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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
공상균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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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농부가 가슴 설레며 간직한 서른 편의 시와 저자의 미발표 시도 함께 실은 이 책은 제목처럼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딸래미가 선물로 받았다는 책을 내가 먼저 읽어보았다. 나태주 시인의 추천글대로 읽기를 참 잘했다.

 

세상이란, 세상의 일이란 늘 의외가 있고 횡재가 있고 또 그 속에 즐거움과 우연과 발견과 사랑이 있게 마련이다. 이 사람. 이 책의 저자 이 사람. 모르겠다.(중략) 삶이나 생활이거나 소망을 넘어선 일생이다. 그렇다. 이 사람의 글 속에는 이 사람의 일생이 넘실거린다. <추천의 글 나태주>

 

농부였던 저자는 아들이 대학교에 들어가던 해, 아내의 권유로 공부를 했다. 문예창작학과에 대학생이 되고, 아들보다 한 살 어린 동기들과 4년 동안 시를 배우고 소설을 읽었다. 아버지는 고등과라도 마쳐야 한다고 했지만 스스로 벌어 공부하겠다며 부산행 기차에 오르던 날, 아버지는 십 리나 되는 눈길을 걸어 역까지 배웅을 해주셨다. 그 발걸음이 아버지 평생에 자식 못 가르친 한으로 남을 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고 오십이 되어서야 지킬 수 있어 이제는 그 짐을 내려놓으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저자의 글쓰기 바탕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깔려 있는 것 같다.

 

삶의 어떤 순간이 리듬이 되려면 참으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삶이 깊어질수록 리듬은 아름다워지기 마련이다.p83

 

산청에서 시골 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났고 이웃이 없으니 네 식구가 유일한 친구였다. 아들이 결혼을 하고 며느리가 단둘이 여행을 보내주었다. 아들이 중학생일 때부터 육년 동안 열두 번의 여행을 하였고 아들이 대학을 들어가면서 가족 여행으로 바뀌었다.아내가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하는데 <대지의 항구>를 불러주었다. 열일곱 소년이 고향이 그리울 때 부르는 노래여서 평생 입에서 떠나지 않는 가락이 되었다.

 

무전여행하면서 그 댁 아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였고, 교회 옆 작은 건물에 딸린 방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까지 얻어 먹고 나오는데 할아버지께서 오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네주셨다. 그 후로 저자는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혼자 배낭을 지고 걸어가는 청년을 만나면 꼭 차를 세우고 국밥이라도 사먹으라고 만원짜리 두세 장을 손에 쥐여준다.

 

가끔은 오랜만에 만난 누군가가 내가 등져온 다른 세상을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때로는 농사나 다른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낙담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 불쑥 나타난 어떤 이에게서 세상살이의 희망을 배우고 크게 마음이 열리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아내의 등 떠밀려 대학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였지만 등단도 못하고 있어 아내에게 마음의 빚을 진 채 살아간다. 그래도 여전히 붙잡고 있는 것은 시 읽기이다. 일주일에 대략 열 권 정도 시집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시를 공책에 옮겨 쓰고 있다. 책 오천여 권을 책장에 꽂아놓고 도서관이라고 이름을 붙여놓았으나 부끄럽지 않다고 한다. 도서관을 열겠다는 꿈과 함께 저자가 꾸는 꿈이 몇 가지 더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동화를 쓰는 것이다.

 

저자가 운영하는 토담농가2003년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고사리와 매실을 팔기 위해서였지만 고객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민박을 소개하라는 페이지를 넣었고 예약 문의가 이어진 것이다. 화장실과 주방을 실내에 넣지 않아 편리하지 않지만 고요와 평화를 맛 보고 싶으신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한다. 황토방에 들어서면 은은하게 풍기는 소나무향에 감탄했다.

 

삼십 년을 농촌에서 살아보니 청년들이 창업할 아이템이 곳곳에 보인다. 농촌은 청년들에게 블루오션이다. 농사, 가공, 유통을 해도 좋고 아니면 농가 카페나 식당을 해도 괜찮다. 청년들이 농사 지으며 흘리는 땀 배인 이야기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한다. 농사일이나 글쓰기는 애인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보다 훨씬 더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은 감동이다. 저자가 운영하는 토담농가를 가보고 싶을 만큼 시 읽는 농부의 사람냄새 나는 인생 이야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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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모닝의 힘 - 놀라운 기적을 만드는
김프리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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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변화의 시작점이라 여기며 미라클 모닝을 활용한 시간관리 기법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아침의 기적오픈채팅방과 오디오클립 김프리의 멘탈 튼튼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5시 기상을 미션으로 정한지 2년이 되어간다. 그 시간에 독서를 하고, 여름에는 산책, 그날의 할 일을 정리하였다.

