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요즘 내 엄마가, 주위 어르신들이 이해가 안된다. 이제 가족 부양의 의무를 다 내려 놓았는데, 더이상 살림이나 돌봄 노동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데, 왜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과 편하게 잘 지내지 못하고 그렇게도 심술이신지. 한편 마흔 넘어 주위 언니나 친구들을 보아도 점점
이상한 노인이 될 싹이 보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들이 보면 나도 그렇게 보이겠지? 무서운 노릇이다. 반성하는 한편, 책을 읽는다.
그래서 만난 저자가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 계로록>으로 유명한 소노 아야코. <~ 계로록>의 경우 구체적
실천 방법이 자기계발 실용서적으로 항목이 나열되어 있는 반면, 이 책은 노년기에 가져야할 정신적 각오나 자세 위주다.
'고령자는 젊은 세대의 양보와 헌신을 그들보다 훌륭해서라고 착각해서는 곤란하다.(29쪽)' 이런 대목은 내가 한 말인줄 알았다. 나는
정말, 나이는 가만 있어도 저절로 먹는 것인데 왜 나보다 나이 많다고 해서 무작정 남을 존경해야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 하지만.
1931년생인 저자가 70대에 한 말이니 독자들이 수긍하지, 지금 나이의 내가 한다면 몰매맞기 십상이다. )
운명의 절반은 스스로 만든다. 타고난 절반은 그렇다 쳐도 남은 절반에서 항시 조절하고 지속적으로 훈련하지 않으면 결국 실패한다. 난 위대한
인물이니까 누구에게든지 폐를 끼쳐도 상관없다고 믿는 사람이 아니라면 훈련과 절제를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삶을 몸에 익히는 것이 인간으로 태어난
사명이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서 활약한 내가 청소기를 돌리고, 냉장고와 헛간에 뭐가 있는지를 기억해야 하는가, 라고 말하는 그 때가 노망의
시초라고 본다.
- 46쪽에서 인용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다. 내 말은 먹히지 않으니, 이 책을 엄마에게 선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