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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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만 보내준다는 말에 얼른 신청을 하였다. 완성본이 아닌 가제본으로 왔는데 책을 펼쳐보고 한 번 놀랐다. 가제본에는 4부까지 실려있다. 신기하게도 읽다보니 재미도 있다. 불운했던 시대의 법조인들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 읽다가 그만 두었던 태백산맥을 완독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저자 소개: 김두식》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군법무관,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 변호사로 일했다. 코넬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LL.M.)를 취득한 후 한동대 법학부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 형사소송법, 형사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헌법의 풍경』을 비롯해 『평화의 얼굴』 『불멸의 신성가족』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불편해도 괜찮아』 『욕망해도 괜찮아』 『공부 논쟁』(공저) 등 몇권의 책을 썼다.

 

프롤로그
한국 현대사에 정통한 독자들이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나온 이름의 태반은 금시초문일 것이다. 이들은 해방을 전후한 시절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인재들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철저하게 망각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법조계만큼 종사자들의 자서전이 많은 직역도 드물다. 그러나 해방공간에 관한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적다. 좌익과 중도에 속한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으니 그나마 남아 있는기록도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좌익경력을 가지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자기 과거에 대해 철처히 함구했다.(중략)이 책은 바로 그 껄끄러운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방후 우리나라 법조 직역의 형성과정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매우 간단하다. 김영재 강중인 조평재 윤학기 백석황 이정남 같은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들은 누구였고, 일제시대 무엇을 했으며, 해방공간에서 어떤 꿈을 꾸었고, 그 꿈은 왜 좌절되었나? 초창기 혼란 속에서 만들어진 법조계의 기본틀은 우리에게 어떤 유산을 남겼나?

1부는 1937년 합격자들을 중심으로 일본 고등시험 사법과 제도를 탐구했다. 바로 제1법률가군 이야기다. 안동지역 유수의 독립운동가 가문과 친일 가문이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당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다들 빈곤한 시절이었으므로 합격자라면 누구라도 자신을 역경의 승리자로 포장하고 싶었겠지만, 객관적인 자료들을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고등시험 합격자 중에는 유난히 면장집 아들이 많다. 당시 기준으로는 사회경제적으로 최상층부에 속했다. 부잣집 출신일수록 상급학교에 진학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시대다. 재력은 거의 그대로 학력에 반영되었다. 개천에서 난 용은 허상일 뿐 실체가 아니었다.

2부는 일제시대 '이류' 법률가로 취급 받았으나 해방이후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과 함께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뼈대를 형성한 조선변호사시협 출신들의 삶을 다뤘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허헌 변호사의 인생을 살펴보았다. 판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변호사의 아버지 격이던 허헌은 해방후 좌익과 중도진영의 지도자로 변신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김일성종합대 총장 등을 지냈다. 그가 왼쪽으로 기울게 된 뿌리를 탐구하는 것은 해방공간 좌익진영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부는 해방으로조선인 법률가들에게 벼락처럼 찾아온 새로운 기회를 이야기한다. 남한을 점령한 미군정은 일본인 판검사를 재판에서 배제하고 조선인 법률가로 그 자리를 채웠다.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들과 조선변호사시험 출신들은 이른바 자격자로서 가장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미래가 보장되었던 이들의 임용과정에서 친일경력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인맥과 운이었다. 삼팔선 이북지역에서 해방을 맞이한 판검사들은 월남시기에 따라서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했다.

4부는 해방공간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던 조선공산당 등 좌익세력을 일거에 불법화시킨 1946년 5월의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을 이야기 한다. 조선정판사'위조지폐'사건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단일사건이 아니었다. 조선정판사 사건에 앞서 우리 법조계는 '김계조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김용무 대법원장, 이인 대법관 등 한민당 세력이 장악한 법원과 검찰은 첫 판검사 임용 때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았다. 오승근 판사, 백석황 검사로 대표되는 좌익 또는 중도성향의 법률가들은 '김계조 사건'을 계기로 이 상황을 바로잡고자 했다.