 

책은 미라클 모닝을 실천한 팬들의 실제 후기가 담겨 있다. 아침에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거나 논문과 책을 읽고, 그날 할 일을 정리한다. 잠이 많은 사람이지만 직장 일과 엄마, 아내 모두 잘하고 싶어 미라클 모닝을 실천했다. 아침에는 주로 블로그 관리, 독서, 영어 공부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집필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고, 달리기, 명상, 요가, 산책, 독서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저자의 어릴 때 꿈은 성악가였다. 3IMF로 집안이 기울자 꿈을 접어야 했고 대학생활도 2년만에 마쳐야 했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직장을 다니면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기 때문에 대기업 공채에 지원할 기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서른이 넘었지만 자격지심은 따라다녔고 워킹맘이라는 타이틀을 붙들고 있었다. 열등감과 핑계가 많은 사람이었지만 새벽 기상을 하면서 오랜 시간 지난날을 반추했다고 한다.

 

자발적 퇴사를 38살이 되어 결정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일상을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고요한 새벽시간에 진지한 진로 고민을 시작했고, 무엇을 내 삶의 우선순위로 둘 것인가가 정해지자 시간을 쓰는 기준이 달라졌다. 이 시간은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고 누구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발견하는 시간이다.

 

미라클 모닝을 접한 저자는 자기관리, 자기계발을 세 가지 단계로 구분 지어봤다. 자기 통제의 단계와 자기관리의 단계 마지막 자기발견 단계다. 이것은 새벽 기상과 독서로 차례대로 경험했다. 미라클 모닝을 습관으로 만드는 일은 함께하는 파트너가 없어도 가능하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고 배워야 할 만큼 어려운 기술도 아니다. 습관으로 자리만 잡으면 혼자서 실천할 수 있다.

 

실제로 미라클 모닝 초기에 피곤함을 느껴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체력을 기르기 위해 시간표에 운동을 추가하는 것이다. 매일 운동하는 습관 덕분에 하루에 아주 많은 일을 해내고 있다. 운동으로 자기계발, 취미생활, 육아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미라클 모닝이 기적의 아침이라 불리는 이유는 아침시간을 인생의 터닝 포인트 삼아 주도적으로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목표와 목적이 천차만별이어서 개인별로 기상 시간은 다 다르다. 새벽 5시는 법적으로 정해진 미라클 모닝 시간이 아니다. 평소 기상시간이 9시인데 갑자기 5시로 바꾼다면 중도에 포기할 확률이 높아진다. 새벽 5시의 덫에 걸리지 마라고 한다. 미라클 모닝은 자신에게 하는 약속이니 일상의 변화에 맞게 적절하게 기상시간을 조절하면 된다.

 

저자는 지인과 함께 송프라김프리쇼콘텐츠를 만들었다. 1인 기업 생존기는 많은 분의 공감과 응원을 받았고,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에서 주는 상도 여러 차례 받는 등 좋은 성과를 올렸다. 2년간 함께 팟캐스트를 진행한 송프라는 결혼을 했다. 저자는 김미경의 굿짹월드를 소개한다. 새벽기상이 어려운 사람이라면 도움을 받아도 좋을 것 같다. 가장 먼저 한 지출은 잡지 1년 정기구독권 구매였다. 좋은 자극을 주는 잡지나 신문, 주간지를 구독해 보는 걸 추천하였다.

 

이 책은 저자가 4년 동안 미라클 모닝을 하면서 이룬 것들이 적혀 있다. 하루하루를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온라인에 꾸준히 기록하면서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이들에게 가진 지식과 노하우를 나누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 미라클 모닝을 통해 문제들을 다시 올바르게 재배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누군가에게는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스트레스겠지만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하루의 시작이 남다르니 결과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미라클 모닝을 통해 삶의 새로운 재미를 느꼈으면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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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2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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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수는 욕을 하거나 친구 하루키를 괴롭히면 때렸다. 당과 가판에서 엄마를 귀찮게 하는 무리가 있으면 때렸다. 양말가게에서 일하는 지아키에게 손님이 집적되자 남자의 이를 부러뜨렸다. 파친코장 주인인 고로의 말에 처벌을 면하게 되었다. 고로는 학교를 그만두고 고로 가게에서 일을 배우라고 했다. 고로는 남자가 되려면 화를 참는 법을 알아야 하고 가족을 돌보라고 말했다. 열여섯 살 모자수는 학교에서보다 세상을 더 많이 배웠다.

