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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110/pimg_7583281443626297.jpg)
[직면하는 마음]의 저자는 10년 정도 PD로 살아오면서 내 눈으로 돌아본 나의 직업 수기라고 소개한다. <톡이나 할까?>의 기획의도부터 제작 때 특별히 고민한 부분, 김이나 작사가를 진행자로 섭외하게 된 이야기와 인터뷰가 담겨 있고 방송국 입사와 콘텐츠 기획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한다.
정해진 장르의 규칙이 없으니 일하는 방식도 문화가 다르고, 같은 방송사 안에서도 PD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방송은 평가나 결과가 안 좋으면 그건 모두 PD의 책임이다. 욕심도 PD가 제일 많을 수밖에 없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PD의 일인 것이다.
MBC가 첫 직장이었으니 많은 것이 말로 이루어졌다. 예능에서 출연자와 계약서도 쓰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정하고 시작하는 드라마와 달리 ‘레귤러’라고 부르는 정규 편성 예능은 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은 채 ‘끝나야 끝나는’ 시스템이니까. 다른 곳에 이직하고 나서야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엔 대기업도 정장을 고집하는 경향이 사라지는데 상암동에서는 추리닝에 슬리퍼, 민소매나 핫팬츠도 일상이다. 낮밤의 업무와 생활이 뒤섞여 있는 거대한 기숙사 같은 공간처럼 느껴진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매뉴얼과 시스템을 거칠 새 없이 바로 현장에서 재량껏 판단을 내려야 한다. PD는 매순간 시스템 없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다. PD로 일하며 배운 가장 중요한 태도는 타협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 끊임없이 타협을 거치며 살아야 한다.
예능 PD들에겐 억울한 순간도 많다. 예능의 대본이 유출되어 크게 논란이 일었는데,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다 대본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시청자들은 그 뒤로 모든 예능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했다. ‘리얼’이라고 해서 마음을 열었는데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PD들이 ‘리얼’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대부분 ‘진짜’이다. 반대로, 너무 드라마틱한 전개라서 대본 아니냐는 말이 나올 때도 많다고 한다.
PD에게 편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타협하는 태도를 끊임없이 훈련한다는 사실이다. 마감이 정해진 창작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타협을 지속한다는 것이다. 방송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함께 일하는 작가, 영상, 조명, 음향업계 종사자들이나 희극인, 배우, 음악인 같은 연예인만으로도 이미 다양하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배우를 섭외하려면 출연한 영화들을 챙겨 봐야 한다. 작가를 섭외하려면 대표작을 읽어두는 것은 기본이다.
MBC 최종합격을 하고 신체검사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재검사를 하고 그 뒤로 체중을 넘기지 않으려고 방울토마토를 먹는다. 덕분에 건강을 과신하던 때보다 고지혈증 환자로서 훨씬 더 건강한 생활을 한다. 적게 먹고, 좋은 것을 먹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필라테스를 4년째 하고 있다. 밤을 꼬박 샜어도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했다고 한다.
<톡이나 할까?>에서의 ‘뭐 하나’는 ‘만나서 카톡한다’였다. 이건 토크쇼다. 그중에서도 일대일로 이루어지는 인터뷰 프로그램이었다. 인터뷰는 누군가를 경청하는 태도가 되었다가. 결국은 내가 찍고 이야기할 세상을 마주보는 기술이 된다. 말로 하면 빨리, 속 시원하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코딱지만한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니 속이 터지고 카톡하다 답답해서 전화 건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당연한 반응이다. 일상 속에서 카톡을 할 때 질감이 사라진 문자들이 종종 오해를 낳는다. 하지만 그 문자 대화를 ‘마주보고 앉아서’ 하는 <톡이나 할까?>에서는 오히려 너무 사소한 나머지 평소엔 그냥 스쳐 보냈던 수많은 감정들에 확대경을 대고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는다.
4장에서는 방송국에 입사했을 때 도대체 저게 다 무슨 말인가 싶은 언어들을 정리해두었다. 시바이. 야마. 마가뜨다, 니쥬, 오도시, 니마이, 쌈마이, 나까 등은 한국 방송 산업은 일본의 지대한 영향 아래 발달해 왔기 때문에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톡이나 할까?> 예능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편한 시간에 찾아서 봐야겠다. 이 책은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수 있도록 스스로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 일하는 예능 PD의 생존기다. 방송국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알짜배기 같은 정보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