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사상사 강의노트 - 한울아카데미 755 한울아카데미 755
권정화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관심가는 분야 책 목록 뽑아 무작정 읽어대는 방식으로 혼자 공부한다. 그러다보니,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머릿속에서 마구 엉켜있는 내용이 많다. 서구 근대 국가 발생과 민족주의 낭만주의 시절에 국토애를 강조하는 기행 작품이 많이 등장한 배경에 대해 궁금해하던 차에 블로그 글벗님 한 분이 이 책을 권해 주셔서 만난 책이다. 덕분에 내가 문학, 역사, 과학, 철학 쪽으로 대강 알고 있던 거물들이 근대 서구 지리 사상사 쪽으로 좀 정리된 듯 하다.

 

책 제목은 지리 사상사, 라지만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세세히 논하지 않는다. 강의는 19세기 후반 독일에서 모든 대학에 지리학과를 개설하라는 황제 칙령이 내리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통일 독일의 국가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각급 학교에 지리과목을 개설하려 했는데 막상 지리를 가르칠 교사가 없었기에 대학 학과부터 개설해서 지리 교사를 양성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없던 학과를 만들려니 교수도 없다. 기존의 지질학, 생물학, 역사학자들이 지리학 교수가 된다. 지리학이란 무엇이냐에 대한 논쟁이 시작된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보이는 지리학의 독특한 성격- 자연지리, 인문지리 그리고 역사학과 통계학을 아우르는 - 의 전통이 시작된다. 

 

읽어가면서 역사 쪽으로 내가 조금 알던 내용이 지리사상사란 관점으로 새롭게 다가오고 정리되는 경험을 해서 즐거웠다. 보불전쟁에 진 프랑스가 이를 갈면서 군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정립하고 군사력을 키웠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프랑스 지리학과 개설로까지 그 영향으로 생기다니!  특히 프랑스 지리학계 비달학파의 영향이 어떻게 역사학계 아날학파에 연결되는가, 하는 부분은 정말 재미있었다.  그동안 아날학파 1,2세대가 왜 사회 경제사와 기후 변동사. 프랑스 농촌 통계 등을 주로 다루는지가 궁금했었는데 말이다. 현대 쪽을 읽어오면서는 실존주의, 맑시즘 등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철학사조와 지리 사상의 관계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어느 시대 어느 사조이건, 세상과 사람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공부하느냐란 문제는 내게 정말 진지한 고민으로 다가온다.

 

책은 말 그대로 '강의 노트'여서, 방 안에 앉아 편하게 기초적인 학부 강의를 하나 들은 것 같다. 여기서 소개된 책들을 읽어나가는 방법으로 관련 공부를 해 나가면 큰 헛다리 짚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뭐 모르는 학자 이름이 절반이지만, 그런들 어떠리. 처음부터 전공으로 오래 공부하신 분들 수준으로 딱 이해하길 원하는 건 도둑놈 심뽀다. 지금은 일단 이 정도 파악한다.  그리고 이분들 중에 매시에 관심이 가니 꼭 찾아 읽어봐아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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