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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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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만 보내준다는 말에 얼른 신청을 하였다. 완성본이 아닌 가제본으로 왔는데 책을 펼쳐보고 한 번 놀랐다. 가제본에는 4부까지 실려있다. 신기하게도 읽다보니 재미도 있다. 불운했던 시대의 법조인들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 읽다가 그만 두었던 태백산맥을 완독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저자 소개: 김두식》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군법무관,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 변호사로 일했다. 코넬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LL.M.)를 취득한 후 한동대 법학부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 형사소송법, 형사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헌법의 풍경』을 비롯해 『평화의 얼굴』 『불멸의 신성가족』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불편해도 괜찮아』 『욕망해도 괜찮아』 『공부 논쟁』(공저) 등 몇권의 책을 썼다.

 

프롤로그
한국 현대사에 정통한 독자들이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나온 이름의 태반은 금시초문일 것이다. 이들은 해방을 전후한 시절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인재들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철저하게 망각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법조계만큼 종사자들의 자서전이 많은 직역도 드물다. 그러나 해방공간에 관한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적다. 좌익과 중도에 속한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으니 그나마 남아 있는기록도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좌익경력을 가지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자기 과거에 대해 철처히 함구했다.(중략)이 책은 바로 그 껄끄러운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방후 우리나라 법조 직역의 형성과정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매우 간단하다. 김영재 강중인 조평재 윤학기 백석황 이정남 같은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들은 누구였고, 일제시대 무엇을 했으며, 해방공간에서 어떤 꿈을 꾸었고, 그 꿈은 왜 좌절되었나? 초창기 혼란 속에서 만들어진 법조계의 기본틀은 우리에게 어떤 유산을 남겼나?

1부는 1937년 합격자들을 중심으로 일본 고등시험 사법과 제도를 탐구했다. 바로 제1법률가군 이야기다. 안동지역 유수의 독립운동가 가문과 친일 가문이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당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다들 빈곤한 시절이었으므로 합격자라면 누구라도 자신을 역경의 승리자로 포장하고 싶었겠지만, 객관적인 자료들을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고등시험 합격자 중에는 유난히 면장집 아들이 많다. 당시 기준으로는 사회경제적으로 최상층부에 속했다. 부잣집 출신일수록 상급학교에 진학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시대다. 재력은 거의 그대로 학력에 반영되었다. 개천에서 난 용은 허상일 뿐 실체가 아니었다.

2부는 일제시대 '이류' 법률가로 취급 받았으나 해방이후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과 함께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뼈대를 형성한 조선변호사시협 출신들의 삶을 다뤘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허헌 변호사의 인생을 살펴보았다. 판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변호사의 아버지 격이던 허헌은 해방후 좌익과 중도진영의 지도자로 변신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김일성종합대 총장 등을 지냈다. 그가 왼쪽으로 기울게 된 뿌리를 탐구하는 것은 해방공간 좌익진영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부는 해방으로조선인 법률가들에게 벼락처럼 찾아온 새로운 기회를 이야기한다. 남한을 점령한 미군정은 일본인 판검사를 재판에서 배제하고 조선인 법률가로 그 자리를 채웠다.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들과 조선변호사시험 출신들은 이른바 자격자로서 가장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미래가 보장되었던 이들의 임용과정에서 친일경력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인맥과 운이었다. 삼팔선 이북지역에서 해방을 맞이한 판검사들은 월남시기에 따라서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했다.

4부는 해방공간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던 조선공산당 등 좌익세력을 일거에 불법화시킨 1946년 5월의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을 이야기 한다. 조선정판사'위조지폐'사건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단일사건이 아니었다. 조선정판사 사건에 앞서 우리 법조계는 '김계조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김용무 대법원장, 이인 대법관 등 한민당 세력이 장악한 법원과 검찰은 첫 판검사 임용 때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았다. 오승근 판사, 백석황 검사로 대표되는 좌익 또는 중도성향의 법률가들은 '김계조 사건'을 계기로 이 상황을 바로잡고자 했다.

