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료마 평전
마쓰우라 레이 지음, 황선종 옮김 / 더숲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일본 원서는 그냥 <坂本龍馬>로 되어 있는 것을, 국내 번역본은 무리하게 '평전'이라는 타이틀을 내 걸었다. 이점, 꽤 큰 문제다. 이 책은 기본적인 인물, 사건, 배경에 비평을 더한 평전이 아니다. 눈을 부릅뜨고 찾아 보아도 지은이의 평가는 215쪽의 '이것이 료마의 재미있는 점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정치와 사업과 개척이 동거하고 있다'밖에 없었다. 

 

책은, 료마에 대한 지인들의 편지, 일기, 회고담을 1차 사료로 하여, 다른 전기작가들이 추정 기술한 료마 행적의 오류를 바로잡아 정확히 맞춰가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료마의 일생과 업적에 대한 친절한 일대기적 설명은 아예 없다. 즉, 이 책은 료마의 생애와 당시 역사배경에 대해 꿰뚫고 있는 매니아 내지 스토커 급의 독자가 일종의 '완결판'으로 보아야 하는 책이다. 그렇다면 독자에 땨라 별 다섯개도 줄 수 있을만한 책이다. 절대 초보자를 위한 평전은 아니다. 

 

여하간 료마는, 시바 료타로의 대하 소설 <료마가 간다>외에도 기본 일본 근대사에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이다. (예상외로 책 한 줄 안 읽는 사람들도 일본 만화나 게임을 통해 막부말이라든가 메이지 유신 전후 시기와 료마에 대해 많이 알고 있더라) 우리 한국인들에겐 유신 시기를 살아남아 정권을 장악, 조선 침략에 나서는 다른 유신지사들과 달리 비교적 호감을 사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점을 일본인 저자도 알았던지 료마가 살아있었더라면 이후의 일본 역사가 좀더 평화적으로 전개되지 않았나,하는 후기를 써 놓았다. 이런 마음이 료마를 그리워하는 보편적인 일본인들의 마음일까? 아니면 이후 러일전쟁을 거쳐 제국을 완성하는 그 시대에 대한 단순한 향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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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생활과 관습
이이쿠라 하루타케 지음, 박성태 외 옮김 / 어문학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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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 그대로 일본인의 생활과 관습에 대해 설명해 주는 책이다. 다루고 있는 내용은 방대하지만 각 항목이 한두 쪽 안에 다 설명이 될 정도로 아주 간략히 언급되어 있다. 더 깊은 지식을 원한다면 적합하지 않지만 일본 여행 갔을 때 본 것 중에 알고 싶다거나  일본 영화나 소설 등을 읽고 궁금한 점을 얼른 찾아 보기에는 좋다. 마치 소사전 같다.  

 

살짝 맛뵈기 소개를 한다면, 일본 신사 앞 상가에서 파는 달마 오뚝이 인형(모리미 도미히코 소설에 엄청 등장하는)에는 눈이 그려져 있지 않다. 일본인들은 이 달마 오뚝이 인형을 사서 소원을 빌 때 한쪽 눈을 검게 칠하고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다른 한쪽 눈을 검게 칠한다. 뭐 이정도야 일본 여행 다녀온 사람들은 다 아는 상식이지만 여기에 저자는 한 술 더 떠 설명해준다. 이것은 옛날 간토지방의 양잠농가에서 봄의 누에고치가 좋으면 달마에 한쪽 눈을 그리고, 가을의 누에고치도 좋으면 다른 한쪽 눈을 그려 넣는 관습에서 시작되었다고. 이렇듯 이 책은 현재의 관습 뿐만 아니라 그 이전 유래까지 설명해 주는 장점이 있다.

 

책은 일본인의 자연관과 신앙에서 시작해서 정월, 연중 행사 관습, 결혼과 임신 출산 때의 관습, 애경사 때나 선물, 편지하기의 관습을 골고루 다루고 있다. 떡국 먹고 세배돈 주기, 팥밥 먹기 등 우리와 비슷한 관습도 많고, 우리의 단오나 한식 경우처럼 중국에 유래를 두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대부분 우리가 일본 전통으로 알고 있는 것들은 에도 시기에 시작하여 메이지 시기 정착된 것이 많은 점이 주목할만 했다.  '만들어진 전통'과 '근대'의 상관관계를 더 공부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급격한 산업화와 서구화를 이루었으면서도 전통관습의 세세한(어떻게 보기에는 귀찮을 정도로 의미부여를 하고 미신적, 형식적인) 부분을 오늘날까지 실행하는 현대 일본인들의 민족성 또한 흥미롭다. 이 책을 읽고 연달아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을 읽으니 '기표'만 있고 '기의'는 없다고 한 바르트의 표현이 와 닿았다.