5부는정부수립을전후해 법조계에서 벌어진 각종 좌익 관련 사건을 다룬다. 1947년 12월 '사법기관 내의 남로당 프락치'로 구속된 남상문 홍승기 서범석 등 이른바 '적색 사법관' 사건, 1948년 10월 여순반란사건 진압의 한복판에서 군경에 학살된 순천지청 박찬길 검사 사건, 1946년 7월의 서울지방검찰청 김영재 차장검사 사건, 그해 12월의 2차 '법조프락치'사건, 1950년 3월의 이홍규 검사 사건 등은 좌익을 박멸해야 한다는 극우세력의 편집증적 집착과 권력욕구가 만들어낸 '관제 빨갱이'의 대향연이었다. 이 책은 남쪽 출신과 북쪽 출신의 지역적 갈등도 이 사건들의 조작과 과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추정한다.

6부는 한국전쟁이라는 쓰나미가 법조계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김병로 대법원장, 김갑수 내무부차관 같은 극소수의 고위직 법조인들은 비교적 빨리 피란길에 올랐다. 유병진 판사, 오제도 선우종원 검사 같은 월남민 출신들도 본증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한강을 넘었다. 피란 중에 김갑수, 오제도는 '비상사태하의 범죄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과 그 '처리요령'을 만들어 부역자 처벌을 준비했다.

7부는 이른바 '이법회'또는 '의볍회' 문제를 발굴함으로써 초창기 법조계 5년의 역사가 오늘에 끼친 영향을 설명한다. 1945년 해방 당일에 시행 중이었던 조선변호사시험의 응시자들은 일본의 항복으로 시험을 끝마치지 못했다. 4일간 치러질 예정이었던 시험이 2일차 정오의 항복방송과 함께 중단되고 일본인 시험관들이 사라져버린 까닭이었다. 응시자들은 궁지에 몰린 일본인 시험위원회를 압박해 합격증을 받아냈다. 응시사실만 있으면 모두 합격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성된 이법회 구성원들은 해방후 각종 시험에서 필기시험을 면제받아 초창기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인력풀이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법회 구성원들이 그경력을 감췄기 때문에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조직이었다.

 

프롤로그만 간단하게 적어도 많은 분량이다.1932년도 월급에 대한 대목만 옮겨 보았다.

 

국내 독립운동이 혹한기를 맞아 지하로 들어간 대신, 경성을 중심으로 '모던'의 시대가 꽃피기 시작했다. 1932년 4월 경성제대를 졸업한 김영재는 일단 취업부터 해야 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재학시절에 이미 결혼한 김영재에게는 아내와 아들이 딸려 있었다. 화려한 학벌이었지만 대공황 직후의 조선에서는 그럴듯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그해 5월 15일 김영재가 찾아 들어간 직장은 경기도청이었다. 월급 65원을 받는 '고원(雇員)' 자리였다. 관청에서 임금을 받고 사무를 돕는 고원으로 일하다보면 판임관에 해당하는 '속(屬)'이 될 수 있었고 오래 근무하면 고등관 승진도 가능했다.

 

