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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씨 덕분입니다 -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찐모녀 블루스
장차현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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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정은혜와 엄마 장차현실의 티키타카 성장기다. 은혜씨가 어렸을 때 이야기면서 엄마는 힘든데도 불구하고 책도 쓰면서 은혜씨를 키우느라 애쓰고 고생했다. 책에는 은혜씨가 태어나면서 열두 살 무렵까지 에피소드가 담겼다.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은혜씨가 엄마 장차현실을 그린 스케치 그림 1점과 장차현실 작가가 그린 성인 은혜씨를 그린 컬러 그림 2점이 특별히 수록됐다. 은혜씨가 뜨개질을 하는 모습이다. 특히 만화로 되어 있어 그림을 보고 읽는 재미가 있다.

 

젊고 건강한 30대 엄마, 사랑스럽고 예쁜 어린 은혜가 있다. 꿈 많고 젊은 엄마는 은혜의 발달장애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고, 자신을 포기 못해 헤매며 길을 찾는다. 마냥 슬퍼하고 있기에는 은혜에게 미안했고 은혜와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 여기며 삶에 집중했다.

 

은혜의 장애를 엄마는 오랫동안 슬퍼했다. 그때 기분은 놀이공원에서 열차가 뒤로 퍽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아이의 탄생은 새로운 세상의 경험을 주었다. 그러나 친구나 가족들에게 은혜의 장애는 충격이었다. 위축되고 슬퍼져서 사람들에게 연락을 안 한다. 어린이집에 보내려니 장애가 있는 아이에 대해 준비가 안돼 있다고 한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찾았다. 아이에게 요란한 프로그램보다 보살펴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설날이 되면 가족들이 모이고 운명이라 생각하고 살아야지 뭐. 속상한 소리를 듣기도 한다. 노 할머니는 아무 걱정 말아라. 잘 클거다 말씀하셨고 은혜는 잘 크고 있다. 장애가 있는 자신의 아이를 돌보느라 늘 지쳐 있는 엄마들이지만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다. 태도에 따라 치유가 되기도 하고, 아이와 자신을 더욱 힘들게도 한다.

 

장애 아동은 조기교육이 특히 중요하단다. 가능한 것은 무엇이든 해본다. 운동, 인지교육, 통합, 해야 할 것이 많으니 돈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조기특수교육실에서 본 엄마들은 아이의 장애가 자신의 잘못인 양 가족들에게 죄스러워 한다. 숨가쁜 하루를 지내며 자신조차 돌볼 수 없는 엄마들을 보았다. 배려는 아이뿐 아니라 엄마에게 더욱 필요하다. 이 봄, 그녀들에게 봄바람이 신나게 불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장애인인 딸을 항상 불안해한다. 때때로 딸을 믿지 못하는 내가 밉다. 은혜가 싫든 좋든 아이의 옆에 있는 게 좋다. 딸이 좋은 이유는 목욕탕에 같이 갈 수 있다. 취향이 비슷하다. 은혜 장난감을 내가 갖고 놀 수 있다. 부엌일을 둘이 같이 해도 좋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건 엄마가 상처 입고 힘들어할 때, 엄마 사랑해하는 내 새끼가 젤 예쁘다.





인생이 슬프게 느껴진다. 그런데 모든 괴로움을 무너뜨리는 게 있다. ‘엄마 배고파엄마 외로운거 그만하고 밥 먹자고 말한다. 다훈증후군의 딸과 엄마, 낯선 시선이 늘 따라다닌다. 엄마는 장애인 딸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간증비슷하게 했다. 훌쩍이기도 하고 같이 웃기도 하고 그 하나 된 기분으로 밥을 먹는다.

 

차츰 차츰 은혜에 대해 알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도 아이를 대하던 그 마음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은혜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부분 자신의 역할을 잘해내고 있다. 은혜가 따뜻한 능력을 소유하며 스스로 선택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선택한 기쁜 성을 누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부당한 것에 맞부딪혀 싸울 줄 아는 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아이에게 단비를 내려주는 좋은 엄마이고 싶다.

 

은혜는 멋을 부리는 나이가 되었다. 붉은 체크무늬 바지에 하늘색 조끼를 입고 허리를 묶는다. <헬렌 켈러>를 집어 들어 장애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이 문구를 가장 좋아한다. 책을 옆구리에 끼고 밖으로 나간다. 은혜의 외출은 세상과의 도전이다. 외출이라 하지 않고 출정이라 부른다.





