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박에스더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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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에스더 기자가 현재 대한민국의 병폐에 대해 고발한 글들이 모여 있다. 권위주의, 혈연지연주의, 집단주의, 가족이기주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 겉다르고 속다른 도덕윤리 적용, 성에 대한 이중적 잣대, 패자부활전이 없는 승자독식 사회, 교육문제,,,, 저자는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의 많은 문제를 거론한다. 대강대강 기본 의식있는 정도까지 문제를 지적하고 서둘러 화합으로 마무리하거나 뻔한 계몽같은 결론을 내지 않아서 좋았다. 그런데 예상 외로 이 책의 판매지수가 낮다. 저자의 지명도도 있고, 쌤앤파커스 사의 능력도 있는데. 의외다. ( 사실,,, 책 내용이 시원시원하기는 한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이유가 뭘까. )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다. 당했던 사람들도 세월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 수혜자가 되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젊은 시절의 치기를 잊어버리는 기억상실증에 빠져간다. 그리고 한번 거기에 맛을 들이면 그 권위가 무너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 62쪽

 

한국인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프로젝트를 수행하듯, 마치 숙제하듯 인생을 산다.

- 78쪽

 

조금이라도 기득권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속한 영역의 진입장벽을 철저히 높여 놓는다.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배타주의만큼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 98쪽

 

장유유서라는 미명 아래 상처투성이 개인사를 극복 못한 '몸만 어른'들의 이기적 언행을 참고 봐 주어야하는 현실이 짜증나던 참에 읽었다. 다 맞는 소리였다. 내가 생각하는 문제점을 다른 분의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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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의 시대 - 길들여진 어른들의 나라, 대한민국의 자화상
이승욱.김은산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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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 결과로 멘붕, 절망, 환멸,,,, 을 겪은 정신분석가와 청소년교육활동가가 현 한국 사회를 진단하기 위해 공동으로 집필한 책이다. 현 한국사회의 중,노년 세대들을 분석하려는 시도는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중노년 세대의 가치관이 그 자녀 세대에 미친 영향까지 같이 서술하고 있어서 더욱 의미깊다. 두 저자의 전공과 현장 경험을 잘 살린 책이다.

제목인 '애완(愛玩)의 시대'는 전쟁을 경험한 부모 세대와 IMF로 정신적 내상을 겪은 자식 세대를 모두 가리킨다. 두 세대 모두 모두 국가와 권력, 혹은 돈과 외적 성공에 길들여져 있으며 변화보다 안정을 원한다. 생존 경쟁에 시달려 남의 아픔보다 자신과 가족의 이익이 먼저다. 이들은 늘 배고픔과 결핍, 과도한 경쟁에 시달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은 국가와 부모 등 '더 큰 존재'의 눈치를 보는 어린아이이다. 부모 세대는 권력에 길들여진 ‘애완’의 세대이고 자식 세대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독립할 능력이 없어 부모의 품에 의지하다보니 길들여진 ‘애완’의 세대라는 차이가 있다. 저자들은 이 두세대가 공존하는 우리 시대를 ‘애완의 시대’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책은 애완의 시대가 성립한 이유와 문제점 등을 역사적 근거와 개인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세세히 서술한다.


이 사회의 부모가 살아온 방식은 후대에 물려줄 정신적, 문화적인 유산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의 단면이다. 적응이냐 부적응이냐, 생존이냐 낙오냐를 판단해 후대를 평가하려는 어른들은 그만큼 자신의 정신적인 빈곤함과 마주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이것이 다시 후대에 대물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장하길 거부하는 사람, 본받을 만한 어른이 없는 사회, 개인의 성장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 그런 대한민국의 민얼굴을 마주해야 한다.

 - 122쪽에서 인용

 

스스로를 '잉여'라고 부르는 20, 30대 세대들에게 전후 식량보다 입이 더 많은 시절에 '잉여'로 태어나 평생 전전긍긍하며 먹고 살기위해 무조건 1번을 찍는 부모세대가 있었다는 것. 그 부모 세대가 자식 세대에게 미친 영향을 고찰하는 한편 두 세대를 묶어 현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보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읽어볼만한 책이다.  사실, 20, 30대 일부 남성에 한한 현상이라고 믿고 싶지만, 일베나 여성혐오자들의 비뚤어진 사고 방식의 원인 중에는, 그들이 너무 생각없이 착한 청년들이어서 워낙 어려서부터 경쟁에 시달리다보니 전쟁후 습득한 부모의 가치관에 세뇌당해서 그대로 따르는 점에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시대가 그렇다고 개인적 각성을 못하고 약자를 괴롭히며 스트레스를 풀거나 부모 세대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것을 봐 주어서는 안되지만.