5부는정부수립을전후해 법조계에서 벌어진 각종 좌익 관련 사건을 다룬다. 1947년 12월 '사법기관 내의 남로당 프락치'로 구속된 남상문 홍승기 서범석 등 이른바 '적색 사법관' 사건, 1948년 10월 여순반란사건 진압의 한복판에서 군경에 학살된 순천지청 박찬길 검사 사건, 1946년 7월의 서울지방검찰청 김영재 차장검사 사건, 그해 12월의 2차 '법조프락치'사건, 1950년 3월의 이홍규 검사 사건 등은 좌익을 박멸해야 한다는 극우세력의 편집증적 집착과 권력욕구가 만들어낸 '관제 빨갱이'의 대향연이었다. 이 책은 남쪽 출신과 북쪽 출신의 지역적 갈등도 이 사건들의 조작과 과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추정한다.

6부는 한국전쟁이라는 쓰나미가 법조계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김병로 대법원장, 김갑수 내무부차관 같은 극소수의 고위직 법조인들은 비교적 빨리 피란길에 올랐다. 유병진 판사, 오제도 선우종원 검사 같은 월남민 출신들도 본증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한강을 넘었다. 피란 중에 김갑수, 오제도는 '비상사태하의 범죄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과 그 '처리요령'을 만들어 부역자 처벌을 준비했다.

7부는 이른바 '이법회'또는 '의볍회' 문제를 발굴함으로써 초창기 법조계 5년의 역사가 오늘에 끼친 영향을 설명한다. 1945년 해방 당일에 시행 중이었던 조선변호사시험의 응시자들은 일본의 항복으로 시험을 끝마치지 못했다. 4일간 치러질 예정이었던 시험이 2일차 정오의 항복방송과 함께 중단되고 일본인 시험관들이 사라져버린 까닭이었다. 응시자들은 궁지에 몰린 일본인 시험위원회를 압박해 합격증을 받아냈다. 응시사실만 있으면 모두 합격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성된 이법회 구성원들은 해방후 각종 시험에서 필기시험을 면제받아 초창기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인력풀이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법회 구성원들이 그경력을 감췄기 때문에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조직이었다.

 

프롤로그만 간단하게 적어도 많은 분량이다.1932년도 월급에 대한 대목만 옮겨 보았다.

 

국내 독립운동이 혹한기를 맞아 지하로 들어간 대신, 경성을 중심으로 '모던'의 시대가 꽃피기 시작했다. 1932년 4월 경성제대를 졸업한 김영재는 일단 취업부터 해야 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재학시절에 이미 결혼한 김영재에게는 아내와 아들이 딸려 있었다. 화려한 학벌이었지만 대공황 직후의 조선에서는 그럴듯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그해 5월 15일 김영재가 찾아 들어간 직장은 경기도청이었다. 월급 65원을 받는 '고원(雇員)' 자리였다. 관청에서 임금을 받고 사무를 돕는 고원으로 일하다보면 판임관에 해당하는 '속(屬)'이 될 수 있었고 오래 근무하면 고등관 승진도 가능했다.

 

실제로 경성 제대의 많은 졸업생들의 법원의 서기나 지방관청의 하급관료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20년대에는 관립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하급관료인 판임관이 될 수 있었지만, 1930년대에는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행정부로 갈 경우에는 고원부터 시작해야 했다. 똑같은 고원이라도 학력에 따라서 초임월급이 달랐기 때문에 경성제대 출신 김영재가 받은 65원은 동일직급에서 최고수준이었다. 중등학교를졸업한 조선인의 고원초봉은 30원, 전문학교를 졸업한 조선인은 40원, 일본의 사립대를 졸업한 조선인은 45원에 불과했다. 월급 65원의 경기도청 고원은 당시 조선 상황에서 결코 나쁜 자리가 아니었다. p4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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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엄마, 여든 아들 - 장수 박사 아들과 백세 노모의 가슴 따뜻한 동거 일기
박상철 지음 / 시공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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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내 최고의 건강·노화 전문가로 꼽히는 박상철 교수와 백세를 코앞에 둔 노모의 가슴 따뜻한 동거 일기다. 20178, 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시면서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에 손님처럼 잠시 고향 집을 다녀가던 그에게 일생일대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홀로 남은 어머니를 가까이서 모시기 위해 50년 만에 고향 광주로 귀향을 결심하였고 그렇게 아흔 살 노모와 일흔 살 아들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아버지 장례도중 입관 절차 중 아버지 수의가 낡았다는 것을 알았다. 애비가 장가올 때 입고 온 옷이라고 하셨다. 70년 동안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하고 계셨던 것이다. 저자는 월화수는 광주에서 목금토일은 서울에서 지내고, 한 달에 한두 번 대구를 찾는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머니와 같이 살기 위해 결심한 두 가지가 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머니 말씀은 무조건 들어드리겠다는 것과 어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을 자주 갖자는 결심이었다. 말동무도 되어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겠다는 약속이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일상은 새벽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5시면 일어나 목욕하고 오너라.” 어머니의 지시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두어 달 지나면서 집에서 목욕하렵니다 하자 그래도 목욕탕에서 몸을 따뜻하게 녹여야지 하면서 허락해 주셨다.

