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봉건제 - 새론서원 22
피터 듀스 / 신서원 / 199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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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참 재미있다. 저자는 제 1장 '봉건제란 무엇인가'에서 기본 개념을 정의내린다. 우선은 유럽의 봉건제의 특징을 정리하고 1300년에서 1600년 사이 일본의 정치제도들이 일단 봉건 유럽의 제도들과 거의 유사하다는 점을 인정한 이후 곧 비교 서술로 이어진다. 2장 이후에서는 야마토 정권 수립 이후 카마쿠라, 무로마치, 에도 막부 치하에서 일본 봉건제가 어떻게 성립하여 진행해 갔는지를 설명해준다. 야마토 정신이나 무사도를 꼭 거론하곤 하는 일본인 저자들와 달리 주군-가신의 관계를 심플하게 육체에 대한 안전이나 봉토 혹은 급여에 의해 제공되는 소득의 측면 등으로 표현해 주는 점, 카마쿠라 막부를 유럽 카롤링 왕국과, 무로마치 막부를 정치구조면에서 카롤링 왕조의 멸망 후에 나타난 서프랑크 왕국과 비교한 점 등은 서구인 저자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역사가도 사람인지라, 자신이 처한 환경과 시대의 영향을 역시 받는다는 것.

서구 역사가들은 유럽, 특히 영국과 프랑스의 봉건제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일본의 경우를 특이하게 생각해서 일본의 봉건제를 '중앙집권화된 봉건제centralized feudalism'라고 묘사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를 용어상의 모순이라고 지적하며 일본의 중앙집권화와 봉건 영주의 독립적 지방 지배라는 두 경향 사이의 균형에 주목한다. 17세기 이후 봉건적 형식들의 외관 아래에 점차 지방분권적 관료제를 향해 움직였던 경향을 일본 근대화의 성공 요인으로 서술하기도 한다. 즉 도쿠가와 시대를 통해 무사계급이 관료화됨으로서 봉건제의 잔존형식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렸기에 무사 출신의 상당수가 새로운 정부 구조에 흡수되는 데에 큰 저항이 없었음을 지적해 준다.

무라村의 우두머리나 재정적 업무를 담당하는 일정한 특권 상인들을 제외하면, 행적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책임이 있는 요직들은 모두 무사계급의 구성원들로 국한되었다. 봉건 후기의 군주들이 왕실의 관리들을 교회, 대학, 부르조아지들 그리고 더 낮고 더 빈곤한 봉건귀족게급의 구성원들 가운데 채용했던 유럽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에서는 자기들의 권위와 소득을 완전히 주권자에 의존하는 직업적인 행정요원들이 없었다. 관료제의 성장이 옛 봉건계급에게 결코 도전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것은 봉건귀족계급의 권력의 부산물이었다.  

- 본문 148쪽에서

동시에 무사 출신의 상당수가 낮은 직의 관리나 군대의 장교 및 경찰, 그리고 교사로서 새로운 정부구조에 흡수되었다. 이들이 받았던 관료제적 교육은 이들로 하여금 이러한 직책을 수행하기에 알맞게 준비시켰고, 나아가 이들이 오랫동안 지녀왔던 무사계급의 특권을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일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  

- 본문 163쪽에서 

또 저자는 이러한 비교적 순조로운 근대화이행 과정에도 불구하고 '무사도'등 봉건적 과거의 잔재가 메이지 유신 지도자들이 대중 윤리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이용당해 천황으로 상징되는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과 폭력의 정당화로 타락했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기존의 일본저자의 일본역사서에서는 보기 힘든 비판이다.

내용도 유익하지만, 역사를 서술해주는 저자라는 존재를 생각하며 읽게 만드는 책이어서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신서원 책은 두고두고 읽어도 다 유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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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 이야기
양민종 지음 / 정신세계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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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너무나도 궁금하고 매혹적인 세계가 있는데, 어찌 접근해야할지 모르겠다. 한 권의 책으로 읽지 않았어도 이미 내가 접한 책들과 들은 이야기들과 살아간 시공간에 늘 있었던 세계. 이 사머니즘 세계에 대한 입문서로 골라 읽었다.