 

이 책에 비전공자의 책에서 보이는 황당함은 없다. 일본 황실 도서관 수석 연구원이었던 저자는 지나치게 의미부여하거나 자문화에 대한 긍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만 들려준다. 읽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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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1-29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저는 달마가 저런 줄 몰랐어요. 이 페이퍼 읽고 첨 알았네요~

자유도비 2016-02-03 12:44   좋아요 0 | URL
책, 소소하게 재미있어요. ^^
 
전설 일본 - 일본 문화의 근원
모로 미야 지음, 김경아 옮김 / 일빛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일본에는 참 신도 많고 요괴들도 많다. 그리고 그 전통적인 요괴문화를 이용한 산업도 발달해있다. 오래전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면서 그 온천장 다리를 건너오는 온갖 요괴들을 보며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 요괴들의 행진은 바로 일본의 <백귀야행>에서 비롯된 것임이 분명하였기에!

 

이 책의 저자인 모로 미야는 <에도 일본><헤이안 일본><이야기 일본>으로 이미 일본 전통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유명한 저자이다. 이 책은 일본의 북쪽 홋카이도의 고로폿쿠루 전설에서 시작해서 자신의 딸과 손자를 죽인 오니바바, 음양사 아베 세이메이, 접시를 세는 귀신 오기쿠, 일본의 국민영웅 모모타로, 목이 잘리면 웃는 시쿠비, 만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너구리와 갓파 전설 등등 유명한 일본의 전설들을 거쳐 일본 남쪽 오키나와의 기지무나 전설에서 끝난다. 미야자키 하야오 등의 만화영화나 일본 만화, 소설, 영화 등을 통해 그 원형을 자주 접했던 이야기들이어서 알고보니 원형이 이거였군, 하며 읽는 즐거움이 있다.

 

내 경우엔 왜 이런 전설이 생겨나고 오랜 세월 일본 민중 사이에서 향유되었는가, 이 점이 흥미로왔다. 내 생각에는 워낙 거친 자연환경에 사는 지라, 자연 속의 정령들에 대한 전설이 많은 점. 그리고 여러개의 쿠니(國)로 갈라져 전란시절과 고된 계급적 압박을 겪으며 닫힌 사회에서 살아온 점 등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주군의 일을 해 주다 귀신이 된 경우가 많은 점이 특히 그랬다. 지배계급에게, 우리도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런 전설의 주 목적 아니었을까? 아, 좀더 읽고 공부해봐야겠다.

 

책은 장단점이 확실하다. 일본 문화사를 읽으면, 일본인 필자의 책은 자신들은 기본적으로 다 아는 것이기에 설명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결론만 말하는 경우가 많아 답답하다. 외국인, 특히 서양 학자의 책을 읽으면 너무 세세히 설명하여 같은 동양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뭐 이런 것까지 이론서에 써 놓았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타이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는 딱 일본인과 외국인의 중간 입장에서 설명을 해 주기에 내 입장에서는 읽기 편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책을 내는 저자여서 그런지, 책이 논문처럼 딱딱하지 않고 술술 잘 읽힌다. 컬러풀한 도판도 곳곳에 있다. 물론 이 장점을 거꾸로 보면 책이 두서없고 난삽해 보인다. 그래도 학자들의 이론서에서 다 말해주지 않는 사실들을 편하게 들려주는 장점은 확실한 책이다.

 

지도, 현지 사진, 민화 도판 등이 풍부해 보는 재미가 있다. 우왕~ 어떤 요괴 그림은 정말 무섭다.