 

아침을 거르거나 간단하게 해결하던 방식에서 매일 챙겨 먹는 것이 체중이 불고 고혈압이나 혈당이 올라가는 일이 생기자 어머니는 특별한 아침을 챙겨주신다. 남순댁과 여동생에게 부담을 주는 꼴이 되어버렸다. 현역이 아닌 석좌교수이기에 일찍 출근하지 않아도 되어서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아침 드라마를 함께 보다가 출근하곤 했다.

 

어머니는 양과동 밭에 작물들을 보살피며 풀을 뽑고 거름을 주기도 하였다. 아흔다섯 넘어도 직접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풀독이 심하게 올랐지만, 병원 가기를 꺼리는 모습이 씁쓸했다. 겨울이 되면 양과동에 일이 없어지자 심심하시다고 하시면서 막걸리를 사 오게 하더니 막걸리 식초를 만드셨다. 식혜도 만들고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특별한 요리는 꼭 메모를 해두었다가 직접 만들어 보거나 남순댁에게 부탁해 만들게 하였다.

 

백 세가 되어도 얼마든지 수술이 가능한 백세 의료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오랫동안 치통을 앓으셨는데 일곱 개를 하고 1년 뒤 한 개를 추가하여 여덟 개의 임플란트를 하였다. 나중에 문제가 생겨 일곱 개를 추가하기도 했다. 임플란트했다고 올게쌀을 드신다고 하였다. 2년이 지나 심장 관련 정밀 검사를 해서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악화되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아흔세 살이 되신 어머니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니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시술 후 어머니의 건강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술 좋아하는 아들들에게 막걸리라도 담가주려고 애쓰셨다.

 

어머니는 광주 시내에 있는 음식점 어디를 가도 니 애비랑 가끔 왔다이라는 표현으로 지난날의 추억을 되새기며 감동을 주었다. 어머니 곁에 돌아와 이런저런 옛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이 주신 기회였고 축복이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동심에 젖게 되었고,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들을 잔잔하게 들려주셨다. 험난하고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전력투구하며 살아온 어머니의 생애는 전에는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의과대학을 마칠 즈음 진로가 고민이었는데 아버지께서는 세속적인 유혹에 빠지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고 말씀하셨다. 걱정은 가불하지 마라고 하셨다. 생화학의 길로 들어섰고, 외롭고 힘든 길이었지만 개척자가 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아버지께 새삼 감사를 올린다.

 

저자의 아버지는 아들이 환갑의 나이가 될 때까지 아침 문안 전화를 하셨다. 이제는 제가 매일 전화 올리겠습니다. 하여도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야지 하시며 너희들이 바쁜데 어디 매일 전화하겠냐? 하며 말을 끊어버렸고 30년 동안 이어온 아침 통화라고 한다. 노화의 본질을 밝히는 생명과학적 연구를 추진하는 동시에 당장 노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도 강구하려고 노력했다.

 

[백세 엄마, 여든 아들]에는 아들과 어머니가 함께 보낸 지난 7년여의 시간, 그리고 가슴 뭉클한 가족의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어머니와 한솥밥을 먹고, 나란히 앉아 TV 연속극을 보고, 함께 텃밭을 가꾸고, 꽃구경하며 가끔은 어머니의 잔소리와 꾸지람도 들으며 보내는 일상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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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
함혜리 지음 / 파람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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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함혜리는 프랑스 유학생 출신으로 파리 특파원으로 활동한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프랑스 여행이라면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그동안의 여행 기록과 코로나 이후 새로 답사한 프랑스의 예술 스팟들을 모아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꿈과 낭만의 여행지 프랑스를 예술적 감성으로 구석구석 찾아간다.

