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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 (국내 최초 스페인어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6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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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는 국내 최초로 1647년 판 스페인어 원서에서 직접 옮겼으며, 원문을 생략하거나 편집하지 않고, 순서 그대로 텍스트 전체를 모두 소개하는 최초의 버전이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 프리드리히 니체, 몽테뉴, 파스칼 같은 17~18세기 유럽의 기라성 같은 철학자와 사상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영어판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세계적으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오늘날 한 명의 현자를 길러내는 데는 옛날에 일곱 현자를 길러내는 것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에게 감사하는 사람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원한다. 평민의 감사보다는 궁정의 기대를 받는 편이 낫다. 전자는 잊히지만, 후자는 기억되기 때문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배울 게 있는 사람과 교제하라. 대화는 교양 있는 배움이 되게 하라. 친구들을 스승으로 삼아 대화의 즐거움도 누리면서 유익한 배움을 얻어라. 지혜로운 사람은 남 일에 끼어들지 않는 거로 충분하지 않고, 남의 간섭도 받지 말아야 한다. 남 일에 너무 신경 쓰느라, 자기 자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또한, 친구를 악용해서는 안 되고, 그들이 주려고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무엇이든지 과한 것은 악덕인데, 교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절대 평정심을 잃지 마라. 동요되지 않는 것이 지혜의 핵심이다. 많은 사람은 이것을 통해 자기 안에 있는 왕의 마음을 드러낸다. 모든 관대한 사람은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다. 칭찬받을 만한 일을 선택하라. 대부분의 일은 다른 사람의 만족에 달려 있다. 꽃이 피어나기 위해 산들바람이 필요하듯,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존경을 얻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현실적인 삶을 살아라. 생각과 취향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구닥다리 생각은 버리고, 취향도 최신 유행에 맞춰야 한다.

 

말과 행동을 다스리라. 그러면 어디서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존경도 미리 얻는다. 이것은 모든 것, 즉 대화와 연설, 심지어 걷고 보고, 원하는 데까지 영향을 끼친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위대한 승리다. 이러한 탁월함은 어리석은 무모함이나 거만함에서 비롯되지 않으며, 우월한 성품과 덕스러움이 쌓여 형성된 위엄 있는 권위에서 나온다.p156

 

친구에게는 선()의 세 가지 특징인 연합과 선함, 참됨이 있어야 한다. 친구는 모든 면에서 전부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원래 적다. 그런 친구를 선택할 줄 몰라서 더 적어진다. 우정을 유지하는 일은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오래 갈 수 있는 친구를 찾아야 한다. 가장 좋은 친구는 소금기가 많은 사람이다. 친구 없는 삶은 사막과도 같다. 우정 때문에 행복은 배가 되고, 불행은 반이 된다.

 

백번 잘하기보다는 한 번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빛나는 태양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중은 잘한 것보다는 잘못한 것을 말한다. 험담하는 악인은 칭찬하는 선인보다 더 많이 알려진다. 모든 성공을 합쳐도 작은 잘못 하나를 숨기지는 못한다.

 

쉬운 일은 어려운 일처럼 하고, 어려운 일은 쉬운 일처럼 하라. 전자는 자신감으로 인한 방심을 막아주고, 후자는 소심함으로 인한 낙심을 막아준다. 큰 어려움 앞에서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너무 많이 생각하면 행동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참을 줄 알라. 우연히 일어나는 일들은 빈틈없이 경계해야 한다. 오랜 시간 평정을 지켜왔어도 한순간의 분노나 쾌락으로 일을 망칠 수 있다. 말을 무심코 내뱉는 사람은 말을 가볍게 여기지만, 신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말을 무겁게 여긴다.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려면,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한다. 이런 불완전한 단점을 극복하면, 나머지도 다 극복하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처음에는 쉬고, 일은 마지막으로 미룬다. 하지만 먼저 중요한 일을 하고,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부수적인 일을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주어진 상황에서 완벽함을 추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덕을 갖춘 사람이 돼라. 미덕 있는 사람은 살아서는 사랑을 받고, 죽어서는 오래 기억된다. 인간의 능력과 위대함은 행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글귀가 마음에 새겨진다. 이 책은 수많은 조언과 함께 300개의 빛나는 현실적 지혜를 일깨워준다. 머리맡에 두고 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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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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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는 마음]의 저자는 10년 정도 PD로 살아오면서 내 눈으로 돌아본 나의 직업 수기라고 소개한다. <톡이나 할까?>의 기획의도부터 제작 때 특별히 고민한 부분, 김이나 작사가를 진행자로 섭외하게 된 이야기와 인터뷰가 담겨 있고 방송국 입사와 콘텐츠 기획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한다.

