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 - 우리 이야기로 보는 분석 심리학
이나미 지음 / 민음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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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 심리학에서는 민담 분석을 중요시한다. 집단 창작으로 구비전승되는 민담에는 집단 무의식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구 학자의 서구 민담 분석보다 우리 학자의 우리 민담 분석을 읽고 싶어서 책을 찾다 이 책을 만났다. 처음, 목차를 보고 황홀했다. 여우누이에 우렁이 각시, 접동새 누이, 가시내, 선녀와 나무꾼, 구렁덩덩 새선비, 반쪽이,,, 내가 관심갖고 고민하고 궁금해하던 이야기들이었다. 신나게 읽어갔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좀 실망스러웠다. 반쯤 읽다가 잠시 책을 놓고, 예스와 알라딘에서 리뷰를 검색해보니 거의 다 호평이었다. 내가 이상한가? 그런데 이 별 다섯개 리뷰들은 왜 비슷한 날짜에 우르르 몰려 있지? 그렇다면,,,(아아, 그런데 이제 내 입장이,,, 국내 저자분들 책은 솔직히 막 쓰기가 그렇다.)

 

간단히 쓰자. 시도는 좋았다. 그런데 이야기는 다른데 각 이야기마다 분석 내용이 거의 겹친다. 아니마와 아니무스, 여성성 쪽이 좀 피상적으로 반복된다. 또 한 이야기를 깊이있게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 특히나 여성인 저자가 여성 신화를 왜 이렇게 갓쓴 유학자처럼 분석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 저자, 아주 나이가 많으신 분인가? 그리고 민담 분석보다 저자의 사설이 더 많다. 사회 비판, 교육 문제나 기타 삶의 자세에 대한 견해 피력 등등,,, 그런 부분 걷어내면 책의 분량은 반으로 줄 것 같다. 저자의 사회 비판 부분도 너무 올드패션드하고 뻔하게 착하고 좋은 이야기만 반복적으로 나와서, 좀 지겨웠다.

 

한중일을 '극동 지방(274쪽)'이라고 표기하는 등, 구미 유학자 출신의 편견어린 용어 사용도 종종 보였다. 문장도 주어 서술어 일치가 안 되는 비문이 많아서, 전문 용어랑 섞여 있으면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워 몇 번 읽어야할 경우도 종종 있었다. 솔직히,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는 책이다. 초고를 많이 손보지 않고 그냥 급하게 내 버린 책 같다.

 

(위의 내 리뷰가 심하다, 싶으신 분들은 이 책을 읽은 후, 이부영 저 <그림자>에서 우리 옛이야기 분석 부분, 신동흔 저 <삶을 일깨우는 옛이야기의 힘>, 고혜경 저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와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에서 이 책에 실린 민담과 같은 민담을 다룬 부분을 읽고 비교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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