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이야기
양민종 지음 / 정신세계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너무나도 궁금하고 매혹적인 세계가 있는데, 어찌 접근해야할지 모르겠다. 한 권의 책으로 읽지 않았어도 이미 내가 접한 책들과 들은 이야기들과 살아간 시공간에 늘 있었던 세계. 이 사머니즘 세계에 대한 입문서로 골라 읽었다.

 

이 책은 부산대 노문학과 교수가 딸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쓴 샤머니즘 탐구서이다. 저자는 바이칼 호수 지역, 부리야트 샤머니즘을 세계샤머니즘의 정수로 놓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정말 쉽고 친근하게 기본 개념을 설명해주고 일반인들의 편견을 걷어주시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만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몽골 민속문화, 시베리아사, 몽골사, 중국사, 러시아사, 인류학, 신화학, 고고학 등등 다방면에 걸친 내용이 나온다. 러시아 학자들의 샤머니즘 연구 논문들을 비교하며 비판하는 대목도 있는데,,, 

(하하하, 한 권 읽어보기는 커녕 학자들 이름도 처음 듣는 제가 뭘 알겠습니까! 그저 한글이 표음문자이니 읽었을뿐이지요 ㅠㅠ ) 그냥 이 책을 지도 삼아 조금 절름거리며 설원을 헤매다가 앗 추워!하고 얼른 출발지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사먼이란 명칭은 에벤키 인들이 무아지경에 이른 제사장의 정신적 특성을 일컫는 '사만(saman)'에서 비롯되었다. 샤만에는 열정적인, 신이 내린듯한, 이런 뜻도 담겼다.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불경의 빠알리어) 등에서 지식인을 지칭하는 '시라마나''사마나'가 동북아로 전해져 현재의 '샤먼'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사먼은 여러가지 종교적 의식을 통해 특별한 정신적 상태에 다다르고, 다른 세상과 접촉을 하여 신을 만나 사람들을 괴롭히는 질병이나 재앙의 원인을 알아낸 뒤 다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 돌아와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준다. 이 점에서 샤먼은 특유의 '능동성'으로 다른 고대 신앙의 사제들과 구별된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전의 신관들은 신을 찾아가지 않고 신의 왕림이나 메시지의 전수를 기원한다. '수동적'이다. 그러나 동북아시아의 샤머니즘은 직접 신을 찾아서 영혼의 여행을 시도한다.

 

샤먼에는 흰 샤먼과 검은 샤먼이 있다. 이는 선악의 개념이 아니다. 부리야트 샤머니즘에서 검은 샤먼은 인간의 혼백이나 지상에 떠도는 다양한 영적 존재와 인간들 사이를 매개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고 흰 샤먼은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의 영적 존재와 교통을 하는 존재다.

 

그러므로 샤먼은 미신을 숭배하고 이상한 언행을 하는 부정적이고 두려운 인물이 아니다.  자신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지도 모르는 영혼 여행을 통해 인간 세계와 다른 세계를 중계하여 치유와 문제해결을 주도하는 긍정적인 존재였다.

 

이상은 1부 내용 정리한 것. 2부에는 샤먼 세계의 수직구조, 사방관념, 샤먼 세계의 신들 소개, 샤먼의 위계와 제의 양식, 샤먼 세계의 신화와 구비문학 장르 설명이 있다. 2부는 현재 내 지식 수준으로 정리가 안 되어 리뷰에 요약하지 않는다. 우리 신화, 민속 문화와 관련성이 많은 것은 확실히 알겠다.

 

현재 내 독서 이력 수준에서 관심이 가는 부분은, 솔직히 샤머니즘 자체는 아니었다. 징기스칸의 외가로 알려진 부리야트 족 위주로 몽골 통일이 이뤄지면서 동북아시아 샤머니즘이 부리야트 샤머니즘으로 융합되었다든가, 징기스칸 가계가 샤머니즘 신들 위계도의 상위에 위치하게 된 것, 러시아 영향으로 알타이 산맥 기준 동서 샤머니즘이 변화한 양상, 샤먼 용어에 러시아어 침투,,, 등등 몽골사 러시아사가 시베리아 샤머니즘에 영향을 끼친 부분이었다.  