 

정해진 장르의 규칙이 없으니 일하는 방식도 문화가 다르고, 같은 방송사 안에서도 PD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방송은 평가나 결과가 안 좋으면 그건 모두 PD의 책임이다. 욕심도 PD가 제일 많을 수밖에 없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PD의 일인 것이다.

 

MBC가 첫 직장이었으니 많은 것이 말로 이루어졌다. 예능에서 출연자와 계약서도 쓰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정하고 시작하는 드라마와 달리 레귤러라고 부르는 정규 편성 예능은 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은 채 끝나야 끝나는시스템이니까. 다른 곳에 이직하고 나서야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엔 대기업도 정장을 고집하는 경향이 사라지는데 상암동에서는 추리닝에 슬리퍼, 민소매나 핫팬츠도 일상이다. 낮밤의 업무와 생활이 뒤섞여 있는 거대한 기숙사 같은 공간처럼 느껴진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매뉴얼과 시스템을 거칠 새 없이 바로 현장에서 재량껏 판단을 내려야 한다. PD는 매순간 시스템 없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다. PD로 일하며 배운 가장 중요한 태도는 타협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 끊임없이 타협을 거치며 살아야 한다.

 

예능 PD들에겐 억울한 순간도 많다. 예능의 대본이 유출되어 크게 논란이 일었는데,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다 대본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시청자들은 그 뒤로 모든 예능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했다. ‘리얼이라고 해서 마음을 열었는데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PD들이 리얼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대부분 진짜이다. 반대로, 너무 드라마틱한 전개라서 대본 아니냐는 말이 나올 때도 많다고 한다.

 

PD에게 편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타협하는 태도를 끊임없이 훈련한다는 사실이다. 마감이 정해진 창작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타협을 지속한다는 것이다. 방송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함께 일하는 작가, 영상, 조명, 음향업계 종사자들이나 희극인, 배우, 음악인 같은 연예인만으로도 이미 다양하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배우를 섭외하려면 출연한 영화들을 챙겨 봐야 한다. 작가를 섭외하려면 대표작을 읽어두는 것은 기본이다.

 

MBC 최종합격을 하고 신체검사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재검사를 하고 그 뒤로 체중을 넘기지 않으려고 방울토마토를 먹는다. 덕분에 건강을 과신하던 때보다 고지혈증 환자로서 훨씬 더 건강한 생활을 한다. 적게 먹고, 좋은 것을 먹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필라테스를 4년째 하고 있다. 밤을 꼬박 샜어도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했다고 한다.

 

<톡이나 할까?>에서의 뭐 하나만나서 카톡한다였다. 이건 토크쇼다. 그중에서도 일대일로 이루어지는 인터뷰 프로그램이었다. 인터뷰는 누군가를 경청하는 태도가 되었다가. 결국은 내가 찍고 이야기할 세상을 마주보는 기술이 된다. 말로 하면 빨리, 속 시원하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코딱지만한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니 속이 터지고 카톡하다 답답해서 전화 건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당연한 반응이다. 일상 속에서 카톡을 할 때 질감이 사라진 문자들이 종종 오해를 낳는다. 하지만 그 문자 대화를 마주보고 앉아서하는 <톡이나 할까?>에서는 오히려 너무 사소한 나머지 평소엔 그냥 스쳐 보냈던 수많은 감정들에 확대경을 대고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는다.

 

4장에서는 방송국에 입사했을 때 도대체 저게 다 무슨 말인가 싶은 언어들을 정리해두었다. 시바이. 야마. 마가뜨다, 니쥬, 오도시, 니마이, 쌈마이, 나까 등은 한국 방송 산업은 일본의 지대한 영향 아래 발달해 왔기 때문에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톡이나 할까?> 예능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편한 시간에 찾아서 봐야겠다. 이 책은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수 있도록 스스로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 일하는 예능 PD의 생존기다. 방송국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알짜배기 같은 정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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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케팅하라! -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최적의 마케팅 공부
박노성 지음 / 성안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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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케팅하라]의 저자는 롯데칠성 2% 부족할 때등 다양한 브랜드의 성공 캠페인을 이끌었고 이후 독서교육 홍보마케팅을 2위의 중소 브랜드를 업계 1위로 키워놓았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책은 현시대에 맞게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마케팅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책의 구성은 모두가 칭찬하는 성공 사례나 효과를 거둔 광고, 성과를 냈던 마케팅에 숨겨진 이면을 비틀고 되짚어 다른 각도로 정리하였다. 다섯 개의 부로 나누었으며, 각 부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의 마지막 장에는 우리가 주변에서 겪을 수 있는 마케팅 에피소드를 담은 헤드라이트라는 코너가 있다.