 

이 책은 부산대 노문학과 교수가 딸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쓴 샤머니즘 탐구서이다. 저자는 바이칼 호수 지역, 부리야트 샤머니즘을 세계샤머니즘의 정수로 놓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정말 쉽고 친근하게 기본 개념을 설명해주고 일반인들의 편견을 걷어주시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만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몽골 민속문화, 시베리아사, 몽골사, 중국사, 러시아사, 인류학, 신화학, 고고학 등등 다방면에 걸친 내용이 나온다. 러시아 학자들의 샤머니즘 연구 논문들을 비교하며 비판하는 대목도 있는데,,, 

(하하하, 한 권 읽어보기는 커녕 학자들 이름도 처음 듣는 제가 뭘 알겠습니까! 그저 한글이 표음문자이니 읽었을뿐이지요 ㅠㅠ ) 그냥 이 책을 지도 삼아 조금 절름거리며 설원을 헤매다가 앗 추워!하고 얼른 출발지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사먼이란 명칭은 에벤키 인들이 무아지경에 이른 제사장의 정신적 특성을 일컫는 '사만(saman)'에서 비롯되었다. 샤만에는 열정적인, 신이 내린듯한, 이런 뜻도 담겼다.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불경의 빠알리어) 등에서 지식인을 지칭하는 '시라마나''사마나'가 동북아로 전해져 현재의 '샤먼'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사먼은 여러가지 종교적 의식을 통해 특별한 정신적 상태에 다다르고, 다른 세상과 접촉을 하여 신을 만나 사람들을 괴롭히는 질병이나 재앙의 원인을 알아낸 뒤 다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 돌아와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준다. 이 점에서 샤먼은 특유의 '능동성'으로 다른 고대 신앙의 사제들과 구별된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전의 신관들은 신을 찾아가지 않고 신의 왕림이나 메시지의 전수를 기원한다. '수동적'이다. 그러나 동북아시아의 샤머니즘은 직접 신을 찾아서 영혼의 여행을 시도한다.

 

샤먼에는 흰 샤먼과 검은 샤먼이 있다. 이는 선악의 개념이 아니다. 부리야트 샤머니즘에서 검은 샤먼은 인간의 혼백이나 지상에 떠도는 다양한 영적 존재와 인간들 사이를 매개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고 흰 샤먼은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의 영적 존재와 교통을 하는 존재다.

 

그러므로 샤먼은 미신을 숭배하고 이상한 언행을 하는 부정적이고 두려운 인물이 아니다.  자신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지도 모르는 영혼 여행을 통해 인간 세계와 다른 세계를 중계하여 치유와 문제해결을 주도하는 긍정적인 존재였다.

 

이상은 1부 내용 정리한 것. 2부에는 샤먼 세계의 수직구조, 사방관념, 샤먼 세계의 신들 소개, 샤먼의 위계와 제의 양식, 샤먼 세계의 신화와 구비문학 장르 설명이 있다. 2부는 현재 내 지식 수준으로 정리가 안 되어 리뷰에 요약하지 않는다. 우리 신화, 민속 문화와 관련성이 많은 것은 확실히 알겠다.

 

현재 내 독서 이력 수준에서 관심이 가는 부분은, 솔직히 샤머니즘 자체는 아니었다. 징기스칸의 외가로 알려진 부리야트 족 위주로 몽골 통일이 이뤄지면서 동북아시아 샤머니즘이 부리야트 샤머니즘으로 융합되었다든가, 징기스칸 가계가 샤머니즘 신들 위계도의 상위에 위치하게 된 것, 러시아 영향으로 알타이 산맥 기준 동서 샤머니즘이 변화한 양상, 샤먼 용어에 러시아어 침투,,, 등등 몽골사 러시아사가 시베리아 샤머니즘에 영향을 끼친 부분이었다.  

 

징기스칸을 비롯한 부리야트와 몽골 지역의 황제들이 신화를 이용하여 자신들을 하늘 신인 텡그리의 직계비속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신화들에서 흔히 관찰되는 내용이다. 칸이라는 호칭 자체가 하늘 신인 한에 빗대어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현실세계의 지배자가 영적인 세계에서도 현실에 상응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유목민들의 현실감이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 219쪽에서 인용

 

이런 부분, 매우 흥미로웠다. 

 

그외, 이 책에서 중요한 내용은 아닌데, 내가 잊지 않으려고 이하 메모한다 :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견된, 샤먼이 사슴과 관계하는 암각화를 보니 머릿속에 전구가 켜졌다. 테세우스 신화에서 파시파에가 황소와 관계하여 미노타우르스를 낳는 이야기가 나오는데,나는 이것이 파시파에가 여사제라는 의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쪽은 시베리아 암각화와 신화학으로 더 파 읽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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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화생 수막새>입니다. 중국 낙양 영녕사 출토 유물인데 한성백제박물관 기회전에서 보고 사진 찍어 왔습니다.

