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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평점 :
<사는 게 뭐라고>를 구입했더니, 인터넷 서점에 기록이 남았나보다. 이 책 발간 알림 문자를 받았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주문해서 공식 발간일 이전에 배송 받아 읽어치웠다.
그런데 읽다보니 '낚였다'란 생각이 든다.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 그냥 이런저런 넊두리를 메모장에 적어 놓은 것을 모아 억지로 책으로 묶어
놓은 것 같다. 후반부 호스피스 병동 입원 기록 쪽으로 가니 좀 에세이같은 느낌을 주는 글이 있고 감동적인 부분도 있다만. 물론 저자의 투병과
사망 때문에 아무래도 부실한 글 모음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한다. 저자도 출판사에도 책임은 없는 것인데도 아쉽다. 그래서, 이 저자의
신랄하면서 번뜩이는 어두운 유머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초반부에는 좀 분노했다. 문고본 두께에 글도 일반 단행본의 반밖에 없으면서 책 가격은 일반
단행본 수준인 것도 좀 마뜩찮다. 다른 문학 출판사들이 소설에만 치중할 때 일찌감치 국내외 에세이 저자를 발굴, 소개하던 이 출판사에 신뢰를
갖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다.
여튼 이번 책 역시 <사는 게 뭐라고>처럼 죽음을 앞둔 저자가 암투병하면서 기록한 일기같은 글을 모아 놓았다. 이 저자를
좋아하며 이 저자의 에세이는 <나의 엄마 시즈코 상>까지 세 권 읽었지만 이 책이 가장 질이 떨어지는 편인 것은 솔직히 사실이다.
그래도 여러 군데, 가슴을 울리는 문장이 있긴하다. 아래 인용하며 리뷰를 마친다.
내가 아는 건 그녀에게 그런 인생 말고는 다른 길이 없었고, 그녀가 보낸 53년도 스스로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그녀의 고통은 수술한 상처나 암세포에서뿐만 아니라, 53년간 얻은 마음의 상처에서도 뿜어져 나오는 것일지 모른다.
그래도 그녀는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일생을 살아내었다. 위대한 업적이 아닌가.
별안간 나는 이 세상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나 또한 원망과 분노의 개흙에 전신이 갈가리 찢겨 있었다.
나도
내일 죽을지 10년 뒤에 죽을지 모른다. 내가 죽더라도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잡초가 자라고 작은 꽃이 피며 비가 오고 태양이 빛날 것이다.
갓난아기가 태어나고 양로원에서 아흔넷의 미라 같은 노인이 죽는 매일매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죽고 싶다. 똥에
진흙을 섞은 듯 거무죽죽하고 독충 같은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
- 1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