 

처음 방문하는 곳은 미술관이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퐁피두 센터에서, 주로 19세기~20세기 초 회화작품을 감상하는 코스다. 저자는 파리의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 중 파리에 올 때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 오르세 미술관이라고 하였다. 지난번에 너무 늦은 시간에 와서 잘 보지 못했던 에드바르 뭉크 전을 자세히 보고 싶었다. 동물 그림으로 유명한 여류화가 로사 보뇌를 전시도 챙겨보고 싶었다. 뭉크는 외로움과 슬픔, 죽음을 주로 다뤘는데 그의 작품에는 사랑의 감정이 자주 표현되고 있다.

 

문화의 나라답게 도서관도 정말 멋지다. 현대식 건물인 미테랑 도서관과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리슐리 외 도서관 2곳의 국립도서관이 있다. 생제르맹 지역 문화 카페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카페 드 플로르와 레되 마고가 있다. 유명한 작가들과 철학자들이 이곳에서 문학과 철학, 예술을 논했다.




남프랑스의 강렬한 태양은 와인을 자라게 하고, 그 햇살의 유혹이 이끌려 온 미술가들의 회화들을 낳았다.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는 휴양지로도 안성맞춤이니 예술가들이 중년이 되면 프로방스로 몰려온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생테밀리옹은 보르도 와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와인 브랜드이며 생산지역이다. 생테밀리옹 마을 외곽은 포도밭이 대부분이고, 그 안에 수많은 왕인 생산자들의 샤토가 있다. 와이너리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샤토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영주의 저택으로 지어진 것들이 많다.

 

님은 고대 로마제국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프랑스의 로마라고 불릴 정도로 로마 시대의 유적이 많다. 특히 님의 얼굴이라고도 불리는 메종 카레와 그 맞은편에 자리한 영국의 국보급 건축가 노먼 포스터 경이 디자인한 카레 다르 현대미술관을 가보고 싶어 님을 추가했다.

 

앙티브 피카소 미술관은 피가소가 작업실로 사용했던 꼭대기 층에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지중해는 풍광을 자랑한다. 알베르 카뮈 탄생 100주년에 맞춰 마르세유가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된 2013년 개관한 문명 박물관은 독특한 외관과 규모 등으로 마르세유를 상징하는 새로운 랜드마크중 하나로 꼽힌다. 생장 요새와 마르조 대성당 사이에 자리 잡은 이 박물관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다.

 

신체적 결함으로 성장이 멈춰 버린 화가 로트레크는 자신이 자주 다닌 몽마르트르의 술집과 사창가, 뮤직홀, 카바레를 주제로 대담한 화면 구성과 강렬한 색채로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려냈다. 로트레크는 뛰어난 요리실력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릴 때부터 풍요로운 식재료를 가지고 전통요리와 향토 음식을 많이 먹어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인 지역은 63헥타르에 달하는데 모두 다 걸어서 가볼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툴루즈-로트레크 박물관이다.



프랑스 여행에서 특별히 계획했던 것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답사였다. 르코르뷔지에는 단순히 아름답고 실용적인 건축물을 남긴 건축가가 아니라 기존의 건축 개념을 혁명적으로 전환한 혁신가였다. 건축가이면서 도시계획가, 작가, 사상가, 화가, 가구디자이너, 조각가 등 어느 한 분야에 국한할 수 없는 재능을 지닌 인물이었다. 1920년대 르코르뷔지에 건축의 출발점인 돔이노 구조는 프랑수아 앙네비크가 특허를 받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체계를 재해석한 것이다. 동선을 따라 변화는 건축적 장면, 다양한 빛의 유입, 면과 볼륨의 변화, 투명성과 불투명성의 대비 등이 건축가에 의해 기획되고 공간에 펼쳐지는 것이 건축적 산책이고, 이는 감동으로서 건축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몇 년에 걸친 저자의 예술적 여행을 기록이다. 예술 애호가라면 알아야 할 대표적인 미술관과 유적지들을 추려 정리했으며, 작품들을 찾아다니며 도시와 거리의 인상적인 풍경과 미술관에서 느끼고 마주쳤던 순간들의 기록인 것이다. 책은 재미있게 읽히며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큰 힐링이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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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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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가키야 미우 작품을 좋아한다. 몇 권 읽어봤는데 이 책은 70세가 되면 모든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가상을 설정했지만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를 생각해보았다. 7년 남았구나.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작품이다.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된 후로는 법안이 시행되는 2년 후면, 70세 이상 어르신은 모두 죽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이 나라의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되었다.

