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을 만든 사람들 숨은 역사 찾기 1
고진숙 지음, 최병대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도 어김없이 버려진 섬들마다 꽃은 피고, 충무공 탄신일은 돌아왔다. 그를 기려야 하는 날. 영웅에 대한 후대인의 평가에는 지나친 미화와 경망스런 호들갑이 따르기 마련이다. 평가하는 이의 현실적 이득이 걸릴수록 더욱 그렇다.

 

나도 그랬던가. 해마다 그에 대한 책을 읽으며 나는 무엇을 생각했던가. 올해는 과연 그가 '나홀로 영웅'이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다 생각난 책. 어린이용이라고 하지만 사관이 아주 좋다.

 

이순신을 만든 사람들. 우선 나대용이 있다. 그는 실제로 거북선을 설계하고, 제작을 총지휘한 사람이다. 거북선이 유명하긴 하지만 실제로 조선 수군의 전쟁을 이끈 배는 판옥선이었는데 이를 사용한 해전 전문가는 정걸이다. 또 해전에서 중요한 바닷물의 흐름에 통달하여 싸움을 승리로 이끈 사람은 어영담이며 화약의 재료인 염초 제조에 성공하여 조선 수군의 막강 화력의 밑거름이 된 사람은 이봉수이다. 조총을 내세워 침략한 일본군에 맞서 정철총통을 개발한 이는 정사준이었다. 양반 정사준과 함께 한 총통 제작 팀에는 이름을 남기지 못한 평민과 노비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순신의 경쟁자 원균의 부하였지만 서로 합심하여 한산대첩에서 활약한 이운룡, 모략에 빠진 이순신을 구해낸 이억기 역시 성웅 이순신을 만든 사람이다. 그리고, 이 책에 미처 실리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더 있었을 것이다.

 

누군들 혼자 영웅이 될 수 있었겠는가. 이순신을 만든 사람들, 그들을 더 기억해준다하여 그의 위대함이 손상받지는 않는다. 아니, 이들 평민과 노비, 경쟁자들의 능력을 알아보고 같이 국난에 대비한 애드머럴 리, 이 부분에서 그의 인간됨은 더 빛난다. 

 

(농담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순신을 만든 사람은 선조인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 - 거상 김만덕
정창권 지음 / 푸른숲 / 200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8세기의 제주 여성 김만덕은 양민으로 태어났지만 고아가 되어 기생의 양녀가 되었다가 기적에 올랐다. 성인이 된 후 기적에서 빠져 나와 결혼하지 않고 장사를 시작했다. 시세차익 계산에 빠른 그녀는 거부가 되었으나 제주에 최악의 기근이 닥친 1795년 전 재산을 내놓아 굶주린 백성을 살렸다. 그 공으로 의녀 자격으로 정조를 만나고 금강산 유람을 한다. 채제공은 <만덕전>을 지어 그녀의 행적을 기린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그녀를 만덕 할망으로 부른다. 할망은 꼭 할머니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큰 어머니로서의 한 어머니, 즉 여신이다.

 

김만덕에 대한 구체적 전기 사항은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책을 검색해보니 김만덕에 대한 단행본은 전체 얼개 외에 빈 구석은 거의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넣은 소설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제주 지자체의 문서나 논문을 제외하고는(이것도 많지 않다) 현재 유일한 김만덕 연구 단행본 서적이다. 김만덕과 관련한 현재의 모든 연구 자료가 소개되어 있다. 그래도 책 분량이 나오지 않아서인지, 각 부분마다 저자가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내용이 같이 있다.

 

나는 만덕이 기적에서 빠지게 된 과정과 자수성가한 만덕이 어떤 계기로 전재산을 투척했는지가 궁금한데, 이 책의 저자는 이 부분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처리했다. 기적에서 빠지게 된 것은 문서 증거를 보이며 그녀가 논리정연하게 따진 것, 기부하게 된 것은 그녀의 일을 봐준 집사격인 남자 문명을 잃고 나서 얻은 깨달음 때문인 것으로 소설로 표현했다. 다른 책을 봐도 다 이부분은 정설이 없다. 작가의 상상으로 메꾸어간다.