 

흔히들 서점을 두고 트렌드를 읽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별마당 도서관은 어떨까? 아쉽지만 책의 흐름이 멈춘 지 오래이다. 오래된 책도 관리가 부실하여 유실 혹은 파손된 것이 많다고 한다. 수많은 데이터에는 신호와 소음이 섞여 있다. 소음처럼 쏟아지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신호를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도 마찬가지로 경쟁적으로 돌아가는 대량 생산 시스템 덕분에 시장에는 많은 제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돈키호테는 저자가 일본 출장을 갈 때마다 들리는 곳이다. 이곳은 마치 창고를 연상케 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말 그대로 이곳저곳을 다니며, 원하는 상품을 털어오도록되어 있었다. 신세계 그룹이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하여 삐에로쑈핑을 열었다. 저자는 아이들과 매번 삐에로쑈핑을 찾았는데 몇 번 방문하고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급소 가격이니 광대 가격이니 저렴한 가격을 홍보하는 마케팅 문구는 많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차별화를 이루는 의미 부여의 4가지 전략

1 개발 단계에서 브랜드 의미를 도출한다

2 내부의 공감을 얻는다

3 · 장기적으로 계획한다

4 모든 마케팅 활동에 브랜드 의미를 부여한다

 

잘나가던 야후는 왜 몰락했을까? 2000년에 닷컴 버블이 붕괴하자 미국 야후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 등 검색 기능 이외의 서비스를 다양하게 확대하지 못했다. 검색 엔진의 중요성을 간과하였다. 미국 야후와 야후 재팬은 모든 부분에 의견이 일치했지만, 오직 검색 엔진에 관한 부분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PC에 너무 중점을 두는 바람에 스마트폰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외환 위기, 세계 금융 위기, 2019 코로나19 까지 몇 년에 한 번씩 전 세계가 위기에 빠지는 지금이야말로 제품으로 고객을 옭아매려는 소니 스타일이 아닌, 인문학과 제품의 접점을 고민한 애플 스타일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한다. 21세기에 필요한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다섯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숙고하는 것이다. 둘째는 시도이다. 셋째는 연결이다. 넷째는 직관이다. 다섯째는 융합이라고 한다.

 

소비자를 열광시켜라 파트는 2% 부족할 때 캠페인에 대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이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상당히 많은 양의 독서를 했다. 현직 마케터이거나 마케터 지망생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도 추천하였다. 소비를 통해 재미인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식은 신세대의 대표적인 소비 습관으로, 펀슈머의 특성을 보인다. 펀슈머는 재미와 소비자의 합성어로, 구매와 함께 재미까지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생기면 이들은 온라인에서 다른 이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아마존, 이베이, 쿠팡, 마켓컬리, 네이버 쇼핑, 오픈 마켓 등은 승객이 원하는 버스를 골라 탈 수 있는 정거장처럼 고객과 판매자가 만날 장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플랫폼이라고 불린다. 플랫폼을 만들더라도 무조건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 검색으로 정보를 얻는 시대에 여러분이 만든 콘텐츠가 발견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나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등이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존의 마케팅 관련 도서들과 달리 세부적인 자료까지 살펴보며, 마케팅과 관련하여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찾아낸 저자만의 노하우와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의 모든 피드백을 모아 애정을 가지고 쓴 책이고 많은 비용을 마케팅비에 투자하고 있는 소상공인 등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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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술 - 개그맨 김형인의 뼈 때리면서도 담백한 세상에 대한 처세 이야기
김형인 지음 / RISE(떠오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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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술]은 대한민국 최고 개그맨이었지만 짧은 전성기를 보낸 뒤 긴 침체기를 보낸 연예인 김형인의 첫 책이다. 빨간색의 표지가 눈길을 끈다. 책은 쉽고 편하게 읽힌다. 그러나 저자가 겪은 아픔과 고통이 인생살이는 처세술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잘못했으면 맞는 게 당연한 거. 때리지 말라 하지 말고 맞을 짓을 하지 마라. 아버지 매 실컷 맞고 처세를 깨달았다. 아빠들은 왜 매를 들어야만 할까. 개그맨 생활 각오하고 시작하면 무서울 거 하나 없더라. 처세를 잘해야 할 사람한테 잘못해서 혹이 생기고 미운털이 박혔다. 처세다. 인생살이 결국 전부 처세술이다. 아무리 잘나도 결국 날 써주는 건 사람이니까. 사람을 남겨야 되는데 나를 남겼다. 강자한테 강하고 약자한테 약한 거 멋있는 것일까. 그래서 강강약약 세상 이치가 그런 거니까.

