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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술 - 개그맨 김형인의 뼈 때리면서도 담백한 세상에 대한 처세 이야기
김형인 지음 / RISE(떠오름) / 2022년 10월
평점 :
[처세술]은 대한민국 최고 개그맨이었지만 짧은 전성기를 보낸 뒤 긴 침체기를 보낸 연예인 김형인의 첫 책이다. 빨간색의 표지가 눈길을 끈다. 책은 쉽고 편하게 읽힌다. 그러나 저자가 겪은 아픔과 고통이 인생살이는 처세술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잘못했으면 맞는 게 당연한 거. 때리지 말라 하지 말고 맞을 짓을 하지 마라. 아버지 매 실컷 맞고 처세를 깨달았다. 아빠들은 왜 매를 들어야만 할까. 개그맨 생활 각오하고 시작하면 무서울 거 하나 없더라. 처세를 잘해야 할 사람한테 잘못해서 혹이 생기고 미운털이 박혔다. 처세다. 인생살이 결국 전부 처세술이다. 아무리 잘나도 결국 날 써주는 건 사람이니까. 사람을 남겨야 되는데 나를 남겼다. 강자한테 강하고 약자한테 약한 거 멋있는 것일까. 그래서 강강약약 세상 이치가 그런 거니까.
사십 대가 되면 인생의 반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사십 대를 불혹이라고 부른다. 사십 대에는 혹하지 않는다는 말에 난 혹해서 사기를 당했다. 내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이들이 나를 대단하게 대우해줄 때 우리는 대단한,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이들이 나를 대단하게 대우해줄 때 우리는 대단한,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연예인이고 깡패고 대표고 군인이고 선생이고
직업 귀천 없다.
어느 직업이든
못난 놈도 있고 잘난 놈도 있다.
(중략)
개그맨으로 태어나
온갖 직업 겪으며 느낀 진리.
난 직업이 미운 게 아니라,
그냥 미운 사람이 밉더라.(p37~38)
역사적으로도 처세 잘한 것들 배불리 잘 먹고 잘산다. 친일파 봐라. 지금도 배불리 잘 먹고 잘 산다. 독립운동했던 분들, 그분들의 후손들은 지금도 형편이 좋지 않다. 친일파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인간이 생존본능까지 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세를 알아보고 라인을 탄다? 금방 뽀록난다. 라인 탈 생각하지 말고, 나를 따라주는 아랫사람에게 잘하는 연습부터해라. 아랫사람한테 잘하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다. 아랫사람에게 하는 처세는 기반이고, 기반이 잘 다져진 처세는 무너지지 않는다. 기초공사가 제일 중요한 법이니까.
개그맨으로 살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졌을 땐 비난받는 게 지옥 같더니, 참다보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누구 때문에 죽을 바에야 일등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죽을 각오 한 번이 열심히 살 결심이 되기도 한다. 누구한테 욕먹을 때 힘들어할 필요 전혀 없다. 보통은 나를 뜯고 씹고 욕한다는 건 그 사람이 나보다 못난 경우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조언을 해주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헐뜯지 않는다.
도박 잘못해서 패가망신했으면 나한테 도박 가르친 친구 잘못이 아니라 따라간 내 잘못이다. 세상 탓도 따지고 보면 남 탓이다. 세상 욕하는 것도 결국 뒷담화다. 어떤 일을 하면 어떤 식으로든 결과는 나온다. 저자가 늘 하는 말이 있는데 결과에 대해서 후회할지언정 과정에 대해서 후회하지 말자. 결과가 나쁘면 다시 시작하면 되지만, 과정을 후회하면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되니까.
나부터 생각하고 내 것부터 챙기고 조금 남으면 남도 조금 챙기면 된다. 나 하나 못 챙기는데 남들 챙기는 사람 되는 건 아무나 못 한다. 윤리 시간에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라 했다. 그럼 망하던데 뭘. 다 퍼주고 아무것도 없던데 뭘. 나부터 생각하고 남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사람들이 대체로 건강하더라.
저자는 아프고 힘들고 나면 한 단계 더 단단해진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아픔이 지금의 날 만들었다. 깨달음이나 배움 같은 건 좋은 것에서 오지 않았고, 배신이나 아픔을 통해서만 오더라. 좋은 인생만 이어지면 깨닫거나 배울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 삶도 나쁘진 않겠다만, 난 풍파를 견디며 나아간 내 삶이 좋다.
이 책은 굳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면, 성공의 맛을 보자마자 실패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처럼 느낀다면, 모두가 나를 따돌리는 것 같다면 등 이런 나락에서도 부활하는 강철 멘탈을 갖게 될 것이다. 개그맨 김형인의 뼈 때리면서도 담백한 세상에 대한 처세 이야기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