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페미니스트
사상가인 벨 훅스의 페미니즘 입문서.
이상하게도,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왜곡된 인식이 많다. 페미니즘은 反남성주의가 아닌데도 말이다. 책 한 권 안 읽고 개그 프로그램이나 일베로만 페미니즘을 배우는지 원.
여기에 대해서는,,, 쓰려면 끝이 없다. 일단, 벨 훅스가 정의하는 페미니즘은 이렇다.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성차별적 지배와 억압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운동이며 젠더 차별을 종식시키고 평등을 창출하고자 하는 모든 노력들을
끌어안는 투쟁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급진적인 운동이다.
- 245쪽
이 책은 원제인 <Feminism is for Everybody : Passionate
Politics>가 말해주듯 모든 경우 - 일상에서 사회에서, 타고난 생물학적 성이나 성적 취향이 어떻든, 가정에서 자녀 입장이든 부모
입장이든 - 모든 사람들이 보다 자유롭고 행복하게, 타인을 억압하지 않고 자신도 억압당하지 않으며 살 수 있는 페미니즘을 말한다. 기존 페미니즘
전개과정을 정리해주면서 벨 훅스 자신, 즉 흑인 여성 페미니스트로서의 생각을 밝히는 내용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과거 기존 서구 여성들의 페미니즘 운동이 간과한 부분을 지적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저자는 비판한다. 기존 백인 여성들은
백인 사회 질서 안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 내자, 자신들의 계급 상승 가능성에 매혹되어 체제 자체를 변혁하기 위한 운동에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면이 있었다고. 한편 저자는 남성 지배에 대한 반동으로 여성들에게는 돌봄의 정서가 강하고 여성들이 더욱 윤리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의
허구성도 밝힌다. 여성들이 계급이나 인종 등, 자신보다 힘없는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행동하는 양상으로 보아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여성들 역시
남성들처럼 자신의 준거집단이나 현실적 이익에 따라 차별적으로 감정이입을 하거나 동질감을 느끼고 연대하고 있기에. 그리고 특권을 가진 여성들은
노동 계급 빈민 여성들에 대한 이 사회의 지속적인 착취와 억압에 동참하고 있다고.
읽다보면, 현대 페미니즘은 여성 권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계급과 인종은 물론 비정규직문제나 아동, 노인, 난민, 동물 등이 겪는 모든
불평등과 차별에 저항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남성들은 배부른 소리 말라고 하며, 성평등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얼마나 많은데,,,, 하면서 계급이나 인종차별 등등 이미 페미니즘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실천하고 있는 문제들을 뒷북치며 말한다. 제발 책 좀
읽어보고 아는 척 했으면 좋겠다. )
저자인 벨 훅스는 <나는 여자가 아닙니까 ; 흑인 여성과 페미니즘>로
유명해졌지만 사실 '나는 여자가 아닙니까'라는 문제제기는 미국 남북전쟁시기 도망노예였던 소재너 트루스가 원조다. 소재너는 자신의
구술자서전(1878년 출판됨)에서 '레이디 퍼스트'라든가 '기사도 정신'같은, 알량하고 기만적인 여성 우대조차도 흑인 여성, 하층 계급 여성은
받을 수 없었음을 고발했다. 벨 훅스의 문제제기는 소재너의 연장선에 있다.
우리는 여자들이 타자를 지배하지 않으면서 자기 실현과 성공을 이룰 수 있는 현실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성차별주의에 반대하는 사고 체계와
실천방식을 지속적으로 알려 나갈 것이다.
- 51쪽
미래지향적 페미니즘의 근본 목표는 모든 여성들의 운명을 변화시켜 그들의 개인적인 힘을 최대한 고양시킬 수 있는 전략을 창출하는
일이다.
- 241쪽
저자의 집필의도는 얇은 분량의 입문서인 것 같은데, 사실 내용은 꽤 집약적이다. 쥬스로 말하자면 반 컵
분량이지만 물 타지 않은 농축 원액이다. 이쪽 책 처음 읽는 독자라면 좀 낯선 용어와 맥락에 어려운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성장기와 경험, 페미니즘 관련 고민 과정을 담은 <사랑은 사치일까>를 먼저 읽고나서
읽는 것이 더 좋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