 

사십 대가 되면 인생의 반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사십 대를 불혹이라고 부른다. 사십 대에는 혹하지 않는다는 말에 난 혹해서 사기를 당했다. 내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이들이 나를 대단하게 대우해줄 때 우리는 대단한,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이들이 나를 대단하게 대우해줄 때 우리는 대단한,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연예인이고 깡패고 대표고 군인이고 선생이고

직업 귀천 없다.

어느 직업이든

못난 놈도 있고 잘난 놈도 있다.

(중략)

개그맨으로 태어나

온갖 직업 겪으며 느낀 진리.

난 직업이 미운 게 아니라,

그냥 미운 사람이 밉더라.(p37~38)

 

역사적으로도 처세 잘한 것들 배불리 잘 먹고 잘산다. 친일파 봐라. 지금도 배불리 잘 먹고 잘 산다. 독립운동했던 분들, 그분들의 후손들은 지금도 형편이 좋지 않다. 친일파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인간이 생존본능까지 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세를 알아보고 라인을 탄다? 금방 뽀록난다. 라인 탈 생각하지 말고, 나를 따라주는 아랫사람에게 잘하는 연습부터해라. 아랫사람한테 잘하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다. 아랫사람에게 하는 처세는 기반이고, 기반이 잘 다져진 처세는 무너지지 않는다. 기초공사가 제일 중요한 법이니까.

 

개그맨으로 살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졌을 땐 비난받는 게 지옥 같더니, 참다보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누구 때문에 죽을 바에야 일등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죽을 각오 한 번이 열심히 살 결심이 되기도 한다. 누구한테 욕먹을 때 힘들어할 필요 전혀 없다. 보통은 나를 뜯고 씹고 욕한다는 건 그 사람이 나보다 못난 경우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조언을 해주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헐뜯지 않는다.





도박 잘못해서 패가망신했으면 나한테 도박 가르친 친구 잘못이 아니라 따라간 내 잘못이다세상 탓도 따지고 보면 남 탓이다. 세상 욕하는 것도 결국 뒷담화다. 어떤 일을 하면 어떤 식으로든 결과는 나온다. 저자가 늘 하는 말이 있는데 결과에 대해서 후회할지언정 과정에 대해서 후회하지 말자. 결과가 나쁘면 다시 시작하면 되지만, 과정을 후회하면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되니까.

 

나부터 생각하고 내 것부터 챙기고 조금 남으면 남도 조금 챙기면 된다. 나 하나 못 챙기는데 남들 챙기는 사람 되는 건 아무나 못 한다. 윤리 시간에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라 했다. 그럼 망하던데 뭘. 다 퍼주고 아무것도 없던데 뭘. 나부터 생각하고 남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사람들이 대체로 건강하더라.

 

저자는 아프고 힘들고 나면 한 단계 더 단단해진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아픔이 지금의 날 만들었다. 깨달음이나 배움 같은 건 좋은 것에서 오지 않았고, 배신이나 아픔을 통해서만 오더라. 좋은 인생만 이어지면 깨닫거나 배울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 삶도 나쁘진 않겠다만, 난 풍파를 견디며 나아간 내 삶이 좋다.

 

이 책은 굳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면, 성공의 맛을 보자마자 실패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처럼 느낀다면, 모두가 나를 따돌리는 것 같다면 등 이런 나락에서도 부활하는 강철 멘탈을 갖게 될 것이다. 개그맨 김형인의 뼈 때리면서도 담백한 세상에 대한 처세 이야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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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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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중독을사랑해#도우리#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5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는 김현미, 양다솔, 박참새 작가들의 강력 추천하였고 <한겨레21>르포작가 공모전 수상작이다. 저자는 문화 주제들과 몇 언론이나 소비 시장에서 언급하는 문화 트렌드는 상당수 겹치지만 중독된 자로서, 문화를 중독의 언어로 쓰고자 했다. 이 책은 프로 중독러인 저자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고, 생생한 중독기이자 참신한 사회 보고서이다.