 

노아는 모자수가 파친코장에서 일하는 것을 반대했지만 선자는 허락했다. 모자수는 생활비를 제외하고 남는 돈을 큰아버지 요셉의 치료에 써달라고 말했다. 노아가 와세다대학교에 입학을 했지만 등록금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고한수는 건설회사와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고 한수에게 학비를 도와주라고 부탁했다. 노아는 싫다고 했지만 선자는 돈을 빌려서 공부를 하기를 원했다. 도쿄에 좋은 방을 얻어주었다.

 

모자수는 고로의 파친코장 여섯 곳을 관리하는 주임이 되었다. 하루키 엄마의 가게에서 옷을 맞추라고 했다. 하루키는 학교생활에서 자신을 구해준 모자수를 추앙했고 모자수는 인생이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믿었다. 소토야마 직원으로 일하는 유미와 사귀게 되었다. 유미는 영어 수업을 들었고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꿈을 꾸었다. 그곳에서 경멸을 받거나 무시를 당하지 않는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하였고 유미는 두 번의 유산을 하고 솔로몬을 낳았으며 행복하게 살았지만 아이가 세 살이 되었을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노아는 사회학자를 전공하는 아키코와 연인이 되었다. 한수는 매달 노아와 만나 식사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종교나 사랑까지도 믿지 않았지만 교육은 믿었다.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고 말이다. 아키코는 넓은 집에 사는 노아를 누가 봐도 한수가 네 아빠라고 말했다. 조선인들이 화가 많고 폭력적이고 교활하고 속임수를 쓰는 범죄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노아는 야쿠자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것에 놀랐고 선자에게 확인을 받고 대학교를 그만두고 가족을 떠났다.

 

노아는 이삭을 생각하면 슬펐고, 고한수를 생각하면 수치스러웠다. 나가노에서 신분을 감추고 반 노부오라는 이름으로 파친코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쫓겨난 모자수와 다를 바 없이 자신도 파친코장에서 이렇게 된 것이 어이없었다. 쉰 살이 된 선자는 노아를 찾아내려고 했지만 한수도 알아내지 못했다. 노아는 파친코에서 번 돈을 한수와 선자에게 꼬박 꼬박 보내고 있었다.

 

16년이 지나 한수와 선자는 노아를 만나러 갔다. 선자는 노아가 모자수와 같은 일을 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노아는 더러운 업계에서 일하는 조선인이고 야쿠자의 피가 흘러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노아는 사장님은 외국인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조선인인 걸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운명을 달리 한 노아가 너무나도 불쌍했다.

 

솔로몬은 요코하마의 국제학교에 다녔다. 생일 파티에 초대된 아이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온 외교관과 은행가, 부유한 주재원의 아들딸이었다. 일본인은 기독교가 광신적 종교라고 믿었다. 솔로몬은 기독교인인 일본인을 많이 알지 못했다. 백이삭 할아버지는 오사카의 초기 장로교회 목사들 중 한 명이었다.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순교자라고 불렀다. 남자는 살인자이고 여자는 창부라고 했다.

 

선자가 그리워하는 것은 한수도, 심지어 이삭도 아니었다. 선자가 꿈에서 다시 보고 있는 것은 자신의 젊음과 시작, 소망이었다. 한수와 이삭과 노아가 없었다면 이 땅으로 이어지는 순례의 길도 시작되지 않았으리라.p363

 

선자는 평생 다른 여자들에게 여자는 고생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여자는 어릴 때도 아내가 돼서도 엄마가 돼서도 고생하다가 고통스럽게 죽었다. 한수는 아내 아버지가 내가 모시는 분이라 끝내 아내와 이혼할 수 없었어. 자신을 양자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수가 간사이 지역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야쿠자 조직의 우두머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선자와 결혼하라는 보장은 없었을 것이다. 솔로몬은 미국에서 교육받은 조선계 일본인으로 현지인이자 외국인이었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국외 거주자로서 금전적 혜택도 누렸다.

