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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 - 더 나은 ‘함께’로 나아가는 한국 사회 이주민 24명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순심(이나경) 그림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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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는 이주노동자, 이주민과 연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이란주 작가가 전하는 인종, 국경, 피부색을 넘어 우리를 연결하는 24편의 이야기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 이주 배경 청소년, 결혼이주민, 귀화이주민, 난민 등 이주라는 공통의 배경을 가졌다. 이주민이 한국 사회에서 미래를 꿈꾼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이주민이 미래에도 함께하게 된다면 사회는 어떻게 달라질까? 책에는 이런 궁금함에 대해 이주민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표지의 그림이기도 한 한달라는 팔레스타인 만화가 나지 알리가 그린 캐릭터이다. 뒷짐 진 손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미국식 해결책을 거부한다는 의미다. 한달라는 팔레스타인의 정체성과 저항을 상징한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유학 온 알나자는 고난을 이겨내려 애쓰는 모든 청년들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한달라를 용기가 필요한 한국 청년에게 소개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청소년기에 입국한 재섭은 타이에서 엄마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한국 와서 적응하느라 고생한 이야기를 하였고 혼자 생각에 한국 애들은 배고픈 일 없이 만사 편하게 지내는 줄 알았는데, 애들도 성적이나 대학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찍 결혼하여 태어난 아들이 어둠속에서 혼자 울지 않도록 항상 곁에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고 한다.

 

남편의 외도로 엄마와 둘이 살던 수정이는 새 아빠를 만나서 좋았지만 문화와 전통, 사고방식과 종교를 유지하려는 부모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2011년부터 군대 내 인적 구성이 다양해졌다. 다문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편견이 있을까 군대 입대할 때는 두려운 마음이 컸는데, 잘 대해주어 군대에서 배운 게 많다는 청년은 우린 다 똑같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베트남 출신 엄마가 혼자서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미등록 아동이 된 사랑이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애들한테 열다섯 살 생일 선물로 비자를 주는데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동포 청소년은 영화에 나오는 악당이 왜 조선족인지 모르겠다. 선생님이나 친구들 앞에서 조선족을 숨기고 싶어 한다. 이주민 2세대 친구들은 자기 출신을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는 사회, 피부색 때문에 눈총받지 않는 사회, 자기 미래가 희망 없다고 함부로 단정 짓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수입이 적은 청년들이 반지하나 옥탑방과 같은 주거환경에서 생활하거나, 비싼 임대료로 고통받고 있다. 기숙사에서 지내다 퇴사를 하면 당장 잠자리가 없거나 임금 체불로 수입이 끊겼을 때 이주노동자는 곤란해진다.

 

E-9 비자로 올 때 계약했던 회사에서 줄곧 일한 숙련노동자는 파주 스리랑카 사미티얼공동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10년 일하고 더 연장했던 이유는 E-7 비자가 되어 가족을 초청할 수 있어서였다. 회사 일을 다 책임지고 있는데 10, 20년 일해도 임금이 똑같다고 한다. 우리를 차갑게 대하는 한국이지만, 우리 사회에 속한 누구라도 경력과 기술에 맞는 임금을 받으며 가족과 더불어 행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농업, 축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노동시간이 늘어나고, 휴게 시간이 적어도 항의하지 못한다. 연장 근무와 야간 근무에 대해 추가 임금을 받지 못한다. 고용허가제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가 회사를 옮기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다. 고용주가 계약을 해지해줘야만 노동자가 회사를 떠나 다른 회사를 찾을 수 있다. 제일 마음 아픈 일은, 일 때문에 건강이 나빠져도 입증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인 남편을 만나 열심히 일해서 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지만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고 여기는 지연, 악화된 한일 관계로 혐오의 대상이 되어 이주가 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을 일본 출신 사토미,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인취급을 받는다는 귀화 한국인 조니, 시리아 난민에 대한 기사를 쓰던 기자가 난민이 되어 대한민국을 겪고 있는 샤이마, 이주민을 통역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다가 아이들 때문에 한국 이름을 선택한 재한줌머인, 한국 가정의 아이들을 키우고 돌보는 외국인 할머니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다문화에 대한 편견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통해서 본 이주민들의 고통이 느껴졌다. 특히 미등록 아동이나 이주 노동자들의 차별 임금은 상상 이상이었다. 한국 사회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공존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에게 맞는 인권이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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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한 교과서 세계사 토론 - 중·고교 세계사, 24가지 논제로 깔끔하게 정복!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5
박숙현 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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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독서를 안 하는 것도 문제지만 독서를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라며 20년 동안 독서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이자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라고 밝힌다. 10년째 토론전문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논술과정을 거쳐 디베이트 수업을 하고 있다. 책은 고대부터 중세, 르네상스,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러 베트남 전쟁까지 담았다.

