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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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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디자인과 편집으로 만난 2020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향수]는 현재까지 49개국 언어로 번역 소개되고 전 세계적으로 2천만 부 판매를 기록했다. 소설의 매력은 냄새향수라는 이색적인 소재에서 이끌어 낸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과 위트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향수>18세기 프랑스에 가장 천재적이면서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사드나 생쥐스트, 푸셰나 보나파르트 등의 기이한 이름과는 달리 장바티스트 그르누이라는 이름은 오늘날 잊혀져 버렸다. 천재성과 명예욕이 발휘된 분야가 역사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냄새라는 덧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상상이 안가지만 이 시대에는 악취가 도시를 짓누르고 있었다. 가장 심한 곳은 파리였다. 페르 거리와 페론 거리 사이에 위치한 이노상 묘지였다. 묘지 인근 시장 바닥에서 매독에 걸린 20대 모친은 대구 비늘을 손질하다 그르누아를 출산하였다. 앞서 네 명의 아이들은 반쯤 죽은 상태로 태어나 생선 쓰레기에 버려졌다. 생선 도마 밑에서 그르누아가 울어 대기 시작했고 엄마는 영아 살인죄의 판결로 그레브 광장에서 처형되었다.

 

아기가 너무 게걸스럽다는 이유로 여러 보모를 전전하다 유모 잔 뷔시는 아기에게 냄새가 없다는 것이 악마에 씌었다며 키울수가 없다고 하였다. 가이아르 부인에게 맡겨져 양육되었다. 부인에 의해 그리말 무두장이에게 값싼 노동력으로 도제가 되었다. 그르누이 자신은 아무런 냄새가 없으면서도 이 세상 온갖 냄새에 비상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심지어 작은 얼룩에 이르기까지 그는 냄새로 알아낼 수 있었다.

 

무두장이 도제로 일하던 어느 날 어떤 향기에 이끌려 향기의 원천인 소녀를 발견하고 그녀를 목졸라 죽이고 그 향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의 첫 번째 살인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어 향수 제조자 발디니의 도제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자신의 인생 최대 목표가 세상 최고의 향수를 만드는 일임을 깨닫는다.

 

그르누이가 온 후 발디니의 향수 가게는 프랑스 전역, 온 유럽에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그는 크게 앓고 나서 일에 한계를 느낀다. 파리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18년 동안 그를 짓눌러 온 것이 진하게 뭉쳐 있던 사람들의 냄새 덩어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외진 동굴에서 자신의 왕국에 향기가 넘쳐 나기를 원했다. 수 마일씩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 냄새도 맡을 수 있는 그르누이가 자신에게 나는 냄새를 맡을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휩싸인다. 7년만에 인간 세상으로 나와 향수 제조인들의 로망인 그라스로 가서 <인간의 냄새>를 만들려는 계획을 한다. 그르누이는 향수를 온몸에 가볍게 두드려 발랐다. 지금 몽펠리에의 거리를 걷고 있는 자신이 사람들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을 뚜렷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특별한> 사람들, 즉 아주 드물지만 사람들에게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사람들의 냄새였다. 그 사람들이 바로 그의 재물이었다. 그라스에서는 원인 모를 연속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머리카락이 남아 있지 않았다. 살인자가 그녀의 옷과 함께 머리카락도 잘라서 가져가 버린 것이다. 주교는 정식으로 그라스의 살인마에 대해 파문과 저주의 처벌을 내렸다. 도시 전체를 공포로 몰아갔다. 스물 다섯 번째 목표인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향기가 나는 소녀의 향기를 취하고 나서 그르누이는 체포된다.

 

그의 처형이 이루어지는 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광포한 증오심에 사로잡힌 그들이 1분 전까지만 해도 사형 집행인이 그를 때려죽이기를 갈망하지 않았던가. 모든 사람들의 눈에 푸른옷을 입고 있는 이 남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매력적이며, 완벽한 사람으로 보였다. 한평생 소유하기를 갈망해 왔던 향수, 지금껏 죽였던 스물다섯 명의 여인에게서 체취한 향기로 만든 향수를 바르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르누이는 죽음은 면했지만 절망에 빠졌다. 살인광인 자신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증오를 느꼈다. 그는 파리 이노상 묘지로 향했다. 자정이 되자 도둑, 살인자, 무법자, 창녀, 탈영병, 젊은불량배 등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는 향수를 온몸에 뿌린다. 향기에 이끌린 부랑자들에 의해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영화를 볼 때 충격적이었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향기로운 향수를 소재로 이런 글이 나올 수 있다니 파트리크 쥐스킨트 작가의 능력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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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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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스 로슬링은 의사이자 공중 보건 전문가이자 통계학자라는 독특한 학문적 배경을 갖고 있다. 그가 강의한 내용은 유엔, 대학, 법인의 전문가들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되어 질문을 만들어 답을 선택하게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들에게서도 무지를 발견했다. 세계의 인구 변화, 건강 변화, 경제 변화 등에서다. 이 결과를 모아 써야겠다고 생각한 책이 바로 <팩트풀니스>이다. ‘팩트풀니스사실충실성이란 뜻으로 팩트(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태도와 관점을 의미한다.