 

징기스칸을 비롯한 부리야트와 몽골 지역의 황제들이 신화를 이용하여 자신들을 하늘 신인 텡그리의 직계비속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신화들에서 흔히 관찰되는 내용이다. 칸이라는 호칭 자체가 하늘 신인 한에 빗대어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현실세계의 지배자가 영적인 세계에서도 현실에 상응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유목민들의 현실감이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 219쪽에서 인용

 

이런 부분, 매우 흥미로웠다. 

 

그외, 이 책에서 중요한 내용은 아닌데, 내가 잊지 않으려고 이하 메모한다 :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견된, 샤먼이 사슴과 관계하는 암각화를 보니 머릿속에 전구가 켜졌다. 테세우스 신화에서 파시파에가 황소와 관계하여 미노타우르스를 낳는 이야기가 나오는데,나는 이것이 파시파에가 여사제라는 의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쪽은 시베리아 암각화와 신화학으로 더 파 읽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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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화생 수막새>입니다. 중국 낙양 영녕사 출토 유물인데 한성백제박물관 기회전에서 보고 사진 찍어 왔습니다.

 

 

 

<연화화생도>입니다. 파주 보광사 대웅전의 판벽화입니다. 답사가서 찍어 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찍은 사진이 없어 올리지는 못했는데, 6-7세기 호탄 출토 <연화화생 스투코 상>도 놀랍더군요.

 

불교, 동양 철학, 동양 사상사, 미술사 쪽 잘 아시는 글벗님들!

연화화생(蓮華化生)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는  책, 논문 알려 주세요.

경판본 심청전 읽다가 궁금해서 자료 찾고 있습니다.

불교미술 관련 대중서 찾아보니 한 문단 정도 간략한 설명밖에 없네요.

 몇 분께 개인적으로 쪽지 드리려다가 부담스러우실까봐 이렇게 페이퍼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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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1-22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레스님 저는 나이 드니 나무가 좋은데, 나무 에 그린 판벽화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선명하고 멋있네요.

자유도비 2016-01-23 15:00   좋아요 0 | URL
파주 보광사 대웅보전이에요. 다른 그림들도 멋졌어요. 기회되면 꼭 가 보세요. 조선 후기작인데 보는 순간 뭉클했어요.

나의 ㄱ님, 오랫만이에요. 건강하게 잘 지내셨죠? ^^

기억의집 2016-01-23 20:15   좋아요 0 | URL
드레스님 여기서 봐서 무척 반가워요. 저는 요 몇 년 예스 알라딘 다 소홀했어요. 그럴 때가 있나봐요. 드레스님 저는 건강하고 드레스님은 어찌 생활하고 계신가요?!

자유도비 2016-01-25 22:31   좋아요 0 | URL
만두언니 권유로 알라딘에 책 리뷰만 올리고 있는데, 여기도 고수분들이 많으셔서, 많은 도움 받고 있어요.
저야 뭐 읽고 쓰고 뻘짓하고,,, 그러고 살아요, 헤헤.

2016-01-23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3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성을 위한 그리스 신화
사에구사 가즈코 지음, 한유희 옮김 / 시아출판사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서양 문화의 양대 기둥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고, 그래서 그리스신화와 성경은 필독서라고들 한다. 어린 자녀들에게도 아동용 축약본이나 만화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와 구약 성경의 세계관은 당시 그리스와 유대사회의 가부장제에 심히 오염되어 있다. 이를 생각없이 그대로 읽고 다시 자신의 후진 성차별적 세계관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사용하는 사람들 보면 정말 안타깝다. 거기다가 국내 남성 저자가 자신의 편견까지 사설로 더 넣어 집필한 그리스 신화가 널리 읽히는 것을 보면 정말,,, 에휴. 

