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마라 나의 일상 나이의 힘 5
미나미 가즈코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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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괜찮다. 노년에 대해 쓴 에세이라면 나이가 주는 지혜나 여유, 마음을 젊게 가지기 등등 좀 정신적 측면에 집중하다보니 실용적이지 못한 단점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마음가짐보다 실제 일상 생활을 관리하는 방법 위주로 말한다. 예를 들자면, 나이들어 깔끔한 옷차림을 하지 못하거나나 냄새를 풍겨서 젊은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한탄하거나 니네들도 늙어봐라를 외치는 대신, 표를 그려서 체크해가며 빨래를 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건망증을 한탄하지 않고 방방마다 포스트잇과 필기구를 두라고 권한다. 이런 자세, 참 좋다.  

 

나름대로 대비를 해 둬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나만 난처해지는 게 아니라 남들까지 난처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지금의 나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게 된 것이다

- 5쪽에서 인용

 

근처에 사는 미국인 선교사 부인과 친해졌는데 그때 그녀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그녀의 양친은 미국의 개척농민으로 서해안에 살았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어머니가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웠다고 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연금이 나오는 나이까지 일했다. 그러던 어느날 앞으로 10년간 지금껏 못했던 취미생활을 할 텐데, 2년간 최소 다섯 가지는 새로운 것을 배우겠다고 딸들 앞에서 선언했다고 한다. 결국 그녀의 어머니는 낮에는 그림을 그리고 밤에는 도자기를 굽고 있다는 것이다. 그때는 실감이 나지 앟았는데 60대 중반을 지나면서 가끔 그 이야기가 생각난다.

- 65쪽에서 인용

 

이렇게 저자는 산책과 재활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 외식과 편의점 도시락 등으로 기력이 딸려 요리를 못해도 영양 관리하는 방법, 자신이 만나고 들은 주위 사람들 이야기 등을 편하게 전한다. 리허빌리테이션 (rehabilitation,재활요법)을 과하게 반복하는 것만 빼면 문장도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다른 책에 비해 큰 글자로 인쇄되어 있어서 어르신들 읽기에도 좋다.

 

 

노년 독자에 대한 세세한 조언을 담은 책으로는 소노 아야코의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 계로록>이 유명하다. 그런데 소노 저자가 여러번 개정판을 내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 책은 노인을 봉양하는 40대 입장에서 쓴 책이다. 반면 이 책은 70대 저자가 65세에 허리를 크게 다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 주는 조언이기에 노년기 독자들에게 더 와닿는 점이 더 있을 것 같다. 내 어머니께 선물해야겠다.

 

그런데, 연금으로 생활하며 취미생활을 즐기고, 산책 후 단골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본의 할머니들, 매우 부럽다. 자식며느리가 모시고 가지 않아 늘 집에만 있어 답답하다며 서운해 타령을 부르는 우리나라 할머니들, 좀 본받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할머니들은 된장녀 소리 무서워 스타벅스도 혼자 못 가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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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5-11-2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늙어서도 혼자 취미생활 즐기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어요. 음.. 저 역시 막상 늙으면 맘이 약해지려나요. 막 기대고 싶어지고 모든게 서운하고 ㅎㅎ 논점을 벗어나서 생각하면 그래도 사고나 병으로 젊은 나이에 죽는 사람들도 많은데 60대까지 살 수 있는 것만도 축복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60대까지 살아보고 싶어요. 그나저나 그 서운해 타령은 정말 힘들죠. ㅎㅎㅎㅎ

자유도비 2015-12-12 00:5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늙어볼 기회도 없이 안타깝게 하늘나라 간 사람들도 많은데, 늙은 게 뭐 그리 서운한지 모르겠어요. 정신 바짝 차리고 심신 연마하지 않으면 자신 역시 젊은 시절 자신이 욕하던 꼰대가 될 지 모르니 조심해야겠어요. ^^
 
굿바이 심리 조종자 - 내 인생 꼬이게 만드는 그 사람 대처법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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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5년 넘게 심리상담을 한 저자가 상대를 감정적으로 조종하여 지배하려드는 사람을 심리 조종자라고 정의하고 그들이 조종하는 방법, 피해자가 당하는 이유, 심리조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서술한 책이다.