 

양진과 선자, 노아와 모자수, 솔로몬 까지 4대를 거슬러오면서 일본은 조선계 주민들을 두 나라로 구분했다. 한반도가 둘로 갈라진 후에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이 여러 차례 남북한 중 한쪽을 선택해야 했고 이에 따라 거주 신분이 달라진다는 사실이었다. 모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의 삶이 어떻게 흐를지 상상할 수가 없다. 이 책은 역사에 외면당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로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이민자의 삶을 잘 다루었다. 책을 읽은 후 드라마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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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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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의 저자는 일곱 살 때 가족과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하며 자이니치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그 시절에서부터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책은 고향, 모국, 파친코 3부로 구성되어 2권으로 완성되었다. 우리의 이야기 실패한 역사, 차별과 혐오의 상처를 딛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강인하고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의 시작은 1910년 부산 영도에 살고 있는 훈이가 스물일곱 살이 되던 해 일제가 조선을 빼앗고 식민지로 삼았다. 훈이는 언청이와 발에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조선어와 일본어를 배웠고 손재주가 좋고 무거운 짐을 나를 수 있었다. 양진이와 혼인을 하면서 부모님이 하던 하숙집을 운영하면서 딸 선자를 낳았다. 훈이가 결핵으로 죽었고 양진은 선자와 하숙집을 꾸려가며 살았다.

 

열일곱 살 선자는 생선중개상 고한수와 잠깐 사랑에 빠졌고 임신을 하게 되었다. 고한수는 일본에 아내와 세 명의 딸이 있는 유부남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선자는 결혼을 하자는 한수의 말을 거절했다. 백이삭은 형이 살고 있는 오사카로 가는 도중 하숙집에 묵으려다가 결핵으로 쓰러져 몇 달을 쉬게 되었다. 선자 아이의 아빠가 되어준다며 함께 일본으로 가자고 하였다. 이삭은 평양의 유복한 기독교 집안 출신의 목사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 평생 병치레를 했던 사람으로 양진과 선자가 돌봐주어 살 수 있었다면서 고마움을 느끼고 선자와 결혼하겠다고 한 것이다. 양진은 딸을 보내는 마음이 아팠다.

 

이삭의 형 요셉은 일본에서 10년 넘게 비스킷 공장에서 작업반장으로 일했다. 요셉의 아내 경희는 선자와 이삭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들은 지붕이 덮인 상자 같은 판잣집에서 살았다. 일본인들은 조선인에게 괜찮은 부동산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삭은 일제의 식민 통치에 맞서 싸우는 애국자들과 접촉하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이삭은 조그만 교회의 부목사로 일하게 되었다. 선자는 회중시계를 팔아 요셉이 빌린 돈을 갚게 되었고 요셉은 어리석고 바보 같다고 말했다. 선자는 노아와 모자수 두 아들을 낳았다. 이삭이 잡혀갔다. 오랫동안 나오지 못했는데 요셉은 병약한 동생이 힘들까봐 걱정이 되었다. 요셉이 벌어오는 월급만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한 선자는 경희와 함께 김치를 만들어 팔게 되었다. 훗날 한수가 꾸민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노아의 꿈은 일본인이 되고 싶다는 것과 이카이노를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한수는 노아의 친부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래를 위해 그들 가족을 도우려는 모습이 보였다. 11년 전 선자가 자기가 준 회중시계를 전당포에 맡겼을 때 선자를 찾아냈다. 일자리를 제공해주었고 전쟁이 오래 갈 것 같다며 미국이 일본에 폭탄 투하가 될 것을 우려해 선자 가족들을 시골 농장으로 보내게 되었다. 요셉은 나가사키에 일하러 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오지만 예전처럼 일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한수는 선자의 어머니 김양진을 부산에서 데리고 오기도 했다.

 

요셉은 한수가 노아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아챘다. 노아는 이삭처럼 신중한 어조로 말했고 딱 이삭처럼 행동했다. 야쿠자가 노아의 친부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노아는 학교에 가고 싶어했고 모자수는 학교가 싫었고 농장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한수의 밑에서 일하는 김창호는 경희를 마음속에 두고 있었다. 그걸 눈치 챈 요셉은 창호에게 자신이 죽으면 경희와 결혼을 하라고 한다. 창호는 그럴 수 없다면서 북으로 갔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고국에서 전해져오는 소식들은 끔찍했다. 콜레라가 창궐했고 굶주림에 허덕였으며 어린 남자아이들까지 군인으로 징집해 간다고 했다.

 

새 집으로 이사를 하였고 노아는 호지 상의 경리이자 비서로 일하면서 대학 입시시험 공부를 하였다. 모자수는 학교생활이 괴로울 정도로 제 학년 수준의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해서 교사들은 모자수를 조선 멍청이라고 불렀다. 노아는 조선인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행실을 올바르게 해서 높은 지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학 온 소토야마 하루키는 일본인이지만 아이들조차 틈을 주지 않았다. 모자수는 사람들이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늘 네 잘못은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그 후로 계속 모자수와 하루키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었다.