 

갓생, 배민맛, 방꾸미기, 랜선 사주, 중고 거래, 사주, 안읽씹, 데이트앱, 좋아요라는 주제가 갈무리됐다. 여기서 갓생이 뭘까 궁금했다. 배민맛과 좋아요 두 주제는 나도 중독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고 다른 주제들은 생소하다.

 

갓생은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며 타의 모범이 되는 성실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로, 이름부터 형용모순이다. 갓생은 아침에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고, 명상하고, 물 한 잔 마시고, 그날 등록한 운동을 빠지지 않고, 스킨케어 루틴을 하는 등 소소한 일련의 일상 실천이다. 갓생의 반대는 현생(현실 인생)이 아닌 혐생(혐오스러운 인생)인 걸 고려해보면 갓생이라는 표현은 그럴듯하다.

 

회사에선 할 일들을 해치우기 위해서, 가짜 퇴근 후 스타벅스에 출근해 사이드잡을 해치우기 위해서는 카페인이 필요하다. 요즘 갓생러들은 진짜 점심 말고 가짜 점심을 먹는다. 시간이 낭비라는거다. 15분 만에 밥을 먹고 직장 근처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거나 당근마켓을 통해 물건을 사고팔아 용돈벌이를 하는 문화도 있다.

 

배민맛이란? 문 앞에 배달된 음식을 집 안에 들일 때부터 풍기는 뜨거운 비닐 기름 범벅 냄새를 맡으며, 배달 음식의 포장 비닐을 대충 찢어내 유튜브를 보며 허겁지겁 먹고, 남은 소스나 밑반찬이 아까워서 깨작거리다 과식하게 되고, 지하철 역사를 가득 채운 냄새에 이끌려 산 델리만쥬마냥 막상 다 먹고 나면 그렇게 맛있지 않아 실망하고, 버리기 전 퐁퐁을 가득 짜 헹궈봐도 벌건 고추기름이 번들거리는 빈 플라스틱 용기들을 허탈하게 바라보며 이젠 정말 배달 음식 끊어야지결심하기까지가 모두 배민맛이다.

 

유튜브에서 영화의 주요 장면만 요약해 보여주는 결말 포함콘텐츠, 10화짜리 드라마를 1시간 이내에 요약해서 보여주는 몰아보기콘텐츠도 유사한 맛을 낸다. 어쩌면 자본 없는 자본주의 인간일지 모른다. 방꾸미기에서 왜들 인테리어에 진심이 됐을까 생각하니 코로나가 확산되자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공간에 신경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집 딸래미는 그렇지 않은 것을 보니 아마도 독립해서 사는 청춘들이 그렇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랜선 사수, 중고 거래, 사주 풀이, 데이트앱은 이용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조만간 랜선에서조차 사수가 사라지게 될지 모르겠다. AI가 우리의 엉덩이를 사무실에서 차버리고 그 자리를 꿰차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좋아요는 외로움 중독 사회를 대변한다고 한다. 나는 독서 블로그를 시작하고 늦은 나이에 인스타그램도 시작했다. 한동안 좋아요 개수를 보고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했으나 자아가 넘쳐나지는 않는다.

 

철학자 한병철은 <투명 사회>에서, 디지털 네트워크 공간에서의 현대인은 모든 것을 고백하고 전시하는 투명성의 실천을 통해 진정성 있는 무언가에 다다른다는 믿음이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의 광고 모델과 지금 인플루언서들의 큰 차별점이다. 인플루언서들은 존재 자체가 광고이고, 살아 있는 광고판이다.p210

 

콜포비아, 톡포비아 이런 단어도 생기는 것을 보면 대화의 흐름이 끊기고 서로의 감정이 유통될 기한을 넘어버리면서 사람들과 멀어지지 않을까. ‘안읽씹이 아닌 기다림으로서 존중하는 만답 같은 쓸모없음이 소중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의 맥락이 비지 않아야 한다. 단지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대화할 권리로 확장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어딘가 인기가 없는 존재다. ‘좋아요대신 괜찮아를 서로와 스스로에게 건네주는 건 어떨까? 계속 좋아요를 더 받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며 인스타그램 앱을 껐다 켰다 반복하느라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해도, 괜찮아. 책에는 내가 처음 들어보는 말들도 있었다. 하나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온 마음들이 필요했다는 것과 너무 많은 것을 투사해 버렸다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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