 

좋은 책이었다. 박정희 대통령과 딸 대통령을 지지하며 덕분에 밥 배불리 먹게 되어 감사하다는 어르신들에게 질린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책을 덮고, 계속 생각한다. 어떤 어른으로 성장해야 할 것인가. 내 윗세대와 아랫세대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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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필요없다 - 진보의 가부장제에 도전한 여자들 이야기 이매진 컨텍스트 15
전희경 지음 / 이매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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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모씨 박모씨 등 이른바 진보운동권 논객이 행한 데이트 폭력 사건이 이슈화 되던 6월 말에 읽었는데 리뷰는 이제 남긴다. 리뷰가 늦은 이유는,,, 쓸 말이 없어서였다. 기가 막혀서였다. 내가 대학 다니던 1990년대나 이 책이 나온 2008년이나 현재 2015년이나, 진보를 자처하는 남성들의 행태는 변함이 없다. 젠장!


사무실 ‘살림’을 도맡고 ‘커피, 카피, 계산기 두드리기’ 같은 일들을 하면서 ‘여성적인’ 업무를 담당하던 여성운동가들은, 점차 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사회운동인지 회의하기 시작했다. 남성 활동가가 원고를 쓰면 그 원고를 복사하고 발송하는 일, 남학생이 대자보 글을 쓰면 그 글을 받아 대자보 글씨를 쓰는 일. 이러한 일들은 때로는 사소한 일로 무시되고 때로는 여성의 ‘능력’으로 치켜세워지면서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 65쪽에서 인용

 

남성 노동자의 파업 투쟁은 아내의 지지와 지원을 받지만, 여성 노동자의 파업 투쟁은 오히려 남편의 '허락'을 얻어야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여성 노동자에게 시민/노동자의 권리보다 아내/어머니/주부의 도리가 우선되기 때문이다.

- 127쪽에서 인용

 

성차별 문제를 제기하는 여성은 거의 대부분 '과도한 감정'을 지적받는다. 그러나 운동사회에서 '합리'와 '이성'이 강조되었다고 해서 모든 감정이 다 금기시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자본가의 부당한 해고나 임금 체불에 맞서서 파업 투쟁에 나서는 남성 노동자들의 분노에 대해 "너무 민감하다"거나 "흥분하지 말라"고 주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 137쪽에서 인용

 

위와같은 현실. 하지만 여성들의 대응은 진보해왔다. 저자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90학번부터 04학번 여성들을 심층면접하여 1990년대 말부터 변화해온 여성 운동의 역사를 보여준다. 1999년에는 여성활동가모임이 조직되었다. 노동, 계급, 민족 등등 남성들이 말하는 대의와 별도로 여성주의적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구조 조정시에 0순위로 해고되던 여성 노동자들은 여성독자노조를 만들어 뭉쳤다. (업종별 노조가 이미 있지만 여성 노동자 해고시에 노조의 남성들은 쉽사리 동의하곤 해서 여성 노조가 더 필요하단다. 아, 먼산,,, ) 그리고 드디어 조직 안에서 은폐되곤하던 성폭력 문제도 말하기 시작했다. 일상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일상의 모든 문제를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보기 시작하니 진보 운동권 내에서 여자 후배를 가르치던 오빠는 이제 더이상 필요없게 된 것이다. 뭐 책 내용은 이렇다.

 

운동권 내 성폭력 부분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1990년대 대학 운동권내 여성 운동가들의 경험이 어떻게 1990년대 말에 성과를 거두었나, 하는 간략한 역사 위주이다.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책이어서 현장 경험을 한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 볼 수 있다.  ( 아, 진보 남성의 성폭력이 대놓고 마초인 놈들의 성폭력보다 더 끔찍한 것은, 이 놈들은 자신이 진보적이고 도덕적으로 옳다고 착각하기에 피해자인 상대 여성에게 더 악랄하게 책임을 전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직원들은 대의를 위해 가해자를 감싸주며 피해자에게 침묵 혹은 용서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

 

요새 세상에도 이런 일이 있나, 하는 태평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만 하다. 남성들이 사는 세상과 여성들이 사는 세상은 아주 다르니까. 아아, 슬프지만, 이 책의 수명은 아주 길~~~~것 같다.

 

쓸 말은 많지만,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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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한 책>을 마지막으로 요네하라 마리 산맥 16봉 등정 도전을 마무리.

 

이 책은, 요네하라 마리 저자가 쓴 다양한 책들에 공통으로 깔린 잡학다식한 배경지식과 깊은 성찰력이 어디서 왔는지를 단적으로 독자에게 알려주는 책이다. 하루에 7권씩 읽는다는 그녀는 말 그대로 '다독의 여왕'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여러 매체에 연재한 독서기, 리뷰를 모은 책이다. 390권의 책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하지만 나는 1부, '내 몸으로 암 치료 책을 직접 검증하다 3'까지만 읽었다. 2부부터는 내가 모르는 일본 작가와 책 이야기가 나와서 더 읽어나갈 수가 없었다. 물론, 한글을 아니 눈으로 다 읽을 수는 있겠지만 내용 이해가 되지 않아 읽는 의미가 없었기에 포기했다.

