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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국을 찾아서 1 ㅣ 이산의 책 6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김희교 옮김 / 이산 / 1998년 11월
평점 :
소개할 필요도 없는 책. 미국내 중국사학계를 대표하는 예일대 조너선 스펜스 교수의 역작이다. 이산 출판사에서 나온 스펜스 저서 시리즈는 다
반할만한 책들이어서 서가에 주욱 꽂아 놓고 바라만 보아도 흐뭇하다.
저자는 보통 아편전쟁시기부터 중국 근현대사를 서술하는 다른 중국사책과 달리 명 말기부터 Modern
China에 대한 서술을 시작한다. 뭐 굳이 책 내용을 요약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만 대강 이 현대 중국사의 도도한 대하를 따라 가보자면
이렇다. 명 말기의 상황과 만주족의 정복에서 책은 시작한다. 후금에서 청으로 이름을 바꾼 이 만주족의 나라는 강희제 시절 삼번의 난을 진압하고
현재의 강역에 해당하는 국경을 확정짓는다. 이어 옹정제와 건륭제를 거치며 전성기의 영화를 누린 후 제국은 기울기 시작한다. 아편전쟁으로 강제
개항당한 이후 태평천국의 난, 청일전쟁, 의화단 운동을 거치며 나름 양무운동이나 변법자강 운동을 펼쳐 보지만, 외세의 침략과 국내 문제에
대항하여 중앙집권 제국을 유지하기에 청은 이미 그 힘이 다했다. 한족의 저항도 거세다. 1911년 드디어 쑨원 지도하의 신해혁명으로 중화민국이
성립하지만 이는 군벌들의 난립으로인해 진정한 통일 중국이라고는 볼 수 없다. 1차대전을 거쳐 패전한 독일 조계에 대한 일본의 침략과 5,4운동,
1차 국공합작과 장제스의 북벌, 합작 결렬와 마오쩌둥 지도하의 대장정을 거쳐 1936년의 시안사변까지가 1권의 주 내용이다. 사이사이 이름만
들어도 어질어질한 중국사의 혁명과 반혁명의 숱한 인물들이 이 책갈피에서 별처럼 뜨고 지며 빛난다. 밝은 빛이든 어두운 빛이든.
방대하고 숨가쁜 역사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책소개에서 말하는 것처럼 소설처럼 술술 익힐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다.
저자는 정치사 위주로만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의 문화 동향과 작가 소개도 곁들이고 있어서 500페이지에 깨알같은 활자로 인쇄되어 있는 이
책이 힘들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곳곳에 필요할 때면 등장하는 지도, 도표와 사진들도 독서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들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맘잡고 중국 근현대사를 일독하고 싶은 분에게 강추할만한 책이다. 관심있으면 닥치고 즐독!
나 개인적으로는 건륭제 시절의 번성을 홍루몽과 같이 서술한다던가, 청말 민중들의 저항을 태평천국뿐 아니라 염군의 난, 이슬람 교도의 반란도
더불어 이야기해주시는 점, 화교와 이민의 역사를 외세 침략과 현지 국가의 이민법 제정과 연결지어 서술한 점 등등이 특히 재미있었다. 얇은
통사가 아니라 두꺼운 책이어서 대강대강 큰 얼개만 알고 지나가던 역사사실의 내막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두말하면 잔소리. 특히 군벌부분 서술은 정말
재미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국민당과 공산당만의 중국사가 아니기에. 또 내국인이 서술한 자국사가 아니어서 그런지 서구, 일본 외세와 중국사를
관련지어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시야의 폭은 대단하시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저자분 역시 국적의 한계를 못 벗어났나, 싶은 부분이다. 예를 들어 334쪽에서 "많은 미국 정치가들은
미국이 중국과 '각별한 관계'에 있다고 믿었다. 이는 19세기말 제국주의가 판치는 세계에서 미국은 특히 문호 개방정책을 통해 국제적 관행을
수정하려고 시도한 데서 잘 드러나듯 이타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 <= 이런 부분은 읽다가 웃겨 죽는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