 

반면 김만덕이 치부한 과정은 객관적으로 추적 가능하다. 당시 상업에 대해 서술한 다른 자료들을 참고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런 부분이 충실하다. 소설적 구성을 취하면서도 18세기 제주를 비롯, 전국 유통업과 포구, 객주의 발달 과정을 같이 서술했다. 마음에 든다. 

 

김만덕은 2009년, 5만원 신권에 여성 인물 도안을 넣기로 할 때 후보에 올렸건만 신사임당에게 밀렸다. 그녀가 관기 출신이라는 것이 200여 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그녀를 있는 그대로 조명하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는 것일까. 그녀는 이미 그녀를 옥죄는 신분의 굴레를 벗어났거만, 우리 중 일부는 아직도 그 굴레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역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
이종욱 지음 / 소나무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화랑세기(花郞世紀)>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그 존재가 언급되어 있기만 한 책이었다. 그러다 1989년 발췌본이, 1995년 필사본(즉 모본母本)이 발견되어 세상에 나오자 학자들간의 진위논쟁에 휘말리게 된다. 즉 필사자 박창화의 위작, 혹은 한문 소설이냐 아니면 필사자가 진본을 보고 필사했음이 확실하다,란 진위 논쟁이다. 이 논쟁은 진행 중이다. 구지의 존재와 포석사의 기와 발견 등, 관련 유물이나 유적이 발견될 때마다 신문지상에 다시 그 불붙은 논쟁이 소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 궁내성에 있을지도 모를 원본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정답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 <대역 화랑세기>는 화랑세기를 세상에 널리 알리시고 이의 신빙성을 연구, 주장하시는 이종욱 선생님께서 한문으로 된 원본을 번역해 놓은 책이다. 머리말에 전체 권두해제가 달려 있고, 32세에 걸친 풍월주의 전기로 구성된 <화랑세기>가 충실히 번역되어 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화랑세기의 신빙성을 주장하는 자신의 논문 두 편을 실었다.

 

 

 

 

학계의 진위론을 떠나, 고대 신라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화랑 등 신라 지배계층의 얽힌 관계와 화랑의 조직, 당시 신라의 성풍속 등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특히 <삼국유사>와 같이 읽으면 더욱 재미있다.<삼국사기><삼국유사>에서 의문이 가고 빈칸으로 남겨 있는 부분을 이 책 <화랑세기>가 시원하게 풀어주고 채워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특히 선덕여왕,김춘추, 김유신 관련 부분이 그렇다. 그리고,,,, 읽어가다보면 가장 많이 이름이 언급되고 가장 매력적인 인물을 한 명 만나게 된다. 미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쇄본 나왔을 때 사서 조금 읽다가 그냥 책장에 꽂아버린 책이다. 이번에 테미스토클레스, 알렉산드로스에 관심 갖게 되어, 이분은 이들을 어떻게 그려 내셨는지가 궁금해서 다시 꺼내 먼지 털어 읽었다.  탁월한 이야기꾼인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은 변함없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산만하고 동어반복적이란 느낌은 변함없다. 책의 장점인 삽화와 사진도 과하다. 굳이 넣지 않아도 될, 큰 관련 없는 도판도 꽤 많다.

 

이번에 읽은 1권은  테세우스, 알렉산드로스, 뤼쿠르고스, 솔론, 아리스테이데스 등 5명의 위인을 다룬다. 제목은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이지만 다 그리스 사람들이다. 고인이 되신 저자의 원래 전체 시리즈 구성을 몰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번 1권은<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그리스 인물들을 저자의 취향대로 뽑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의<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엄밀히 말하면 테세우스 - 로물로스, 하는 식으로 그리스와 로마의 인물 50인을 다루는 비교 열전인 것(나란히 소개하지만 알렉산드로스 - 카이사르 등 4쌍은 비교하지 않았다.)을 생각해보면 이 책은 좀 독특하다. 게다가 원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과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테세우스 편은 우리나라 유리왕 설화도 소개한다. 아리스테이데스 편에서는 원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서는 로마의 대 카토와 같이 나오는 반면, 이 책은 같은 그리스 아테네 사람인 테미스토클레스와 비교하여 서술하고 있다.