 

 

 

<연화화생도>입니다. 파주 보광사 대웅전의 판벽화입니다. 답사가서 찍어 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찍은 사진이 없어 올리지는 못했는데, 6-7세기 호탄 출토 <연화화생 스투코 상>도 놀랍더군요.

 

불교, 동양 철학, 동양 사상사, 미술사 쪽 잘 아시는 글벗님들!

연화화생(蓮華化生)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는  책, 논문 알려 주세요.

경판본 심청전 읽다가 궁금해서 자료 찾고 있습니다.

불교미술 관련 대중서 찾아보니 한 문단 정도 간략한 설명밖에 없네요.

 몇 분께 개인적으로 쪽지 드리려다가 부담스러우실까봐 이렇게 페이퍼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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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1-22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레스님 저는 나이 드니 나무가 좋은데, 나무 에 그린 판벽화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선명하고 멋있네요.

껌정드레스 2016-01-23 15:00   좋아요 0 | URL
파주 보광사 대웅보전이에요. 다른 그림들도 멋졌어요. 기회되면 꼭 가 보세요. 조선 후기작인데 보는 순간 뭉클했어요.

나의 ㄱ님, 오랫만이에요. 건강하게 잘 지내셨죠? ^^

기억의집 2016-01-23 20:15   좋아요 0 | URL
드레스님 여기서 봐서 무척 반가워요. 저는 요 몇 년 예스 알라딘 다 소홀했어요. 그럴 때가 있나봐요. 드레스님 저는 건강하고 드레스님은 어찌 생활하고 계신가요?!

껌정드레스 2016-01-25 22:31   좋아요 0 | URL
만두언니 권유로 알라딘에 책 리뷰만 올리고 있는데, 여기도 고수분들이 많으셔서, 많은 도움 받고 있어요.
저야 뭐 읽고 쓰고 뻘짓하고,,, 그러고 살아요, 헤헤.

2016-01-23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3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성을 위한 그리스 신화
사에구사 가즈코 지음, 한유희 옮김 / 시아출판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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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화의 양대 기둥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고, 그래서 그리스신화와 성경은 필독서라고들 한다. 어린 자녀들에게도 아동용 축약본이나 만화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와 구약 성경의 세계관은 당시 그리스와 유대사회의 가부장제에 심히 오염되어 있다. 이를 생각없이 그대로 읽고 다시 자신의 후진 성차별적 세계관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사용하는 사람들 보면 정말 안타깝다. 거기다가 국내 남성 저자가 자신의 편견까지 사설로 더 넣어 집필한 그리스 신화가 널리 읽히는 것을 보면 정말,,, 에휴. 

 

그리스 신화만 이야기하자면, 그리스 신화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한 그리스인들이 이동해서 지중해 지역을 침략하는 역사적 과정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만 한다. 원래 크레타와 중근동 주민들이 믿던 여신들은 이 과정에서 그리스인들이 숭배하는 제우스 등 남성신 신앙에 밀린다. 여신은 남신의 배우자가 되거나 강간당하거나 구애를 거절하다가 괴물(메두사)로 변하게 된다. 그렇다. 패배한 집단의 신은 잡신이 되거나 괴물이 되어 승자의 역사서에 기록되는 법. 용의 아들 견훤이 지렁이(지룡)의 아들로 왜곡되듯 말이다. 여신의 몰락과 이를 반영한 신화는 다시 그리스 가부장제의 강화에 기여하게 된다. 원래 아르고스 지방의 대지모신이었던 헤라는 겨우 가정과 결혼 수호의 여신이 되어 질투나 하게 된다,,,  이런 내용, 여러 책에서 띄엄띄엄 읽으면서 맥을 잡아가고 있었는데 역시나, 검색해보니 이미 단행본이 나와 있었다. 바로 이 책이다.

 

올륌포스의 신들은 원래 그리스 민족이 원주민이 사는 곳에 침입하여 그들의 신화와 원주민들의 신화를 새롭게 정리해 새로운 문화를 성립시킨 것이다. 그리고 원주민이 살았던 고대는 시대적으로 볼 때 모권 또는 여권의 시대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올륌포스 신들의 신화가 성립되었다는 것은 남성 우위적인 사회가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원주민의 옛 신들, 즉 대지모신을 중심으로 한 고대신들이 서서히 그리스 민족의 신들로서 변형되었고, 그것이 곧 올륌포스 신들이 된 것이다.

- 161 ~ 162쪽에서 인용 

 

책은 그리스 신화의 기본 내용은 알고 있는 독자가 읽는다는 가정하에, 기존 그리스 신화에서 그저 서술하고 지나가던 요소를 집어내어 역사적 근거를 들어 원래 여신의 존재를 밝힌다. 남신들의 경우에도 그들에 얽힌 에피소드를 통해 몰락하기 전 존재했던 여신의 영향을 언급해준다. 특히 그리스 신화의 성립을 미테나이 왕조의 성립과정과 함께 보는 것이 흥미롭다.

