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야마 겐지는 등단 20년 이후 발표한 <물의 가족>부터 시작해서 에세이 먼저 읽었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작품이 아마
<물의 가족> 부터였기 때문에 그랬나? 여튼 평범한 직장인인 마루야마 겐지가 작가의 삶으로 들어서게 된 계기인 <여름의
흐름>을 이제서야 읽는다.
문학계 신인상과 아쿠다카와 상을 수상한 <여름의 흐름>은 태어나서 처음 소설을 써 본 사람의 작품이라기엔 너무도 대단했다. 초보
작가의 촌스러움과 지레 혼자 흥분하고 엄숙해지는 오버가 없었다. 소설을 쓸 생각은 없었더라도 마음 속으로 여러번 장면 묘사 훈련을 해 본
솜씨다. 그의 자전적 에세이를 읽어보았으니까 짐작해본다면, 영화를 보고 이리저리 분석해본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훈련이 되어 있았나, 싶다.
이 작품집에는 중편소설로 <여름의 흐름>과 <좁은 방의 영혼>이, 단편소설로 <만월의 시>와
<바다>,<흔들다리를 건너다>, <한낮의 피리새>가 수록되어 있다. 다 문단 데뷔 후 20년 사이에 쓴
소설들이다. 교도소 간수의 일상 며칠을 그린 표제작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이 작품집에 같이 수록된 다른 소설들은 그리 기억에 남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삶의 자세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의 자전적 에세이를 먼저 읽어서인지 그의 실제 삶이 소설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