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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별빛처럼 빛난 자들 - 20세기 한국사의 가장자리에 우뚝 선 이름들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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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별빛처럼 빛난 자들]은 당대엔 괴짜혹은 별종으로 불렸지만, 지금 돌아봤을 때 이들이야말로 미래의 시간을 앞서 살아간 전복적이고 아방가르드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스물여섯 명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참기 힘든 일을 잘 견뎌내며, 어려운 이웃에게 손 내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책의 구성은 3부로 되어 있다. 1부 스스로 빛난 찬란한 별들에서는 최승희, 김향안, 천경자, 기형도, 김추자, 한대수, 박신자, 홍청자, 김창완, 윤복희. 2부 약자들의 편에 선 친구들에서는 김동원, 조영래, 최동원, 정종명, 함세웅, 박두성, 현봉학, 전태일. 3부 시련을 견대낸 존재들에서는 진창현, 김벌래, 김중업, 전형필, 김윤심, 김일, 이창호, 성철 등이 실렸다.

 

가난한 환경을 극복하고 조선의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무용수가 된 최승희는 완벽한 춤을 위해선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는 이기적인 아티스트였으며,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면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 에고이스트이기도 했다. 김향안은 혼인을 반대한 부모와 연을 끊고자 개명을 하였고 화가인 남편 김환기를 유럽과 미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내조를 하였다.

 

수십 마리의 뱀이 엉켜 있는 모습을 그린 <생태>를 발표한 뒤 화단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천경자는 아름다움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서슴없이 저지를 것만 같은 고약한 예술가로 불린다. 요절한 젊은 시인의 짧은 생애와 불안한 마음이 기록된 시집 한 권이 1990년대 독자들로 하여금 청춘의 몸살을 앓게 했던 기형도 시인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애정을 쏟는 대상은 음악도 춤도 아닌 이었다. 딸의 유학으로 독일에서 생활하는 김추자는 딸과 대화하고 마주 보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엄마는 강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가수다. 조선 최초 걸그룹이 저고리 시스터즈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난영을 제외하고 저고리 시스터즈 출신 멤버들이 모두 단명하거나 말년의 행적을 알 수 없게 되었다. 미니스커트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는 윤복희는 한류의 원조로 활동했다. <여러분>은 타인에게 위로만을 간절하게 요구하는 노래가 아니라 내가 먼저 너의 벗과 등불이 되겠다는 다짐을 담은 노래기이도 하다.

 

전태일 평전을 쓴 조영래를 인권 변호사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건 그가 죽은 뒤 한참이 지나고 나서다. 아름다운 이름으로 영원히 남게 되어 다행스럽기도 하다. 20세기 들어서 교육의 기회는 남성들에게만 주어졌다. 정종명은 식민지 조선 여자고학생들의 큰언니로서 평생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노력했다.

 

시각장애인들의 세종대왕인 박두성은 일제강점기에 점자를 만들었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던 박두성은 말년에 시력을 잃었다고 한다. 흥남부두에서 98천명을 피난시킨 현봉학이 있다. 사람들은 흥남부두 피란민 철수 작전을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전쟁 통에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적이라는 호명이 전혀 아깝지 않다.

 

본명 김평호였지만 극단에서 항상 눈에 띈다고 벌레라고 불린다. 우체국을 그만두고 행동무대를 창단하였고 배우로서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고 음향 일을 담당했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들어봤던 그 많은 소리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면 아마 김벌래의 작품일 것이다. 물려받은 전 재산을 일평생 문화재를 사 모으고 보호하는 데 사용했던 전형필 덕분에 수많은 문화재가 우리 곁에 남았고 우리 민족의 소중한 자산으로 더욱 돋보인다.

 

누구를 막론하고 3천 배를 올리게 한 성철을 두고, 권위주위적이며 고지식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성철에게서 사람들이 절에 와서 부처는 안찾고 나만 찾더라법정마저도 성철의 3천 배 요구의 숨은 뜻을 알게 되었다고 인정했다.

 

유명한 인물들의 위인전이라기보다 다정하고 친근한 이웃의 삶을 기록한 수기로 읽혔으면 좋겠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 소개하고 있는 인물들은 태양처럼 강렬하고 뜨겁진 않지만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처럼 은은하게 반짝이는 사람들로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띠며 밝게 빛나고 있다. 역사란 나를 포함한 우리의 소소한 삶을 세밀하게 기록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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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러닝
이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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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러닝]에는 여덟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무언가를 상실한다. 불안하고 어떠한 형태이든 결핍을 말한다. 첫장 부터 읽어나가기에 애매하면서 독특하지만 매력이 있다.