 

헤라는 올륌포스 12신이라는 신화가 탄생되기 이전부터 있어왔던 대지모신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올륌포스의 신들이 미테나이 왕조의 정통성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헤라는 미케나이의 여왕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신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 57쪽에서 인용

 

위 인용부분처럼, 책은 거의 결론만 나열하고 추적 과정은 깊지 않은 편이다. 아쉽다. 이 점은 이어 <장영란의 그리스 신화>나 ,인도 유럽인, 세상을 바꾼 쿠르간 유목민>을 읽으니 좀 메꿔졌다. 그래도 갈 길이 멀다. 여튼, 어린 친구들이 물으면 확실히 말해주자. 그리스 신화에서 남신들의 구애를 거절하다가 강간당하고 납치당하는 여신, 요정, 인간 여자들은 나약한 여성들이 아니라 그 지역의 독립투사인 셈이었다고!

 

이미 절판되었지만 가까운 도서관에 있다면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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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역사
토마스 퀴네 외 지음, 조경식 외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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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역사라니? 어차피 모든 역사가 남성사인데 뭘 새삼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제목이 좀 오해하기 쉽다. 이 책은 인류 남성들의 전반적인 역사가 아니라, 독일 연구자들이 자국내 남성의 역사에서 눈여겨 볼 부분을 집필한 논문 모음집이다. 각각 다른 저자가 다른 관심사와 시대에 대해 짧게 서술했지만, 전체적으로 흐름이 이어진다. 해설자도, 출판사 책 소개 글도 '독일 남성들이라고 다 가부장제의 수혜자는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에서 느껴지는 흐름은 '독일 군국주의 역사가 어떻게 독일 남성들의 역사에 영향을 끼쳤는가'였다. 그리고 이는 현재 독일 여성들이 독일 사회에서 갖는 특수한 위상과도 관련이 있다고 나는 본다.

 

사실, 미국보다 유럽이 좀더 성평등한 사회이고, 같은 유럽 내에서도 가톨릭 쪽보다 프로테스탄트 쪽이 더 여권이 높은 편이라는 것이 젠더 연구자들의 일반적 견해다. 그런데 독일은 특이하다. 서북부 유럽 프로테스탄트 국가인데도 여성을 3K로 대표되는 가부장적 중세적 구습에 묶어두기로 악명 높다. 3K는 아이(Kinder), 부엌(Kuechen), 교회(Kirche)를 말한다. 1970년대까지 여성의 직장 생활을 규정하는 법이 있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다른 여성사 읽으면서 이 부분이 궁금했었는데 이 책에서 독일 통일 과정과 군국주의 역사 서술한 부분을 읽으면서 많이 풀렸다. 특히, 좀바르트의 '남성동맹'부분은 이 책을 읽은 최고 보람이었다. 역시, 역사적 맥락이 중요하다.

 

나중에 생각나면 궁금한 부분을 또 찾아보기 쉽게 목차를 리뷰에 넣는다.

 

- 목차-

1. 해설: "남성"의 발명 / 임지현
2. 성의 역사로서 남성의 역사 / 토마스 퀴네
3. 가정에서의 남성성 / 안네 샤를로트 트렙
4. 애국적이고 전투적인 남성성 / 카렌 하게만
5. 병사. 국민으로서 남성성 / 우테 프레베르트
6. 스포츠와 이상적인 남성상 / 다니엘 맥밀란
7. 의상으로 본 시민계급의 남성성 / 자비나 브렌들리
8. 결투. 술 그리고 스위스 대학 서클들 / 린 블라트만
9. 남성동맹과 정치문화 / 니콜라우스 좀바르트
10. 남성의 멜랑콜리로서의 마약 / 위르겐 로일로케

11. 전우애와 남성성 / 토마스 퀴네
12. 새로운 남성성의 등장 / 카스파 마제

 

독일은 프랑스 나폴레옹의 침략에 맞서면서 근대적 민족주의에 눈뜬다. 근대 민족 국가 형성과정에서 징병제를 채택한 국가는 국민의 자발적 복종과 애국적 헌신을 요구한다. 또한 나폴레옹에 대항하는 해방전쟁에 동원된 독일 남성들을 위한 영웅 서사를 개발한다. 군사화된 남성 영웅이 민족 담론과 결함되어 전형적인 민중 영웅적 서사 구조가 완성되고, 이는 군사화된 남성 이미지로 이어져 19세기 내내 개인들에게 내면화된다. 한편 19세기의 보수적 성담론은 이성과의 사랑이 남성 정력 소진시켜 국가 발전을 저해한다는 '정액의 경제'론은 내세운다. 이 웃긴 이론은 성차별, 여성 혐오, 남성동맹과도 이어진다. 

