다보니, 유권자들은 열심히 공부해 투표라는 답안을 써내고, 어떤 후보를 뽑느냐에 따라 시험 성적이, 국민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법인은 거래의 편의를 위해서, 많은 사람과 재산으로 이루어진 회사 같은 단체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한 것이다. 법이 사람으로 여겨 준다는 뜻에서 법인이라고 하고, 권리 능력을 가지게 된다. 법인과 구별하기 위해서 사람은 자연인이라고 한다. 산속에서 혼자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부모는 자녀의 법률 행위에 동의, 취소하거나 아예 대리할 수 있다. 법적으로 자녀의 금융 거래를 부모가 대신해 주는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 자녀의 재산을 맡아 관리 할 수도 있다. 청소년 역시도 근로 기준법에 따른 보호를 받아, 청소년이 근로 계약을 체결하려면 가장 먼저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최장 근로 시간은 성인보다 적어서 하루 7시간, 일주일에 35시간을 넘을 수 없다. 임금은 성인과 똑같이 받는다. 청소년을 고용할 수 없는 업종을 정해 놓았다. 술집이나 클럽은 물론이고 PC, 노래방에서도 일할 수 없다.

 

이 책은 9장에 걸쳐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민주주의와 법의 내용을 총망라했다. 아빠와 딸이 주인공으로 만화를 삽입하여 청소년들이 민주주의와 법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청소년과 함께 성인이 읽어도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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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옥의 풍경하나 - 풍경이 사람을 품고, 사람이 풍경에 기대고
이주옥 지음 / 수필과비평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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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옥의 풍경하나]는 저자의 세상의 당신들이어 두 번째 책이다. 사람은 서로 어울려서 살아야 한다는 것, 풍경은 사람은 껴안으면서 완전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리라. ‘풍경이 사람을 품고, 사람이 풍경에 기대고글귀는 푸근한 느낌을 받는다.

 

화단에 봉선화를 뽑은 중년 여인, 들켜버렸다. 그 여인은 봉숭아 꽃물을 들이고 싶었나보다 아니면 엄마가 그리웠을까. 꽃물이 첫눈 올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을 만난다는 이야기가 남았을까 상상력이 웃음짓게 한다. 저자는 손주가 생겨 할머니가 되었다. 부모님은 당연히 증조부모가 될 것이다. 이제 막 안녕의 손짓을 배운 아이와 부모님의 헤어짐이 눈시울이 붉어지는 그림이 그려진다.

 

꽃 중에서 생기를 더하는 것은 사람 꽃? 그 중 나이 육십은 넘어 보이는 한 남자가 빨간 셔츠에 선글라스를 끼고 은빛 캐리어를 끌고 서 있다. 오랜 코로나에 가까스로 마스크 해제를 알렸지만 미세 먼지와 황사가 복병으로 다가와 여전히 입막음 신세다. 빨간색 반소매 옷을 입은 남자의 옷차림은 봄이 오고 있었나보다.

 

도로 가운데 엎어진 유모차 하나가 보였다. 유모차 옆에는 검은 비닐봉지 두세 개와 종이 봉투 한 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노인이 엎어진 유모차를 쳐다보며 허둥거리고 있었다. 넘어지는 순간을 보지 않아 알수 없지만 세워둔 유모차가 차도로 넘어졌을 것이라는 유추를 한다. 언제부턴가 노인들에게 지팡이 대신 유모차가 필수품이 됐다.

 

살다 보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마음 뿐만 아니라 몸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이 글에서 나의 엄마가 보인다. 엄마는 허리가 많이 굽으셨는데 요즘은 한발짝 떼기가 어려워 엄마의 자동차 곁에는 항상 유모차가 있었다. 그것을 밀고 마당을 가로질러 개밥을 주시기도 하고 창고에 가기도 한다. 보행기를 끌고 다니시는 엄마 마음이 짠한데 엄마의 허리를 고쳐드리고 싶은데 병원을 안 가시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지방에 다녀오는 길에 지인의 어머니를 찾아 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있다는 것에 반갑고 흥분되셨다. 그 어머니는 호주머니에서 물렁해진 바나나를 건넨다. 서울에 놀러 온 친구와 어디를 갈까 하다 길상사를 떠올렸다. 법정 스님, 백석 시인의 이름이 함께 하는 곳,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한 남자를 사랑한 여인 김영한의 이야기는 숙연한 마음을 품게 만든다고 하였다.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거리 곳곳에 흩날리는 수북한 낙엽은 봄날의 꽃 이상으로 가을을 장식한다. 환경미화원이나 경비원들은 돌아서기 바쁘게 떨어지는 낙엽을 쓸어내며 낭만은 지나가는 개나 줘버리라고 구시렁댈지도 모른다.