실제로 경성 제대의 많은 졸업생들의 법원의 서기나 지방관청의 하급관료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20년대에는 관립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하급관료인 판임관이 될 수 있었지만, 1930년대에는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행정부로 갈 경우에는 고원부터 시작해야 했다. 똑같은 고원이라도 학력에 따라서 초임월급이 달랐기 때문에 경성제대 출신 김영재가 받은 65원은 동일직급에서 최고수준이었다. 중등학교를졸업한 조선인의 고원초봉은 30원, 전문학교를 졸업한 조선인은 40원, 일본의 사립대를 졸업한 조선인은 45원에 불과했다. 월급 65원의 경기도청 고원은 당시 조선 상황에서 결코 나쁜 자리가 아니었다. p4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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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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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20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인 이현석의 첫 소설집이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배경으로 한 소설집의 표제작이자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다른 세계에서도]에서 엿볼 수 있듯이, 동시대적인 윤리와 사회문제를 소설로 풀어내서인지 가볍지만은 않다. 이 소설은 다분히 이지적인 방식으로 활달하고 생명력 있는 이 세계의 순간들을 그려내며 우리를 매혹 속으로 이끈다. 또한 다채로운 소재와 방식과 구성으로 풍성하고도 능란하게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소설의 처음인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에서 나는 의사이고 소설가이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환자는 식물인간 상태다. 그는 과거에 커밍아웃하면서 부인과 딸을 떠났었다. 세월이 지나 함께한 동성 연인은 어떤 관계도 인정받지 못한 채, 가족들에게 쫓겨난다. 그 보호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를 포기하였다. 표제작 [다른 세계에서도]는 산부인과 의사인 지수와 엄마는 동생 해수의 임신을 반대한다. 임신중지를 두 차례 했다는 어머니도 요즘엔 기술도 발달했을 거 아이가? 라고 묻고, ‘더 좋은 엄마가 된 다음에라는 표현이 부른 불쾌감과 별개로, 어머니의 그 말이 줄곧 내게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게 했다.

 

[라이파이]1959년부터 10년간 연재된 동명의 SF만화를 소설 속으로 끌어온다. ‘라이파이는 한국 최초의 토종 히어로. 검은 안대를 쓰고 흰 두건을 이마에 두른 라이파이는 연두색 쫄쫄이 유니폼을 입은 채 돌려차기 한 방으로 적들을 제압한다. 영우의 아버지 조한흠이 청소년시절에 열광했는데, 이제는 노년에 다다른 조한흠의 환상 속에 라이파이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눈빛이 없어]는 우재 집에 들어가 살았던 희곤에게 부동산 중개인 준모는 발전소 기술자로 일했던, 천부적인 손재주를 지닌 우재가 겪었던 산업재해의 현장에 대해, 구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서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그날 이후로, 저 친구는 눈빛이 없었어. 제정신이 아니었지. 어디 저 친구뿐이었겠나.”(p212)

 

신종 바이러스를 알아차린 탈북민 출신의 의사와 관성으로 그의 말을 무시한 한국의 의사인 의 이야기다. 남북 정상이 만났을 무렵에 독서 모임을 같이 하며 알고 지낸 북한탈주민들과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거기에 착안하여 [부태복]을 쓰게 됐다. [너를 따라가면]805월 광주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정혜와 항상 프랑크프루트로 가고 싶다던 어린 시절 잠시 함께였던 간호보조원 언니를 떠올린다. 그날 광주의 시공간을 강렬하게 환기한다. “내 피가 더러워, 더럽냐고!”(p251) 수혈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작부의 피에 대해 차별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본다. 정혜는 투명한 팩 안에 조금씩 차오르는 피를 묵묵히 지켜보았다.

 

이 소설집은 다양한 인물들만큼이나 넓은 세계를 다루고 있다. 젠더,계급,가족의 층위를 넘나들며 그 미세한 결을 섬세하고 사려 깊게 살핀다. 특기할 만한 점은 병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많고 그 실감이 두드러진다. 소설들의 끝에 참고한 내용과 약간의 덧붙임을 마련해 작품을 쓰게 된 배경 및 출처 등을 상세하게 적어두었다. 저자는 자신의 글쓰기를 의식하며, 현실을 가감 없이 직시하고 기억해야만 하는 순간들을 어떤 식으로 기억할지 신중히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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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건너뛰기 트리플 2
은모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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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트리플 시리즈 두 번째인 [오프닝 건너뛰기]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방식의 관계들에 관한 이야기다. [오프닝 건너뛰기], [쾌적한 한 잔], [앙코르] 세 편과 에세이 한 편이 실려있다.

