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에노 지즈코, 우에노 치즈코, 같은 저자다. 혹시 나처럼 책 검색하다가 헤매실 분이 있을까 싶어 밝힌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덕분에 페미니즘 전공자처럼 알려졌지만, 이분의 전공은 사회학, 그 중에서도 개호 분야다. 개호는 일본에서
국가가 제공하는 가정 내 노인 돌봄 서비스를 말한다. 저자의 여성 싱글을 위한 책인 <싱글, 행복하면 그만이다> 역시 겉보기에는 그냥
젊은 비혼 여성 이야기같지만 내용은 노령 싱글여성의 삶을 말하고 있다. 이 책 <독신의 오후>는 그 책의 남성판이다. 싱글 남성
노인의 노후 대비를 말한다.
독신 남성노인은 원래
비혼, 이혼으로 된 돌싱, 아내 사별후 싱글, 이렇게 세 경우가 있다. 그런데 아내와 사별한 남성 노인의 경우, 상실감이 남편을 잃은 여성보다
크다고 한다. 게다가 아내가 사망하면 자식과도 멀어지기에 홀로 된 남성 노인은 홀로 된 여성 노인보다 더 외로워진다. 대개
자식과의 소통은 아내가 담당했기 때문이다. 또 홀로 된 여성 노인의 경우, 건강하면 집안에서 쓰일 용도가 많아 자식들이 같이 살자는 요청도 많이
받지만, 남성 고령 노인의 경우 짐만 되므로 자식들이 그런 요청 없이 시설로 보낸다고 한다. 슬픈 사실은 더
있다. 고령자 학대
1위는 친아들이다. 이런 현실에
대해, 저자는 가차없이 정곡을 찌른다.
이토록 깊은 상실감과 큰
타격은 지금껏 아내 말고는 어떤 인간 관계도 맺지 않았던 데서 오는 자업자득이라 할 만하다.
- 73쪽에서
인용
큭큭. 그래도 저자는
성심껏 조언을 해 준다. 남성 노인이 노후를 잘 보내려면 40대 때부터 직장과 가정 아닌 곳에
제3의 자신의 활동 거처를
만들라고 한다.
(흠, 예스 블로그 활동하시는 남성분들? )남성은 돈과 권력에 취약하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보다 정년 후 더 변화한 자신의 처지에
적응을 못한다고. 하지만 아내에게 놀아달라고 매달리면 귀찮아한다고. 그러니 평소에 정신차리고 잘 하라고. 큭큭. 저자는 또 정곡을 찔러
주신다. 사별 후 연애나 재혼 꿈을 깨라고.
일상
생활을 풍부하게 해주는 완만한 친구, 그냥 아는 사이인 친구 열 명을 미리미리 만들라고. 관계가 덤덤하기 때문에 오히려 둘도 없는 친구나
연인보다 그런 친구 사이가 오래도록 관계가 지속된다고. 아이구, 재밌다.
정년이 되고 나서
‘가정으로의
회귀’등은 반기고 싶은 마음이
없다.
오히례
민폐가 될 뿐이다.
정년이
되고 나서 필요한 것은 직장도 아니고 가정도 아닌 제3의 자신의 활동
거처다.
- 117쪽에서
인용
실용서인데 왜 이리도
남성들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밝히면서 군데군데 웃긴지 모르겠다. 저자의 개성적 시각 덕분이리라. 다시 책 내용을 소개하자면, 요양원도 남성
노인들은 반기지 않는단다. 왜냐? 남성 노인 많은 곳에는
권력 다툼이 생기기 마련이여서란다. 남성 노인들이 쓰는 다인실에 가 보면 서로 벽 보고
앉아 있거나 티비만 보고 있다고 한다. 반면, 여성 노인이 많은 곳은
화기애애하다고. 그래서 저자는 조언한다. 남성 노인이 많은 요양원보다 여성 노인이 많은 요양원을 선택하라고. 그러면 남성 노인은
귀여움
받고 잘 있다고. 하하. 이외에도
정말 주옥같은 조언들이 많다. 노후를 준비하는 남성들이 기본 세계관을 재정립하는 용도로 읽으면 좋겠다.
간병이란 간병받는 쪽이
원하는 간병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기본이다.
간병하는
쪽이 주도해서는 안 된다.
간병인을
자처하는 남성은 이 점을 간과하기 십상이다. 남성 간병인 스스로가 경계해야 마땅하다.
사랑하는
남편이 간병을 해주는 것은 기쁘지만 ‘네 기분에 맞춰 해줘야
좋지’라는 점에서는 섹스와
마찬가지리라.
- 49쪽에서
인용
위는 남성 노인의 간병이
늘고 있는 현실에 맞춘 조언이다. 저자의 입담은 정말 대단하다. 또 저자는 노인들에게 죽음을 앞두고 죽음에 대한
사고를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암 선고
받고도 이렇게 생각하라고 한다. 암이면 시한부니까 돌연사보다 주변 정리하고 돈 쓸 시간 있어서 좋다고. 이건
실화다.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노 요코 씨는 “그래도 앞으로 생활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서 홀가분하다”며 안도하여,
선고를
받자마자 그 길로 자동차 대리점으로 달려가 진작부터 사고 싶었던 재규어 차 한 대를 뽑았다고 한다.
- 265
정말 우리나라보다 앞서서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일본, 유용한 책도 많고 대단한 분들도 많다. 그래서 이어서, 사노 요코의 책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