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왜 싸우려 드는가
와카쿠와 미도리 지음, 김원식 옮김 / 알마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페미니즘 관점에서 전쟁의 원인을 밝힌 책이다. 한 마디로 '남성, 가부장제, 국가, 안 로맨틱, 안 성공적, 전쟁'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전쟁이란 가부장제에서 이득을 보는 지배계급 성인 남성들이 이익을 독점하고 자기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익을 나눠주지 않기 위해 조직적인 폭력을 휘두르고 공포를 통해 사람들을 지배하고 복종시키는 시스템일뿐이라고 저자는 간파한다. 이를 트로이 전쟁 위주의 그리스 신화, 크레타 문명 위주의 고고학, 역사, 철학 이론 등을 통해 증명한다. 현대의 예로는 근본주의 기독교도이자 가부장제 강화에 나선 부시 대통령 부자가 일으킨 이라크 전쟁을 놓고 가부장제 국가와 전쟁의 관계를 말한다. 일단 이 내용 자체도 충실하다. 좋다.

 

전쟁은 경우에 따라 '정의'이기도 하므로 그렇게 단정 짓는 것은 일방적이라고 여기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은 반론은, 전쟁은 야쿠자의 폭력 행위와 달리 국가가 합법적으로 행하는 집단적인 폭력이므로 정당하다는 의견일 것이다. 바로 그것이 문제라는 점을 이 책은 지적한다. 그렇게 의구심을 느끼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전쟁이 비전투원을 포함하는 집단적 살인이며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행위라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든 정당화하기 위해 고대부터 현재까지 무수한 남성이 전쟁론을 써왔고, 다른 한편에서는 전쟁에 반대하는 논의도 많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현명하고 진보한 인간이 어째서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그만두지 못할까. 답은 간단하다.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이 전쟁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젠더로서의 남성'이다.

- 7쪽

 

또 좋았던 점이다.  이 책은 '페미니즘 서적'에 대한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페미니즘 책, 이라고 하면 보통 여성에 대한 내용만을, 성평등과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책으로만 협소하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페미니즘은 모든 학문 분야를 다 다루는 학문이다. 지금까지 모든 책이 남성의 입장과 시각에서 씌여 왔기에, 페미니즘 책은 지금까지 남성들만이 논하던 모든 분야에 대해 여성주의 입장에서 새롭게 다시 쓴 책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여성주의 관점으로 전쟁을 보면, 전쟁은 연장자 남성이 여성과 젊은이, 아이들을 지배하고 권력을 독접하는 가부장제의 연장에서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른 민족, 문화, 인종, 계급에 대한 차별을 기반으로 하고 국가주의, 자본주의 등 모든 타자에 대한 차별과 착취를 바탕으로 하는 이론에 결탁해 성립해 왔음이 한 눈에 보임을 밝혀준다. 집단 강간과 성노예 등 여성에 대한 전쟁 범죄는 평화시 여성 차별과도 연결된다는 것도 적나라하게 밝힌다.

 

또 또 좋았던 점은 이 책에서 인문학적 성찰과 글쓰기의 좋은 예를 본 것. 저자는 다방면의 인문학 분야를 깊이 있게 넘나들며 논지를 전개한다. 예를 들자면 전쟁의 무의미함과 폭력성을 위장, 은폐하기 위해 전쟁 신성시, 전사자의 영웅화, 애국심 고취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져서 여기에 속아 젊은이인 병사들이 희생당하며, 안전한 높은 곳에서 명령만 내리고 이익을 취하는 것은 연장자 남성들일뿐,,, 이런 이야기에서 나치 같은 역사 실례뿐만 아니라 <일리아드> 분석, (젊은 영웅인 아킬레우스나 헥토르는 전사, 늙은이 아가멤논은 전리품을 챙김), 일본 무사도의 예까지 들려준다. 대단하다. 이 저자,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인간문화학부 교수'라고만 되어 있는데, 저서 목록을 봐도 도대체 주전공이 뭔지 알 수 없다. 인문학적 내공이란 이런 거 아닐까 싶다.

 

사실, 전쟁보다 2장의 마리야 짐부타스의 크레타와 중근동 여신 문명과 고고학 발굴에 대한 부분이 궁금해서 선택, 읽은 책이다. 마리야 짐부타스 여신론은 원서만 있기에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 많은 수확을 얻었다. 물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궁금증이 생겨 지금 옆길로 빠져 헤매고 있다. 헤헤.(독일 통일 과정, 군국주의, 남성동맹, Homosocial, 현대까지 이어지는 독일 여성의 불평등한 사회적 지위의 관계, 그 맥락이 궁금하다!  이어서 <남성의 역사>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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