 

그리스 신화만 이야기하자면, 그리스 신화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한 그리스인들이 이동해서 지중해 지역을 침략하는 역사적 과정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만 한다. 원래 크레타와 중근동 주민들이 믿던 여신들은 이 과정에서 그리스인들이 숭배하는 제우스 등 남성신 신앙에 밀린다. 여신은 남신의 배우자가 되거나 강간당하거나 구애를 거절하다가 괴물(메두사)로 변하게 된다. 그렇다. 패배한 집단의 신은 잡신이 되거나 괴물이 되어 승자의 역사서에 기록되는 법. 용의 아들 견훤이 지렁이(지룡)의 아들로 왜곡되듯 말이다. 여신의 몰락과 이를 반영한 신화는 다시 그리스 가부장제의 강화에 기여하게 된다. 원래 아르고스 지방의 대지모신이었던 헤라는 겨우 가정과 결혼 수호의 여신이 되어 질투나 하게 된다,,,  이런 내용, 여러 책에서 띄엄띄엄 읽으면서 맥을 잡아가고 있었는데 역시나, 검색해보니 이미 단행본이 나와 있었다. 바로 이 책이다.

 

올륌포스의 신들은 원래 그리스 민족이 원주민이 사는 곳에 침입하여 그들의 신화와 원주민들의 신화를 새롭게 정리해 새로운 문화를 성립시킨 것이다. 그리고 원주민이 살았던 고대는 시대적으로 볼 때 모권 또는 여권의 시대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올륌포스 신들의 신화가 성립되었다는 것은 남성 우위적인 사회가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원주민의 옛 신들, 즉 대지모신을 중심으로 한 고대신들이 서서히 그리스 민족의 신들로서 변형되었고, 그것이 곧 올륌포스 신들이 된 것이다.

- 161 ~ 162쪽에서 인용 

 

책은 그리스 신화의 기본 내용은 알고 있는 독자가 읽는다는 가정하에, 기존 그리스 신화에서 그저 서술하고 지나가던 요소를 집어내어 역사적 근거를 들어 원래 여신의 존재를 밝힌다. 남신들의 경우에도 그들에 얽힌 에피소드를 통해 몰락하기 전 존재했던 여신의 영향을 언급해준다. 특히 그리스 신화의 성립을 미테나이 왕조의 성립과정과 함께 보는 것이 흥미롭다.

 

헤라는 올륌포스 12신이라는 신화가 탄생되기 이전부터 있어왔던 대지모신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올륌포스의 신들이 미테나이 왕조의 정통성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헤라는 미케나이의 여왕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신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 57쪽에서 인용

 

위 인용부분처럼, 책은 거의 결론만 나열하고 추적 과정은 깊지 않은 편이다. 아쉽다. 이 점은 이어 <장영란의 그리스 신화>나 ,인도 유럽인, 세상을 바꾼 쿠르간 유목민>을 읽으니 좀 메꿔졌다. 그래도 갈 길이 멀다. 여튼, 어린 친구들이 물으면 확실히 말해주자. 그리스 신화에서 남신들의 구애를 거절하다가 강간당하고 납치당하는 여신, 요정, 인간 여자들은 나약한 여성들이 아니라 그 지역의 독립투사인 셈이었다고!

 

이미 절판되었지만 가까운 도서관에 있다면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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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역사
토마스 퀴네 외 지음, 조경식 외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남성의 역사라니? 어차피 모든 역사가 남성사인데 뭘 새삼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제목이 좀 오해하기 쉽다. 이 책은 인류 남성들의 전반적인 역사가 아니라, 독일 연구자들이 자국내 남성의 역사에서 눈여겨 볼 부분을 집필한 논문 모음집이다. 각각 다른 저자가 다른 관심사와 시대에 대해 짧게 서술했지만, 전체적으로 흐름이 이어진다. 해설자도, 출판사 책 소개 글도 '독일 남성들이라고 다 가부장제의 수혜자는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에서 느껴지는 흐름은 '독일 군국주의 역사가 어떻게 독일 남성들의 역사에 영향을 끼쳤는가'였다. 그리고 이는 현재 독일 여성들이 독일 사회에서 갖는 특수한 위상과도 관련이 있다고 나는 본다.