이사 온 이후 겨울 채비를 했다. 김장을 해서 땅에 묻고 개집도 덮어주고, 나무들도 짚으로 싸주고 20평 남짓 작은 텃밭이 있다. 아프다 깨어난 아이는 엄마에게 살아 있음의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아이는 깨달음을 주는 스승과 같은 존재다. 행복의 기준은 내 안에 존재한다.

 

서른네 살의 은혜는 독립하여 혼자 살아가고 있다. SNS 친구만 해도 수천 명이 넘는 은혜가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면 가끔 안도의 숨을 쉰다. <은혜씨 덕분입니다> 속에는 힘들지만 아이를 키우며 공감할 수 있는 일상 속의 기쁨과 행복의 순간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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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미술관 : 미국 중·서부 - 미국은 어떻게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되었나 부자와 미술관
최정표 지음 / 파람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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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미술관]은 동부에 이어서 중서부지역의 16개 미술관을 다루었다. 중부지역의 시카고 미술관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다음으로 큰 미술관이다. 소장품도 많고 전시실, 관람객도 많다. 다운타운의 그랜트 공원 안에 있다. 미술관의 북쪽에는 2004년에 완성된 밀레니엄 공원이 있다.

 

저자는 시키고 미술관 2층의 인상파 전시실로 들어서며 ~!’하고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인상파란 19세기 후반 파리에서 일어난 일종의 미술 혁명이었고 당시에는 평가받지 못했던 아방가르드 그림이었다. 시카고 부자들은 파리를 여행하면서 이런 그림들을 사 모아 미술관에 기증했다. 인상파 그림을 수없이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은 시카고 유지들의 미술에 대한 높은 안목과 더불어 아낌없는 기부와 기증 덕분이다.

 

텍사스 동북쪽에는 댈러스라는 도시가 있고, 서쪽 가까운 곳에 포트워스라는 낯선 이름의 작지 않은 도시가 있다. 댈러스는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곳이고,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무대이기도 해서 그 이름이 익숙하다. 킴벨 미술관,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아몬 카터 미술관 등 세 개나 있다. 킴벨은 정통 유럽 미술품을,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현대작품을, 아몬 카터 미술관은 미국 작가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한다.





조지아 오키프 미술관은 샌타페이 한복판에 자리한다. 미국 여성 현대화가 조지아 오키프를 기념하는 개인 미술관이다. 오키프는 40대 중반에 이르자 신경쇠약으로 작업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작품은 매우 두드러진 특색이 있어서 쉽게 구분해낼 수 있다. 한국 최고의 여성 화가인 천경자의 작품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은 동부에 비해 문명화가 뒤지고 미술관도 훨씬 늦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LA는 동부의 보스턴이나 제임스타운보다 50여 년 먼저 서양인들이 뿌리내린 곳이다.그림은 때로 역사책이 된다. 시대 상황을 매우 예리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LACMA가 소장한 조지 벨로우스의 <절벽 주민들>이 그런 그림이다. 뉴욕의 한 빈민가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는데, 이토록 실감나게 묘사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석유재벌이었던 폴 게티는 로스앤젤레스에 빛나는 두 개의 보석을 남겼다. 게티 빌라와 게티 센터이다. 게티 빌라를 찾아갈 때는 경치가 일품인 말리부 해안을 드라이브해서 가야 한다. 폴 게티는 유명한 수전노이기도 했다. 손자 존 폴 게티가 괴한들에게 납치사건은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고 한다. 게티는 여성 편력이 남다른 재벌이었고 여자에게는 엄청난 돈을 썼다. 예술에는 약했는지 자기의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려고 미술품에 빠졌고 미술품을 끊임없이 사 모았다.





예술작품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따라 다니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그 이야기 때문에 작품도 미술관도 유명해진다. <핑키><파란 옷을 입은 소년>은 헌팅턴 미술관에 들어올 때까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그림이었다. 함께 전시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많은 TV쇼에서 두 그림은 한 쌍이 되어 등장하곤 한다. 영화에서도 가끔 한 쌍이 되어 화면에 나타난다.

 

서부 지역의 샌디에이고 미술관은 건물 자체도 스페인풍이고 소장품도 스페인을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에 강점을 가진 미술관이다. 샌디에이고는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에는 멕시코 지배하에 들어갔다. 지역의 미술관인 만큼 스페인풍이 강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동부 해안에서부터 시작된 나라이다. 동부에서 서부로의 끊임없는 전진이 미국의 역사였다. 이를 서부 개척이라고 한다. 최후 종착지가 오늘날의 오리건, 아이다호, 와이오밍, 몬태나, 워싱턴주라고 불리는 서북부 지방이다. 포틀랜드 미술관은 1892년에 만들어졌고 미국의 서부지역에서 선두 미술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미술관을 만드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오리건주의 개척자이면서 최고 사업가인 헨리 코버트이다. 이사회 초대 의장을 지냈고, 미술관에 거금을 기부했다.