 

[오프닝 건너뛰기]에서 수미와 경호는 신혼 부부이다. 수미는 쇼핑몰 홈페이지 구축 작업을 하고 있어 당장 수입이 줄어들 걱정은 하지 않지만 친한 언니 집에 놀러가는 게 망설여진다. 코로나시대에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게 되어 결혼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무관심, 약속을 어기고, 사과조차 귀찮아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던 P와 연애할 때 휘둘리던 시간들은 서러웠던 기억만을 남겼다. P와 반대인 남자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할 때 경호는 수미가 원하던 적당한 온기를 품고 있는 사람이지만 자신과 다른 생활 방식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수미는 영화를 볼 때 처음 보는 건데도 오프닝 건너뛰기 버튼을 클릭한다. 이처럼 결혼 생활의 오프닝을 건너뛰고 싶지만 수미는 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씨앗을 도려내듯 필요 없는 부분은 제거하고 원하는 부분만 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p26)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은우에게 연애라는 행위에 따른 일련의 과정은 기쁨이 아니라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다. 그에게 연애하지 않은 삶은 고통을 피하는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지만 그를 바라보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그의 삶은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기에 상처도 받는 것 같다. 지나간 연인들과의 관계에서 은우는 미루고 미루다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을 때 마지못해 잠자리를 가질 정도이면 연애하기 힘들다. 은우가 혼자 마시는 칵테일 한 모금이 쾌적한 맛이 났다. 요란하고 뜨거운 충돌의 반대편에 위치한 듯한 맛이었다. 크고 단단한 얼음이 뿜어내는 냉기에 중심을 내주어야만 성립하는 맛이기도 했다.[쾌적한 한 잔]

 

[앙코르]의 세영과 가람은 캄보디아 씨엠립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여행을 하며 서로를 향해 호감으로 발전한다. 지난 몇 해 동안, 세영은 부모님을 모시고 괌에 거주하는 언니네를 방문했다. 가족들과의 거리를 재조정할 필요성을 느껴 올해 추석 연휴에 홀로 앙코르와트를 보러 갈 계획이었다. ‘앙코르라는 말의 뜻은 대표적인 게 도시라는 것과 신들이 사는 곳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10여 년 전 세영은 그 당시 자신의 성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음에도 그녀와의 연애에 온 마음과 정성과 시간을 쏟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때를 떠올린다.

 

[공명을 위한 온도와 속도] 에세이는 왓챠나 넷플릭스의 경우는 오프닝 건너뛰기 버튼이 보이는데 저자의 동생이 웨이브를 사용한다기에 어떨까 싶어 몇 가지 영상을 재생 시켜보았지만 아예 해당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드라마를 다시 보기 위해 웨이브 영상을 재생 시켜 보았는데 정말 없었다. 언젠가 티빙인지 웨이브인지에서 오프닝 건너뛰기를 본 것 같기도 하다. 단편소설 [오프닝 건너뛰기]는 비규범적이고 비규정적인 관계의 형태들을 그려냄으로써, 보편적 이야기가 되는 것에서 벗어나 제각각의 사연으로 자신만의 희소성을 드러낸다. 그렇게 세 편의 소설들은 다시, 또 다른 이야기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오프닝 건너뛰기]를 읽고 자신을 지키고 삶의 쾌적함을 유지하기 위애서 어떠한 형태의 관계를 맺을지 조율해보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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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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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17]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을 조사해 보고서를 쓰는 임무를 맡은 30대 진 네베바와 10대 비올렌을 통해 퍼트리샤의 심리를 따라가며 사건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치는 실화소설이다. 197424일 미국 언론재벌의 상속자 퍼트리샤 허스트가 좌파 무장단체 SLA에게 납치되고, 그녀는 당시 19세였다. 얼마 지난 후 SLA와 퍼트리샤는 은행강도 사건을 연출한다. SLA 아지트 경찰이 급습하여 6명이 사살되고, 퍼트리샤는 도주했다. 그녀는 타니아로 개명하고 SLA의 동지가 됐음을 선언한다. 퍼트리샤는 14개월 만에 샌프란시스코에서 FBI에 의해 체포되었다. 징역 35년을 구형받았고 유명인사 등 탄원서를 제출하여 7년으로 감형되었다. 150만 달러 보석금으로 가석방되었다. 2001년 빌 클린턴 대통령 특별 사면을 받았다.