 

이 책은 혼자 쓴 것이 아니라 아들 내외와 18년 동안 긴밀히 협력한 결과다. 책의 말미에는 한스 로슬링의 암의 발병으로 병상에 누워 초고를 완성하며 모두 건강할 때 공동 작업을 진행하는게 얼마나 쉬웠는지 짐작은 할 수 있을거 같았다.

 

로슬링 박사는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을 테스트하기 위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13가지 문제를 만들어 풀어보게 했다. 그 결과, 평균 정답률은 16%에 불과했다. 침팬지가 정답을 무작위로 고를 때의 33%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다. 더욱 놀라운 점은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일수록 실상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p21)

 

10가지 극적인 본능 중 첫 번째인 간극 본능 이야기의 첫 번째 오해는 세상을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라는 2개의 상자에 나눠 담음으로써 사람들 머릿속에서 세상의 모든 비율을 완전히 왜곡해버린다. 세계 인구 다수는 저소득 국가도, 고소득 국가도 아닌 중간 소득국이 산다. 중간 소득 국가는 세상을 둘로 나누는 사고방식에는 존재하지 않는 범주이지만, 현실에서는 엄연히 존재한다. 인류의 75%가 사는 곳이자, 사람들이 간극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곳이다.

 

 

 

책은 네 단계 소득수준을 도표로 나누어 10개의 간극에 적용시켜 이해가 쉽게 하였다. 세계 발전을 보여주는 32가지 항목 중 사라진 나쁜 것 16가지와 늘어나는 좋은 것 16가지에서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것은 과거를 잘못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공포 본능은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을 물어보면 거의 항상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대답이 네 가지 있다. , 거미, 높은 곳, 그리고 좁은 공간에 갇히는 것이다. 이런 두려움은 우리 뇌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진화와 관련한 명백한 이유가 있어서, 우리 조상은 신체 손상, 감금, 독에 대한 두려움 덕분에 생존율이 높아졌다. 이런 위험 감지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공포 본능을 일깨우고, 뉴스에서도 그런 본능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날마다 볼 수 있다.

 

베트남전쟁은 저자 세대로 치면 시리아 내전 정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 인구의 2.7%가 목숨을 잃었다. 신종플루로 수천 명이 사망했다. 2014년 에볼라와 달리 신종플루 사망자는 2배로 증가하지 않았다. 결핵은 전염성이 있고 결핵 균주는 약제에 내성이 생길 수 있어, 4단계 사람도 많이 죽을 수 있다고 하였다. 요즘 제일 무서운 것은 코로나19가 아닐까 생각한다.

 

 

 