 그래서 이번 요네하라 마리 16봉 등정은 15봉 등정 성공,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곳은 산 중턱에서 하산.

 

하지만 이번 요네하라 마리 16봉 등정 도전을 통해 개성 넘치는 대중적 글쓰기 방법을 배우게 되어 보람 있었다. 정통 역사에세이물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자신의 역사 문화 지식을 갖고 다양한 방법으로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세상에 대해 올바른 시각으로 발언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내가 나름 40년간 책을 읽어왔지만, 그 동안 책과 글쓰기에 대한 편견이 많았구나, 하는 것도 이번에 절실하게 깨달았다.

 

요네하라 마리 같은 스타일의 글, 읽기에는 쉽지만 쓰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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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국을 찾아서 1 이산의 책 6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김희교 옮김 / 이산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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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할 필요도 없는 책. 미국내 중국사학계를 대표하는 예일대 조너선 스펜스 교수의 역작이다. 이산 출판사에서 나온 스펜스 저서 시리즈는 다 반할만한 책들이어서 서가에 주욱 꽂아 놓고 바라만 보아도 흐뭇하다.

 

저자는 보통 아편전쟁시기부터 중국 근현대사를 서술하는 다른 중국사책과 달리 명 말기부터 Modern 

China에 대한 서술을 시작한다.  뭐 굳이 책 내용을 요약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만 대강 이 현대 중국사의 도도한 대하를 따라 가보자면 이렇다. 명 말기의 상황과 만주족의 정복에서 책은 시작한다. 후금에서 청으로 이름을 바꾼 이 만주족의 나라는 강희제 시절 삼번의 난을 진압하고 현재의 강역에 해당하는 국경을 확정짓는다. 이어 옹정제와 건륭제를 거치며 전성기의 영화를 누린 후 제국은 기울기 시작한다. 아편전쟁으로 강제 개항당한 이후 태평천국의 난, 청일전쟁, 의화단 운동을 거치며 나름 양무운동이나 변법자강 운동을 펼쳐 보지만, 외세의 침략과 국내 문제에 대항하여 중앙집권 제국을 유지하기에 청은 이미 그 힘이 다했다. 한족의 저항도 거세다. 1911년 드디어 쑨원 지도하의 신해혁명으로 중화민국이 성립하지만 이는 군벌들의 난립으로인해 진정한 통일 중국이라고는 볼 수 없다. 1차대전을 거쳐 패전한 독일 조계에 대한 일본의 침략과 5,4운동, 1차 국공합작과 장제스의 북벌, 합작 결렬와 마오쩌둥 지도하의 대장정을 거쳐 1936년의 시안사변까지가 1권의 주 내용이다. 사이사이 이름만 들어도 어질어질한 중국사의 혁명과 반혁명의 숱한 인물들이 이 책갈피에서 별처럼 뜨고 지며 빛난다. 밝은 빛이든 어두운 빛이든.

 

방대하고 숨가쁜 역사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책소개에서 말하는 것처럼 소설처럼 술술 익힐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다. 저자는 정치사 위주로만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의 문화 동향과 작가 소개도 곁들이고 있어서 500페이지에 깨알같은 활자로 인쇄되어 있는 이 책이 힘들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곳곳에 필요할 때면 등장하는 지도, 도표와 사진들도 독서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들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맘잡고 중국 근현대사를 일독하고 싶은 분에게 강추할만한 책이다. 관심있으면 닥치고 즐독!

 

나 개인적으로는 건륭제 시절의 번성을 홍루몽과 같이 서술한다던가, 청말 민중들의 저항을 태평천국뿐 아니라 염군의 난, 이슬람 교도의 반란도 더불어 이야기해주시는 점,  화교와 이민의 역사를 외세 침략과 현지 국가의 이민법 제정과 연결지어 서술한 점 등등이 특히 재미있었다. 얇은 통사가 아니라 두꺼운 책이어서 대강대강 큰 얼개만 알고 지나가던 역사사실의 내막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두말하면 잔소리. 특히 군벌부분 서술은 정말 재미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국민당과 공산당만의 중국사가 아니기에. 또 내국인이 서술한 자국사가 아니어서 그런지 서구, 일본 외세와 중국사를 관련지어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시야의 폭은 대단하시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저자분 역시 국적의 한계를 못 벗어났나, 싶은 부분이다. 예를 들어 334쪽에서 "많은 미국 정치가들은 미국이 중국과 '각별한 관계'에 있다고 믿었다. 이는 19세기말 제국주의가 판치는 세계에서 미국은 특히 문호 개방정책을 통해 국제적 관행을 수정하려고 시도한 데서 잘 드러나듯 이타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 <= 이런 부분은 읽다가 웃겨 죽는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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