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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음식문화 ㅣ 유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3
맛시모 몬타나리 지음, 주경철 옮김 / 새물결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다른 책 읽다가 생각나서 꺼내들어 잠깐 뒤적여 보다가 그만 처음부터 다시 다 읽어버렸다. 최근에 후진 음식문화사
책을 한 권 읽어서인지, 다시 읽어보니 이 책의 진가를 더욱 알 것만 같다. (마치 무식한 언행을 일삼는 남자에게 지치고 상처받아 인생 최고의
남자라고 생각했던 옛사랑에게 돌아가 다시 안긴 것 같다.) 심지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으며 넘겨가는데 막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아,
눈물겨워라.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개 읽은 책 중 최고의 음식문화사 책이다. 일반 유럽 문화사 책으로 봐도 다른 명저서들과 견주어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 주경철 선생님의 다른 저서에서 언급해서 알게 되었는데 절판이어서 구하기가
어려웠다. 여름 휴가 때, 작정하고 시내 대형 서점을 다 뒤지고 다니다가 간신히 매대 한 귀퉁이에 남은 한 권을 구하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이 책은, 내게 쉬운 남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 곧 재판 찍어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내게만 튕기는 남자였던 것이다.) 뭐 이런 사연이 있어 내겐 더 애틋하다. (지금 검색해보니 또 절판이다. )
책의 내용을 간추려 적어 놓는 것은 의미 없다. 그냥, 내 친구분들께, 문화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무작정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후추
같은 향신료가 육류의 장기 보존을 위해 필수적이었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었라는 등 특히나 그동안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역사 지식을
바로잡아주는 점에서 이 책을 읽는 재미는 보통이 아니다. 또 게르만 문화와 그리스 로마 문화의 대립을 맥주- 고기 문화와 포도주 -빵 문화의
대립으로도 서술하는 등, 정치사나 전쟁사가 아니라 음식 문화사라는 또다른 시각을 통해 유럽사를 조망해 보게 해 준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매우
유익하다.
그외에도 일반 유럽사 통사를 읽을 때 미처 설명해 주지 않는 세세한 점들, 유럽 배경인 소설이나 영화 볼 때 궁금했던 음식 문화
관련한 점들을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가톨릭 측의 금식 목록에 얽힌 이야기나 종교 개혁 덕분에 유럽의 음식 문화가 더욱 섞이게 되었다는
등 기독교 문화와 관련된 부분이 많아, 특히 종교 개혁기 역사에 관심있으신 분이 읽으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
배경 지식이 없으면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무조건 강추! (사실, 숨겨놓고 혼자만 몰래 만나고 싶은 남자같은 책이기는 하지만) 역덕이라면 중고 서점에 보인다면 무조건 사서 쟁여 놓고, 구하기 힘들면 먼 지역의 도서관에 택시타고 가서 대출해서라도 꼭 읽을만한 책이다. 모든 좋은 역사서가 그렇듯이 이 책은 편견없이 세상을 보는 보다 너른 시각을 갖게 만들어 독자를 성장시켜 주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남자와의 좋은 연애가 비록 헤어진 후에도 한 여자에게 평생 자신답게 살아갈 내적인 힘을 남겨 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