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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봉건제 - 새론서원 22
피터 듀스 / 신서원 / 1991년 1월
평점 :
품절
책, 참 재미있다. 저자는 제 1장 '봉건제란 무엇인가'에서 기본 개념을 정의내린다. 우선은 유럽의 봉건제의 특징을 정리하고 1300년에서
1600년 사이 일본의 정치제도들이 일단 봉건 유럽의 제도들과 거의 유사하다는 점을 인정한 이후 곧 비교 서술로 이어진다. 2장
이후에서는 야마토 정권 수립 이후 카마쿠라, 무로마치, 에도 막부 치하에서 일본 봉건제가 어떻게 성립하여 진행해 갔는지를 설명해준다. 야마토
정신이나 무사도를 꼭 거론하곤 하는 일본인 저자들와 달리 주군-가신의 관계를 심플하게 육체에 대한 안전이나 봉토 혹은 급여에 의해 제공되는
소득의 측면 등으로 표현해 주는 점, 카마쿠라 막부를 유럽 카롤링 왕국과, 무로마치 막부를 정치구조면에서 카롤링 왕조의 멸망 후에 나타난
서프랑크 왕국과 비교한 점 등은 서구인 저자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역사가도 사람인지라, 자신이 처한 환경과 시대의 영향을
역시 받는다는 것.
서구 역사가들은 유럽, 특히 영국과 프랑스의 봉건제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일본의 경우를 특이하게 생각해서
일본의 봉건제를 '중앙집권화된 봉건제centralized feudalism'라고 묘사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를 용어상의 모순이라고
지적하며 일본의 중앙집권화와 봉건 영주의 독립적 지방 지배라는 두 경향 사이의 균형에 주목한다. 17세기 이후 봉건적 형식들의 외관 아래에 점차
지방분권적 관료제를 향해 움직였던 경향을 일본 근대화의 성공 요인으로 서술하기도 한다. 즉 도쿠가와 시대를 통해 무사계급이 관료화됨으로서
봉건제의 잔존형식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렸기에 무사 출신의 상당수가 새로운 정부 구조에 흡수되는 데에 큰 저항이 없었음을
지적해 준다.
무라村의 우두머리나 재정적 업무를 담당하는 일정한 특권 상인들을 제외하면, 행적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책임이 있는
요직들은 모두 무사계급의 구성원들로 국한되었다. 봉건 후기의 군주들이 왕실의 관리들을 교회, 대학, 부르조아지들 그리고 더 낮고 더 빈곤한
봉건귀족게급의 구성원들 가운데 채용했던 유럽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에서는 자기들의 권위와 소득을 완전히 주권자에 의존하는 직업적인 행정요원들이
없었다. 관료제의 성장이 옛 봉건계급에게 결코 도전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것은 봉건귀족계급의 권력의 부산물이었다.
- 본문
148쪽에서
동시에 무사 출신의 상당수가 낮은 직의 관리나 군대의 장교 및 경찰, 그리고 교사로서 새로운 정부구조에 흡수되었다.
이들이 받았던 관료제적 교육은 이들로 하여금 이러한 직책을 수행하기에 알맞게 준비시켰고, 나아가 이들이 오랫동안 지녀왔던 무사계급의 특권을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일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
- 본문 163쪽에서
또 저자는 이러한 비교적 순조로운 근대화이행
과정에도 불구하고 '무사도'등 봉건적 과거의 잔재가 메이지 유신 지도자들이 대중 윤리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이용당해 천황으로 상징되는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과 폭력의 정당화로 타락했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기존의 일본저자의 일본역사서에서는 보기 힘든 비판이다.
내용도
유익하지만, 역사를 서술해주는 저자라는 존재를 생각하며 읽게 만드는 책이어서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신서원 책은 두고두고 읽어도 다
유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