 

재벌이 많은 돈을 들여 만든 미술관이 재벌 후손의 소유가 아닌 공익재산이 된다는 것,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부자와 미술관]은 기업의 운영과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소프트파워, 문화적인 힘은 부유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바탕하고 있다는 점을 포인트로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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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미술관 : 미국 동부 - 미국은 어떻게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되었나 부자와 미술관
최정표 지음 / 파람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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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미국은 빠른 산업화와 더불어 수많은 재벌이 출현했다. 미술품 수집에 몰입했던 재벌들이 있었다. 더러는 거금을 미술관에 기부했다. 이 책은 미국 명품 미술관들의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2014년부터 3년여에 걸쳐 부자와 미술관이라는 제목으로 월간 [신동아]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수정 보완해서 만들었다.

 

미국이 세계 최고 국가로 인정받는 이유는 문화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에 열등의식이 있었는데 문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에서도 세계 최고다. 이를 입증하는 곳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다. 영국에는 대영박물관이 있고, 프랑스에는 루브르박물관이 있다.

 

시작은 매우 평범했지만 미미한 시작이 창대한 결과물을 일궈낸 것이다. 설립은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보다 100년이나 뒤진 상태이지만 변화의 바람이 일어났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초기 역사에서는 케스놀라라는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참전 군인이었는데 섬의 영사로 재임하면서 섬의 발굴 작업을 주도했다. 귀국해서는 1879년부터 1904년까지 미술관장으로 봉직하면서 미술관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휘트니 미술관은 생존 작가를 중심으로 작품을 수집해 왔는데, 20세기 전반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특히 많이 소장하고 있다. 휘트니 미술관을 만든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는 억만장자 밴더빌트의 증손녀이다. 1900년대 초 유럽을 여행하면서 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고흐는 생전에 작품이 팔리지 않아 유족의 손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생전에 팔린 작품은 오직 한 점뿐이었다. 고흐는 35살이 되던 1888년 태양 빛이 강렬한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아로 가서 많은 작품을 그렸다. 고흐는 정신병원에 입원했었고 영혼이 괴로웠던 사람이었다. <별이 빛나는 밤>은 이 병원의 병실 창문으로 바라본 밤하늘을 그린 작품이다.



버펄로시는 오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의 동쪽 끝에 자리하고 있는데, 나이아가라강으로 떨어지는 대폭포가 바로 나이아가라 폭포다. 이 폭포 옆 버펄로시에 올브라이트-녹스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맨해튼의 미술관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훌륭한 현대미술관이다. 입체파로 가장 높은 명성을 올린 화가는 피카소다. 그런ㄴ데 창시하고 이론적 기초를 세운 화가는 프랑스의 두 화가, 알베르 글레이즈와 장 메챙제다. 올브라이트-족스 미술관은 글레이즈가 입체파 양식으로 그린 메챙제의 초상화가 있다. 고갱 작품도 2점 소장하고 있다. 고갱의 작품은 최근 미술시장에서 최고가를 갱신하는 중이다.

 

저자는 미술관에 갈 때마다 그림 중에서도 인상파 시기의 그림부터 본다. 커다란 그림 하나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고 깜짝 놀랐다. 그림은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는 대작이기 때문이다. 바로 세잔의 대형 그림 <대수욕도>였다. 1906년 작품으로 세잔이 죽기 직전에 그린 작품이다.




세잔은 마리-호르텐스라는 여인과 동거하면서 아이도 낳았다. 아버지는 이들의 결혼을 반대하고 위협했지만 항복하고 말았다. 파리보다 그가 좋아했던 남부 프랑스에서 주로 작품 활동을 했다.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폭풍우를 만났는데 귀가하다가 쓰러져 버린 것이고 다음날 침대에 드러눕고 말았다. 며칠 후에 숨을 거두었다.

 

미국의 부자들에게는 자선사업가라는 명칭이 붙어 다닌다. 돈을 버는 이유가 자선사업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정도이다.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부자들은 자선사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많은 부분이 미술관 설립이나 미술관에 대한 기부로 이어진다. 그래서 오늘날 미국에는 훌륭한 미술관이 수도 없이 많은 것이다.

