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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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미량의 빛을 포집하기 위해 확장되는 예민한 동공, 표지에서 나타내는 그림처럼 내용도 강렬하다. 일곱 편의 단편은 각양각색의 매력을 품고 있으며 성 소수자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을 드러내고 있다.

 

[호르몬을 춰줘요]구도림은 인터섹스(간성, 생식기나 성호르몬과 같은 신체적 특징이 남성이나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조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로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씩씩하다. 사춘기가 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대답해줄 사람들을 찾아 이태원으로 모험을 떠난다.

 

[적어도 두 번]은 레즈비언 여성인 는 시각장애인 청소년 이테에게 성적 접촉을 하고 자기 합리화를 유파고에게 고백하는 형식이다. 자신이 쓰는 글에서 지위라고 쓰는 것은 모두 자위로 읽어주세요 부탁의 말도 있다. 세 살 때부터 자신의 몸을 만졌으며 이테에게 같은 방법을 했던 것이다. 이런 행위를 자신과 악수 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경찰은 미성년자 성추행은 가중 처벌이야. 여자라고 봐주는 거 없어라고 말했다.

 

유파고, 저는 한 번도 이테에게 동정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저는 그 애가 불쌍해 견딜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죄를 묻는다면 추행의 죄가 아닌 동정의 죄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p82

 

[물질계]에서 는 논문을 끝내지 못한 연구실 조교다. 집안을 말아먹을 팔자를 타고났다는 무당의 저주를 피해 과학의 물리법칙 세계로 도망쳤지만 그럼에도 대학원에서 젊음까지 말아먹었다. ‘레즈비언 사주팔자전단지를 보고 레사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레사는 사주팔자 명리학은 자기에게 적용하는 성찰이고 수양이지, 남에게 악담을 퍼붓는게 아니라고 했다.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면, 그게 모여 사주팔자가 된다는 것이다.

 

[모여 있는 녹색 점]에서 해연은 친구인 미아가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 후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린다. 강투는 해연과 미아 사이에 우정 이상의 감정이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은 하지 않았는데 해연과 통화가 안되는 날 자살시도를 하였다. 미아는 외국어를 배우듯 애인을 사귀었고 벤과 결혼하고 헤어졌다. 다시 파비앵이란 남자를 만났다. 미아는 남자를 만날때마다 물고기를 사서 똑같은 이름을 달아주었다. 강투는 그녀가 사라진 후 자신이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콜]에서 스물넷부터 지금까지 조직의 일원이 되기 위해 한우물을 파고 있는 중이다. 3년차 순공 시간이 열다섯 시간을 넘기기도 했다. 사람은 저마다의 밥그릇을 갖고 태어난다라는 말이 우리 시대에서는 태어날 때 이미 수저의 계급이 정해진다로 바뀌어버렸다. 옆집 사는 여자의 벽 너머로 들려오는 통화로 직업, 사생활을 알게 되면서 측은한 마음도 생긴다. 각자의 방에 갇힌 채 제 앞의 생존 경쟁에 몰두하는 여성들이 맞선 운명론에 응답하고자 하는 갈망이다.

 

[스프링클러]에서 스프링클러 감열체를 수리하는 세방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보험금을 타기 위해 형인 세준을 만나러 가고 있다. 젊을 때 부모님이 다니는 회사에 불이 나고 아버지는 엄마를 구했다. 엄마는 유일한 생존자였고 여공 열두 명은 목숨을 잃었다.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던 엄마는 집에 불을 내기도 하였다. 뜻밖의 지진을 만나고 세방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고 생각한다.

 

[홍이]에서 경찰인 중경은 보신탕을 먹는 직장 선배들과 함께 앉아 구역질을 참아야 했다. 사촌 동생 홍이는 잔인하게 죽인 동물 사체를 전시하는 일을 반복한다. 예전에 키우던 개(홍이)를 잡아먹어서 불운해졌다고 삼촌은 자책한다. 생존을 위한 아버지들의 억척스러운 세계가 만들어낸 것은 자기보다 약한 신체를 살해하고 전시하면서 쾌락을 얻는 것이라니 섬뜩하다.

 

작가도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한번 설명해보려고 한 시도들이라고 하였다. 퀴어적 소설을 읽다 보니 소수성에 대해 조금 이해를 할 수 있을거 같지만 아직은 생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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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메이르 - 빛으로 가득 찬 델프트의 작은 방 클래식 클라우드 21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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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은 모르지만 <진주 귀고리 소녀>그림은 책을 통해서 봤고 동일 제목으로 책이나 영화도 나왔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3대 화가 중 한명 이었다.

