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문화 살림지식총서 144
신규섭 지음 / 살림 / 200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좀 읽고 의식 있는 분들은 안다, 서구 문명의 자랑인 르네상스가 사실 찬란한 이슬람 중세 문명에 빚지고 탄생했다고. 그런데 그 아랍 이슬람 문명의 토대는 페르시아 문화라는 것은 잘 모른다. 그 빛나는 이슬람 문명에 등장하는 기라성같은 과학자 수학자 문학자 번역자 대부분은 페르시아인인데 단지 기록만 당시 국제어이던 아랍어로 기록했을뿐이라는 것을 잘 모른다. 아니, 이슬람이면 다 같은 이슬람이지, 아랍 이슬람권과 페르시아 이슬람권으로 나뉜다는 것, 민족 어족 역시 셈과 아리안으로 다르다는 것조차 모른다.

 

세계 이슬람권 중 중동 이슬람권은 크게 아랍 이슬람권과 페르시아 이슬람권으로 나뉜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온갖 - 스탄으로 끝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페르시아 이슬람권에 속한다. 이 페르시아 이슬람권에서 고대 주요 종교인 조로아스터교, 불교, 마니교가 발생한다. 현재 이란의 종교인 이슬람교는 말하자면 외래종교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랍 이슬람의 수니파와 다른 쉬아파 이슬람교를 믿는다. 쉬아파는 기존 페르시아의 사상을 계승했다. 이들의 신비주의 수피즘은 오랜 역사를 지닌 것이다. 사실 인류 최고대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도 서쪽으로 이동해간 이란 고원의 원주민인 수메르인이 건설했으니, 페르시아가 인류 문화에 미친 영향은 참으로 지대하다.

 

그렇다, 나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페르시아 이슬람과 쉬아파 연관은 알았지만 페르시아에 불교 국가가 있었다는 것은 몰랐다. 파르티아가 왜 중국에 안식국으로 기록되는지 의아했다. 안식국은 애쉬커니 왕조의 이름이었단다. (그러고보면 신라 고분에서 페르시아 유물이 나오는 것이 확 이해가 간다. ) 그리고 둔황 등지와 실크로드 지역을 막연히 서역인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그들은 페르시아 쪽 사람들이 활약하던의 곳이었다. 인도 사람인줄 알았던 달마 대사(인도 아리안이 아니라 페르시아 아리안이셨음)도 페르시아 인이었다니! 이태백도, 안록산도! 당나라 시절 장안을 들었다 놨다했던 '호희'들도 다 페르시아 미인들이었다! 아, 이태백이 포도주를 좋아했던 것도 이유가 있었어!

 

얇은 책이지만 몰랐던 내용이 너무 많아 지금 머리가 띵하다. 이태백과 오마르 하이얌, 하페즈, 루미 등 페르시아 중세 시인들의 작품 연관성을 생각해보니, 신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아, 평생 읽고 공부하는 즐거움이란 이런 것! 그렇지?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게는, 소설 자체보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아니 그 등장인물을 흉내내는 얼치기 인간들이 맘에 안 들어 거리를 두고 있는 소설이 꽤 있다. 와타나베가 등장하는 <노르웨이의 숲>이 그랬고, 조르바가 등장하는 이 책이 그랬다. 이른바 '책 제비'로 불리는 일부 문학한답시는 얼치기들은, 여자를 꼬시는데 와타나베와 조르바를 인용하곤 했다. 어리석게도, 나는 그만 두 소설에 편견을 가져 버렸다. 두 소설을 읽기는 읽었지만 시큰둥했다.

 

그러다 이번 겨울, 한 가지 작업을 하며 더불어 한 가지 조금 힘든 일을 겪어 가면서 갑자기 조르바가 떠올랐다. 이제 나도 나이가 꽤 들었는데,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이제는 그를 제대로 만나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 제발 나도 좀 자유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고, 빠져 들었고,,,, 빠져 나왔다. 역겨운 인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냥 삶이 있었다. 먼저 깨달아 행동에 옮긴 자의 자유로운 삶이.

 

먹고 마실 때에는 그 음식에만, 여자를 만나 키스할 때는 그 동작에만 집중하는 조르바. 현재를 즐기는 조르바. 그 조르바의 자유로움은 얇은 지식에서 비롯하지 않았다. 1930년대의 그리스 크레타. 그 현장에서 지옥을 겪어봤기에 그는 더 현재를, 인간을 뜨겁게 사랑할 줄 알게 된 거였다. 예전에, 어린 나는 그것을 읽어 내지 못했다. (아니면, 그때 내가 읽은 책은 <희랍인 조르바>여서인지도 모르겠다. ^^)

 