2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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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드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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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개들의 왕],[바람을 만드는 사람]의 저자 마윤제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여덟 작품의 단편들은 바다가 많이 나오고 묵직한 내용들이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혹은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어 했던 내면의 적나라한 감정까지도 낱낱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아버지 장례식 날, 서른다섯 해 만에 집을 떠난 형이 나타났다가 난 여전히 네가 부럽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사라졌다. 어느 봄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새엄마와 함께 온 형이었다. 늘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공부하다 식사 시간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새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형이 사라졌었다. 어디선가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강물이 마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오래전 내 몸을 휘감은 그 강물이었다. 영원히 잡히지 않을 불빛을 바라보는 형의 눈빛이 강물처럼 깊었다.[()]

 

이따금 제자리가 아닌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이 있었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사서의 단순한 실수였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런데 도서 목록에 없는 책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었다. 바코드가 붙어 있지 않은 책을 그는 유령 책이라고 이름 붙였다. 유령 책은 출생신고서를 받지 못한 것이다. 세상에는 자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도서관의 유령들]

 

유지는 엄마를 따라 낯선 도시로 자주 이사를 한다. 어느 해변 마을에서 중년 남자와 진희와 함께 살게 된다. 노트에 가지고 싶은 물건을 적었다. ‘바다가 보이는 넓은 방이었다. 어릴 때부터 수영을 배운 유지는 진희에게 수영을 가르쳐준다. 여름이 끝나 갈 무렵 진희의 죽음을 맞이한다. 유지는 자신이 진희에게 가장 중요한 걸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다를 유영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라이프가드]

 

오래전 한 청년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는 매일 산을 올랐고 최는 엽총을 사서 수렵을 다녔고 박은 바다낚시에 빠져들었다. 권이 농장을 사들여서 멧돼지를 방목했다. 식당을 열었다. 그날 이후 그의 당선을 위해 밤낮으로 쫓아다녔다. 그가 당선되어야만 우리가 원하는 자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화사한 날씨가 우리의 새로운 앞날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어느 봄날에]

 

북쪽 해안에 도착한 여자는 캔을 열었다. 순간 제주 해안 절벽의 바에서 마신 버진 블루 라군칵테일이 떠올랐다. 섬을 돌아다니는 건 뱃길이 끊어지면서 섬에 갇혀버린 여자와 바다가 제 색으로 돌아올 때 들어간다는 남자, 중국집에서 키우는 개들밖에 없었다. 뱃길이 열린다는 소식은 여전히 없었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가 스쿠버중에 잃어버린 펜던트를 찾으러 들어간다고 했다. 동네 사람들이 몇 명이 모여서 그사람 아직도 바다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녀 할머니는 바다를 가리키며 속았어라고 소리를 내질렀다.[버진 블루 라군]

 

사내아이 두 명이 황무지로 들어간 뒤에 실종되었다. 까마귀가 떠난 황무지에 옥수수 싹 서너 개가 얼굴을 내밀더니 옥수수가 열리기 시작했다.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더니 사금파리 조각이 나왔다. 그날 기분 내키는 대로 판다고 하였다. 계속 팠는데도 그것이 나타날 조짐이 없었다. 쇠붙이가 강한 자기에 끌리는 것과 비슷해서 계속 파는 것이다. 황무지에 까마귀 떼가 날아온 것과 옥수수가 황무지를 뒤덮은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진실이오. 진실하지 못하면 서로 연결될 수 없소.[옥수수밭의 구덩이]

 

현기는 토피, 셰리, 스파이시, 몰트, 스모키향이 어우러진 조니워커 블루를 향유하는 삶을 향해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했다. 부산에서는 바다를 등지고 치열하게 싸워야 했지만, 제주에서는 욕망의 실타래가 올올이 풀어졌다. 광치기해변의 검은 모래에 누운 현기는 어부가 되어 고기잡이를 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바닷속으로 가라앉으면서도 술의 맛을 떠올린다.[조니워커 블루]

 

죽은 고래의 몸을 파고들어 가던 여자의 하얀 몸이 떠올랐다. 전망 좋은 방, 필요하지 않소? 그 방에선 잠들 수 있습니까? 오로지 무거운 다리를 끌고 힘겹게 한 걸음씩 계단을 올라갔다.[전망 좋은 방]

나는 이 단편이 어둡고 어렵게 읽혔다. 단편을 읽는다는 건 우리 자신의 뒷모습을 훔쳐보는 것과 같다. 우리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누군가의 삶을 진실하고 온전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단편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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