 

페르메이르의 그림에 대해 흔히들 그림이 반짝거린다는 식의 표현을 많이 한다. 정말로 그의 그림들은 놀라울 정도의 광채를 지니고 있다. <뚜쟁이>는 여러모로 특이한 작품이다. 전원경 작가는 텔프트에서 평생을 살았던 그의 발자취를 찾아 300년 전 페르메이르가 살았던 때와 똑같을 게 아닌가 그의 생가가 있는 <델프트 풍경>을 그렸던 강변에도 가보리라 하였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이라는 이름은 암스텔강에 쌓은 댐이라는 뜻이다. 암스테르담은 놀라울 정도로 세심하게 조직된 사회였다. 모든 남자는 저마다의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직업별로 구성된 조합(길드)의 소속원이기도 했다. 네덜란드 화가의 장르는 역사화, 종교화, 풍속화, 초상화, 정물화로 나뉜다. 네덜란드 황금시대 그림이 밑바닥에는 근면함과 성실함을 강조하고 차가운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를 탄 채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400여 년 이상을 이어온 성실하고 자주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네덜란드인들의 전통을 본다.

   

 

1632년 태어나 1675년에 죽은 페르메이르는 평생 소도시 델프트에 살았다. 가난한 직물 장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카타리나 볼너스와 결혼한다. 처가는 가톨릭 신자였고 아내의 종교를 따라 칼뱅파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성 루가 길드에 가입해 화가의 길을 걷는다. 페르메이르는 화가인 동시에 그림 중개상이기도 했다. 페르메이르는 그림 한 장을 그리는데 많은 시간과 비싼 재료를 쓰는 스타일이어서 큰돈을 벌기 어려웠고 열다섯 명이나 되는 아이를 낳았고 그중 열한 명이 생존했다. 일년에 서너 점만 그렸지만 처가의 경제적 지원과 그림을 사주는 후원자가 있어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작품에는 여인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우유를 따르는 하녀>는 그녀의 근면하고 성실한 일상에 동참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편지를 쓰는 여인과 하녀>의 두 여자는 각기 자기 세계에 빠져들어 있다. 하녀는 두 연인 사이 사랑의 전령사 역할을 할 참이다. <진주 귀고리 소녀>가 도쿄에 전시되어 화제를 일으켰다.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은 2012년 개보수 작업을 하느라 2년간 문을 닫으면서 인근의 헤이그 미술관에 옮겨 전시되었다. 이 작품은 일본 미국 이탈리아를 순회하며 전시되었고 도쿄를 거쳤으며 이제 미술관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연구팀은 페르메이르가 이 그림을 어떤 순서로 그렸는지도 밝혀냈다. 화가는 맨 먼저 배경인 초록 커튼을 그린 후 소녀의 얼굴, 노란색 웃 옷, 흰 옷깃, 푸른 터번 순으로 그림을 완성해나갔다. 귀고리는 가장 나중에 그려넣었다고 한다. 페르메이르는 밑그림을 그리면서 소녀의 포즈를 두어 번 수정했다.p184

 

30대 후반까지 페르메이르의 인생은 평온했다. 타격은 외부에서 왔는데 프랑스가 네덜란드를 침공하자 각 지역은 수문을 열어 영토 침범을 막으려 했다. 처가의 농지가 물에 잠겨 자금 사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화가들은 다른 나라로 떠나거나 파산하였다. 빵을 외상으로 가져오고 빈곤이 스트레스로 심장병으로 죽게 되었다. 그가 43세로 사망한 후 카타리나는 파산 절차를 밟았고 이 와중에 모든 그림을 내다 팔아야했다. 현재까지 그의 그림은 35점이 남아 있다. 1668년에 완성한 <회화의 기술>은 페르메이르가 사망할 때까지 스튜디오에 남아 있었다. 힘겹게 빚을 갚으며 건강을 잃어 가던 카타리나도 세상을 떠났다. 큰딸 마리아에게 그림을 가르쳤다고 하는데 아버지의 직업을 이은 자녀는 나오지 않았다.