 

일본 벚꽃의 유래를 처음 알게 되었다. 어느 산적 두목이 여자 한 명을 보쌈하여 왔는데 그 여자는 도무지 웃지를 않았다. 산적 두목이 사람 머리 하나를 자르자 그 여자가 설핏 웃었다고 한다. 그 산적 두목은 여자가 웃는 모습을 보려고 수많은 사람의 머리를 잘랐고 참수한 머리를 나무 밑에 묻었다. 그 나무에서는 너무나 예쁜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바로 벚꽃이라는 내용이다

 

커피자판기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길다방이었다. 이제는 자판기를 설치하는 곳도 드물지만 있다고 해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커피집과 원두커피의 효능이 자판기 커피는 슬그머니 천덕꾸러기가 됐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문화인가보다.

 

지하철에 구걸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객실 안에서 구걸하는 사람은 빨리 내리라는 기관사의 멘트를 들었다. 요즘은 카드만 하나 달랑 넣고 다니기에 현금이 있다손 치더라도 얼마를 줘야 되나 고민이 된다. 저자 역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집에 돌아와 지갑을 열어보니 큰 지폐만 두 장 들어있었다. 만약 그 자리에서 지갑을 열었다가 금액 때문에 다시 닫아야 했을지 결론 내리지 못할 미묘한 헤프닝이었다.

 

이 책은 어느 곳이든 풍경이 그려진다. 특히 저자는 전철을 타면서 휴대폰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을 바라보는 게 더 재미있고 휴대폰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인 사람들의 표정들이 각양각색이라 덩달아 웃음이 나온다고 한다. 소소한 마음을 발산하며 사는 소시민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일은 어느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맛깔나기 때문이다.

@han_kwanghee님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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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인생공부 - 보고 듣고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김태현 지음, 니콜로 마키아벨리 원작 / PASCAL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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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은 16세기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정치 철학의 고전으로, 정치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중심으로 국가 통치의 현실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작품이다. 이 책은 군주론 원문에서 42가지 명제를 엄선하여 구성하였다. 마키아벨리는 정치적 복귀의 꿈을 버리지 않았고 메디치 가문의 신임을 얻기 위해 <군주론>을 집필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의심에서 시작되는 진정한 리더십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첫 번째는 목적이고 두 번째는 수단이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라는 마키아벨리의 현실주의적 정치 철학 전반을 잘 요약한 개념으로도 알 수 있다. 피렌체와 같은 작은 도시국가들이 어떻게 외세의 침략에 맞서고 내부에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던 마키아벨리는 불안정한 정치 상황을 직시하며 현실주의적 정치관을 형성했다.

 

의료 연구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동물 실험이 필요할 때, 그 실험이 동물에게 고통을 주더라도 궁극적인 목적이 인간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라면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통치자는 군중의 사랑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마키아벨리가 이야기했듯이, 현대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의 감정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연민을 느끼는 것은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군주가 성공적인 통치를 위해 사자처럼 용맹하고, 여우처럼 교활해야 한다라는 말은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군주의 덕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성공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교활함과 용맹함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경험과 지혜를 쌓고, 이를 통해 더 명확하게 세상을 보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우리가 이를 잊지 않는다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군주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로 사람을 보는 눈을 꼽았다. 군주는 훌륭한 인재들을 가까이 두고 그들의 조언을 신뢰하고,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복수는 상대가 두려워할 정도로 심하게 해야 한다. <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는 로마제국의 통치 방식을 예로 들어 군주가 새로운 영토에서 잠재적 반란 세력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영화 <대부>의 마지막 장면에서 마이클은 모든 적을 한꺼번에 제거하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완벽하게 실행한다. 그는 적들이 다시는 자신에게 복수할 기회를 얻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처리한다. 마이클은 복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만큼 무자비하게 적들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권력과 가족을 지키는 데 성공한다.