 

읽다보니 심리조종자의 만행은 사이코패스나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해자는 정신병자가 아닌 멀쩡한 사람이다. 피해자는 가족이나 직장, 연인사이 등 일상적이고 밀접한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당한다. 희롱, 지배, 착취, 학대를 당하며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세뇌당해 가해자의 논리를 따르게 된다. 자존감을 잃고 수치심, 죄의식에 빠져 상황을 피해자 자신의 단점 탓으로 인식하거나 상대를 미워하는 것에 죄책감을 갖기도 한다. 급기야 정신적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 1부 '당신은 그 사람에게 조종당하고 있다'에서는 이런 심리 조종에 대한 설명 위주다.  그런데 문제는 조종자는 다른 곳 다른 상대에게는 전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 결국 조종당하기 쉬운 유형의 사람이 있기도 하다는 말이다. 이 잭 2부인 '그 사람이 조종하는 방법 & 당신이 당하는 이유'에서는 실제 상담 사례를 들어가며 세세한 조종방법과 피해자의 예를 나열한다. 예측대로, 너무 착한 사람이 조종자에게 휘둘리는 것. 그러나 저자는 피해자를 탓하지 않는다. 이미 조종자때문에 피해자는 무력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매맞는 아내 증후군'같은. 이어 3부 '굿바이 심리 조종자'에서는 심리 조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지 명쾌하게 밝힌다. 심리조종자들은 그들 자신이 변화를 원치않기때문에 개선의 여지가 없다. 저자는 대화나 타협 없이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거나 그동안 함께 지낸 시간이나 돈이 아깝다거나 진정한 사과를 받고 싶다거나,,, 저자는 이런 기대를 다 포기하고 상황에서 얼른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언젠가 자기도 알겠지."라는 기대는 무서운 함정이다. 심리 조종자들은 자기 행동과 과오를 철저하게 부인한다. 그들은 피해자의 고통을 모르기 때문에 피해자를 그렇게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자기들은 완벽하기 때문에 모든 문제는 남들에게서 온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중략) 그러니만큼 당신도 계속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 200 ~ 201쪽에서 인용

 

1부를 읽어가면서 심리조종자들이 상대를 지배하는 방법이 폭언처럼 확실히 피해자가 알 수 있는 방법뿐만이 아니라 죄책감이나 의무감 불러 일으키기, 연극적 과장 반응, 과민성, 책임 전가 등등이 있음에 놀랐다. 프랑스 저자가 프랑스 사람들을 상담한 사례인데도 가족 내의 갈등이나 남녀 문제 등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문제들과 똑같은 유형이어서 더 놀랐다. 그동안 이런 문제는 한국이 보수적 유교사회이기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걍 사악하고 미성숙한 인간 유형이 보편적으로 있는 것인가? 아래 인용부분을 읽으니, 계속 그런 유형의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나의 본질적 문제를 알게 되어 낯이 뜨겁다.

 

나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존중받고 싶은 욕구보다 클 때에 골치 아픈 일들이 시작된다. "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타당하다.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니까.

- 180 ~ 181쪽에서 인용

 

나는 왜 나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내 시간과 애정, 헌신, 돈을 바라는 사람에게 단호하게 대하지 못하는가? 상대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것은 내가 착해서인가? 아니다.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서였다. 상대가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소문내는 것을 두려워해서였다. 조종자인 상대는 내 이런 심리를 알고 나를 휘둘러서 지배의 쾌감을 느끼며 자기 목적을 달성했을 뿐. 이제 뼈져리게 알겠다.

 

책은, 같은 말이 계속 반복되는 등, 그리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사실, 오랜 세월 세뇌된 내용을 지우려면 그만큼 반복 세뇌 작업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지금의 내겐 너무도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별 다섯개다. 번역도 참 재미있다. 기빨린다, 지랄발광하는 조종자 등등,,, 원문은 모르지만 정말 와닿는 표현으로 번역해 놓아서 쏙쏙 읽힌다. 

 

한편으로는 나 또한 부지불식간에 상대를 지배하기 위해 이런 수법들을 사용하지 않았나, 하고 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지속적 영향을 끼칠만큼 자주 만나는 사람이 없다. ㅋㅋ) 여튼,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계속 묻고 읽고 돌아보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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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5-11-2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같은 저자의 `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와 같은 책 다른 제목.. 일까요? 저도 진짜 이 분 책 재밌게 읽었어요. 뭔가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요.