  

 

  

화가의 유명세가 높아지면서 페르메이르의 그림은 유럽 각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세계로 퍼진 그의 그림들은 뉴욕과 런던, 파리와 드레스덴과 빈에서 수많은 관람객들을 만나며 델프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평생을 살았던 화가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주고 있다. 책을 읽으며 페르메이르의 작품에 흠뻑 빠져보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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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은 가을도 봄
이순원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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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옛날 추억이 있는 곳이어서 설레면서 읽었다. 이 소설은 1970년대 후반 그 무렵 춘천에서 청춘을 보낸 한 소설가의 회고담이다. ‘유신의 한중간으로부터 ‘5의 초입에 이르기까지 이십 대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은 주인공 김진호가 대학에 입학 후 시위에 참여하여 제적 처분과 기소유예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온 사건과 두 번째로 입학한 대학에서의 시간을 그렸다. 얼룩의 팔 할 이상은 나를 둘러싸고 있던 가정환경과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학교생활, 시작부터 쓸쓸한 이별을 예감한 한 여자와의 사랑에 있었음을 고백한다.

 

김진호는 법관이 되리라 청운의 꿈을 안고 첫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재학생 문예 작품 현상 공모에서 4.19세대(당숙)의 삶에 대해 쓴 소설이 당선되어 상금은 하숙집 정파(정신파탄)서당 선배들과 함께 광고 탄압을 받고 있는 [동아일보] 기자들을 격려 광고를 내는데 보탠다. 2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선배들과 시위에 합류하게 되면서 네 사람의 선배는 구속 후 바로 기소되면서 1년 반에서 2년 반까지 실형을 받았고 진호는 제적처분을 받아 고향인 명진으로 돌아온다.

 

일제강점기 증조할아버지는 친일에 힘입어 술도가 양조장을 일으킨다. 아들이 셋 인데 막내는 배다른 태생이다. 두 아들은 양조장의 누룩을 띄우고 술도가의 잡부를 감독했다. 1945년 여름, 38선이 그어지면서 두 아들은 잡부들 손에 몰매를 맞아 죽고 전 재산은 몰수 당한다. 막내할아버지가 항일 단체에 가담했던 일로 마을 사람들로부터 아버지를 보호해주는 방패막이가 되었다. 삼년 간의 전쟁에 명진이 수복되면서 잃었던 땅과 양조장을 되찾았다. 가네야마(金山)는 날로 번창하였다. 대의원 선거가 있을 때 아버지 김지남은 학력을 빼고도 감투가 아홉 개나 되었다.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입후보하여 두 번이나 당선된다. 후보의 등록과 사퇴 과정, 선거운동, 당락의 변수는 흥미진진하다. 진호가 기소유예로 풀려난 것도 가네야마(金山)막걸리, 통대의원 아버지 덕을 본 것이다.

 

서울대에 합격하고 서울대를 졸업한 명진 유일의 시인인 당숙은 4.19때 다리를 다쳤다. 똑똑한 사람이 다리가 결딴나 고향으로 내려온 다음부터 제 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당숙에게 진호는 능력이 된다면 글을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형의 결혼식에 가지 않기로 했는데 그날 아침에 독재자의 유고를 확인한다.

 

진호는 일년 반 동안 칩거하다 춘천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인간관계를 끊고 공부에만 전념하다 학보사 수습기자 모집에 지원하여 활발하게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원고를 청탁하기 위해 찾아간 신입생 채주희에게 거절당하지만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주희의 엄마는 미군 부대 캠프 페이지 장미촌 출신이다. 주희는 미군을 아버지로 둔 혼혈인으로 아니노꼬이며 튀기라 말한다. 채주희는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의 모습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나서 쏘아대는 낯선 시선들을 피해 늘 공중에 걸린 간판을 읽고 다녔다. 주희의 엄마는 딸에게 미국으로 갈 것을 애원하다 더는 상처 입지 않고 온전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며 농약을 마셔 목숨을 끊는다.

 

동생 정혜는 가정교사를 하며 동네 선배인 박길우 고시공부 뒷바라지를 해주다 합격을 하고 나니 정혜가 가르친 장군의 큰딸과 결혼을 하면서 배신을 해버린다. 드라마에 나오는 한 대목을 보는 듯 하다. 주희와 연애는 계속 되었지만 제대 두 달쯤 남았을 때 마지막 휴가를 나와 공항에서 아메리카로 떠날 그녀와 이별했다.