 

국가는 남성의 전유물이었고 우정도 남성만의 것이었기에,  국가의 토대는 우정어린 남성들의 동맹이었다. 문화인류학적으로 기원을 살펴 본다면 부족 국가 시절 각 부족동맹에는 '남성의 집'이란 곳이 있었다. 부족 남성들은 그 곳에 모여 사교, 정치, 연대를 했다. 남성 전사들은 남성들 사이의 에로스에 전우애의 기반을 두고 여성 혐오를 통해 연대하는 관습이 있었다. 동성애가 권장되었다. 전사는 수도사와 기사단의 성격을 다 가진다. 다른 유럽 지역에서 기사단이 멸망한 후에도 독일은 북동부 유럽에서 기사단을 유지, 후에 독일제국이 되는 프로이센을 탄생시키게 된다. 프리드리히 2세 시절 프로이센 장교단은 순수한 남성 동맹 기사단의 행동 방식을 가졌다. 독일 제국 성립 후 빌헬름 황제 치하 독일은 가부장적 사회 질서의 극단적 변형을 보였다. 남성동맹 신드롬이 독일 남성들의 심리적 성향을 지배했을뿐만 아니라 민족 전체의 생활 방식과 삶의 질서를 결정하는 형식이 되었다. 이는 독일 대학의 학문도, 문화, 정치도 지배했다. 결국 '남성동맹'은 군국주의로 이어지는 독일 민족사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내가 보기에, 독일 성차별의 강력한 원인이기도 한 것 같다.

 

남성 동맹은 생활 방식에서 검소하고 금욕적이며 독신을 지키고, 부드러움과 사랑스러움 그리고 우아한 여성스러움, 이 모든 것들을 극단적으로 배제하면서 자신의 생활관을 정의 내린다. 그리고 여자와 관련된 모든 것과 자신의 위험과 공포 그리고 유혹과 관련된 모든 것에 반해 경계선을 긋는다. 여성의 세계는 물질적이고 감각적이며 쾌락주의적이고 행복 주의적이며 '남성 동맹'이 편을 드는 남성의 세계는 정신적이고 영웅적이며 초자연적이다.

- 210쪽에서 인용

 

뭐, 위와 같은 심각한 이야기만 이 책에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 남성성과 패션, 음악에 대한 논문도 있다. 청년들의 음악을 통한 반항이 나오는 부분 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히틀러 시기 음악으로 반항하는 청년들 이야기는 영화 <스윙 키즈(우리나라에서는 스윙 재즈로 개봉)>가 생각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이 책에는 근대 국가 성립시기에 귀족이 아닌 평민 성인남성들에게도 병역 의무를 부가하면서 대신 참정권을 주었던 역사적 예가 잘 나와있다. 그러니까, 현재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이 군대에 가지 않으니까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고, 그러니까 권리 주장하지 말라는 이상한 말 하는 사람들은 공부 좀 했으면 좋겠다. 군대와 참정권은 이런 맥락이고, 천부인권은 또 다른 개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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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ny Mpingo 2017-06-11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 열심히 하시는 건 좋은데, 왜 이렇게 배배 꼬였나요..


dongark 2019-06-14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역 의무는 남녀모두 가능합니다.
맞벌이하는 시대니까요.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부과하지 않을 뿐입니다.

여성 사망시 : 인구 급락이 우려되고,
이스라엘, 러시아군에서 부대 사기 저하 및 남성 군인의 분노로 인한 작전수행 능력 저하 등이 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dongark 2019-06-14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 전투 참여와 참정권을 연관지었던 전통도,
2차 대전후 ˝보편적 인권˝을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능력과 관계없이 권리는 부여된다고 선언(세계인권선언)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dongark 2019-06-14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법 제37조
①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항 : 천부인권 규정.
2항 : 제한O, 본질적 내용 침해X

dongark 2019-06-14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군조직 특성상 평시에는 폭언. 폭행등 인권 침해.
(TV에 나오는 간호사 태움과 양상이 비슷)
전시에 병사의 생명은 국가가 통제하는 것인 만큼,
병역의 의무는 인권의 유보 내지 심하게는 정지라고 말할 수도 있을 만큼, 참정권보다 침해정도가 크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