 

표제작이기도 하고 미발표작인 <나이트 러닝>은 드리 아빠와 나는 21조로 경비일을 하고 있는데 숙모 잔느에게 빌붙지 않으려면 짤리지 않고 일을 해야 한다. 합격자 발표 기사에 나온 사진을 옛날 사진으로 교체해달라고 하는 여자는 어릴 때 집을 나간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잔느와 결혼할 쌍둥이 삼촌 드레가 결혼식날 발작을 일으켜 죽었다. 잔느는 매일 자신의 팔을 자른다. 다음 날이면 다시 돋아나서 괜찮다고 했다. 매일 팔을 자르다가 많이 쌓여서 언덕에 올라 조금씩 잘 태웠는데 오늘은 불이 번졌다. 잔느는 드레가 보고 싶어서 팔을 자른다고 하였고, 그리운 사람이 자신의 변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까봐 예전 사진을 들고 올라온 여자의 마음도 알 것 같다.

 

<슈슈>에서는 나의 엄마가 돌아가시고 타국에 있는 이복 언니를 찾아나선다. 언제나 친절하게 잘 대해준 언니였는데 나를 좋아한 적도 별로 없지만 미워하지도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 곯아떨어진 언니는 폭풍 같은 숨소리를 냈다. 슈슈, 푸푸, 퓨퓨 내가 찾던 숨소리는 이것이었을까. <얼룩, 주머니, 수염>에서 공항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빈사모(빈티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만난 신경증이 있는 여자와 연애를 한다. 그녀가 선물한 빈티지 밥솥이 고장나 헤어지게 된다. 그녀의 선물을 버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고 불시에 들이닥치는 건 그녀의 취미생활이니 주의해야 했다.

 

<우리가 소멸하는 법>의 유구와 나는 왕릉을 걷고 있다. 소도시에서 만난 교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함부로 잔다는 것과 사랑에 대해 항상 생각한다. 유구가 한 말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교호의 없는 몸과 유구의 거짓말과 나의 딸꾹질이 한데 모여서 옥수수 스프처럼 끓는 한낮의 여름. 매미 소리는 여전히 울창했고 나는 계속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렸다. <모두에게 다른 중력>에 나는 사진을 전공했지만 종양으로 한쪽 눈을 잃었고 사촌 언니가 사는 맨해튼으로 가게 된다. 어느 날 사촌 언니가 사라지고 사촌 언니의 친구 도움으로 취업을 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의안을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

 

<대리석 궁전에 사는 꿈을 꾸었네>의 학원 강사 해원은 동업자가 애들 명단을 빼서 다른 교습소를 차렸다. 제자의 집에 얹혀 살면서 제자가 잃어버린 강아지 리치를 찾아달라고 한다. 리치도 할머니가 되었고 오십이 된 해원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에는 늦은 감이 있었지만, 무계획으로 버티기에는 너무 젊었다. <곰 같은 뱀 같은>은 엄마가 죽고 무력감에 빠져 있을 때 같은 요양원 간병인 온유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왔다. 엄마는 어릴 적 나에게 이런 미련 곰탱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곰탱이. 곰에 가까운가. 나는 배우다. 감독들의 독립 영화에만 개스팅이 됐다.

 

나는 두 묶음 사람이고 어디선가 연락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혼자 해보기로 했다.(중략)그리고 어디선가 연락이 오면 좋겠다. 내가 에덴에 있는 동안.p271

 