 

퍼트리샤가 재판을 받게 되었을 때 퍼트리샤의 가족은 그녀가 세뇌당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세뇌를 증명해줄 전문가들을 찾아다녔다. 전문가들의 진술 결과는 예상과는 달랐다. 고용한 정신과 의사는 그녀가 세뇌당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SLA의 여왕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유명 대학교수 진 네베바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그녀의 무죄를 입증할 보고서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진 네베바는 방대한 자료를 받고 퍼트리샤 허스트와 나이가 같은 비올렌을 조수로 채용한다. 납치에 관련된 기사들을 종합할 수 있어야 하고 주어진 기간은 최대 2주일이었다. 비올렌은 19742월부터 그다음해 마지막 달인 197510월까지 자료들을 순서대로 정리하는 일을 책임지게 되었다.

 

SLA가 퍼트리샤를 납치했다고 주장한 성명서와 퍼트리샤의 메시지가 녹음된 카세트 테이프가 전달되었고, 처음 메시지는 전 정말 잘 있어요목소리만 반복했다. 퍼트리샤는 그들은 정중하게 대해주었고, 자신이 풀려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거라고 했다. 자신은 전쟁포로이고, 제네바협정에 따라 대우받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을 받기 위해 길게 줄 선 사람들, SLA를 찬양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곧 녹음 테이프를 보내온다. FBI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엄마, 아빠의 무관심이 저를 힘들게 한다며 음식을 먹은 사람이 15,000명밖에 안 되는 데다가 1인당 비용도 겨우 8달러에 불과했다며 식사도 질이 안 좋은 것 같았고, 소고기나 양고기 요리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고 했다. 퍼트리샤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식량을 자신의 몸값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진 네베바는 비올렌에게 퍼트리샤 허스트가 납치범들에게 자발적으로 동조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종합하라는 임무를 내린다. 비올렌과의 토론은 퍼트리샤 허스트의 세뇌를 증명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무산시켰다. 그녀의 납치 사건 발생 당시, 언론과 대중은 퍼트리샤 허스트가 납치범에게 세뇌, 동화됐다고 믿었고, 퍼트리샤 허스트는 지금까지도 인질이 인질범에게 동화되는 현상을 일컫는 스톡홀름신드롬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소설에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납치당한 머시와 메리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여성들은 풀려났지만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를 거부한다. 여성들의 공통점은 편안한 미래를 버리고 자신만의 길을 갔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머시, 메리, 패티(퍼트리샤 허스트)에게 무엇이 그들이 살아온 세계에 등을 돌리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만든 것일까.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소설 [17]을 읽는데 솔직히 쉽지 않았다. 매우 복잡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고, 이야기속의 이야기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스토리가 뒤섞여 있지만 이 같은 독서의 어려움은 작품에 쏟아진 찬사를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고 역자는 말했다.시간이 지난 뒤 재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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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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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은 띠지에 쓰인 글처럼 속이 시원했다. ’갑질 세상에 대한 통쾌한 복수가 시작됐다.‘ 검찰, 사법부, 정치권, 언론을 망라하는 대한민국 공조 카르텔, 이제 법의 이름으로 처단하지 못한 악질들을 철저히 도려내기 위해 집행관들이 나섰다.