 

아무리 훌륭한 군주라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거나 여러 가지 선택지 중 가장 나은 선택지를 선택해야 할 때, 누군가 그 선택에 피해를 보거나 불만을 가지더라도 단호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는 리더십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조직이나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강력한 권력이나 방어 수단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결국 사람들의 지지와 신뢰를 얻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해병대의 리더십 문화나 마키아벨리가 칭찬한 독일, 스위스 군주들과 같이 사람들의 신뢰와 사랑을 얻는 것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교훈을 전달한다.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개인의 건강 문제나 사회적 이슈, 경제적 위기 등의 문제를 만났을 때 초기에 발견해 해결할 수 있음에도 안일한 마음으로 외면해서 더 큰 위기를 겪는 경우를 종종 보고는 한다. 새로운 군주가 정복한 영토를 안정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기존의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주민들에게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래 군주의 운명을 예측하며 <군주론>에서 운명과 능력의 개념을 통해 인간의 삶에서 예측할 수 없는 변수와 인간의 능동적 대응이 상호작용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인간이 삶에서 50%는 운명에 따라 살고 있지만, 나머지 50%는 자신의 능력과 의지에 따라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군주론 인생 공부]는 시대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군주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였다. 지금 우리는 혼란의 시기에 살고 있다. 현대인이라면 [군주론]을 읽어야 할 때이다. 이 책을 통해 마키아벨리의 통찰의 지혜를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응용하여 앞으로의 삶을 잘 혜쳐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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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십대의 질문법 - ‘질문’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진짜 지능’ 키우기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7
임재성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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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끌고 가는 삶을 살기 위해서 정답이 아닌 질문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이 책을 집필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질문에는 중요한 힘이 숨어 있다. 바로 생각하는 힘이라고 한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십대의 질문법]의 구성과 특징은 질문법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과 사례를 풍부하게 알 수 있으며, 각 챕터 첫머리마다 위대한 사상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명언을 함께 수록했다. 챕터 말미마다 생각과 삶을 바꾸는 질문 훈련을 삽입해 체계적으로 사고를 확장하고, 본문 내용을 오롯이 수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소크라테스는 질문하는 철학자였다. 사람을 만나면 질문을 던지며 상대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질문이란 바탕, 본질, 핵심, 근원,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물음이다. 질문하면 궁금한 것을 알아낼 수 있고, 본질을 찾아낼 수 있다. 질문이 없다면 근원과 본질, 핵심을 알아낼 수 없다. 인공지능 시대에 암기력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암기로는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암기력보다는 창의적인 사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인문학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 인문학 공부는 어렵다. 인간을 깊이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려면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질문이 없으면 인간을 깊이 이해할 수 없다.

 

유대인은 [탈무드]를 가지고 다니는 조국, 유대인 5,000년의 지혜, 유대인의 혼이라고 부른다. 유대인은 세 살때부터 [토라]를 암송한다. 일곱 살 때까지는 완전히 암송할 수 있어야 한다.유대 교육의 핵심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독서 능력이다. 질문하는 능력과 하브루타 교육법이 있다.

 

청소년기의 독서는 공부를 잘하기 위한 도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성적을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 독서는 반쪽짜리다. 정보가 한정된 때에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독서가 힘을 발휘했다. 이제는 지식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생각이 행동을 낳고, 행동이 습관을 넣고, 습관이 성격을 낳고, 성격은 운명을 바꾼다. 라고 사상가 에머슨의 말이다. 생각하는 힘, 생각의 깊이, 생각의 질이 좋아야 공부를 잘할 수 있고 삶도 바꿀 수 있다. 배경지식이 탄탄해야 문해력이 향상된다.

 

배경지식은 예비지식, 바탕 지식이라고 하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배경지식을 두고 한 말이다. 책도 다르지 않다. 저자는 메시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배경을 깔아 둔다. 독자의 이해를 돕고, 메시지가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한다. 고로 배경지식을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이다.

 

책을 읽을 때 질문을 하면서 읽으면 내용을 이해하고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요약은 이 시대가 원하는 꼭 필요한 능력이다. 정보는 많고 시간이 부족한 시대에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능력이다. 요약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을 정확하고 빠르게 구분해 내는 능력이다.

 

청소년기에는 어디에 관심을 두면 좋을까? 자기 삶에 대한 관심과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 세상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공부하고 책을 읽는 이유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다. 어제보다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공부를 하자. 내가 질문을 던져야 책도 삶도 세상도 답을 준다. 단순히 읽기만 하거나 열심히 살기만 해서는 지혜도 깨달음도 얻을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하는 내용이다.

 

인생의 의미를 찾고 내 삶을 살아가려면 자신부터 알아야 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 타인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며 살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낮으면 자기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행과 독서는 닮은 점이 많다는 말에 공감한다. 쉼과 충전, 재미, 만남, 배움, 생각의 전환, 사고의 깊이를 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에 암기력보다는 창의력이 살아남는다는 내용으로 청소년 뿐만이 아니라 성인들도 읽으면 좋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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