자유도비 2015-12-1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같은 책이네요. 개정판인가봐요.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한편으로는 나는 바보같이 당하고 살았구나, 한편으로는 나도 몰래 이렇게 굴가봐 조심해야겠다,,, 이랬죠. ^^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 융 심리학이 밝히는 내 안의 낯선 나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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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의 그림자 이론 입문서 중 가장 얇은 책. 그러나 얇다고 쉽고 대중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책. 개인 심리 문제나 문학 등의 예를 든 전반부를 지나 신을 이야기하는 후반부로 가면 깊은 이야기를 집약적으로 하고 있어서 초보자에게는 어려울듯하다.

 

책은 크게 세 부분이다. 처음은 융의 그림자 이론이다. 시소의 예를 들어 내면의 빛과 그림자를 설명한다.

다음은 아니마와 아니무스 이론으로 남녀 관계와 사랑을 말한다. 마지막 부분은 완전한 자아를 위해 만돌라(Mandorla) 영역을 말한다. 두 개의 원이 만나 생기는 교집합 형태 타원인 만돌라는 자아와 그림자의 중간 영역, 중도를 이른다. 각 부분마다 자신의 경험, <파우스트>, <트리스탄과 이졸데>같은 문학의 예를 흥미롭게 들고 있다. 서구 책이나 우리나라 책이나 융의 그림자 이론을 말하면 중년의 흔들림이나 일탈, 외도를 다루는게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가톨릭 미사 등 전통적인 제의가 갖는 기능이 그림자를 드러내어 균형을 맞춰 주는 것이라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왜 그렇게 무시무시한 카니발리즘을 일주일마다 성스럽게 반복 재현하나 했더니, 결국 희생양 제의였던 것인가. 아아, 이 부분은 더 알아보고 싶다.  

 

융 심리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제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그러나 서구 가톨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에게는 이부영 저 <그림자>가 더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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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 - 우리 이야기로 보는 분석 심리학
이나미 지음 / 민음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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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 심리학에서는 민담 분석을 중요시한다. 집단 창작으로 구비전승되는 민담에는 집단 무의식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구 학자의 서구 민담 분석보다 우리 학자의 우리 민담 분석을 읽고 싶어서 책을 찾다 이 책을 만났다. 처음, 목차를 보고 황홀했다. 여우누이에 우렁이 각시, 접동새 누이, 가시내, 선녀와 나무꾼, 구렁덩덩 새선비, 반쪽이,,, 내가 관심갖고 고민하고 궁금해하던 이야기들이었다. 신나게 읽어갔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좀 실망스러웠다. 반쯤 읽다가 잠시 책을 놓고, 예스와 알라딘에서 리뷰를 검색해보니 거의 다 호평이었다. 내가 이상한가? 그런데 이 별 다섯개 리뷰들은 왜 비슷한 날짜에 우르르 몰려 있지? 그렇다면,,,(아아, 그런데 이제 내 입장이,,, 국내 저자분들 책은 솔직히 막 쓰기가 그렇다.)

 

간단히 쓰자. 시도는 좋았다. 그런데 이야기는 다른데 각 이야기마다 분석 내용이 거의 겹친다. 아니마와 아니무스, 여성성 쪽이 좀 피상적으로 반복된다. 또 한 이야기를 깊이있게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 특히나 여성인 저자가 여성 신화를 왜 이렇게 갓쓴 유학자처럼 분석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 저자, 아주 나이가 많으신 분인가? 그리고 민담 분석보다 저자의 사설이 더 많다. 사회 비판, 교육 문제나 기타 삶의 자세에 대한 견해 피력 등등,,, 그런 부분 걷어내면 책의 분량은 반으로 줄 것 같다. 저자의 사회 비판 부분도 너무 올드패션드하고 뻔하게 착하고 좋은 이야기만 반복적으로 나와서, 좀 지겨웠다.

 

한중일을 '극동 지방(274쪽)'이라고 표기하는 등, 구미 유학자 출신의 편견어린 용어 사용도 종종 보였다. 문장도 주어 서술어 일치가 안 되는 비문이 많아서, 전문 용어랑 섞여 있으면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워 몇 번 읽어야할 경우도 종종 있었다. 솔직히,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는 책이다. 초고를 많이 손보지 않고 그냥 급하게 내 버린 책 같다.