 

사실, 미국보다 유럽이 좀더 성평등한 사회이고, 같은 유럽 내에서도 가톨릭 쪽보다 프로테스탄트 쪽이 더 여권이 높은 편이라는 것이 젠더 연구자들의 일반적 견해다. 그런데 독일은 특이하다. 서북부 유럽 프로테스탄트 국가인데도 여성을 3K로 대표되는 가부장적 중세적 구습에 묶어두기로 악명 높다. 3K는 아이(Kinder), 부엌(Kuechen), 교회(Kirche)를 말한다. 1970년대까지 여성의 직장 생활을 규정하는 법이 있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다른 여성사 읽으면서 이 부분이 궁금했었는데 이 책에서 독일 통일 과정과 군국주의 역사 서술한 부분을 읽으면서 많이 풀렸다. 특히, 좀바르트의 '남성동맹'부분은 이 책을 읽은 최고 보람이었다. 역시, 역사적 맥락이 중요하다.

 

나중에 생각나면 궁금한 부분을 또 찾아보기 쉽게 목차를 리뷰에 넣는다.

 

- 목차-

1. 해설: "남성"의 발명 / 임지현
2. 성의 역사로서 남성의 역사 / 토마스 퀴네
3. 가정에서의 남성성 / 안네 샤를로트 트렙
4. 애국적이고 전투적인 남성성 / 카렌 하게만
5. 병사. 국민으로서 남성성 / 우테 프레베르트
6. 스포츠와 이상적인 남성상 / 다니엘 맥밀란
7. 의상으로 본 시민계급의 남성성 / 자비나 브렌들리
8. 결투. 술 그리고 스위스 대학 서클들 / 린 블라트만
9. 남성동맹과 정치문화 / 니콜라우스 좀바르트
10. 남성의 멜랑콜리로서의 마약 / 위르겐 로일로케

11. 전우애와 남성성 / 토마스 퀴네
12. 새로운 남성성의 등장 / 카스파 마제

 

독일은 프랑스 나폴레옹의 침략에 맞서면서 근대적 민족주의에 눈뜬다. 근대 민족 국가 형성과정에서 징병제를 채택한 국가는 국민의 자발적 복종과 애국적 헌신을 요구한다. 또한 나폴레옹에 대항하는 해방전쟁에 동원된 독일 남성들을 위한 영웅 서사를 개발한다. 군사화된 남성 영웅이 민족 담론과 결함되어 전형적인 민중 영웅적 서사 구조가 완성되고, 이는 군사화된 남성 이미지로 이어져 19세기 내내 개인들에게 내면화된다. 한편 19세기의 보수적 성담론은 이성과의 사랑이 남성 정력 소진시켜 국가 발전을 저해한다는 '정액의 경제'론은 내세운다. 이 웃긴 이론은 성차별, 여성 혐오, 남성동맹과도 이어진다. 

 

국가는 남성의 전유물이었고 우정도 남성만의 것이었기에,  국가의 토대는 우정어린 남성들의 동맹이었다. 문화인류학적으로 기원을 살펴 본다면 부족 국가 시절 각 부족동맹에는 '남성의 집'이란 곳이 있었다. 부족 남성들은 그 곳에 모여 사교, 정치, 연대를 했다. 남성 전사들은 남성들 사이의 에로스에 전우애의 기반을 두고 여성 혐오를 통해 연대하는 관습이 있었다. 동성애가 권장되었다. 전사는 수도사와 기사단의 성격을 다 가진다. 다른 유럽 지역에서 기사단이 멸망한 후에도 독일은 북동부 유럽에서 기사단을 유지, 후에 독일제국이 되는 프로이센을 탄생시키게 된다. 프리드리히 2세 시절 프로이센 장교단은 순수한 남성 동맹 기사단의 행동 방식을 가졌다. 독일 제국 성립 후 빌헬름 황제 치하 독일은 가부장적 사회 질서의 극단적 변형을 보였다. 남성동맹 신드롬이 독일 남성들의 심리적 성향을 지배했을뿐만 아니라 민족 전체의 생활 방식과 삶의 질서를 결정하는 형식이 되었다. 이는 독일 대학의 학문도, 문화, 정치도 지배했다. 결국 '남성동맹'은 군국주의로 이어지는 독일 민족사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내가 보기에, 독일 성차별의 강력한 원인이기도 한 것 같다.