내게는, 저건 터키 놈, 저건 불가리아 놈, 이건 그리스 놈,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두목, 나는 당신이 들으면 머리카락이 쭈뼛할 짓도 조국을 위해서랍시고 태연하게 했습니다. 나는 사람의 멱도 따고 마을에 불도 지르고 강도 짓도 하고 강간도 하고 일가족을 몰살하기도 했습니다. 왜요? 불가리아 놈, 아니면 터키 놈이기 때문이지요. 나는 때로 자신을 이렇게 질책했습니다. <염병할 놈, 지옥에나 떨어져, 이 돼지 같은 놈! 싹 꺼져 버려. 이 병신아!> 요새 와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 저 사람은 나쁜 놈, 이런 식입니다.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상관하지 안습니다.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이것뿐입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마지막으로 입에 들어갈 빵 덩어리에다 놓고 맹세합니다만) 이것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불쌍해요. 모두가 한가집니다. 태연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 본문 328 ~ 329쪽에서 인용 

                  
지금 다시 작가 연표와 함께 소설을 읽어 보니, 이 소설은 60대의 작가가, 30대에 만났던 조르바에 대해, 그 때는 이해못하고 무작정 선망했던 60대의 조르바를 이제는 온전히 이해한 상태에서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 소설은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의 심정으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서'서 쓴 작품이 아닐까. 아, 지금은 이 정도까지만 느끼고 생각하련다. 아무 편견없이 이제 조르바의 애정행각과 언어표현이 주는 역겨움에서 자유로와진 것만 해도 난 이미 자유이고 조르바인 걸!

 

인간의 영혼이란 기후, 침묵, 고독,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눈부시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네!

- 본문 135쪽에서 인용

 

그래도 난 아직 어린가부다. 조르바가 다른 말 거칠게 떠들어대는 대목보다 이런 잔잔한 대목이 더 좋다. 난 늘 나보다 말 많은 남자가 싫다. 현실이든 소설 속이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셸 투르니에의 푸른독서노트
미셸 투르니에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가 프랑스 청소년들의 필독서를 골라 소개하고 자신의 감상을 덧붙인 글을 모은 책이다.

 

쥘 베른, 루이스 캐럴 , 잭 런던, 셀마 라게를뢰프, 러디어드 키플링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가도 있고,

카를 마이, 피에르 그리파리, 세귀르 백작부인 등 작품을 접해본 적 없는 작가도 있다. 동물 만화를 그린 벤자멩 라비에, 땡떙의 작가 에르제 등 만화가도 소개했다. 무엇보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쓴 작가 자신이 나의 로빈슨 이야기를 쓴 부분도 있는 것이 좋았다.


1920년대에 태어난 서양 남자 작가, 나와 공통점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작가이지만, 그가 <닐스의 모험>을 읽고 쓴 글을 보니,,, 그가 너무너무 친근하게 느껴졌다. 마치 나와 같이 계몽사 명작 동화 전집을 읽고 자란 친구를 만난 것 같았다.

 

나에겐 마스코트나 다름없는 그 책은 단 한 번도 내곁을 떠나본 적이 없다. 그것은 전시의 이사, 약탈, 폭격, 평시의 강도와 화재를 무사히 견뎌냈다. 그것은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 목록 가운데 넘버원이다. 사실 난 그 책을 통해 문학에 입문했다. 나는 그 책을 통해 처음으로 위대한 글이 무엇인지 알게 디었고,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뭔가 훌륭한 일을 한다면, 그와 비슷한 글을 쓰는 일이 될 거라고 예감했다.

- 본문 83  ~ 84쪽, 셀마 라게를뢰프의 <닐스의 모험>에 대한 글에서 인용.

 

아, 어쩜 좋아.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셀마 라게를뢰프가 이미 썼고, 내가 쓰고 싶은 독후감은 미셸 투르니에가 이미 써 버렸다. 나도, 예감은 엄청나게 했는데 말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리사상사 강의노트 - 한울아카데미 755 한울아카데미 755
권정화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관심가는 분야 책 목록 뽑아 무작정 읽어대는 방식으로 혼자 공부한다. 그러다보니,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머릿속에서 마구 엉켜있는 내용이 많다. 서구 근대 국가 발생과 민족주의 낭만주의 시절에 국토애를 강조하는 기행 작품이 많이 등장한 배경에 대해 궁금해하던 차에 블로그 글벗님 한 분이 이 책을 권해 주셔서 만난 책이다. 덕분에 내가 문학, 역사, 과학, 철학 쪽으로 대강 알고 있던 거물들이 근대 서구 지리 사상사 쪽으로 좀 정리된 듯 하다.

