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 인류학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속담으로 세상 읽기 지식여행자 14
요네하라 마리 지음, 한승동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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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네하라 마리의 열 네번째 책이다. 읽는 맛은 좀 떨어지지만 세계 각국의 속담과 관련한 민족성이나 문화 배경 등을 진지하게 훑어볼 수 있다. 일본, 중국, 한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아프리카,,,, 저자는 참으로 열성적으로 많은 속담을 탐구했다. 한마디로 세계각국 속담으로 보는 세계다.

 

구성이 재미있다. 한 꼭지에 한 속담을 소개하는데 우선 관련 에피소드부터 시작한다. 세계 정세에 관한 이야기나 일본 정치 이야기도 있고 음담패설도 있다. 그리고 그 상황에 맞는 속담을 하나 들이대고, 거기에서 시작해서 동서양의 비슷한 류의 속담을 줄줄이 소개한다. 이솝이나 성경, 중국 고전 등에서 속담의 오리진을 추적한다. 대단하다.

 

연재하던 들을 묶어서인지, 당시 시사를 넣은 꼭지는 지금 보니 좀 올드패션드하며 김이 빠지는 느낌이다. 책이 스테디하게 가려면, 시사 문제 등 에피소드 인용 부분은 좀더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하는 이 책에 인용된 속담.


의사 제 병 못 고친다
의왕 기댈 바엔 큰 나무 밑이 안전하다
바보와 가위는 쓰기 나름
끼리끼리는 통한다
먼저 차지하는 자가 임자
소년은 쉬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
악녀의 깊은 정
태산명동 서일필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닭 머리가 될지언정 소꼬리가 되지는 마라
달콤한 말에는 독이 있다
영리한 매는 발톱을 숨긴다
게는 제 껍데기에 맞춰 구멍을 판다
아랫목 대장
자업자득
머리만 숨기고 꼬리는 드러낸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눈곱이 코딱지 비웃는다
거짓말은 도둑질의 시작
불난 집에 도둑질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사후 약방문
짚신도 짝이 있다
길흉화복은 꼬는 새끼줄과 같다
기르던 개에 손 물린다
이웃집 꽃이 더 붉다
싼 게 비지떡
끝이 좋으면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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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의 지혜 - 고령화시대 우리가 준비해야 할 정신의 힘, 개정판 나이의 힘 6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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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아야코 저자의 나이듦에 대한 에세이다. 1931년생인 저자가 70대에 쓴 글.

 

나는 일부 어르신들이 이기적으로 구는 이유가 단순하게  나이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 그런 성격이었던 사람이 자신이 나이들어감에 따라 눈치볼 윗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절제력이 떨어짐에 따라 본 성격이 여과없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위에 보면 젊을 때부터 이기적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저자도 그렇게 생각했나보다.

 

나이가 들어 습관처럼 몸에 배는 '노인성'으로 두 가지 기둥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 또 하나는 인내심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중략) 나이가 아무리 젊어도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잊고 있다면 노인입니다.

- 134쪽에서 인용

 

문제는 젊은이가 그러면 주위에서 야단이라도 치는데, 어르신이 그러면 아무도 싫은 소리 못 한다는 것. 이기적인 일부 노인들은 자신들의 나이가 대단한 지위인줄 알고 특혜를 받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 여기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고령은 젊음과 마찬가지로 육체의 상태를 보여주는 수치에 불과합니다. 나이 듦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며, 자격도, 지위도 아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 11쪽에서 인용

 

타인에게서 뭔가를 얻고 싶다면 그에 땨른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노인들도 이 같은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 41쪽에서 인용

 

제발 어르신들이 이 분 책 좀 읽고 지혜롭게 나이드시는 방법을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특히, 어르신들은물론이고 마흔 넘어가면서 남이 자신에게 무엇무엇을 해 주지 않아서 서운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내 또래 언니오빠들도 아래 인용부분을 보며 좀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정을 떼는 언행을 하면서도 본인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아주 지긋지긋하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해주기만을 바라는 족속'이라고 부르는데 아무리 나이가 젊어도 "해주지 않는다"라는 불평이 입에 오르기 시작했다면 그때가 그의 인생에서 노화가 시작되는 첫 출발입니다. 자신의 노화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면 "무엇무엇을 해 주지 않는다"라고 불평하는 횟수가 하루에 몇 번이나 되는지를 조사해보면 간단합니다.

- 13쪽에서 인용

 

이 책도 엄마 선물용. 물론, 나도 정신 바짝 차리며 나이 들어 가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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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소한 삶, 아름다운 나이듦 - 개정판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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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즘 내 엄마가, 주위 어르신들이 이해가 안된다. 이제 가족 부양의 의무를 다 내려 놓았는데, 더이상 살림이나 돌봄 노동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데, 왜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과 편하게 잘 지내지 못하고 그렇게도 심술이신지. 한편 마흔 넘어 주위 언니나 친구들을 보아도 점점 이상한 노인이 될 싹이 보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들이 보면 나도 그렇게 보이겠지? 무서운 노릇이다. 반성하는 한편, 책을 읽는다.

 

그래서 만난 저자가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 계로록>으로 유명한 소노 아야코. <~ 계로록>의 경우 구체적 실천 방법이 자기계발 실용서적으로 항목이 나열되어 있는 반면, 이 책은 노년기에 가져야할 정신적 각오나 자세 위주다.