소득수준이 다른 가정의 칫솔을 비교한 사진이다. 1단계에서는 손가락이나 막대로 이를 닦는다. 2단계에서는 플라스틱 칫솔 하나를 식구가 다같이 사용한다. 3단계에서는 한 사람당 칫솔이 하나씩 있다. 4단계는 독자에게 이미 익숙한 사진이다. 4단계 가정의 침실은 미국, 베트남,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기타 세계 어느 나라든 비슷하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때 의사와 간호사는 의식을 잃고 들것에 실려온 군인 중 위를 보고 똑바로 누운 사람보다 바닥에 엎드린 사람의 생존율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위를 보고 누우면 토할 경우 토사물에 질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엎드려 누우면 구토를 하더라도 기도에 틈이 생겨 질식할 위험이 적었다. 이를 관찰한 덕분에 군인 외에도 다른 수백만 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운명 본능을 어떻게 억제할까? 사회와 문화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사소하고 더뎌 보이는 변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축적된다. 지식은 유통기한이 없어서 무언가를 한번 배우면 그 신선도가 영원히 유지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수학, 물리학 같은 과학이나 예술에서는 어느 정도 사실일 수 있다. 새로운 데이터를 받아들이면서 지식을 신선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다급함 본능이 필요하다.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분석적 사고를 가로막고, 너무 빨리 결심하도록 유혹하고, 충분한 고민을 거치지 않은 극적인 행동을 부추긴다. [팩트풀니스]는 세상의 무지에 맞설 강력한 도구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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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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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중에서 쉽게 오를 수 없는 분야가 시와 철학이다. 저자는 시 21편을 통해 들여다보는 현대 철학의 주요 개념을 우리 삶을 조망하는 데 도움이 되는 21개의 봉우리를 만들어 놓았다. 각 봉우리에서마다 지금까지 접해 보지 못한 삶에 대한 새로운 전망, 각자의 고유한 개성을 내뿜는 다양한 전망들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시는 어떤 시간감, 리듬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리듬은 시인이 무엇인가를 낯설게 느꼈을 때, 그것을 새로운 말로 옮기려고 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시인이 느낀 것은 기존의 말로는 표현될 수 없는 낯선 상처, 어떤 감각이다. 반면 철학은 개념들을 창조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엮음으로써 새로운 사유 문법을 만드는 학문이다. 시인이 물속으로 직접 들어가 온갖 물고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존재라면, 철학자는 그물로 끌어올린 물고기를 다시 확인하고 만져보는 사람이다.

 

이 책은 김수영, 김춘수, 황동규, 황지우, 기형도, 최영미 등 우리에게 친숙한 현대 시인의 시를 통해 들뢰즈, 푸코, 사르트르 같은 현대 철학자들이 고뇌했던 문제들이 우리 현대 시인들이 고민했던 문제들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감각적인 문장 속으로 녹여냈다.

 

<노동의 새벽>의 박노해라는 이름이 필명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시집을 통해서 억압받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온몸으로 노래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가 출간되었을 때 사람들은 당혹했다. 새로운 글에서 노동 시인의 치열한 정서나 직업 혁명가의 차가운 이성이 사라지고 <화엄경>의 인다라 구슬이 보여 주는 낯선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고 난 뒤의 일을 죽는 사람 본인이 왈가불가한다는 것은 오만한 일이라고도 생각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서 생기는 모든 외로움과 고통을 자기 혼자 짊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규원의 <죽고 난 뒤의 팬티>라는 시를 통해서 죽음과 삶을 대하는 자신의 속내를 피력한 적이 있다. 교통사고를 몇 번 겪은 시인은 겁쟁이가 되었다고 심경을 토로한다.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다면 육신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타인들의 것이 되고 만다.

 

우리는 고독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비로소 우리는 고독에 빠지는 것이다. 오늘날 모던이란 말은 근대혹은 현대라고도 번역되지만, ‘모던이란 말의 유래를 찾아보면 라틴어 모데르나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새로운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이다.

 

근대 사회는 현대 사회에 비해서 무언가 약간은 낡은 시대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당시 사람들에게 근대 사회란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가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이 새롭다는 강한 자부심과 경이로움을 담고 있는 표현이었다.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시를 좋아한다. 시인이 말한 기다림의 순간이 사랑의 감정을 격렬하게 들끓게 만드는 것도 바로 이런 측면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기다림은 내 앞에 부재한 애인이 내게로 오는 시간 동안의 초조함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며 기다려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란 시가 어렵지 않게 읽힌다.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은 다양한 철학자들의 고뇌를 따라 기쁨, 분노, 행복, 절망을 함께했던 과거의 긴 시간이 이제 시를 읽는 일에도 이렇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100권의 시집보다 어쩌면 시인 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날 수 없으니 우리는 책으로 만나는 것이다.

 