 

책 제목은 지리 사상사, 라지만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세세히 논하지 않는다. 강의는 19세기 후반 독일에서 모든 대학에 지리학과를 개설하라는 황제 칙령이 내리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통일 독일의 국가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각급 학교에 지리과목을 개설하려 했는데 막상 지리를 가르칠 교사가 없었기에 대학 학과부터 개설해서 지리 교사를 양성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없던 학과를 만들려니 교수도 없다. 기존의 지질학, 생물학, 역사학자들이 지리학 교수가 된다. 지리학이란 무엇이냐에 대한 논쟁이 시작된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보이는 지리학의 독특한 성격- 자연지리, 인문지리 그리고 역사학과 통계학을 아우르는 - 의 전통이 시작된다. 

 

읽어가면서 역사 쪽으로 내가 조금 알던 내용이 지리사상사란 관점으로 새롭게 다가오고 정리되는 경험을 해서 즐거웠다. 보불전쟁에 진 프랑스가 이를 갈면서 군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정립하고 군사력을 키웠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프랑스 지리학과 개설로까지 그 영향으로 생기다니!  특히 프랑스 지리학계 비달학파의 영향이 어떻게 역사학계 아날학파에 연결되는가, 하는 부분은 정말 재미있었다.  그동안 아날학파 1,2세대가 왜 사회 경제사와 기후 변동사. 프랑스 농촌 통계 등을 주로 다루는지가 궁금했었는데 말이다. 현대 쪽을 읽어오면서는 실존주의, 맑시즘 등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철학사조와 지리 사상의 관계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어느 시대 어느 사조이건, 세상과 사람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공부하느냐란 문제는 내게 정말 진지한 고민으로 다가온다.

 

책은 말 그대로 '강의 노트'여서, 방 안에 앉아 편하게 기초적인 학부 강의를 하나 들은 것 같다. 여기서 소개된 책들을 읽어나가는 방법으로 관련 공부를 해 나가면 큰 헛다리 짚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뭐 모르는 학자 이름이 절반이지만, 그런들 어떠리. 처음부터 전공으로 오래 공부하신 분들 수준으로 딱 이해하길 원하는 건 도둑놈 심뽀다. 지금은 일단 이 정도 파악한다.  그리고 이분들 중에 매시에 관심이 가니 꼭 찾아 읽어봐아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대 페르시아의 역사 - 아케메니드 페르시아·파르티아 왕조.사산조 페르시아 살림지식총서 335
유흥태 지음 / 살림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르시아 제국의 역사는 실제보다 상당히 축소되어 알려졌다. 그 넓은 영토에 대한 영향력과 찬란한 문명에 대한 스스로의 기록 자체가 부족하다. 그나마 있는 기록도 페르시아 전쟁 당시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 등 적진 측의 기록이다. 건축물과 부조, 새겨진 글씨 등을 통해 그 역사를 파악해야 하는 애로점이 있다.

 

게다가 아케메니드 페르시아, 파르티아, 사산조 페르시아 등 지금의 미국처럼 고대 세계를 호령했던 이 지역의 왕조들은 고대 그리스, 로마, 비잔티움 제국, 아랍계 이슬람 제국과 차례차례 오랜 패권 싸움을 해 왔다. 자연히 상대측에 의해 왜곡된 이미지로 기록되었는데 문제는 지금 세계의 패권을 잡고 있는 쪽이 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을 계승한 서구라는 점이다. 그래서 페르시아에 대한 이미지는 현재까지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굳어져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300>등의 영화에서까지 페르시아 측은 야만적인 동양으로 그려지지 않았나. 크게보면 서구인과 같은 인종에 속하는데도! (예외적으로, 구약 시대 유대인에게 우호적이었던 왕은 성경에 긍정적으로 기록되어 있음)

 

심지어 같은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페르시아를 계승한 이란(1935년 팔레비 왕정 당시 국호가 페르시아에서 이란으로 바뀜)은 시아파 이슬람교도들이 많은 관계로 더 과격한 쪽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있다. 이래저래, 과거 강대국과 경쟁했던 찬란한 제국의 후손들은 억울할 것 같다.

 

하지만 고대 페르시아는 수많은 고대 종교와 사상이 태동한 곳이고, 거대 제국을 다스리는 효율적 행정체제를 수립했다. 로마 이전에 도로 시스템이, 몽골 이전에 역참제가 이미 존재했다. 후대의 제국들은 페르시아 제국의 행정 시스템을 본받고자 했다. 정복지의 다른 민족도 비교적 관용적으로 대한 편이었다.

 

크세르크세스가 비록 아테네를 파괴했다고하나, 페르시아 제국이 정복전쟁을 일삼았다고 하나, 알렉산더가 페르세폴리스를 파괴한 것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로마제국의 정복은 칭송하면서 페르시아 제국만 비난하는 것은 정당한 시각이 아니다. 얇은 책이지만 내가 원하는 시각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읽기 좋았다.

 

단점은 인명 표기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과 참고 문헌이 없다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