 

아래는 백귀야행(百鬼夜行)을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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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마가 간다 1~10 세트 - 전10권 (반양장)
시바 료타로 지음, 이길진 옮김 / 창해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1권>
19세 료마가 에도로 검술수업 받으러 가서 구로후네(흑선)보고 충격받기까지가 주 내용임. 다케치 한페이다, 가쓰라 고고로 만남. 요시다 쇼인도 살짝 언급. 그외 사쓰마,조슈, 도사한(번)의 젊은 지사들과 후에 미쓰비시 총수가 된 이와사키 야타로가 등장한다. 아직은 료마 미숙, 그러나 인간적 매력 넘치게 그려진다. 저자 시바 료타로는 일종의 아웃사이더형 인간에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생각함. 료마를 사모하는 여인4명(오타즈,사나코,사에,오토쿠) -_-;;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 나오는 "요바이"문화, 료마가 오토쿠 요바이 하는 장면에서 새삼 화면이 그려짐.-_-;;)

 

<2권>

료마는 지바 도장의 주쿠토가 되고, 여러 차례 검술 시합에서 이겨서 유명해진다. 한에서 정한 유학기간 만료후 고향으로 돌아와 도사한 고시들의 우두머리가 된다.'안세이의 대옥'이후로 일본 막부파와 존왕파의 내분이 심해지지만, 다케치 한페이다, 가쓰라 고고로에 비해 료마의 정치적 견해나 활약은 아직 없는 편. 메이지 유신의 주연급 사쓰마, 조슈, 도사한 사무라이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요시다 쇼인 아래 이토 히로부미. 료마는 난학 강의을 들으며 서구식 의회민주주의에 눈뜬다. 구로후네를 갖겠다고 다짐.역시 속을 알 수 없는 사내지만 매력적으로 그려짐. (모리미 토미히코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등에 등장하는 불끄고 먹는 잡탕 나베가 실제 일본 젊은이들의 전통적 놀이였고, 료마도 했다니,,, -_-;; ) 

 

<3권>

료마는 닷판(탈번)하고 다케치 한페이다 등 도사한의 근왕무사들은 요시다 도요를 암살한다. 로닌으로 떠돌다 에도로 간 료마는 주타로와 가쓰 가이슈(린타로)를 암살하러 가나, 도리어 그의 제자가 된다. 비정상적인 무사들의 에너지가 메이지 유신이라는 엄청난 사극을 전개시켰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혁명과는 다르다고 서술한 부분과 (54쪽) 그 때 료마의 역할은 신문기자와 같은 것이었다고 평한 부분(55쪽), 이시절 유신의 지도적인 인사들에게는 배척받은 종교적 양이론이 국정 국사교과서의 사관이 되고 쇼와시대 일본 우익군부를 움직였다는 내용이 있는 부분(314-315쪽)이 저자의 시선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부분이었음.  

 

<4권>

가쓰 가이슈(린타로)의 제자가 된 료마, 고베에 사설 해군학교를 세운다. 드디어 본격적 전개, 료마는 출신 한에 갖힌 사고를 하고 있는 다른 이들과 달리 일본 전체를 구상한다. 체사레 보르자가 떠오를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 신센구미(신선조)와 충돌.오료란 아가씨를 도와준다. 조슈한, 미국 상선, 미국 군함과 교전(바칸 해협의 해륙전)이 벌어지고,이에 시바 료타로는 바쿠후 말기 조수한의 폭주를 한 전체의 무모한 발광이라 평한다.(253-233쪽) 요행 메이지유신을 가져왔지만 쇼와 시기 육군 군벌 등 일본인 후손에게 무모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견해.

 

<5권>

기요카와 하치로 암살당함. 료마, 신센구미 습격받음. 조슈한 고립되자 요도는 도사한의 근왕주의자들 제거하기 시작한다. 다케치 한페이타 처형됨. 료마, 드디어 군함(간코 호) 입수. 무스 요노스케 등을 키우며 사설 해군학교 순항. 다사다난한 겐지 원년(1864년) 시작된다. 료마는 가쓰 소개로 유명 인사들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더욱 성장한다. 홋카이도 개척 구상. 자신의 한이나 쇼군에 대한 충성을 넘어 일본 전체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는 료마가 놀랍다. 자신이 속한 세계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 진정한 위인이리라.

 

<6권>

교토 이케다야의 변, 기지마 마다베가 이끄는 조슈군 참패. 사이고 다카모리와 가쓰 가이슈 제번연합 논의하다. 가쓰 소개로 사이고와 료마 만남. 막부에 의해 료마의 해군학교 해산위기에 처하자 료마는 사이고를 만나 해군력이 필요한 사쓰마와 료마가 손잡고 함께 무역을 통해 일대 해상세력을 키울 것을 제의함. 사이고와 료마에 대한 인물평이 재미있다.

