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대해서는 쓸 말이
많습니다.
만,
제 입장이 굳이 국내 저자분의 책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싶지 않습니다.
추종자들과 댓글 배틀 벌이고 싶지도
않고요.
조심스러운 마음에 리뷰이지만 평소와
달리 ‘~
합니다’체로 글을 씁니다.
저자분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에는 빈틈이 너무 많이 보입니다.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부분이
허술합니다.
예를 들까요.
시각 차이가 있을 수 있는 페미니즘
부분은 제외하고,
사실 관계가 정확히 드러난 역사
부분만 밝혀 보겠습니다.
이런 지적은 역사 교과서에도 다
나와있는 부분이라 이견이 있을 수 없을테니까요.
소모적인 댓글 싸움을 피하기 위해
역사 부분만 언급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저자는
‘사라진 러브 스토리를 찾아서(본문 212~221쪽)’라는 꼭지에서 남성혐오를 하는 페미니스트들 때문에 낭만적
사랑이 사라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랑에 목숨 건 스코틀랜드의 메리
스튜어트 여왕을 찬양했습니다.
그런데 메리 스튜어트 서술 부분에
오류가 엄청 많군요.
한 문단만 인용해
보겠습니다.
메리는 서출 신세였던 엘리자베스에 비하면 그야말로 황금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메리는 헨리 7세의 증손녀이자 헨리 8세의 조카인 잉글랜드 왕가의 적통이다.
그녀는 스코틀랜드 왕이었던 부왕이
사망하자 생후 6일 만에 왕위에 봉해졌다.
한마디로 정통 왕가의 자부심이
뼛속까지 새겨진 여성이었다.
메리의 모후 역시 프랑스 최고 왕가
출신이었다.
ㅡ216쪽에서 인용
1 '황금수저'라는 표현은 역사적 사실에 맞지
않습니다.
은 숟가락입니다.
유럽에서 가톨릭을 믿는 부유한 계급
사람들이 아기가 세례 받을 때 선물로 아기의 수호 성인의 모습을 손잡이에 새긴 은 스푼을 준 것에서 '은 숟가락을 입에 물고 태어났다'라는 말이 유래했으니까요.
게다가 수저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더한
말이니 더더욱 이상합니다.
유럽인들이 젓가락을 쓸 리
없잖아요.
2 '헨리 8세의 조카인'도 틀립니다.
헨리 8세의 조카는 메리의 아버지인 제임스 5세입니다.
메리는 헨리 8세의 조카손녀입니다.
3 ' 잉글랜드 왕가의 적통이다.
'도 아닙니다.
메리는 헨리7세의 딸인 마가릿 튜더의 손녀입니다.
4 '메리의 모후 역시 프랑스 최고 왕가
출신이었다.'도 틀립니다.
메리의 모후는 마리 드
기즈입니다.
기즈 가문은 유럽 왕가들과 혼인할 수
있는 명문가이긴 하지만 프랑스의 준 왕족 대우를 받는 가문이지 프랑스 최고 왕가가 아닙니다.
이렇게 한 문단에만 살펴 보았는데도
무려 4군데나 사실과 틀린 부분이 있네요.
이어
217쪽에도 저자는 스코틀랜드에서 '헨리 8세가 일으킨 종교 분쟁으로 가톨릭과 영국 국교회의 대립이
피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라는 잘못된 서술을 하셨습니다.
당시 스코틀랜드의 신교도들은 존
녹스의 장로교도들입니다.
칼뱅파죠.
헨리 8세의 잉글랜드 국교도가 아닙니다.
221쪽에서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의 모티프도 메리 여왕의 비극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라고 쓰셨는데
아닙니다.
스코틀랜드 연대기에 있는 내용이
바탕입니다.
이때 맥베스에게 살해당한 뱅코우의
후손이라 여겨지는 제임스 1세를 위해서 썼다고 영문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극단을 왕립으로 바꾸어
후원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제임스 왕의 조상에 대한 극을 쓴 것이었죠.
등등,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글 구성하는 글들 중 한 꼭지만 살펴 보았는데도 이렇게
객관적 사실 자체와 틀린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사라진 러브 스토리를
찾아서(본문 212~221쪽)’는 페미니즘 때문에 낭만적 사랑이 사라졌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데,
그 근거로 역사적 인물인 메리
스튜어트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
이건 올바른 근거가
아닙니다.
사랑에 눈멀은 여왕이란 역사 인물을
예로 들어 무모한 사랑을 찬양할 것이 아니라 다른 페미니즘 도서를 비판해야 하지 않을까요?
페미니즘 독서 이력이 쌓인
사람이라면,
이 지점에서는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
중 ‘제 7장 로맨스 문화’를 비판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메리 스튜어트>
전기를 오해하여 인용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이 부분은 개인 취향이니 깊이 쓰지
않겠습니다.
이상,
저는 누구에게나 상식으로 통하는
객관적인 역사 사실의 오류를 발견해서,
아무 인신 공격 없이 사실만
썼습니다.
그외,
페미니즘 비판하신 부분도 할 말이
많지만,
이만 줄입니다.
단지,
이 책으로 페미니즘 독서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이라면,
더 많은,
더 좋은 책을 읽어보기를 권할
뿐입니다.
솔직히 저는 페미니즘이라고는 이 책
한 권만 읽은 독자분들이 걱정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