 

이 책은 부자와 미술관 1권으로 동부지역의 미술관 15개를 다루고 있다. 책 속에서 최고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미술품 수집에 몰입했던 재벌들이 있어서 수많은 명품 미술관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가 수차례에 걸쳐 미 전역을 답사하여 정리한 미술관들이 어떻게 설립되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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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철학 - 중년의 철학자가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삶의 이치
김성환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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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30, 영화로 철학 강의를 하였다. 미래, 사랑, 재미, , 정의 등에 관한 철학을 두루 섭렵했고, 철학을 보여주려고 영화를 찾다가 영화에서 철학을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을 눈에 보여주기가 이 책의 목표라고 한다.

 

[영화관에 간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 문제가 하나 있다. 인간이 이성의 동물이냐 감정의 동물이냐는 것이다. 미래를 다룬 1매트릭스 4부작의 결론인 느낌대로 산다사랑을 다룬 2부에서의 이성의 제국 너머 있는 감각의 제국, 재미를 다룬 3부에서의 작은 디오니소스 파티는 모두 인간이 감정의 동물이라는 걸 뒷받침한다. 남을 다룬 4부에서 남의 위치에서 생각하기는 이성이 인간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정의를 다룬 5부는 시민과 죄수가 이성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기폭 장치를 작동하지 않는다는 건 인간이 감정의 동물이라는 쪽에 손을 들어준다.

 

<매트릭스>가 보여주는 사이버 문화의 특징은 환각 체험이다. 매트릭스 안에서 사람들이 체험하는 건 모두 환각이다.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좋은 영화를 몰입해서 보고 나면 누구나 주인공처럼 되고 싶어 한다. 매트릭스 4부작은 줄기차게 철학의 고전 문제 하나를 던진다.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하는 문제다. 모두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있다는 쪽에 손을 들어준다.

 

<어바웃 타임> 사랑은 배타적 인정이다. 서로 마주 보는 사랑의 약점은 감정의 배타적 인정이기에 흔들리고 깨지기 쉽다는 것이다. <건축학개론> 갈수록 사랑은 상징 세계의 현실이 된다. 사랑이 상징 세계의 현실이 되면 서로 마주 보는 사랑이나 함께 같은 쪽을 바라보는 사랑은 실현 가능성이 줄어든다. <첫 키스만 50번째>에서 루시 위트모어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보트 밖으로 알래스카의 멋진 풍경이 보인다. 이 영화는 욕망으로 해석되는데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서 꿈의 기능이 욕망의 충족이라고 말한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접신 체험의 연속이다. 올스타전의 한 팀을 꾸릴 만큼 주연급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영화의 세계관은 세 낱말로는 지배, 자유, 개인이다. 세계는 타노스가 지배할 수도 있고 어벤져스가 세계와 개인의 자유를 지킬 수도 있다.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나치가 유대인을 독일 민족과 구별해 비하, 격리, 학살한 건 유대인을 남으로 만든 사례다.

 

007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이 영화이고 6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패밀리 영화다. 헤겔의 정통 가족관은 세 가지 핵심 내용을 가진다. “가족은 사랑의 결실이고 인격의 산실이며 국가의 초석이다.”(p202) 가족은 사랑을 구현하는 남과 나의 통일이다. 가족을 낳는 사랑은 자연 정서에 가깝지만 두 인격이 자유롭게 동의한 상호 인정이다.

 

<변호인> <그랜 토리노>는 남으로 여기다가 나로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변호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속물 세법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변하는 모습을 그린다. 인권과 운동과 민주주의를 남으로 여기다가 나로 받아들이는 변신 이야기다. <그랑블루>는 인간이 큰돌고래와 공감하는 영화다. 큰돌고래가 자기에 대한 자크의 사랑을 느끼고 자크를 사랑해 함께 물속으로 야반도주한다. 과연 큰돌고래에게 공감 능력이 있을까?

 

배트맨 3부작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다룬 공리주의, 법칙론, 자유지상주의, 평등주의, 목적론, 공동선 이론으로 풀이하였다. 경찰, 검찰, 마피아, 금융업자가 등장하는 <다크 나이트>는 자유지상주의와 평등주의를 설명할 여지가 충분하다. 조커는 탈출하는 두 대의 페리, 시민들이 탄 페리와 죄수들이 탄 페리에 폭탄을 설치하고 서로 먼저 다른 페리를 터뜨리는 기폭 장치를 작동하거나 자정에 둘 다 터지는 선택을 할지 고심하는 모습이 하이라이트로 보여준다.