 

소설의 주인공 도요코 가족도 예외는 없다. 도요코는 시어머니 병 수발을 들고 있다. 어머니는 뼈가 부러져 수술을 해서 다 나았지만 법안이 가결되기 전까지 몸을 일으키는 연습을 하다가 법안이 통과된 후로 모든 것을 내던지고 말았다. 어차피 죽을 건데, 헛수고라는 것이다.

 

도요코는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그녀의 노력과 희생은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죽어라고 수발을 들어도 시어머니는 비아냥거린다. 아들 마사키는 대학을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간지 3년 만에 그만 두었다. 쉽게 이직할 줄 알았는데 3년 째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다. 딸 모모카는 독립을 한다면서 집을 얻어 나갔다. 지금은 요양원에서 노인을 케어하는 일을 하고 있다.

 

2년 후면 남편이 정년퇴직을 한다. 어머니 말동무라도 돼주면 좋겠는데 주말이면 골프 치러 나가고 일요일은 피곤하다며 늦잠을 잔다. 지금은 퇴사를 하고 3개월 이상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한다. 그녀는 대체 가족이란 무엇일까. 아무도 나의 수고를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고 한탄하고 있다. 시누들은 집을 물려받고 싶지만 어머니를 모시는 것은 싫어한다.

 

마사키는 학생 때부터 절대 되고 싶지 않은인간상이 있었다. 나이를 먹어서도 부모님 경제력에 기대어 부모의 돌봄을 받는 남자가 되지 말자였는데 그 전형적인 인간이 될 줄은 몰랐다.

 

시어머니는 침대에 누워 천장만 쳐다보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이렇게 고독하고 괴로운 것인줄 미쳐 몰랐다. 후미코라는 친구가 놀러와서 이면 법안이라는 것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도쿄만 해도 10만 명이 등록을 했다. 이면 법안에 등록을 하면 죽지 않는 것인가보다. 모든 혜택을 받지 않는 대신 무료 봉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자신은 스스로 못 일어나는 신세이니 꼼짝없이 죽겠구나 생각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연금문제도 해결되고, 노인 요양시설 역시 지금처럼 많지 않아도 되고 남은 재원을 병으로 고생하는 70세 미만과 어린이 장애인에게 돌린다는 것이다. 의료비는 물론 대학도 무상으로 다닐 수 있다고 본다.

 

도요코는 친구 아이코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아들에게 부담을 준 것은 아니었나 생각했다. 성적이든 진학에서든 기대 이상을 보여주어 놀라게 했는데 정말 바라는 것은 아들이 즐겁게 사는 것이다. 도요코는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들고 가출을 하게 된다. 가정에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남편, 집 밖에도 못 나가게 하는 시어머니, 집을 나가서 독립하지 않는 아들, 집안일에 관심이 없는 딸, 다들 정신 좀 차리라고 해야 한다.

 

모모카는 엄마가 가출한 것은 자신이 도와주지 못해서 그렇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들을 가부장적으로 키워서 그렇고 딸에게만 의지하려고 했다. 멀리 사는 고모에게, 여행중인 아빠에게 전화를 하게 된다. 과연 도요코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70세 사망법안 덕분에 국민들은 마음의 준비와 각오를 하게 되었다. 최저임금도 대폭 올릴 것이고, 파견 노동자와 시급제 노동자의 임금이 대폭 상승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낳는다. 고령 인구에 대한 의료와 복지로 막대한 비용이 지출된다. 젊은이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채다.

 

새로운 길을 선택한 도요코와 그녀의 부재 속에서 익숙한 틀을 벗고 각자의 삶을 마주하는 가족들 [70세 사망법안, 가결]은 극단적인 설정 속에 삶의 임계점을 지나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이 소설은 오늘날의 우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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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 너의 별은 특서 청소년문학 42
하은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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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 너의 별은]은 미래 사회에 내재한 다름에 대한 차별, 편견에 맞서 숨은 진실을 쫓는 청소년 SF소설이다. 서로 다른 얼굴과 목소리가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 그려내며, 다름의 세상 속에 꼭 필요한 것은 이해와 수용을 넘어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기 위한 굳센 용기라는 것을 전하고 있다.

