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궁금하고 매혹적인 세계가 있는데, 어찌 접근해야할지 모르겠다. 한 권의 책으로 읽지 않았어도 이미 내가 접한 책들과 들은
이야기들과 살아간 시공간에 늘 있었던 세계. 이 사머니즘 세계에 대한 입문서로 골라 읽었다.
이 책은 부산대 노문학과 교수가 딸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쓴 샤머니즘 탐구서이다. 저자는 바이칼 호수 지역, 부리야트 샤머니즘을
세계샤머니즘의 정수로 놓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정말 쉽고 친근하게 기본 개념을 설명해주고 일반인들의 편견을 걷어주시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만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몽골 민속문화, 시베리아사, 몽골사, 중국사, 러시아사, 인류학, 신화학, 고고학 등등 다방면에
걸친 내용이 나온다. 러시아 학자들의 샤머니즘 연구 논문들을 비교하며 비판하는 대목도 있는데,,,
(하하하, 한 권 읽어보기는 커녕 학자들 이름도 처음 듣는 제가 뭘 알겠습니까! 그저 한글이 표음문자이니 읽었을뿐이지요 ㅠㅠ ) 그냥 이
책을 지도 삼아 조금 절름거리며 설원을 헤매다가 앗 추워!하고 얼른 출발지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사먼이란 명칭은 에벤키 인들이 무아지경에 이른 제사장의 정신적 특성을 일컫는 '사만(saman)'에서 비롯되었다. 샤만에는 열정적인, 신이
내린듯한, 이런 뜻도 담겼다.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불경의 빠알리어) 등에서 지식인을 지칭하는 '시라마나''사마나'가 동북아로 전해져 현재의
'샤먼'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사먼은 여러가지 종교적 의식을 통해 특별한 정신적 상태에 다다르고, 다른 세상과 접촉을 하여 신을 만나 사람들을 괴롭히는 질병이나 재앙의
원인을 알아낸 뒤 다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 돌아와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준다. 이 점에서 샤먼은 특유의 '능동성'으로 다른 고대
신앙의 사제들과 구별된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전의 신관들은 신을 찾아가지 않고 신의 왕림이나 메시지의 전수를 기원한다. '수동적'이다.
그러나 동북아시아의 샤머니즘은 직접 신을 찾아서 영혼의 여행을 시도한다.
샤먼에는 흰 샤먼과 검은 샤먼이 있다. 이는 선악의 개념이 아니다. 부리야트 샤머니즘에서 검은 샤먼은 인간의 혼백이나 지상에 떠도는 다양한
영적 존재와 인간들 사이를 매개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고 흰 샤먼은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의 영적 존재와 교통을 하는 존재다.
그러므로 샤먼은 미신을 숭배하고 이상한 언행을 하는 부정적이고 두려운 인물이 아니다. 자신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지도 모르는 영혼 여행을
통해 인간 세계와 다른 세계를 중계하여 치유와 문제해결을 주도하는 긍정적인 존재였다.
이상은 1부 내용 정리한 것. 2부에는 샤먼 세계의 수직구조, 사방관념, 샤먼 세계의 신들 소개, 샤먼의 위계와 제의 양식, 샤먼 세계의
신화와 구비문학 장르 설명이 있다. 2부는 현재 내 지식 수준으로 정리가 안 되어 리뷰에 요약하지 않는다. 우리 신화, 민속 문화와 관련성이
많은 것은 확실히 알겠다.
현재 내 독서 이력 수준에서 관심이 가는 부분은, 솔직히 샤머니즘 자체는 아니었다. 징기스칸의 외가로 알려진 부리야트 족 위주로 몽골
통일이 이뤄지면서 동북아시아 샤머니즘이 부리야트 샤머니즘으로 융합되었다든가, 징기스칸 가계가 샤머니즘 신들 위계도의 상위에 위치하게 된 것,
러시아 영향으로 알타이 산맥 기준 동서 샤머니즘이 변화한 양상, 샤먼 용어에 러시아어 침투,,, 등등 몽골사 러시아사가 시베리아 샤머니즘에
영향을 끼친 부분이었다.
징기스칸을 비롯한 부리야트와 몽골 지역의 황제들이 신화를 이용하여 자신들을 하늘 신인 텡그리의 직계비속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신화들에서
흔히 관찰되는 내용이다. 칸이라는 호칭 자체가 하늘 신인 한에 빗대어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현실세계의 지배자가 영적인 세계에서도 현실에
상응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유목민들의 현실감이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 219쪽에서 인용
이런 부분, 매우 흥미로웠다.
그외, 이 책에서 중요한 내용은 아닌데, 내가 잊지 않으려고 이하 메모한다 :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견된, 샤먼이 사슴과 관계하는 암각화를
보니 머릿속에 전구가 켜졌다. 테세우스 신화에서 파시파에가 황소와 관계하여 미노타우르스를 낳는 이야기가 나오는데,나는 이것이 파시파에가
여사제라는 의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쪽은 시베리아 암각화와 신화학으로 더 파 읽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