 

역사적 모티브와 경탄할 만한 상상력을 연결해 흥미진진한 역사 추리소설로 탄생시켜 온 조완선 작가가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저격한 현대 사회 미스터리로 독자들을 다시 찾는다. 베스트셀러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교양 문화 추리소설의 패러다임을 새로이 제시하고, [6회 롯데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영화처럼 생생하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을 만족시켜온 작가다.

 

역사학자 최주호 교수는 고교 동창 허동식의 전화를 받았다. 생존해 있는 유일한 친일파 노창룡에 관한 자료를 부탁했다. 허동식은 다큐멘터리 감독인데 작품 구상에 쓴다고 했고, 25년 만에 나타난 동창의 부탁을 외면할 수도 없고 어려울 것 같지도 않았다. 며칠 후, 노창룡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된다. 현장에 남아 있는 것은 일제강점기의 고문 도구들과 피해자의 등에 새겨진 숫자들뿐이다. 최주호가 보낸 잔혹한 고문 자료가 살인 수법으로 그대로 이용되었다. 최 교수는 원치 않게 살인 사건에 연루되었음을 직감한다. 고문수법에 관한 기사를 내보낸 신문사에 찾아간다.

 

수사팀의 우경준 검사는 노창룡의 사체 등에 숫자의 비밀을 풀어보면서 용의자들은 법을 불신하거나 법에 의해 깊은 상처를 받은 자가 가담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희생자는 조선시대의 형벌을 사용하였다. 인터넷이나 시민들의 반응은 범인들에게 우호적이었다. 잔혹하고 엽기적인 살인 수법에는 관심이 없었고 민족정기에 방점을 찍었고, 사회 정의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했다. 이런 현상을 한 심리학자는 분노의 대리만족이라는 표현으로 여론을 분석했다.

 

칼럼을 쓰는 것으로 분노를 대신하려고 했다. 나라를 거덜낸 종자들이 제 잇속만 채워도, 그들이 특별사면을 통해 면죄부를 받아도 속절없이 지켜봐야만 했다. 자신에게는 인간쓰레기를 단죄할 권한이, 그들을 응징할 수단이 없었다. 기껏해야 좀 더 자극적인 어휘를 골라 칼럼을 끼적대는 게 전부였다. 그것이 자신만의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허동식은 달랐다. 손에 피를 묻혀가며 직접 몸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p167

 

배동휘, 안희천, 정윤주, 윤민욱, 엄기호, 양세종, 이기호, 북극성, 허동식 등은 AB팀으로 구성되어 각자 역할 분담을 했다. 집행관들의 공통점은 분노와 상처가 있었다. 권력형 부패 사건을 다루는 사회부기자, 부패정치인과 비리 공직자를 공격하는 역사학 교수, 항명 사건으로 옷을 벗은 전직 특수부검사 출신의 변호사, 국방부 비리사건을 폭로한 퇴역 군인, 하나같이 부패와 비리에 맞서는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친일파, 부패 정치인, 악덕 기업인. 이 땅에 존재해서는 안 될 종자들만을 골랐다. 그러나 살인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부정부패를 저지른 인간들, 그런 악행을 저지르고도 이들은 여전히 거리를 당당하게 활보하고 있지 않나. 오히려 부와 영화를 대물림해 주면서 잘 살고 있지 않은가 말이야. 이런 인간들을 어떻게든 응징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대가를 치르게 해주고 싶었지. 노교수의 말처럼 법이 제대로 집행되었다면, 피해자들이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지는 않았을까. [집행관들]을 처음 펼치자마자 술술 재미있게 읽었다. 분노와 자존심이 맞붙는 날카로운 심리묘사와 이어지는 반전은 통쾌하지만 한편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소설은 집행은 멈추지 않는다로 마쳤는데 2권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조금이라도 집행관들의 순수한 열정을 헤아린다면, 적폐들과의 전쟁 속에서 그나마 위로가 되지는 않을까. 정말 그들의 바람대로 세상이 바뀐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작가의 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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