 

책에 수록된 24개의 주제는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를 기반으로 했으며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토론 요약서를 바탕으로 찬성 측과 반대 측의 논점에 대한 논거를 자세하게 작성했다. 세계사를 알면 공부가 쉬워진다. 모든 공부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밑바탕이 바로 세계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무조건 외우는 세계사 공부는 포기해 버리기도 하는데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이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세계사 토론이라고 하였다.

 

가장 먼저 발달한 문명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고 불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다. 메소포타미아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을 끼고 있어 두 강 사이의 땅이라는 뜻이다. 세계 최초로 바퀴를 사용한 수메르인은 1년을 12개월로, 1주일을 7일로 정한 최초의 사람들이다. 문명이란 인류의 지혜가 발달해 미개한 상태에서 벗어나 차츰 사회생활을 위한 발전이 시작된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서양 문화의 거대한 뿌리가 된 고대 그리스 문명의 시작은 기원전 2000년경에 탄생한 크레타 문명이다.





백년 동안 전쟁을 하다니 대단하다. 크레시 전투 이후 유럽에 퍼진 흑사병 때문에 전쟁은 잠시 중단되었다. 당시에는 전쟁보다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프랑스의 영웅, 잔 다르크가 등장하던 시기였다. 백년 전쟁 후 프랑스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주인이 없어진 땅은 모두 왕의 차지가 되었다. 프랑스 국민의 태도가 변화였는데 나는 프랑스 사람이다라는 의식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자신이 속한 영주에게만 소속감과 충성심을 가졌지만 전쟁 후반부에 자발적으로 나라를 위해 싸웠다.

 

작고 가난했던 로마는 에트루리아인 왕 지배를 받으면서 도시 국가의 체제를 갖추었다. 투표를 통해 뽑힌 왕이 통치하는 왕정으로 출발한 로마는 기원전 6세기 말 포악한 에트루리아인 왕을 내쫓아 버리고 공화정을 건설했다. 3차 포에니 전쟁은 로마의 일방적인 승리로 돌아갔다. 120여 년 동안 3차례에 걸쳐 벌어진 포에니 전쟁은 모두 로마의 승리로 끝났다. 카이사르의 죽음과 함께 로마 공화정이 무너졌다. 로마는 카르타고의 기술을 모방했지만, 코버스라는 장치를 설치해 더 완벽한 배로 완성시켰다. 이 배로 카르타고 해군을 이길 수 있었다고 전한다.

 

그리스는 기원전 500년경 크나큰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페르시아가 쳐들어왔기 때문이다. 진시황제의 가혹한 통치와 대규모 토목 공사는 백성들의 분노를 샀으며, 분노는 반란으로 바뀌었다. 15년밖에 지속하지 못한 진나라가 멸망한 후 유방이 한나라를 건국했다.





미국은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 경제 시장을 주도했다. 10년 동안 공업, 영화, 전기, 자동차, 화학 등의 산업이 발전하자 기업들은 생산을 늘려 나갔다. 경기가 좋아지자, 주식을 많이 사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소비가 생산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재고가 쌓였고, 너도 나도 주식을 내놓자, 주식 가격이 곤두박질을 쳤다. 은행과 기업이 지불을 정지하자 문을 닫아야만 했다. 이것이 1929년에 발생한 대공황이다.

 

엘리자베스 1세는 45년 동안 영국을 다스렸다. 영국 국교인 성공회와 가톨릭교를 탄압하지 않았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과 대문호 셰익스피어 등과도 활발하게 교류하며 영국의 예술과 문학을 부흥시켰다. 러시아 혁명은 1917년 러시아에서 일어난 3월 혁명과 11월 혁명을 가리키는 말이다. 러일 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하자, 노동자들은 임금도 받지 못해 굶주림에 시달렸다. 이들이 원한 것은 단지 빵과 평화였는데 시위대를 맞이한 것은 근위대의 총칼이었다. ‘피의 일요일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으로 인해 수천 명이 죽거나 다쳤다.