 

남성 동맹은 생활 방식에서 검소하고 금욕적이며 독신을 지키고, 부드러움과 사랑스러움 그리고 우아한 여성스러움, 이 모든 것들을 극단적으로 배제하면서 자신의 생활관을 정의 내린다. 그리고 여자와 관련된 모든 것과 자신의 위험과 공포 그리고 유혹과 관련된 모든 것에 반해 경계선을 긋는다. 여성의 세계는 물질적이고 감각적이며 쾌락주의적이고 행복 주의적이며 '남성 동맹'이 편을 드는 남성의 세계는 정신적이고 영웅적이며 초자연적이다.

- 210쪽에서 인용

 

뭐, 위와 같은 심각한 이야기만 이 책에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 남성성과 패션, 음악에 대한 논문도 있다. 청년들의 음악을 통한 반항이 나오는 부분 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히틀러 시기 음악으로 반항하는 청년들 이야기는 영화 <스윙 키즈(우리나라에서는 스윙 재즈로 개봉)>가 생각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이 책에는 근대 국가 성립시기에 귀족이 아닌 평민 성인남성들에게도 병역 의무를 부가하면서 대신 참정권을 주었던 역사적 예가 잘 나와있다. 그러니까, 현재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이 군대에 가지 않으니까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고, 그러니까 권리 주장하지 말라는 이상한 말 하는 사람들은 공부 좀 했으면 좋겠다. 군대와 참정권은 이런 맥락이고, 천부인권은 또 다른 개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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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ny Mpingo 2017-06-11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 열심히 하시는 건 좋은데, 왜 이렇게 배배 꼬였나요..


dongark 2019-06-14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역 의무는 남녀모두 가능합니다.
맞벌이하는 시대니까요.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부과하지 않을 뿐입니다.

여성 사망시 : 인구 급락이 우려되고,
이스라엘, 러시아군에서 부대 사기 저하 및 남성 군인의 분노로 인한 작전수행 능력 저하 등이 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dongark 2019-06-14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 전투 참여와 참정권을 연관지었던 전통도,
2차 대전후 ˝보편적 인권˝을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능력과 관계없이 권리는 부여된다고 선언(세계인권선언)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dongark 2019-06-14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법 제37조
①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항 : 천부인권 규정.
2항 : 제한O, 본질적 내용 침해X

dongark 2019-06-14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군조직 특성상 평시에는 폭언. 폭행등 인권 침해.
(TV에 나오는 간호사 태움과 양상이 비슷)
전시에 병사의 생명은 국가가 통제하는 것인 만큼,
병역의 의무는 인권의 유보 내지 심하게는 정지라고 말할 수도 있을 만큼, 참정권보다 침해정도가 크다는 것입니다.
 
남자들은 왜 싸우려 드는가
와카쿠와 미도리 지음, 김원식 옮김 / 알마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페미니즘 관점에서 전쟁의 원인을 밝힌 책이다. 한 마디로 '남성, 가부장제, 국가, 안 로맨틱, 안 성공적, 전쟁'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전쟁이란 가부장제에서 이득을 보는 지배계급 성인 남성들이 이익을 독점하고 자기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익을 나눠주지 않기 위해 조직적인 폭력을 휘두르고 공포를 통해 사람들을 지배하고 복종시키는 시스템일뿐이라고 저자는 간파한다. 이를 트로이 전쟁 위주의 그리스 신화, 크레타 문명 위주의 고고학, 역사, 철학 이론 등을 통해 증명한다. 현대의 예로는 근본주의 기독교도이자 가부장제 강화에 나선 부시 대통령 부자가 일으킨 이라크 전쟁을 놓고 가부장제 국가와 전쟁의 관계를 말한다. 일단 이 내용 자체도 충실하다. 좋다.

