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필요없다 - 진보의 가부장제에 도전한 여자들 이야기 이매진 컨텍스트 15
전희경 지음 / 이매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한모씨 박모씨 등 이른바 진보운동권 논객이 행한 데이트 폭력 사건이 이슈화 되던 6월 말에 읽었는데 리뷰는 이제 남긴다. 리뷰가 늦은 이유는,,, 쓸 말이 없어서였다. 기가 막혀서였다. 내가 대학 다니던 1990년대나 이 책이 나온 2008년이나 현재 2015년이나, 진보를 자처하는 남성들의 행태는 변함이 없다. 젠장!


사무실 ‘살림’을 도맡고 ‘커피, 카피, 계산기 두드리기’ 같은 일들을 하면서 ‘여성적인’ 업무를 담당하던 여성운동가들은, 점차 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사회운동인지 회의하기 시작했다. 남성 활동가가 원고를 쓰면 그 원고를 복사하고 발송하는 일, 남학생이 대자보 글을 쓰면 그 글을 받아 대자보 글씨를 쓰는 일. 이러한 일들은 때로는 사소한 일로 무시되고 때로는 여성의 ‘능력’으로 치켜세워지면서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 65쪽에서 인용

 

남성 노동자의 파업 투쟁은 아내의 지지와 지원을 받지만, 여성 노동자의 파업 투쟁은 오히려 남편의 '허락'을 얻어야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여성 노동자에게 시민/노동자의 권리보다 아내/어머니/주부의 도리가 우선되기 때문이다.

- 127쪽에서 인용

 

성차별 문제를 제기하는 여성은 거의 대부분 '과도한 감정'을 지적받는다. 그러나 운동사회에서 '합리'와 '이성'이 강조되었다고 해서 모든 감정이 다 금기시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자본가의 부당한 해고나 임금 체불에 맞서서 파업 투쟁에 나서는 남성 노동자들의 분노에 대해 "너무 민감하다"거나 "흥분하지 말라"고 주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 137쪽에서 인용

 

위와같은 현실. 하지만 여성들의 대응은 진보해왔다. 저자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90학번부터 04학번 여성들을 심층면접하여 1990년대 말부터 변화해온 여성 운동의 역사를 보여준다. 1999년에는 여성활동가모임이 조직되었다. 노동, 계급, 민족 등등 남성들이 말하는 대의와 별도로 여성주의적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구조 조정시에 0순위로 해고되던 여성 노동자들은 여성독자노조를 만들어 뭉쳤다. (업종별 노조가 이미 있지만 여성 노동자 해고시에 노조의 남성들은 쉽사리 동의하곤 해서 여성 노조가 더 필요하단다. 아, 먼산,,, ) 그리고 드디어 조직 안에서 은폐되곤하던 성폭력 문제도 말하기 시작했다. 일상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일상의 모든 문제를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보기 시작하니 진보 운동권 내에서 여자 후배를 가르치던 오빠는 이제 더이상 필요없게 된 것이다. 뭐 책 내용은 이렇다.

 

운동권 내 성폭력 부분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1990년대 대학 운동권내 여성 운동가들의 경험이 어떻게 1990년대 말에 성과를 거두었나, 하는 간략한 역사 위주이다.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책이어서 현장 경험을 한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 볼 수 있다.  ( 아, 진보 남성의 성폭력이 대놓고 마초인 놈들의 성폭력보다 더 끔찍한 것은, 이 놈들은 자신이 진보적이고 도덕적으로 옳다고 착각하기에 피해자인 상대 여성에게 더 악랄하게 책임을 전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직원들은 대의를 위해 가해자를 감싸주며 피해자에게 침묵 혹은 용서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

 

요새 세상에도 이런 일이 있나, 하는 태평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만 하다. 남성들이 사는 세상과 여성들이 사는 세상은 아주 다르니까. 아아, 슬프지만, 이 책의 수명은 아주 길~~~~것 같다.

 

쓸 말은 많지만, 이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