 

올바른 역사관은 세상에 대한 넓은 안목을 가지게 하여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주체적으로 살 수 있게 하는 토양이 된다. 이 책이 중고생이나 성인들에게 풍부한 역사 지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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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
이나다 도요시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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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제목을 보고 의아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은 편집자이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나다 도요시는 왜 요즘 세대는 영화나 영상을 빨리 감기로 재생하면서 보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취재를 시작하여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의 출현이 시사하는 무서운 미래]라는 칼럼을 세상에 내놓았다.

 

저자는 출판사에서 DVD 관련 잡지 편집부에 몸담고 있던 시절, 매달 수많은 비디오 샘플을 봐야 했다. 2시간짜리 영화를 세 편이나 봐야 하는 날이 셀 수 없이 많았는데 이때 빨리 감기의 효과를 맛보았다. 대화가 없는 장면이나 풍경 묘사는 건너뛰면서 보았다. 빨기 감기로 한 번 시청했던 작품을 다시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느낌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영상 작품은 시정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에 따라 콘텐츠로 불리기도 하고, ‘작품으로 불리기도 한다. 시청자는 영상 작품을 소비할 수도 있고 감상할 수도 있다. 좋아하는 배우를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그(그녀)가 나오지 않는 장면은 건너뛴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영상을 볼 땐 내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재미나 편안함을 추구한다.

 

처음으로 패스트무비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한 여성은 중학생인 아들이 몰아보기영상만 본다며 탄식했다. 아들은 패스트무비 사이트에서 작품을 찾고 거기서 알게 된 작품을 정규 배급 서비스로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본다. 그에게 마트의 시식 코너 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본편이 길어서, 전체를 보기 귀찮아서가 아니라 이 또한 하나의 장르로 즐긴다라고 했다.

 

예술 감상 감상 모드

오락 소비 정보 수집 모드

정보 수집 모드는 서점에 서서 책을 스르륵 넘겨보는 행위에 가깝다. 서점에서 눈에 띄는 책의 목차만 읽고 본문은 대충 넘겨보며 수십 권을 심사한 후 꼭 읽고 싶은 책만 산다. 그렇게 구입한 책은 건너뛰지 않고 천천히 읽은 뒤 책꽂이에 잘 정리해두고 때때로 다시 읽어본다.p58~59

 

빨리 감기에 적극적인 이들은 보고 싶은 작품알고 싶은 작품을 명확히 구분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대충만 알아도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확연히 늘어나니까 가성비가 좋다고 한다. 다만 높은 가성비를 누릴 수 있는 건 그 콘텐츠가 화제에 오르는 동안만이다.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한다. 작품이 유행할 때 봐두어야 비용 대비 효과가 크고 가성비가 좋다는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나 그 위 세대가 라이벌로 삼은 것은 교실이나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뿐이었지만 Z세대에게는 SNS에서 유명한 또래들이 모두 라이벌이 된다. 빨리 감기의 가장 큰 효능은 효율이다. 2시간짜리 작품을 1시간 만에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시간 가성비 지상주의 뒤에는 시간 낭비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영화 예고편은 가장 멋진 장면을 아낌없이 보여주어 관객을 이끌기도 하고 하이라이트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세상에는 자신과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타자가 존재한다. 그 가치관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존재만큼은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자기 생각을 보강해줄 이야기나 말을 찾고 그것만 강화하게 된다. 타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작품이라면 쉽게 좋은 평을 얻을 수 있다. 마음의 평안을 낳는다. , 다행이다. 보길 잘했다. 책에서 거듭 지적하는 다수가 좋아하는 것을 봐두면 안심할 수 있는심리 말이다.

 

빨리 감기나 건너뛰기가 의외로 많은 사람의 습관이 된 사실을 깨달은 것은 2020년 중반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었다. 페이스북에서 각종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가 올라오던 중에 빨리 감기나 건너뛰기를 하며 본다라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기사의 반향은 상당했다.

 

중년 세대의 젊은이 비판이라며 야유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그런 시선은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우선 빨리 감기가 젊은 세대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습관이기는 하나 그들만의 습관은 아니기 때문이다. 방대한 영상 작품을 모두 감상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봐야 할 것은 넘쳐나는 콘텐츠를 빨리 감기로 보는 일은 20대 이하의 젊은 세대일수록 이런 현상을 보통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오징어 게임>30분 만에 몰아보는 현상이 뉴스에 나오기도 한다. 이 책으로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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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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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은 처음 보는 책이다. 1511년에 출간된 [우신예찬]은 저자가 풍자와 해학을 담아 어리석음을 예찬하는 글이다. 책은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에게 영감을 준 역작이라고 하였다.