<에덴>에서 나는 베를린 유학 중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귀국을 한다. 베를린에서 알고 지냈던 제리는 하룻밤을 지낸 연인 피나를 찾아나선다. 피나는 캠핑카에서 지냈는데 제리는 낮에 캠핑카를 찾으러 다니고 밤에는 일을 한다. 피니는 몇 묶음 사람일까. 제리는 두 묶음, 피니는 한 묶음 사람이라면? 둘은 같이 살 수 있을까? 그녀를 본 적이 없지만 피니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버섯이라고 표현했다. 나의 할머니는 몇 묶음 사람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뒤늦게나마 친구들처럼 유학을 가고 싶다고 했을 때 말없이 집을 저당 잡힌 돈을 내주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나이트 러닝]은 소설 속 이들은 저마다 모두 다른 중력에 이끌려 살아가고 있다는 우다영 소설가의 말처럼 삶에 대한 불안 속에 살고 우리는 같은 두 묶음 사람들로 혼자서 지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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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 (국내 최초 스페인어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6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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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는 국내 최초로 1647년 판 스페인어 원서에서 직접 옮겼으며, 원문을 생략하거나 편집하지 않고, 순서 그대로 텍스트 전체를 모두 소개하는 최초의 버전이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 프리드리히 니체, 몽테뉴, 파스칼 같은 17~18세기 유럽의 기라성 같은 철학자와 사상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영어판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세계적으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오늘날 한 명의 현자를 길러내는 데는 옛날에 일곱 현자를 길러내는 것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에게 감사하는 사람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원한다. 평민의 감사보다는 궁정의 기대를 받는 편이 낫다. 전자는 잊히지만, 후자는 기억되기 때문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배울 게 있는 사람과 교제하라. 대화는 교양 있는 배움이 되게 하라. 친구들을 스승으로 삼아 대화의 즐거움도 누리면서 유익한 배움을 얻어라. 지혜로운 사람은 남 일에 끼어들지 않는 거로 충분하지 않고, 남의 간섭도 받지 말아야 한다. 남 일에 너무 신경 쓰느라, 자기 자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또한, 친구를 악용해서는 안 되고, 그들이 주려고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무엇이든지 과한 것은 악덕인데, 교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절대 평정심을 잃지 마라. 동요되지 않는 것이 지혜의 핵심이다. 많은 사람은 이것을 통해 자기 안에 있는 왕의 마음을 드러낸다. 모든 관대한 사람은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다. 칭찬받을 만한 일을 선택하라. 대부분의 일은 다른 사람의 만족에 달려 있다. 꽃이 피어나기 위해 산들바람이 필요하듯,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존경을 얻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현실적인 삶을 살아라. 생각과 취향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구닥다리 생각은 버리고, 취향도 최신 유행에 맞춰야 한다.

 

말과 행동을 다스리라. 그러면 어디서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존경도 미리 얻는다. 이것은 모든 것, 즉 대화와 연설, 심지어 걷고 보고, 원하는 데까지 영향을 끼친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위대한 승리다. 이러한 탁월함은 어리석은 무모함이나 거만함에서 비롯되지 않으며, 우월한 성품과 덕스러움이 쌓여 형성된 위엄 있는 권위에서 나온다.p156

 

친구에게는 선()의 세 가지 특징인 연합과 선함, 참됨이 있어야 한다. 친구는 모든 면에서 전부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원래 적다. 그런 친구를 선택할 줄 몰라서 더 적어진다. 우정을 유지하는 일은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오래 갈 수 있는 친구를 찾아야 한다. 가장 좋은 친구는 소금기가 많은 사람이다. 친구 없는 삶은 사막과도 같다. 우정 때문에 행복은 배가 되고, 불행은 반이 된다.

 

백번 잘하기보다는 한 번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빛나는 태양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중은 잘한 것보다는 잘못한 것을 말한다. 험담하는 악인은 칭찬하는 선인보다 더 많이 알려진다. 모든 성공을 합쳐도 작은 잘못 하나를 숨기지는 못한다.

 

쉬운 일은 어려운 일처럼 하고, 어려운 일은 쉬운 일처럼 하라. 전자는 자신감으로 인한 방심을 막아주고, 후자는 소심함으로 인한 낙심을 막아준다. 큰 어려움 앞에서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너무 많이 생각하면 행동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참을 줄 알라. 우연히 일어나는 일들은 빈틈없이 경계해야 한다. 오랜 시간 평정을 지켜왔어도 한순간의 분노나 쾌락으로 일을 망칠 수 있다. 말을 무심코 내뱉는 사람은 말을 가볍게 여기지만, 신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말을 무겁게 여긴다.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려면,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한다. 이런 불완전한 단점을 극복하면, 나머지도 다 극복하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처음에는 쉬고, 일은 마지막으로 미룬다. 하지만 먼저 중요한 일을 하고,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부수적인 일을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주어진 상황에서 완벽함을 추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덕을 갖춘 사람이 돼라. 미덕 있는 사람은 살아서는 사랑을 받고, 죽어서는 오래 기억된다. 인간의 능력과 위대함은 행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글귀가 마음에 새겨진다. 이 책은 수많은 조언과 함께 300개의 빛나는 현실적 지혜를 일깨워준다. 머리맡에 두고 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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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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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는 마음]의 저자는 10년 정도 PD로 살아오면서 내 눈으로 돌아본 나의 직업 수기라고 소개한다. <톡이나 할까?>의 기획의도부터 제작 때 특별히 고민한 부분, 김이나 작사가를 진행자로 섭외하게 된 이야기와 인터뷰가 담겨 있고 방송국 입사와 콘텐츠 기획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한다.