 

소설은 타르칸 제국의 비위를 거슬리게 했다는 이유로 지구로 망명하게 된 아르파라인 무용수 알마는 집에 침입한 클론을 살해한 혐의로 감금실에 수감되었다. 외계인 범죄관리국 경찰 시오와 친구 윤설은 알마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서 국장은 시오에게 사건에서 빠지고 30년 전 행방불명된 우주연방 지구친선 외교대사의 딸 홍아라를 찾으라는 것이다.

 

지구에는 500만 명의 외계인들이 정착해 있다. 요근래 살인사건의 피의자들은 클론이 대부분이었는데 누군가가 클론을 사주해 알마를 죽이려고 한 걸까 의문은 깊어갔다. 피해자 사인은 꽃병으로 내리쳐 후두부 타박상이 아니라 다른거였다. 파욜라 증후군이라는 병인데, 심장이 까맣게 굳어서 죽는 병이라고 한다.

 

어릴 적 다녀온 우주여행에서 어른이 되면 지구에 정착한 외계인을 위해 살기로 마음먹었다는 전하린 센터장을 만나러 갔다. 윤설은 스크린에 비친 홀로그램을 보았다. 발크란 행성인들이 잔인한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구에 보낸다. 30년 전, 외교대사는 발크란 행성을 방문하였고 동행한 딸 앞에서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했다. 여자아이는 얼굴이 찢어지는 고통을 당하고 지구로 돌아왔고 성인이 될 때까지 친척집에서 보냈다고 들었다.

 

아르파라 행성에서 소미르는 알마와 단짝이었다. 지구에 온 뒤 소미르는 춤에만 몰두했다. 둘은 타르칸 제국을 증오했다. 그들 때문에 머나먼 행성에서 이방인으로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시오의 아버지는 경찰이었는데 마약범들을 소탕하다 그들의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 마약상들이 파는 마약은 지구에 없는 물건이었고 미나바르 행성에서 자라는 식물에서 원료를 채취했다.

 

알마는 이번 공연을 꼭 해야 한다. 고향 아르파라 행성에 대한 춤을 출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정당방위로 풀려난다고 해도 사람들은 알마를 살인마 취급했다. 외계인을 향한 좋지 않은 평판 때문이었다.

 

지구인들 중에는 너처럼 좋은 사람들이 더 많겠지? 난 그렇게 믿고 싶어 알마가 말했다. 나와 윤설이 같은 친구들이 언제나 너와 같은 외계인들을 응원하고 있을 거야. 일부 시위대들이 눈에 띄어서 그렇지,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너희를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있다. 너희들에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왜냐하면 우리 지구인들도 언제 외계 난민이 될지 모르니까.

 

시오는 발크란 여행자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라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대전의 외숙모집 주소를 알게 된다. 아라가 자기방 벽에 사진을 잔뜩 걸어 놓았는데, 밤하늘을 찍은 사진도 몇 장 있었고, 캄캄한 밤하늘에 달이 두 개 떠 있었다고 했다. 껴안고 자던 강아지 인형에서 홍아라의 DNA가 나왔다. 시오는 전하린과 홍아라가 같은 인물일까 의심하고 있었다.

 

아르파라인들은 모두 초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알마는 그동안 초능력을 쓰지 않았지만 알마의 그때의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순하고 따듯한 품성을 지닌 그들에게 초능력은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신의 선물이었다. 알마에게 클론을 보내 습격하도록 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배후, 흔적도 없이 잠적해버린 홍아라, 어딘가 수상한 전하린. ‘그들은 왜 알마를 습격했을까? 알마를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무엇인가?

 

저자는 청소년을 만나면 이런 말을 자주 한다. 훌륭한 인격을 갖춘 어른으로 성장하고 남을 도와주라고 말한다. 공부만 잘해서,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절대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은 선한 마음과 행동에서 나온다는 걸 어느 순간 번뜩 깨달았다. 나와 다른 사람들, 성실하게 살고 있으나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야말로 천국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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