 

<7권>

역사적인 사쓰마 - 조슈 동맹과정이 박진감 넘치게 그려진다. 막부군의 토벌을 앞둔 조슈한은 료마와 사쓰마를 통해 군함과 총포를 입수하고(이토 슌스케, 그러버), 흉작으로 고통받는 사쓰마한에 쌀을 보낸다. 이념, 사상이 아니라 실리로 두 한을 중개해주는 료마의 모습,,, 이 당시까지 존재한 로닌의 2대조직이 료마의 가메야마 샤추와 교토의 신센구미였다니, 늘 생각하지만 같은 시대에 다른 대응방식을 보이는 사람들의 선택이 늘, 내 가슴을 친다. 

 

<8권>

후시미 데라다야에서 습격당한 료마는 사쓰마 한테이에 몸을 숨긴다. 도와준 오료와 결혼하고 가이엔타이를 구상함. (료마가 신혼여행겸 요양간 시오히타시 온천에 가고 싶다!) 와일웹호 침몰. 나가사키에 신혼집 마련. 만두장수 우에스기 할복. 료마의 가이엔타이, 시모노세키 해협에서 죠슈 토벌에 나선 바쿠후 해군과 교전, 승리.14대 쇼군 이에모치 사망. 다음 쇼군 요시노부는 가쓰에게 휴전협상 일임. 이 즈음 세계의 로닌, 천하의 료마가 되어가고 있는 그는 주식회사 형태로 제후연맹 꾸려서 막부소멸계획을 실행.

 

"죠슈가 이기고 있군요."

"아니, 죠슈가 이기고 있는 것이 아니야. 상인과 농민의 아들들이 이기고 있는 것일세."

료마는 이 부분에서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감동했다.

지금 료마의 눈앞에서 오랫동안 지배계급으로 군림해오던 무사계급을 평민이 격파하고 있는 것이다.

"혁명은 틀림없이 성공한다."

감동과 함께 이런 자신감이 료마의 가슴을 흠뻑 적시기 시작했다.

- 157쪽

 

뭐 책에는 이렇게 감동적으로 서술되어 있지만, 결국 일본인들의 조선 침략의 육군 쪽은 죠슈 출신이, 해군 쪽은 사쓰마 출신들이 장악했으므로 뭐 그리 감동받을 필요는 없다. 걍 이 저자가 하는 말이다.

 

8권까지 읽고, 칼 든 신센구미에게 쫓기다가 절에 숨는 꿈을 꾸다.

 

<9권>

오케이의 돈으로 다이교쿠 호를 구입, 다시 장사하며 샤추를 사설함대 가이엔타이로. 리쿠엔타이도 구상함. 고메이천황 죽음. 사업 번창, 증기선 이로하 호 구입했으나 기슈한 배에 의해 침몰, 료마는 만국공법에 기초, 배상을 받아낸다. 료마, 일본의 내전을 막고자 다이세이 봉환의 안을 구상, 메이지 유신의 강령에 반영되는 선중팔책을 내놓고 고토를 통해 도사한이 주도하게끔 하고, 전쟁준비하는 조슈, 사쓰마 쪽을 설득한다.

 

가이엔타이의 성격은 다각적이어서 바쿠후 타도를 위한 결사, 사설 해군, 항해 학교, 해운 업무, 내외 무역 등 다섯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중략) 이 다섯 개의 얼굴을 료마가 한데 묶어 통솔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료마에게도 이 다섯 개의 얼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75쪽

 

이 긴 소설은 경사진 성격을 지닌 무수한 인물을 묘사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진행되어왔다. 모가 나고 비뚤어졌으며 어딘지 모르게 치명적인 상처가 있는 인물이 무수히 등장했다. 모든 등장 인물이 그렇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들은 모가 나고 비뚤어졌으며 상처가 있었기에 자신의 진실을 드러내게 되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진실을 드러냈기 때문에 모가 나고 비뚤어졌으며 상처를 입었는지, 그 상관관계는 잘 알 수 없다.