 

정해진 장르의 규칙이 없으니 일하는 방식도 문화가 다르고, 같은 방송사 안에서도 PD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방송은 평가나 결과가 안 좋으면 그건 모두 PD의 책임이다. 욕심도 PD가 제일 많을 수밖에 없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PD의 일인 것이다.

 

MBC가 첫 직장이었으니 많은 것이 말로 이루어졌다. 예능에서 출연자와 계약서도 쓰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정하고 시작하는 드라마와 달리 레귤러라고 부르는 정규 편성 예능은 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은 채 끝나야 끝나는시스템이니까. 다른 곳에 이직하고 나서야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엔 대기업도 정장을 고집하는 경향이 사라지는데 상암동에서는 추리닝에 슬리퍼, 민소매나 핫팬츠도 일상이다. 낮밤의 업무와 생활이 뒤섞여 있는 거대한 기숙사 같은 공간처럼 느껴진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매뉴얼과 시스템을 거칠 새 없이 바로 현장에서 재량껏 판단을 내려야 한다. PD는 매순간 시스템 없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다. PD로 일하며 배운 가장 중요한 태도는 타협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 끊임없이 타협을 거치며 살아야 한다.

 

예능 PD들에겐 억울한 순간도 많다. 예능의 대본이 유출되어 크게 논란이 일었는데,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다 대본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시청자들은 그 뒤로 모든 예능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했다. ‘리얼이라고 해서 마음을 열었는데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PD들이 리얼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대부분 진짜이다. 반대로, 너무 드라마틱한 전개라서 대본 아니냐는 말이 나올 때도 많다고 한다.

 

PD에게 편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타협하는 태도를 끊임없이 훈련한다는 사실이다. 마감이 정해진 창작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타협을 지속한다는 것이다. 방송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함께 일하는 작가, 영상, 조명, 음향업계 종사자들이나 희극인, 배우, 음악인 같은 연예인만으로도 이미 다양하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배우를 섭외하려면 출연한 영화들을 챙겨 봐야 한다. 작가를 섭외하려면 대표작을 읽어두는 것은 기본이다.

 

MBC 최종합격을 하고 신체검사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재검사를 하고 그 뒤로 체중을 넘기지 않으려고 방울토마토를 먹는다. 덕분에 건강을 과신하던 때보다 고지혈증 환자로서 훨씬 더 건강한 생활을 한다. 적게 먹고, 좋은 것을 먹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필라테스를 4년째 하고 있다. 밤을 꼬박 샜어도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했다고 한다.

 

<톡이나 할까?>에서의 뭐 하나만나서 카톡한다였다. 이건 토크쇼다. 그중에서도 일대일로 이루어지는 인터뷰 프로그램이었다. 인터뷰는 누군가를 경청하는 태도가 되었다가. 결국은 내가 찍고 이야기할 세상을 마주보는 기술이 된다. 말로 하면 빨리, 속 시원하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코딱지만한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니 속이 터지고 카톡하다 답답해서 전화 건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당연한 반응이다. 일상 속에서 카톡을 할 때 질감이 사라진 문자들이 종종 오해를 낳는다. 하지만 그 문자 대화를 마주보고 앉아서하는 <톡이나 할까?>에서는 오히려 너무 사소한 나머지 평소엔 그냥 스쳐 보냈던 수많은 감정들에 확대경을 대고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는다.