 

영웅은, 오늘 순교자가 되어 자신을 십자가에 매달지 못하면 내일 폭군이 되어 거적때기 신세로 전락한다는 말이 있다. 영웅이 폭군 되기를 면하는 길은 순교자가 되는 길밖에 없다는 영웅 신화의 메시지가 문득 섬뜩하다.

- 본문 61쪽에서 인용

 

위와 같은 멋진 성찰도 곳곳에 보이지만, 이미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를 다 읽은 독자에게는 이미 익숙한 말, 그게 그거 같다. 서구어의 관용적 표현이나 어구 설명 등 저자의 입담과 방대한 지식을 보여주는 부분도 여전히 많지만, 내게는 어딘가 산만하고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다. 저자의 전 책을 다 읽어온 독자는 기시감과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 저자가 아니라 목차의 인물에만 관심있는 독자라면, 차라리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완역본을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르시아 문화 살림지식총서 144
신규섭 지음 / 살림 / 200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좀 읽고 의식 있는 분들은 안다, 서구 문명의 자랑인 르네상스가 사실 찬란한 이슬람 중세 문명에 빚지고 탄생했다고. 그런데 그 아랍 이슬람 문명의 토대는 페르시아 문화라는 것은 잘 모른다. 그 빛나는 이슬람 문명에 등장하는 기라성같은 과학자 수학자 문학자 번역자 대부분은 페르시아인인데 단지 기록만 당시 국제어이던 아랍어로 기록했을뿐이라는 것을 잘 모른다. 아니, 이슬람이면 다 같은 이슬람이지, 아랍 이슬람권과 페르시아 이슬람권으로 나뉜다는 것, 민족 어족 역시 셈과 아리안으로 다르다는 것조차 모른다.

 

세계 이슬람권 중 중동 이슬람권은 크게 아랍 이슬람권과 페르시아 이슬람권으로 나뉜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온갖 - 스탄으로 끝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페르시아 이슬람권에 속한다. 이 페르시아 이슬람권에서 고대 주요 종교인 조로아스터교, 불교, 마니교가 발생한다. 현재 이란의 종교인 이슬람교는 말하자면 외래종교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랍 이슬람의 수니파와 다른 쉬아파 이슬람교를 믿는다. 쉬아파는 기존 페르시아의 사상을 계승했다. 이들의 신비주의 수피즘은 오랜 역사를 지닌 것이다. 사실 인류 최고대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도 서쪽으로 이동해간 이란 고원의 원주민인 수메르인이 건설했으니, 페르시아가 인류 문화에 미친 영향은 참으로 지대하다.

 

그렇다, 나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페르시아 이슬람과 쉬아파 연관은 알았지만 페르시아에 불교 국가가 있었다는 것은 몰랐다. 파르티아가 왜 중국에 안식국으로 기록되는지 의아했다. 안식국은 애쉬커니 왕조의 이름이었단다. (그러고보면 신라 고분에서 페르시아 유물이 나오는 것이 확 이해가 간다. ) 그리고 둔황 등지와 실크로드 지역을 막연히 서역인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그들은 페르시아 쪽 사람들이 활약하던의 곳이었다. 인도 사람인줄 알았던 달마 대사(인도 아리안이 아니라 페르시아 아리안이셨음)도 페르시아 인이었다니! 이태백도, 안록산도! 당나라 시절 장안을 들었다 놨다했던 '호희'들도 다 페르시아 미인들이었다! 아, 이태백이 포도주를 좋아했던 것도 이유가 있었어!

 

얇은 책이지만 몰랐던 내용이 너무 많아 지금 머리가 띵하다. 이태백과 오마르 하이얌, 하페즈, 루미 등 페르시아 중세 시인들의 작품 연관성을 생각해보니, 신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아, 평생 읽고 공부하는 즐거움이란 이런 것! 그렇지?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