 

유안진 시인의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에서 제목을 허락해 주었고, 저자는 돌아보면 얼룩조차 꽃이었던 내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낸 춘천에 감사와 헌사로 바친다고 하였다. 이 소설은 비틀거리고 방황하는 청춘에게 따뜻한 위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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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마리아 - 살아남았으므로 사랑하기로 했다
김현 지음 / 원너스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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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떨어져 살아온 인생이야기를 읽으면서 목이 매인다. 똑같은 상황은 아니어도 마음고생이 생각났는지도 모른다. 부제목처럼 살아남았으므로 사랑하기로 한 그녀의 인생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네 살난 여자아이는 외할머니 손을 잡고 부여 이모엄마 집에 잠깐 내려가는 사이 6.25 전쟁이 나면서 부모님, 오빠, 남동생은 월북을 하게 되었다. 빨갱이 새끼라는 꼬리표를 달고 70년을 살았고, 아버지가 1956년 숙청을 당하고 총에 맞아 죽은줄도 모르고 평생을 원망하며 살았다.

 

이모는 아버지가 다른 엄마의 언니다. 이모를 엄마라고 부른 사연은 어머니 태몽에 거북이 한 마리를 주워서 이모 치마폭에 넣어주며 잘 키워달라고 부탁을 했단다. 아버지가 공산당이라는 사실이 발각되어 부모님은 직장을 잃고 끼니를 못 먹을 만큼 형편이 어려웠다. 부여로 양식 얻으러 간 사이 전쟁이 터져 월북할 때 따라 가지도 못했던 것이다. 서울이 수복이 되어 혹시나 찾아간 서울 집을 들어설 때 외할머니는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고 충격으로 얼마 후 돌아가시게 되었다.

 

이모엄마는 마리아의 엄마를 좋아하는 각별한 자매였고 빨갱이라는 꼬리표 호적으로 살 수 없으니 이모 호적에 올리고 학교도 보내주었다. 이모와 13년 동안 살았고 열일곱 살에 쫓아내었지만 열아홉 살부터 이모를 부양했고 미국에 오신 후 마지막 13년 치매를 앓다가 아흔다섯에 돌아가실때까지 46년을 보살펴드렸다.

 

이모집에서 일하는 남자들이 추행을 하고 주일학교 교사였던 유 씨도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할 때 어린 마음에 남자들 구역에는 얼씬도 안했다. 이모에게 말하면 조용히 있지 않아서 그렇다 꾸중을 들을까 말도 못했다. 어린 나이에 마음 고생이 심했겠다 싶어서 마음이 짠해진다. 이모는 예쁘고 바느질 솜씨가 좋았는데 아들을 못 낳은 이유로 이모부가 첩을 여섯 명을 두고 이혼을 하게 되었다.

 

이모에게 쫓겨나 YWCA 여성의 집으로 갔던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곳에서 여군에서 영문 타자수 행정 요원으로 근무하는 미스 신 언니 조언으로 여군이 되고, 비록 헤어졌지만 지금의 두 아들의 아버지 존을 만나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존은 직장을 다니지 않는 불성실함에 지쳐 서른다섯 살 이혼을 하고 낮에 보험회사를 다니면서 미네소타주립대학을 다녔다. 졸업을 하고 미네소타주립대학 평의원이 되고 여성 전문가단체 이사 직책으로 일도 하게 된 것은 미스 신 언니 얘기를 듣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생각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미국 잡지를 읽으며 환상적인 푸른 잔디밭을 뛰어노는 금발의 백인 학생들 사진을 보고 로망이 된 미국에서 49년을 살아왔다.

 

국제결혼한 것을 양키하고 사는 양갈보라고 보는 시선은 따가웠다. 백인우월주의와 이중적 성격에 시댁에서도 달갑지 않게 생각하였지만 명절에는 아들들을 자신처럼 외롭지 않게 시댁에서 보내게 해주고 매번 혼자가 되었다.

 

부산 통신부대에 근무할 때 주일학교 유씨가 대위가 되어 찾아와서 수작을 부리는 것을 모면한 이야기는 통쾌했다. 1990년 봄, 북한 정부 초청을 받아 방문하여 가족을 만났고 아버지는 얼마 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 하였다. “널 뒤에 남기고 오면서 모두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네가 죽었거나 몸 파는 여자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온갖 나쁜 생각을 했는데..이렇게 널 보다니 꿈인가 싶구나어머니는 쓸쓸히 말씀하셨고 그때 뵙고 마지막이었다.