 

4장에서는 방송국에 입사했을 때 도대체 저게 다 무슨 말인가 싶은 언어들을 정리해두었다. 시바이. 야마. 마가뜨다, 니쥬, 오도시, 니마이, 쌈마이, 나까 등은 한국 방송 산업은 일본의 지대한 영향 아래 발달해 왔기 때문에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톡이나 할까?> 예능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편한 시간에 찾아서 봐야겠다. 이 책은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수 있도록 스스로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 일하는 예능 PD의 생존기다. 방송국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알짜배기 같은 정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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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케팅하라! -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최적의 마케팅 공부
박노성 지음 / 성안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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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케팅하라]의 저자는 롯데칠성 2% 부족할 때등 다양한 브랜드의 성공 캠페인을 이끌었고 이후 독서교육 홍보마케팅을 2위의 중소 브랜드를 업계 1위로 키워놓았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책은 현시대에 맞게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마케팅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책의 구성은 모두가 칭찬하는 성공 사례나 효과를 거둔 광고, 성과를 냈던 마케팅에 숨겨진 이면을 비틀고 되짚어 다른 각도로 정리하였다. 다섯 개의 부로 나누었으며, 각 부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의 마지막 장에는 우리가 주변에서 겪을 수 있는 마케팅 에피소드를 담은 헤드라이트라는 코너가 있다.

 

흔히들 서점을 두고 트렌드를 읽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별마당 도서관은 어떨까? 아쉽지만 책의 흐름이 멈춘 지 오래이다. 오래된 책도 관리가 부실하여 유실 혹은 파손된 것이 많다고 한다. 수많은 데이터에는 신호와 소음이 섞여 있다. 소음처럼 쏟아지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신호를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도 마찬가지로 경쟁적으로 돌아가는 대량 생산 시스템 덕분에 시장에는 많은 제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돈키호테는 저자가 일본 출장을 갈 때마다 들리는 곳이다. 이곳은 마치 창고를 연상케 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말 그대로 이곳저곳을 다니며, 원하는 상품을 털어오도록되어 있었다. 신세계 그룹이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하여 삐에로쑈핑을 열었다. 저자는 아이들과 매번 삐에로쑈핑을 찾았는데 몇 번 방문하고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급소 가격이니 광대 가격이니 저렴한 가격을 홍보하는 마케팅 문구는 많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차별화를 이루는 의미 부여의 4가지 전략

1 개발 단계에서 브랜드 의미를 도출한다

2 내부의 공감을 얻는다

3 · 장기적으로 계획한다

4 모든 마케팅 활동에 브랜드 의미를 부여한다

 

잘나가던 야후는 왜 몰락했을까? 2000년에 닷컴 버블이 붕괴하자 미국 야후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 등 검색 기능 이외의 서비스를 다양하게 확대하지 못했다. 검색 엔진의 중요성을 간과하였다. 미국 야후와 야후 재팬은 모든 부분에 의견이 일치했지만, 오직 검색 엔진에 관한 부분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PC에 너무 중점을 두는 바람에 스마트폰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외환 위기, 세계 금융 위기, 2019 코로나19 까지 몇 년에 한 번씩 전 세계가 위기에 빠지는 지금이야말로 제품으로 고객을 옭아매려는 소니 스타일이 아닌, 인문학과 제품의 접점을 고민한 애플 스타일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한다. 21세기에 필요한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다섯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숙고하는 것이다. 둘째는 시도이다. 셋째는 연결이다. 넷째는 직관이다. 다섯째는 융합이라고 한다.

 

소비자를 열광시켜라 파트는 2% 부족할 때 캠페인에 대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이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상당히 많은 양의 독서를 했다. 현직 마케터이거나 마케터 지망생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도 추천하였다. 소비를 통해 재미인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식은 신세대의 대표적인 소비 습관으로, 펀슈머의 특성을 보인다. 펀슈머는 재미와 소비자의 합성어로, 구매와 함께 재미까지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생기면 이들은 온라인에서 다른 이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아마존, 이베이, 쿠팡, 마켓컬리, 네이버 쇼핑, 오픈 마켓 등은 승객이 원하는 버스를 골라 탈 수 있는 정거장처럼 고객과 판매자가 만날 장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플랫폼이라고 불린다. 플랫폼을 만들더라도 무조건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 검색으로 정보를 얻는 시대에 여러분이 만든 콘텐츠가 발견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나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등이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존의 마케팅 관련 도서들과 달리 세부적인 자료까지 살펴보며, 마케팅과 관련하여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찾아낸 저자만의 노하우와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의 모든 피드백을 모아 애정을 가지고 쓴 책이고 많은 비용을 마케팅비에 투자하고 있는 소상공인 등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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