 

저자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김성환의 영화 한 컷, 철학 한 마디>를 연재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철학 공부는 영화 감상이다. 책은 영화도 다시 접하고 철학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22편 영화 속 철학 이야기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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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말센스 - 일과 관계가 단번에 좋아지는 54가지 말투
히키타 요시아키 지음, 송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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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말센스] 저자는 일본의 대형 광고 회사인 하쿠호도에서 광고 문구와 CF를 제작해왔다. 스피치라이터로서 많은 정치인과 기업 경영자의 연설을 쓰기도 했다. 말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이 책은 말이 서튼 어른, 호감의 말을 갖추고 싶은 어른을 위한 처방전을 구체적으로 제공하였다.

 

부하 직원이 생각처럼 일해주지 않아 고민인 상사,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고 싶은 사연자, 협상의 달인이 되고 싶다는 보험설계사, 칭찬의 매너리즘에 빠진 웨딩플래너,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 다양한 직업과 나이대의 사람들이 상담을 해왔다. 책에는 고민 18가지에 대해 세 단계씩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리는 1960년대가 지나기 전에 달에 갈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 존 F.케네디가 세계를 향해 이렇게 연설했다.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미국은 이 말을 계기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7년 후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 착륙했다. 어째서 케네디의 이 말에 움직였을까? 바로 ‘1960년대가 지나기 전이라는 구절에 있었다. 목표를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단순한 꿈을 구상으로 바꾼 것이다.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드는 비법을 가르쳐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의성·의태어를 사용하면 의미를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 두통을 지끈지끈이나 띵하게라고 표현하면 어떤 아픔인지 실감나게 전달될 것이다. 요점 정리해서 깔끔하게 말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면 이야기를 시작할 때 하고 싶은 말을 30초 정도로 정리해서 말하자.(~이런 방향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존재감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싶다슬라이드를 보여줄 수 없다고 가정하면 요점을 파악하기 쉬워지고, 디테일을 상세히 설명하게 된다. 슬라이드를 만든 다음 슬라이드를 버려라이다. 그 말은 리허설은 필수라는 점이다. 최소한 세 번은 해야 한다. 저자는 기획을 할 때나 원고를 쓸 때 반드시 종이에 아이디어를 쓴 다음 컴퓨터에 옮겨 적는 것이 비법이라고 한다.

 

칭찬발견이다. ‘아름답다귀엽다를 달리 표현하는 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상대 안에서 발견해야 한다. 너무 칭찬하지 않는 것도 칭찬이다. ‘칭찬하기는 어렵다. 말이 너무 많아지면 겉치레나 아첨으로 들린다. 침묵과 경청을 활용할 줄 아는 멋진 미소를 잃지 않는 것이다.

 

적을 만들지 않는 말을 쓰기 위한 비법은 언제나 긍정문으로 쓰고 말할 것이다.

“24일 마감에 늦으면 발매가 늦어집니다.”

“24일까지 완성해주시면 어떻게든 됩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마감일을 말하는 것은 똑같지만, 후자를 들으면 격려의 말을 건네주며 함께 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의 성격은 다면체로 되어 있다. ‘거절할 용기가 없는 소심한 일면이 있으면서 동시에 시원하게 거절할 수 있는 면도 가지고 있다.

긍긍부긍의 법칙을 터득하자

긍정~감사합니다!

긍정~불러주셔서 정말 기뻐요.

부정~하지만 오늘 꼭 끝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긍정~다음에 또 연락 주세요!

 

탈무드의 명언 중에 자신의 말을 자신이 건너는 다리라고 생각하라라는 것이 있다. 말하기 전에 말을 고르라. 늘 이것을 의식하면 그때그때의 감정을 공격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학생이나 젊은 사람들과 만날 때 정해둔 것이 있다. ‘사생활을 침범하지 말 것이다. 예전에는 회사의 인간관계가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가상 세계에서도 인맥이 형성되면서 다양한 만남과 모임의 장소가 생겨났다. 업무 이야기를 하면서 능력 향상을 화제로 삼거나 조직에 관한 상담을 들어준다면 환영받을 것이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는 동안 자신의 존재를 긍정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존감이라는 개념을 쉽게 쓰고 그 말이 안이하게 유행한 결과, 오히려 많은 이들이 나는 자존감이 낮아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특히 아이에게는 고마워”, “덕분이야라는 인사는 마음을 움직이고, 자존감을 높여 줄 수 있다. 친구가 되어 격려해주는 방법이다. 자신이 놓인 입장을 따지며 하는 이야기, 내 생각, 내 심정, 내 상황을 모두 버리고 어두운 바다 밑에서 말의 힘을 통해 떠오르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어른의 말센스]는 편지 형식을 띠고 있어 편하게 읽히면서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 말하기와 글쓰기의 업계 최고 프로가 가르쳐주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은 일과 관계가 단번에 좋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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