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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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는 김현미, 양다솔, 박참새 작가들의 강력 추천하였고 <한겨레21>르포작가 공모전 수상작이다. 저자는 문화 주제들과 몇 언론이나 소비 시장에서 언급하는 문화 트렌드는 상당수 겹치지만 중독된 자로서, 문화를 중독의 언어로 쓰고자 했다. 이 책은 프로 중독러인 저자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고, 생생한 중독기이자 참신한 사회 보고서이다.

 

갓생, 배민맛, 방꾸미기, 랜선 사주, 중고 거래, 사주, 안읽씹, 데이트앱, 좋아요라는 주제가 갈무리됐다. 여기서 갓생이 뭘까 궁금했다. 배민맛과 좋아요 두 주제는 나도 중독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고 다른 주제들은 생소하다.

 

갓생은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며 타의 모범이 되는 성실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로, 이름부터 형용모순이다. 갓생은 아침에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고, 명상하고, 물 한 잔 마시고, 그날 등록한 운동을 빠지지 않고, 스킨케어 루틴을 하는 등 소소한 일련의 일상 실천이다. 갓생의 반대는 현생(현실 인생)이 아닌 혐생(혐오스러운 인생)인 걸 고려해보면 갓생이라는 표현은 그럴듯하다.

 

회사에선 할 일들을 해치우기 위해서, 가짜 퇴근 후 스타벅스에 출근해 사이드잡을 해치우기 위해서는 카페인이 필요하다. 요즘 갓생러들은 진짜 점심 말고 가짜 점심을 먹는다. 시간이 낭비라는거다. 15분 만에 밥을 먹고 직장 근처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거나 당근마켓을 통해 물건을 사고팔아 용돈벌이를 하는 문화도 있다.

 

배민맛이란? 문 앞에 배달된 음식을 집 안에 들일 때부터 풍기는 뜨거운 비닐 기름 범벅 냄새를 맡으며, 배달 음식의 포장 비닐을 대충 찢어내 유튜브를 보며 허겁지겁 먹고, 남은 소스나 밑반찬이 아까워서 깨작거리다 과식하게 되고, 지하철 역사를 가득 채운 냄새에 이끌려 산 델리만쥬마냥 막상 다 먹고 나면 그렇게 맛있지 않아 실망하고, 버리기 전 퐁퐁을 가득 짜 헹궈봐도 벌건 고추기름이 번들거리는 빈 플라스틱 용기들을 허탈하게 바라보며 이젠 정말 배달 음식 끊어야지결심하기까지가 모두 배민맛이다.

 

유튜브에서 영화의 주요 장면만 요약해 보여주는 결말 포함콘텐츠, 10화짜리 드라마를 1시간 이내에 요약해서 보여주는 몰아보기콘텐츠도 유사한 맛을 낸다. 어쩌면 자본 없는 자본주의 인간일지 모른다. 방꾸미기에서 왜들 인테리어에 진심이 됐을까 생각하니 코로나가 확산되자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공간에 신경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집 딸래미는 그렇지 않은 것을 보니 아마도 독립해서 사는 청춘들이 그렇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랜선 사수, 중고 거래, 사주 풀이, 데이트앱은 이용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조만간 랜선에서조차 사수가 사라지게 될지 모르겠다. AI가 우리의 엉덩이를 사무실에서 차버리고 그 자리를 꿰차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좋아요는 외로움 중독 사회를 대변한다고 한다. 나는 독서 블로그를 시작하고 늦은 나이에 인스타그램도 시작했다. 한동안 좋아요 개수를 보고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했으나 자아가 넘쳐나지는 않는다.

 

철학자 한병철은 <투명 사회>에서, 디지털 네트워크 공간에서의 현대인은 모든 것을 고백하고 전시하는 투명성의 실천을 통해 진정성 있는 무언가에 다다른다는 믿음이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의 광고 모델과 지금 인플루언서들의 큰 차별점이다. 인플루언서들은 존재 자체가 광고이고, 살아 있는 광고판이다.p210

 

콜포비아, 톡포비아 이런 단어도 생기는 것을 보면 대화의 흐름이 끊기고 서로의 감정이 유통될 기한을 넘어버리면서 사람들과 멀어지지 않을까. ‘안읽씹이 아닌 기다림으로서 존중하는 만답 같은 쓸모없음이 소중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의 맥락이 비지 않아야 한다. 단지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대화할 권리로 확장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어딘가 인기가 없는 존재다. ‘좋아요대신 괜찮아를 서로와 스스로에게 건네주는 건 어떨까? 계속 좋아요를 더 받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며 인스타그램 앱을 껐다 켰다 반복하느라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해도, 괜찮아. 책에는 내가 처음 들어보는 말들도 있었다. 하나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온 마음들이 필요했다는 것과 너무 많은 것을 투사해 버렸다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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