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나는 엄마처럼 살아갈까 - 엄마의 상처마저 닮아버린 딸들의 자아상 치유기
로라 아렌스 퓨어스타인 지음, 이은경 옮김 / 애플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이상한 일이다. 딸은, 엄마에게 못 받은 사랑과 부당 대우 때문에 아파하면서도 평생 엄마의 사랑과 인정에 목마르다. 떨어져 있으면 애틋하고
만나면 속 뒤집힌다. 나이가 든 엄마는 자신이 딸에게 상처준 과거는 다 잊고 딸에게 서운한 것만 기억하며 딸이 자신을 다정하게 돌봐주기를
바란다. 이건 완전 적금도 안 부어놓고 만기일에 돈 내놓으라는 심뽀다. (나만 못된 딸이라서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 -_- 아, 그러니 또
책을 읽어야 한다. ㅠㅠ)
그래서 찾아 읽은 이 책에는 30년 이상 여성 심리 상담을 해온 저자가 애증의 모녀 관계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었다. 세세한 상담 사례와
다양한 예가 실려있어 술술 읽혔다. 약간 산만하고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내가 이 분야 책을 몇 권 읽지 않아서, 책의
수준을 정확히 평하지는 못하겠다.
'자아상'을 놓고 문제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원제인 <my mother, my mirror> 가 책의 내용을 더 명확히 말해 주는
것 같다. 책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그러진 거울을 보는 것과 같은 왜곡된 자아상이 어머니를 통해 딸에게 대대로 전해지는 과정을 인식하고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를 권하기 때문이다. 즉, 나의 자아상과 유년기 어머니의 자아상을 분리하고, 어머니에 대한 숨겨진 분노와 사랑, 내가 느낀
슬픔을 직시하고, 지금까지의 생각고리를 모아 왜곡된 자아상에서 진정한 자아상으로 바꾸라는 것. 어머니로서 지나치게 죄책감을 갖거나, 딸로서
지나치게 어머니를 원망하지도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라는 것. 그 과정을 거쳐 어머니와 딸, 각자가 하나의 개인으로 발전하며
바람직하게 분리되면 어머니와 딸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 분리의 과정은 딸이 어머니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고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면서 자연적으로
성숙해가는 행위이므로 딸은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고 어머니는 노여워하거나 서운해해서는 안된다.
자아상이 왜곡된 어머니는 딸에게 여동생, 남편, 절친한 친구, 엄마, 솔메이트 등의 역할을 하게 만들고, 결국 딸에게 매달린다. 그러나
어머니가 왜곡된 자아상에서 진정한 자아상으로 옮아가면, 딸에게 매달려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모녀가 각각의 개인성을 인정하며 자유롭게 누리게
된다.
- 270 -271쪽에서 인용
흠, 노쇠해진 엄마는 결국, 어릴적에 엄마의 엄마에게 못 받은 사랑을 딸에게 갈구하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어른이 되어 분리되어가는 딸을
여전히 지배하려 들며 자신이 버림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서운해타령을 부르는 걸까. 사실 책에 실린 예를 읽고 좀 황당했다. 그래도 미국인데, 왜
이렇게 지금 우리나라의 모녀 관계랑 비슷한지 원. 젠장, 동서고금 막론하고 왜들 다 이렇게 후지냐.
책을 다 읽고나니 내 엄마가 조금 이해는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통적인 우리나라 효도의 방식대로 '네네, 무조건 엄마 말씀이
옳습니다.'하며 살 생각은 여전히 없다. 그리고 나도 내가 겪는 지금의 심적 문제들을 무조건 엄마탓으로 돌릴 생각은 없다. 내가 성장해가면서
처음으로 접하고 가장 많이 영향받은 타인이 엄마였을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