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의 시대 - 길들여진 어른들의 나라, 대한민국의 자화상
이승욱.김은산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2012년 대선 결과로 멘붕, 절망, 환멸,,,, 을 겪은 정신분석가와 청소년교육활동가가 현 한국 사회를 진단하기 위해 공동으로 집필한 책이다. 현 한국사회의 중,노년 세대들을 분석하려는 시도는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중노년 세대의 가치관이 그 자녀 세대에 미친 영향까지 같이 서술하고 있어서 더욱 의미깊다. 두 저자의 전공과 현장 경험을 잘 살린 책이다.

제목인 '애완(愛玩)의 시대'는 전쟁을 경험한 부모 세대와 IMF로 정신적 내상을 겪은 자식 세대를 모두 가리킨다. 두 세대 모두 모두 국가와 권력, 혹은 돈과 외적 성공에 길들여져 있으며 변화보다 안정을 원한다. 생존 경쟁에 시달려 남의 아픔보다 자신과 가족의 이익이 먼저다. 이들은 늘 배고픔과 결핍, 과도한 경쟁에 시달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은 국가와 부모 등 '더 큰 존재'의 눈치를 보는 어린아이이다. 부모 세대는 권력에 길들여진 ‘애완’의 세대이고 자식 세대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독립할 능력이 없어 부모의 품에 의지하다보니 길들여진 ‘애완’의 세대라는 차이가 있다. 저자들은 이 두세대가 공존하는 우리 시대를 ‘애완의 시대’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책은 애완의 시대가 성립한 이유와 문제점 등을 역사적 근거와 개인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세세히 서술한다.


이 사회의 부모가 살아온 방식은 후대에 물려줄 정신적, 문화적인 유산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의 단면이다. 적응이냐 부적응이냐, 생존이냐 낙오냐를 판단해 후대를 평가하려는 어른들은 그만큼 자신의 정신적인 빈곤함과 마주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이것이 다시 후대에 대물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장하길 거부하는 사람, 본받을 만한 어른이 없는 사회, 개인의 성장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 그런 대한민국의 민얼굴을 마주해야 한다.

 - 122쪽에서 인용

 

스스로를 '잉여'라고 부르는 20, 30대 세대들에게 전후 식량보다 입이 더 많은 시절에 '잉여'로 태어나 평생 전전긍긍하며 먹고 살기위해 무조건 1번을 찍는 부모세대가 있었다는 것. 그 부모 세대가 자식 세대에게 미친 영향을 고찰하는 한편 두 세대를 묶어 현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보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읽어볼만한 책이다.  사실, 20, 30대 일부 남성에 한한 현상이라고 믿고 싶지만, 일베나 여성혐오자들의 비뚤어진 사고 방식의 원인 중에는, 그들이 너무 생각없이 착한 청년들이어서 워낙 어려서부터 경쟁에 시달리다보니 전쟁후 습득한 부모의 가치관에 세뇌당해서 그대로 따르는 점에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시대가 그렇다고 개인적 각성을 못하고 약자를 괴롭히며 스트레스를 풀거나 부모 세대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것을 봐 주어서는 안되지만.

 

좋은 책이었다. 박정희 대통령과 딸 대통령을 지지하며 덕분에 밥 배불리 먹게 되어 감사하다는 어르신들에게 질린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책을 덮고, 계속 생각한다. 어떤 어른으로 성장해야 할 것인가. 내 윗세대와 아랫세대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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