 

(위의 내 리뷰가 심하다, 싶으신 분들은 이 책을 읽은 후, 이부영 저 <그림자>에서 우리 옛이야기 분석 부분, 신동흔 저 <삶을 일깨우는 옛이야기의 힘>, 고혜경 저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와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에서 이 책에 실린 민담과 같은 민담을 다룬 부분을 읽고 비교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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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만주 자료의 탐색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연구 31
한석정 외 지음 / 동북아역사재단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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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의 책 읽고 글쓰는 방식을 '맨 땅에 헤딩하기'라고 표현했다. 설마! 나를 어떻게 보고! 나는 절대 맨땅에 하지는 않는다. 나름 지도 보고 여기다 싶은 곳에 찾아가서 한다구.

 

여튼, 이번에는 만주다. 정확히 말해서는 1932년~ 45년까지 존재했던 일본의 괴뢰국 만주국. 그런데 어디를 어떻게 들이받아야할지 몰라서 이 책부터 지도 겸 나침반으로 찾아 읽었다. 이 책은 만주 연구자들을 위한 간략하고도 충실한 가이드북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현재까지 만주국 관련 연구 역사와 자료, 자료가 소장된 도서관 등 각종 기관 소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 만주 뿐만 아니라 간도 연구사도 있다. 각 챕터마다 관련 역사가 짧게 요약되어 있어서 그 대목만 읽어도 반복 학습이 저절로 된다. 만주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소장하고 체크해가며 두고두고 볼 만한 책이다.

 

그러나 만주는 소멸을 거부하고 있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동북아의 현재를 담고 있는 블랙박스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이곳은 남북한의 영도 세력을 잉태한 지평이기도 하다. 1930년대 관동군에 의한 만주의 경제개발은 전후 한국의 개발국가 모델이 되었다. 그리고 만주국은 총력전 체제, 통제경제, 산업, 건축, 도시계획, 박물관 경영 등에서 일본 근대의 실험장이었다. 전후에 만주 인맥은 일본 보수정치의 한 축을 형성했고, 이 세력은 1965년 한일 국교 수립과 그 이후 양국의 유착에 막후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나아가 만주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냉전 시대에 강대국들이 우방에 행사하던 통치방식과 동북아의 권위주의적 개발국가의 모델이 되었다.

- 17 ~ 18쪽에서 인용

 

책을 읽으며 기본적인 만주국 관련 사항 습득 외에, 내 좁은 상식에서 벗어나 사고를 전환시키는 경험을 몇 가지 했다. 1930년대 만주붐이 일었을때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관문은 블라디보스톡이나 신의주가 아니라 부산이었다는 것. 만주국 해체 이후 월남한 실업가들이 만주국 방식의 선진 공업기술로 부산 지역 경제를 이끌었다는 것, 만주국 농업 정책 관련 자료는 홋카이도대에 많다는 것, 만주국은 군인이나 정치가, 관료들 외에 음악가 영화인 등 예술인들에게도 기회의 땅이었다는 것, 동인도회사의 역할을 한 만주철도주식회사 등등,,,, 정말 역사서 읽다보면 관련 지식이 느는 것보다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더 큰 이득인 것 같다. 넘넘 재미있다. 오랫만에 역사서 읽으니 저절로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이 줄줄 흐른다.

 

침 닦고 일단, 이 책 뒤편에 소개된 자료들을 찾아보자. 그런데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대만 각지에 소장된 자료들은 어떻게 찾아 보러 다니나? 도대체 몇 개 국어를 해야 하나? 비용은? 아아, 슬프다. 일단 눈물을 훔치고,  현재 우리나라 만주사 연구 권위자인 동아대 한석정 교수 스토킹부터 하기로 한다. 맨땅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헤딩.

 

이어서, 발췌독한 책들 :

<만주 그 땅, 사람 그리고 역사> - 만주라는 공간의 역사를 청동기시대부터 설명.
<만주국의 탄생과 유산> - 경제개발과 농업 위주 보기 좋음
<키메라 만주국의 초상> - 일제 괴뢰국으로서의 성격 확인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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