우리 시 21편을 통해 들여다보는 현대 철학의 개념을 알아가고, 각 장 뒤에 [더 읽어볼 책들]에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시집과 철학책을 소개하고 있다. 시로 철학을 읽으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책 읽기가 즐거워지기 시작한다. 강의에서 다루어졌던 시집과 철학책들을 모두 사게 되었다고 행복한 불만을 토로하던 몇몇 분들의 얼굴도 떠오른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도 책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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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의자 SN 컬렉션 1
이다루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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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어하우스 소설 SN 컬렉션으로 이다루 첫 소설집 기울어진 의자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서부터 관계가 뒤틀리거나 끊어지는 반복 된 일상의 이야기를 다룬다. [기울어진 의자]는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재여서 공감이 많이 되었고 에세이 같은 단편 소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결혼 전 직장 동료였던 수정이는 만날 때마다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계약 직원이던 시절 입사하자마자 더 큰 회사로의 이직을 꿈꾸던 수정이는 사내 결혼을 하여 남편이 육아휴직을 냈고 학무모 모임 참석과 집안 일을 점검하고 있다. 남편이 일할 때는 아이 좀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집에서 쉬고 있으니까 다시 돈 벌어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에게 아이가 다 컸으니 사회생활을 권하기도 하였다. 수정이는 딸과의 통화를 끝내고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상사와의 업무 지시를 받고 급하게 회사로 가야 하는 수정이를 보며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수정이가 앉았던 의자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친한 친구로 자주 언급했던 준이 엄마가 자주 연락하고 지내자는 메시지가 왔다. 여름에 아이들과 물놀이를 가자고 해서 같이 가기도 하였는데 늦은 밤에 문자가 왔는데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플리마켓을 연다는 것이다. 만남이 계속될수록 조금씩 지쳐갔다. 플리마켓에 가지 않았는데 서프라이즈 선물을 들고 왔다며 봉투를 내밀었다. 치수가 큰 내복 바지, 비닐 가방, 양말, 스카프, 트레이닝복 등이 들어있었다. 마음에 안들었지만 배려해 준 선물이라 마음은 훈훈했다. 그때 문자가 왔다. “좋은 물건이니까 잘 사용해주면 좋고 총 금액 265000원이야 계좌번호 보낼게마음을 전달받은 줄 알았는데 일방적인 거래였다니 허탈했다. 하나같이 번지수를 잘못 알고 찾아온 불청객의 선물이었다. 와 이건 대박사건이다.

 

아이의 첫 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학부모는 딱히 할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드러나지 않게 조금씩 독립을 시켜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것만 같았다. 그래선지 입학식은 기쁘기도 했지만 어떤 아련함을 느낄 수 있는 행사였다. 아이가 첫 입학을 하고 학부모 공개수업은 마음이 설렌다. 엄마 왔다고 자꾸 뒤돌아보지 말고, 당부를 해도 아이는 엄마가 있는 곳을 보게 마련이다.

 

같은 반 아이 중 독감에 걸려 결석한 아이들이 있다고 하더니 준우가 온몸이 늘어져 있어 응급실에 다녀오고 역시나 5일간의 격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며칠 동안 누워 있던 아이가 침대 위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대신 간호하던 내가 감기에 걸렸지만 어수선한 주방과 어질러진 거실은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픈 것도 사치였다.

 

학부모로 자연스럽게 어울리다 보면 식사와 차도 마시고 쇼핑도 하게 된다. 누구는 비싼 옷을 거리낌 없이 살 수도 있고, 남편의 직업을 물어보기도 해서 당황한 일도 있을 것이다. 세 명이 모이면 본의 아니게 고독과 고립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이들이 축구를 할 때 엄마들은 약간은 긴장하고 있는 듯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알고 싶은 욕망이 커지는 듯했다.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인 타인의 삶이 궁금해도 말수를 줄여야 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살고 있어서 서랍 안에는 대인용과 소인용 마스크가 양쪽으로 나뉘어져 담겨 있었다. 떨어지면 안 되는 쌀처럼 마스크 또한 우리집 필수품 중에 하나가 된 지 오래였다. 사방의 공기가 살벌하게 느껴지고 사람이 보이기라도 하면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걸었다. 그들 또한 나와 같은 시선으로 사람들을 멀리 했다.

 

지금의 내 나이에 들어서 겪게 되는 관계의 양상을, 삶을 녹여내서 보여주는 책은 의외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배운 적 없고 누구 하나 가르쳐준 적 없었지만, 관계의 사건들을 글로써 다양하게 펼쳐 보았다[작가의 말]

 

사람을 많이 만나고 관계를 맺을수록 더욱 유연해지고 양보할 줄 알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관계의 양상을 담은 이다루 소설집 [기울어진 의자]는 일상의 관계를 녹여낸 소설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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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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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은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오승호의 신간이다. 전작 도덕의 시간을 재미있게 읽었다. 표지는 발레하는 소녀의 아름다운 모습과 은장본 양장으로 화려함을 더 한다. ‘스완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서 살아남은 소녀의 고독한 투쟁을 그린 미스터리. 선과 악, 탁월한 심리묘사는 책을 들자마자 단숨에 읽게 만들었다.