 

우신이란 어리석음의 신이라고 한다. [우신예찬]을 어떤 상황에서 무슨 목적으로 집필하게 되었는지 서문에 자세히 밝힌다. 에라스무스는 영국을 여행을 하던 중 친구 토머스 모어의 별장에 잠시 머물게 되었고, 토머스 모어를 비롯해 영국의 인문주의자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지병인 신장병의 고통을 잊고 무료한 시간을 메우기 위해 소품인 [우신예찬]을 일주일 만에 써내려갔다. 불과 몇 달만에 이 책이 7쇄까지 인쇄되었고, 그것도 여러 도시에서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실상을 잘 보여준다.

 

우신은 라틴어로는 스툴티티아그리스어로는 모리아라고 한다. 우신은 자기만이 신들과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며 연설을 시작한다. 사람들은 얼굴과 표정만 보고도 내가 누구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미네르바 또는 지혜의 여신라고 주장했던 사람들도 내 모습을 보여주기만 해도 잘못 생각했음을 즉시 알아차린다.

 

현자들은 자기 자신을 예찬하는 것이 어리석기 그지없고 오만 방자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런 자들의 말에 개의치 않는다. 사람들의 배은망덕함이랄까 아둔함이랄까 아무튼 그런 것에 깜짝 놀라 할 말을 잃을 정도다. 나를 낳은 아버지는 부와 재물의 신 플루토스이다. 태가 태어난 곳은 씨를 뿌리지 않고 밭을 갈지 않아도모든 것이 저절로 자라나는 행복의 섬이다.

 

우신은 최고의 신이고, 우신은 생명 탄생의 주역이다. 시인들이 신들이 변신이라는 방식을 통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종종 돕는 것처럼, 관에 들어가기 직전인 사람들을 가능하다면 다시 한번 유년기로 돌아가게 해준다. 이 시기를 2의 유년기라고 부른다.

 

플라톤은 여자를 이성적인 동물로 분류해야 할지 말지 고민한 듯하다. 여자가 현저히 어리석은 존재임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우신인 나 자신도 여자이면서 여자들을 어리석다고 한 것에 대해 여자들이 진정으로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자들이 가장 원하는 일이 남자들을 최대한 기쁘게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여자들의 어리석음이다. 남편은 아내를, 아내도 남편을 좋아하며 결혼 생활이 유지되는 것은 다 우신 덕분이다. 요약해보면 어떤 사회나 인간관계도 우신 없이는 즐거울 수 없고 유지될 수도 없다고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

 

인생이란 것도 일종의 연극이 아닐까?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가면을 쓰고 인생이라는 무대에 올라 각자 맡은 역할을 하다가 연출자의 지시에 따라 퇴장하는 연극이다. 인생이 얼마나 재앙으로 가득한지 알게 될 것이다. 인간은 무슨 악행을 저질렀기에 재앙들을 겪는 것인지, 어느 신을 노엽게 해서 인간으로 태어나 이런 화를 당하는 것일까.

 

다른 신들은 까탈스럽게 굴고 화를 내기 때문에, 그런 신들을 섬기느니 아예 무시해버리는 편이 더 안전하고 잘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떠받들고, 심지어 성직자들까지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있고, 온 세상이 나의 신전이며, 내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면 가장 아름다운 신전인데, 신전이 따로 필요하겠는가 질문을 던진다. 선생, 시인, 수사학자, 저술가, 법률가와 변증가, 철학자, 신학자, 수도사, 군주, 궁정 귀족, 주교, 추기경, 교황, 사제 들을 차례대로 불러내어 그 민낯을 낱낱이 드러낸다. 자기들끼리 시나 찬가를 주고받으며 서로 칭송하는 자들이 가장 웃긴다. 어리석은 자가 어리석은 자를, 무식한 자가 무식한 자를 칭송하는 꼴이다.