 

전쟁은 경우에 따라 '정의'이기도 하므로 그렇게 단정 짓는 것은 일방적이라고 여기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은 반론은, 전쟁은 야쿠자의 폭력 행위와 달리 국가가 합법적으로 행하는 집단적인 폭력이므로 정당하다는 의견일 것이다. 바로 그것이 문제라는 점을 이 책은 지적한다. 그렇게 의구심을 느끼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전쟁이 비전투원을 포함하는 집단적 살인이며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행위라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든 정당화하기 위해 고대부터 현재까지 무수한 남성이 전쟁론을 써왔고, 다른 한편에서는 전쟁에 반대하는 논의도 많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현명하고 진보한 인간이 어째서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그만두지 못할까. 답은 간단하다.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이 전쟁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젠더로서의 남성'이다.

- 7쪽

 

또 좋았던 점이다.  이 책은 '페미니즘 서적'에 대한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페미니즘 책, 이라고 하면 보통 여성에 대한 내용만을, 성평등과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책으로만 협소하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페미니즘은 모든 학문 분야를 다 다루는 학문이다. 지금까지 모든 책이 남성의 입장과 시각에서 씌여 왔기에, 페미니즘 책은 지금까지 남성들만이 논하던 모든 분야에 대해 여성주의 입장에서 새롭게 다시 쓴 책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여성주의 관점으로 전쟁을 보면, 전쟁은 연장자 남성이 여성과 젊은이, 아이들을 지배하고 권력을 독접하는 가부장제의 연장에서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른 민족, 문화, 인종, 계급에 대한 차별을 기반으로 하고 국가주의, 자본주의 등 모든 타자에 대한 차별과 착취를 바탕으로 하는 이론에 결탁해 성립해 왔음이 한 눈에 보임을 밝혀준다. 집단 강간과 성노예 등 여성에 대한 전쟁 범죄는 평화시 여성 차별과도 연결된다는 것도 적나라하게 밝힌다.

 

또 또 좋았던 점은 이 책에서 인문학적 성찰과 글쓰기의 좋은 예를 본 것. 저자는 다방면의 인문학 분야를 깊이 있게 넘나들며 논지를 전개한다. 예를 들자면 전쟁의 무의미함과 폭력성을 위장, 은폐하기 위해 전쟁 신성시, 전사자의 영웅화, 애국심 고취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져서 여기에 속아 젊은이인 병사들이 희생당하며, 안전한 높은 곳에서 명령만 내리고 이익을 취하는 것은 연장자 남성들일뿐,,, 이런 이야기에서 나치 같은 역사 실례뿐만 아니라 <일리아드> 분석, (젊은 영웅인 아킬레우스나 헥토르는 전사, 늙은이 아가멤논은 전리품을 챙김), 일본 무사도의 예까지 들려준다. 대단하다. 이 저자,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인간문화학부 교수'라고만 되어 있는데, 저서 목록을 봐도 도대체 주전공이 뭔지 알 수 없다. 인문학적 내공이란 이런 거 아닐까 싶다.

 

사실, 전쟁보다 2장의 마리야 짐부타스의 크레타와 중근동 여신 문명과 고고학 발굴에 대한 부분이 궁금해서 선택, 읽은 책이다. 마리야 짐부타스 여신론은 원서만 있기에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 많은 수확을 얻었다. 물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궁금증이 생겨 지금 옆길로 빠져 헤매고 있다. 헤헤.(독일 통일 과정, 군국주의, 남성동맹, Homosocial, 현대까지 이어지는 독일 여성의 불평등한 사회적 지위의 관계, 그 맥락이 궁금하다!  이어서 <남성의 역사>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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