 

사이타마현 고나가와 시티가든 스완에서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무차별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사망자 21, 부상자 17명이 발생했다. 그들은 구스, , 산트로 불렸고, 그룹명은 엘리펀트라고 지었다. 미국 영화감독 구스 반 산트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 그가 감독한 <엘리펀트>는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유즈키 일행은 웹 카메라가 장착된 고글을 쓰고 범행을 저지르며 한 시간에 걸쳐 자신들의 행위를 영상으로 남겼다. 범인 오타케와 유즈키는 자살하였다.

 

두 발만 쏠 수 있는 모조 권총은 오타케가 제작하였다.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하던 오타케는 분수에서 빙글빙글 도는 인형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유즈키는 고글을 벗어 던졌다. 구스, 덩치만 큰 멍청이 자식 호기를 부리며 산트를 쏴 죽였지만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스카이라운지는 유즈키의 마지막 무대다. 사랑스러운 포니테일을 한 이즈미의 모든 것이 유즈키의 취향에 꼭 들어맞는다.

 

범인과 가까이 있었지만 살아 남았다는 이유로 이즈미에게 비난의 화살이 꽂힌다. 범인이 다음으로 죽일 사람을 이즈미에게 선택했다는 것을, 같은 사건을 겪은 고즈에가 충격적인 사실을 주간지에 폭로하였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어 버린 이즈미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고 학교나 발레 교실에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사건이 나고 6개월 후 생존자 다섯 명에게 초대장이 왔다. 도쿠시타 소헤이 변호사에게 의뢰한 요시무라 히데키가 기획한 모임이었다. 히데키의 어머니 기쿠노씨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는게 목적이라고 하였다. 이즈미, 호사카, 오다지마는 본명을 쓰고 이쿠타, 하타노는 가명을 썼다. 모임에는 보수도 따른다. 참석을 조건으로 기본급 같은 것이고, 진실을 말하는 대가로 보너스가 지급되고 거짓을 말할 경우 감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변호사는 말했다.

 

인간이라면 생사의 갈림길에서 서로 돕는 것인가? 기쿠노, 일요일이면 오는 스카이라운지 직원이 마음에 안들어 여기를 그만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녀를 구하려고 1층으로 내려갔다. 발레 실력 차이로 이즈미에게 열등감을 느껴 왕따를 시키는 것도 모자라 공연작 <백조의 호수> 오데트와 오딜의 배역이 발표되기 전 스완에서 만나자고 한 고즈에는 엄마를 찾아 헤매는 유키오를 지키려고 하였다. 첫 번째 두 번째 모임에서 몇 명은 진실하지 못했다. 한 사람씩 사건 시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는데 묵비 선언을 하기도 하고 언성이 높아진다.

 

오타케의 범행 동기가 밝혀진다. 지난 여름 스완 경비 업체에서 해고를 당하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오다지마가 꼴좋다충동적으로 나온 말을 오타케는 계속 마음에 담아 둔 것 같은 글을 남겼다. 오다지마가 범인을 제압하는 장면이 영상에 찍혀 영웅으로 불리는게 부담스러워 회사도 그만 두었다.

 

도쿠시타는 처음부터 오다지마와 이즈미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세 번째 타깃은 키쿠노의 죽음에 하타노, 호사카, 이쿠타 중 누구든 관련 없이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분을 우선적으로 모집했다고 말했다. 오다지마는 그날 밤 그 모임이 이후 누군가에게 납치당했다.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모임의 참가 멤버 또는 멤버와 가까운 사람일까?

 

잊지 않을 거야. 네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걸. 이기적인 경쟁의식, 제멋대로 스완에 날 부른 것, 스카이라운지까지 날 구하러 와 준 것, 그 짧은 순간. 나와 네가 서로 마주 봤던 단 한 순간에 네 오른쪽 눈에 마지막으로 비친 내 모습. 저수지 갑판 위에서 춤췄을 네 오딜을 언젠가는 꼭 보고 싶어서 난 병원 옥상에서 널 떠올리며 춤췄어. 흑조와 반대편에 선 백조를. 네가 가장 멋지다고 외쳐 준 그 오데트를.p511

 

[스완]을 읽으며 내가 이즈미의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생각만해도 끔찍하였다.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풀어가면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놀라운 대반전을 만나게 된다. 과연 그날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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