 

어리석어야 출세한다. 우신을 칭송한 성경의 예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지혜로 말미암아 어리석게 되었다. 기독교인의 행복은 광기와 어리석음에 있다. 일반 사람들은 물질적인 것을 가장 숭배하고 물질적인 것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기독교인들은 물질적인 것에 가까운 것일수록 무시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일에 몰두한다. 저자는 책을 출간하는 단 하나의 목적은 언제나 나의 열심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을 끼치고자 함을 강조하였다. [우신예찬]은 어리석음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포괄하여 인간의 모든 행복이 어리석음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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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상상력 공장 - 우주, 그리고 생명과 문명의 미래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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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상상력 공장]은 우주의 탄생, 다중우주, 시공관과 물질 외계인과 UFO, 지구와 우주의 문명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138억 년 우주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권재술 교수의 전작 [우주를 만지다]에서 우주의 역사를 풀어냈다면, [우주, 상상력 공장]은 우주 속에서 인간이 존재하는 의미를 풀어냈다. 과학 이론부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우주의 비밀을 다채롭게 담아낸 특별한 과학 에세이다.

 

138억 년을 돌리면 지금의 우주가 나타난다. 신선한 음식물도 시간이 지나면 썩게 되는데 이것은 분자들이 질서 있는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 변하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현상이다.시간을 역행할 수 있다면 정말 이상한 일이 엄청나게 일어날 것이다. 가장 큰 모순은 과거로 돌아가서 이미 일어난 사건을 못 일어나게 하거나 바꾸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간, 아무것도 없는 허공, 물체들의 틈 사이에는 빠짐없이 공간이 존재한다. 물체가 있건 없건 공간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누구도 시간을 멈출 수 없듯이 공간을 쫓아낼 수도 없다. 말장난 같지만, 공간이 없는 공간은 없다고 말한다.

 

별과 태양은 빛이 나고 왜 저렇게 밝을까 과학자들은 별이 밝은 빛을 내는 것은 온도가 높기 때문이고, 높은 온도를 만들어내는 열은 중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태양이 저렇게 오래 밝은 것은 중력 에너지뿐만 아니라 핵융합으로 발생하는 에너지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중력적인 수축으로 온도가 올라가서 약 1,000만 도가 넘으면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모든 존재는 우주를 갈망한다. 우리가 일상을 보고 만지는 하찮은 물건도 138억 년이나 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놀라운 존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존재는 우주적 존재이다. 과학은 몽상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발견한 것으로도 몽상의 세계를 넘어선다. 과학자들이 발견한 우주의 놀라운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우주란 우와 주가 시간과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우주라는 말은 철학적으로는 물론 과학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용어다.

 

옛날 중국 기나라의 우라는 사람이 별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했다고 해서 기우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기우는 아인슈타인을 괴롭혔던 문제이기도 했다. 우주 공간이 무한히 넓고, 무한한 공간에 별이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면 별이 어느 쪽으로 떨어질 까닭은 없다. 기우가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정적인 우주를 믿었던 아인슈타인은 절대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서 우주상수라는 항을 하나 추가했는데 그것이 일생일대 최대의 실수라며 후회했다고 한다.

 

인간의 두뇌로 이해할 수 없는 원자 세계나 우주는 논리와 수학의 도움으로 이해할 수 있다. 원자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어도 계산은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진화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가능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그런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존재이다. 가족, 친척, 친구, 동족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나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할 것이고, 다른 섬은 있는지, 육지는 얼마큼 떨어져 있는지, 근처에 사람이 사는 섬은 없는지 무척 궁금할 것이다. 기억이라는 것이 뇌에 있는 해마라는 조그만 살점이 조종하는 것이라니 한편으로 얼마나 놀랍고, 한편으로 얼마나 허무한가? 기억이, 인간의 정신이, 그 순수하고 고결한 정신이 저 물렁물렁한 한 줌밖에 안 되는 기름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특별한 분야에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사례가 있다. 이런 증세를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예술과 음악 분야에서 많이 나타나고, 특별한 기억력이나 수학 분야에서 이런 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선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사고로 뇌를 다친 후에 나타나기도 한다.

 

인류는 뛰어난 두뇌와 집단을 무기 삼아 자기의 육체적 약점을 딛고 일어섰다. 인간은 질병에 맞서야 한다. 스페인 독감, 에볼라 바이러스, 에이즈, 사스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세계가 고통을 겪는 중이다. 역병 외에도 극복하지 못한 질병이 많지만 머지않아 암도 퇴치될 것이다. 가장 어려운 질병인 노화도 우리 인류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는 하다. 저자는 우주의 생명, 정신, 문명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본 적이 없어 만들면서 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과학책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우주 속에서 인간이 존재하는 의미를 풀어낸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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