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층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 우리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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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만화다. 책 제목인 '7층'은 주인공 오사가 살던 집의 층수. 대학에 진학한 오사는 닐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닐은 그녀를 지배하고 자신의 방식에 그녀를 맞추려고 하며 온갖 정신적 신체적 폭력을 행사한다. 오사는 그의 사랑을 잃고 싶지 않아 닐에게 맞추고 자신을 바꾸려 한다. 그런 고통의 시간이 지나,,, 오사는 자신을 잃어간다. 고립되어 간다. 그러다 드디어 용기를 내어서 주위의 도움을 구하고 닐을 고소한다. 그동안 오사는 혼자 아파하고 고민했다. 7층 자신의 집에서 떨어져 죽는 상상을 할 정도로.

 

 

사실 나는 이 책 내용에 별로 충격받지 않았다. 데이트 폭력, 너무도 흔하니까. 폭력의 경중도를 떠나 나도 겪었고 내 주위 친구들도 많이 겪었다. 그래서 그동안 나는 한두 남자 사귀다가 운좋게 착한 남자 만나서 바로 20대에 결혼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사실 데이트 폭력은 연애 경력이 좀 있는 여자들은 다들 겪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단지 공론화해봐야 2차 가해를 받는 등, 여자만 손해니까 말하지 않아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진보 논객의 데이트 폭력 사건 관련 기사를 읽다가 '요새 세상에도 그런 일이 있냐? 여자가 맞을 짓을 한 거 아니냐?'는 후진 댓글이 우수수 달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심지어 '데이트 때 돈 안 내는 여자들도 데이트 폭력을 행하는 거다.'란 분기탱천한 댓글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아놔, 일부 남자들은, 자신이 겪지 않았기에 그리 쉽게 말하나? 심지어 프랑스에서도 연인/남편의 폭력에 의해 사망에 이르는 여성이 3일에 한 명이라구! 다들 같은 남자들 앞에서나 멀쩡하게 보이지, 약한 여자 앞에서는 자신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후진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아, 남자들은, 데이트 폭력을 경험하거나 주위 사례를 보고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이 없구나! 이런 쪽 이야기는 책에 안 나오나?,,,, 그러다가 생각나 찾아 읽은 만화책이다.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그림체다. 잉크 냄새가 좀 과한 것만 빼고 다 좋다. 내용도 좋다. 이 책에는 당연히 폭력이 시작되면 바로 헤어져야한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수 없이 상황에 휘말려가는 피해자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다. 그래서 간접체험으로 민방위 훈련하기에 좋다. 20살이 되어 성인의 사랑을 막 시작하려는 주위 어린 친구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 너무 잔인하려나? 때리는 것만 폭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할텐데.

 

지은이 오사 게렌발은 스톡홀름의 콘스팍 디자인 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2002년 졸업했다. 엇, 이 책의 주인공 이름도 오사인데 어쩐일이지?하고 찾아보니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책 <7층>은 바로 그녀의 졸업 작품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오사 파이팅! 더불어, 세상의 모든 언니들도 파이팅!

 

*** 이 책으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면, 이하의 책도 더불어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 남자는 도대체 왜 그럴까>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트라우마>

<오빠는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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