 

이 책은 전쟁 중에 빨갱이로 고아가 된 한 어린 여자아이가 어떻게 여기까지 살아남았는지를 기록한 것이고 성공한 스토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진정으로 성공한 여자의 인생 스토리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저자는 고독과 절망 속에서도 삶의 행로를 스스로 결정해간다. 가난과 차별을 잘 이겨내고 부지런하시고 열심히 잘 살아온 것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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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2 민음사 모던 클래식 4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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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는 헝가리 탐정 해리엇이 지니아를 알아낼 것이라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전에 토니가 쌍둥이들에게 읽어 준 책을 발견한다. [도둑 신랑]은 숲속의 성으로 순진한 아가씨들을 데리고 가서 몸을 토막 내 먹어 치우는 돈 많고 잘 생긴 남자가, 신랑감을 찾는 예쁜 처녀 앞에 나타나는 내용이다. 지니아는 고급 창녀에 불과하다. 도둑 신부보다 도둑 갈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고 로즈는 눈물을 흘린다.

 

로즈의 아버지는 유대인이었다. 어머니의 어머니 때부터 하숙을 치고 있었다. 어머니는 노처녀였다. 폭력배들에게 41로 맞서다 쓰러져 있는 아버지를 어머니가 간호하는 것에 사랑을 느껴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학교 다닐때는 아이들이 로즈를 난민이라고 놀렸다. 아버지는 전쟁에 나가고 엄마가 하숙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기 때문에 로즈는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였다. 아버지가 돌아오고 하숙생 몰리부인은 하숙비를 떼어먹고 도망을 가버렸다. 아버지와도 정을 통한 사이라고 하였다.

 

아버지는 일을 안하지만 가끔 돈 다발을 가져다 주었다. 알고 보니 밀수꾼, 도둑, 영웅이라고 삼촌들이 말을 했다. 전쟁 전이나 전쟁 중,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림, 금 등 숨겨 놨다 팔 수 있는 온갖 물건들을 팔았다. 그렇게 돈을 모아 회사를 차리고 남부럽지 않게 살게 된 것이다.

 

미치는 아버지의 계약서 작성을 맡은 회사에 근무하는 신참 변호사였다. 첫눈에 반해 데이트 하는 날부터 미치에게 끌려 다닌거였다. 미치는 로즈를 사랑한 것이 아닌 돈을 보고 결혼하였다. 어느 날 지니아가 나타나 로즈의 아버지는 영웅이었고 전쟁에서 자기를 구해주었다며 접근을 한다. 로즈 회사 <와이즈우먼월드> 잡지사에 취직도 시켜 주었다. 지니아가 고모와 같이 살고 있을 때 로즈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 토니에게는 백계러시아인이라고 했고, 캐리스에게는 어머니가 루마니아에서 농민의 돌멩이에 맞아 죽은 집시라고 했던 말은 과거를 지어내서 했다는 것이다. 전조도 없이, 힌트도 없이, 남겨 둔 편지도 없이, 미치와 지니아는 자취를 감추었다.

 

미치는 돌아왔지만 로즈는 받아주지 않았다. 지니아가 남자들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능력, 비법은 뭘까? 갑자기 지니아가 세상을 떠났다고 장례까지 치뤘지만 미치는 오지 않았고 그 후 몸을 던진것인지 사고였는지 호수에 빠져 죽었다.

 

톡시크에 세 여자가 지니아 이야기를 한다. 가짜 죽음을 알린 것은 미치를 떼어내려고 수를 쓴 것이었다니. 토니에게 웨스트가 재미없는 사람이라 쫓겨난 것이다. 캐리스에게 죽을병에 걸렸고 여비를 마련해주면 떠날 것이라 하였다. 빌리는 워싱턴에서 살고 있고 닭은 빌리가 죽인것이고 그런 남자는 잊으라 한다. 캐리스는 지니아가 무슨 짓을 했더라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즈에게 문제가 뭐냐면 바로 너야! 하였다. 래리는 게이고 그 사실을 엄마한테 폭로하는 것을 막으려고 했던 것이다.

 

지니아는 입만 열면 거짓말인지 읽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다. 캐리스는 지니아의 환영을 봤다. 호텔에 잘 있는지 확인차 갔지만 죽어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난소암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고 발코니에서 발견된 주삿바늘이 있었고 떨어지기 전에 과다복용으로 사망하였다. 전쟁둥이로 태어난 세 여자들은 마음이 약하다. 지니아에게 곁을 내주는 성격도 같다. 내가 만든 괴물이었다고 스스로 인정한다. 주변 사람들이 그녀와 얽혔던 것은 하나같이 자발적인 선택이었고, 그녀가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은 너무나 솔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악당인지 아닌지 각자가 판단할 몫일까? 지니아를 살해한 범인은 누구일까? 실족사가 아니라 살해된 것이 맞기는 할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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