 

'고령자는 젊은 세대의 양보와 헌신을 그들보다 훌륭해서라고 착각해서는 곤란하다.(29쪽)' 이런 대목은 내가 한 말인줄 알았다. 나는 정말, 나이는 가만 있어도 저절로 먹는 것인데 왜 나보다 나이 많다고 해서 무작정 남을 존경해야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 하지만. 1931년생인 저자가 70대에 한 말이니 독자들이 수긍하지, 지금 나이의 내가 한다면 몰매맞기 십상이다. )

 

운명의 절반은 스스로 만든다. 타고난 절반은 그렇다 쳐도 남은 절반에서 항시 조절하고 지속적으로 훈련하지 않으면 결국 실패한다. 난 위대한 인물이니까 누구에게든지 폐를 끼쳐도 상관없다고 믿는 사람이 아니라면 훈련과 절제를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삶을 몸에 익히는 것이 인간으로 태어난 사명이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서 활약한 내가 청소기를 돌리고, 냉장고와 헛간에 뭐가 있는지를 기억해야 하는가, 라고 말하는 그 때가 노망의 시초라고 본다.

- 46쪽에서 인용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다. 내 말은 먹히지 않으니, 이 책을 엄마에게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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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 우리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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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만화다. 책 제목인 '7층'은 주인공 오사가 살던 집의 층수. 대학에 진학한 오사는 닐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닐은 그녀를 지배하고 자신의 방식에 그녀를 맞추려고 하며 온갖 정신적 신체적 폭력을 행사한다. 오사는 그의 사랑을 잃고 싶지 않아 닐에게 맞추고 자신을 바꾸려 한다. 그런 고통의 시간이 지나,,, 오사는 자신을 잃어간다. 고립되어 간다. 그러다 드디어 용기를 내어서 주위의 도움을 구하고 닐을 고소한다. 그동안 오사는 혼자 아파하고 고민했다. 7층 자신의 집에서 떨어져 죽는 상상을 할 정도로.

 

 

사실 나는 이 책 내용에 별로 충격받지 않았다. 데이트 폭력, 너무도 흔하니까. 폭력의 경중도를 떠나 나도 겪었고 내 주위 친구들도 많이 겪었다. 그래서 그동안 나는 한두 남자 사귀다가 운좋게 착한 남자 만나서 바로 20대에 결혼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사실 데이트 폭력은 연애 경력이 좀 있는 여자들은 다들 겪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단지 공론화해봐야 2차 가해를 받는 등, 여자만 손해니까 말하지 않아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진보 논객의 데이트 폭력 사건 관련 기사를 읽다가 '요새 세상에도 그런 일이 있냐? 여자가 맞을 짓을 한 거 아니냐?'는 후진 댓글이 우수수 달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심지어 '데이트 때 돈 안 내는 여자들도 데이트 폭력을 행하는 거다.'란 분기탱천한 댓글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아놔, 일부 남자들은, 자신이 겪지 않았기에 그리 쉽게 말하나? 심지어 프랑스에서도 연인/남편의 폭력에 의해 사망에 이르는 여성이 3일에 한 명이라구! 다들 같은 남자들 앞에서나 멀쩡하게 보이지, 약한 여자 앞에서는 자신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후진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아, 남자들은, 데이트 폭력을 경험하거나 주위 사례를 보고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이 없구나! 이런 쪽 이야기는 책에 안 나오나?,,,, 그러다가 생각나 찾아 읽은 만화책이다.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그림체다. 잉크 냄새가 좀 과한 것만 빼고 다 좋다. 내용도 좋다. 이 책에는 당연히 폭력이 시작되면 바로 헤어져야한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수 없이 상황에 휘말려가는 피해자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다. 그래서 간접체험으로 민방위 훈련하기에 좋다. 20살이 되어 성인의 사랑을 막 시작하려는 주위 어린 친구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 너무 잔인하려나? 때리는 것만 폭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할텐데.

 

지은이 오사 게렌발은 스톡홀름의 콘스팍 디자인 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2002년 졸업했다. 엇, 이 책의 주인공 이름도 오사인데 어쩐일이지?하고 찾아보니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책 <7층>은 바로 그녀의 졸업 작품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오사 파이팅! 더불어, 세상의 모든 언니들도 파이팅!

 

*** 이 책으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면, 이하의 책도 더불어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 남자는 도대체 왜 그럴까>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트라우마>

<오빠는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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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흐름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춘미 옮김 / 예문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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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는 등단 20년 이후 발표한 <물의 가족>부터 시작해서 에세이 먼저 읽었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작품이 아마 <물의 가족> 부터였기 때문에 그랬나? 여튼 평범한 직장인인 마루야마 겐지가 작가의 삶으로 들어서게 된 계기인 <여름의 흐름>을 이제서야 읽는다.

 

문학계 신인상과 아쿠다카와 상을 수상한 <여름의 흐름>은 태어나서 처음 소설을 써 본 사람의 작품이라기엔 너무도 대단했다. 초보 작가의 촌스러움과 지레 혼자 흥분하고 엄숙해지는 오버가 없었다. 소설을 쓸 생각은 없었더라도 마음 속으로 여러번 장면 묘사 훈련을 해 본 솜씨다. 그의 자전적 에세이를 읽어보았으니까 짐작해본다면, 영화를 보고 이리저리 분석해본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훈련이 되어 있았나, 싶다.

 

이 작품집에는 중편소설로 <여름의 흐름>과 <좁은 방의 영혼>이, 단편소설로 <만월의 시>와 <바다>,<흔들다리를 건너다>, <한낮의 피리새>가 수록되어 있다. 다 문단 데뷔 후 20년 사이에 쓴 소설들이다. 교도소 간수의 일상 며칠을 그린 표제작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이 작품집에 같이 수록된 다른 소설들은 그리 기억에 남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삶의 자세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의 자전적 에세이를 먼저 읽어서인지 그의 실제 삶이 소설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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