 - 283쪽

 

<10권>  

영국 수병 살해사건 때문에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료마의 활약으로 1867년 10월 15일, 쇼군 요시노부 입궐, 다이세이 봉환 성립함. 료마가 기초한 8개조의 기본방침이 거의 그대로 새 정부 수립의 기본 방침이 된다. 료마는 새 정부 참여 거절, 세계의 가이엔타이가 되겠다고 한다. 그리고, 마치 사명이 끝나서 하늘에 다시 불려가듯, 한 달 후, 료마 암살당한다. 저자는 미마와리구미를 지목한다. 뒤에 후기와 사진자료, 료마 연표가 있다.

 

료마도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 죽음의 이유와 이 소설의 주제는 아무 상관이 없다. 필자는 이 소설을 구상하면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인간의 조건'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싶었다. 그것을 사카모토 료마라는 시골 태생의, 지위도 학문도 없고 오로지 일관된 뜻만을 가진 젊은이를 통해 찾아보려고 했다. 이미 주제는 다 말했다.

- 267쪽

 

다 읽고 나니, 료마도 대단하지만 저자가 더 대단한 것 같은 생각.

그리고, 료마를 영웅시하는 일본인들의 심리와 역사의식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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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1-26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레스님 대단하삼. 이 책을 다 읽다니.. 저 지금 반지의 제왕 읽으며 이 걸 언제 다 끝내나 이러고 있는데!

자유도비 2016-01-29 13:51   좋아요 0 | URL
오, 저는 <반지의 제왕>을 아직 못 읽었어요.
<료마가 간다>는 예전에 읽었는데, 늦게 올린거에요. 찾아보니 일본 관련 리뷰는 제가 거의 안 올렸네요.
 
일본의 봉건제 - 새론서원 22
피터 듀스 / 신서원 / 199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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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참 재미있다. 저자는 제 1장 '봉건제란 무엇인가'에서 기본 개념을 정의내린다. 우선은 유럽의 봉건제의 특징을 정리하고 1300년에서 1600년 사이 일본의 정치제도들이 일단 봉건 유럽의 제도들과 거의 유사하다는 점을 인정한 이후 곧 비교 서술로 이어진다. 2장 이후에서는 야마토 정권 수립 이후 카마쿠라, 무로마치, 에도 막부 치하에서 일본 봉건제가 어떻게 성립하여 진행해 갔는지를 설명해준다. 야마토 정신이나 무사도를 꼭 거론하곤 하는 일본인 저자들와 달리 주군-가신의 관계를 심플하게 육체에 대한 안전이나 봉토 혹은 급여에 의해 제공되는 소득의 측면 등으로 표현해 주는 점, 카마쿠라 막부를 유럽 카롤링 왕국과, 무로마치 막부를 정치구조면에서 카롤링 왕조의 멸망 후에 나타난 서프랑크 왕국과 비교한 점 등은 서구인 저자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역사가도 사람인지라, 자신이 처한 환경과 시대의 영향을 역시 받는다는 것.

서구 역사가들은 유럽, 특히 영국과 프랑스의 봉건제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일본의 경우를 특이하게 생각해서 일본의 봉건제를 '중앙집권화된 봉건제centralized feudalism'라고 묘사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를 용어상의 모순이라고 지적하며 일본의 중앙집권화와 봉건 영주의 독립적 지방 지배라는 두 경향 사이의 균형에 주목한다. 17세기 이후 봉건적 형식들의 외관 아래에 점차 지방분권적 관료제를 향해 움직였던 경향을 일본 근대화의 성공 요인으로 서술하기도 한다. 즉 도쿠가와 시대를 통해 무사계급이 관료화됨으로서 봉건제의 잔존형식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렸기에 무사 출신의 상당수가 새로운 정부 구조에 흡수되는 데에 큰 저항이 없었음을 지적해 준다.

무라村의 우두머리나 재정적 업무를 담당하는 일정한 특권 상인들을 제외하면, 행적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책임이 있는 요직들은 모두 무사계급의 구성원들로 국한되었다. 봉건 후기의 군주들이 왕실의 관리들을 교회, 대학, 부르조아지들 그리고 더 낮고 더 빈곤한 봉건귀족게급의 구성원들 가운데 채용했던 유럽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에서는 자기들의 권위와 소득을 완전히 주권자에 의존하는 직업적인 행정요원들이 없었다. 관료제의 성장이 옛 봉건계급에게 결코 도전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것은 봉건귀족계급의 권력의 부산물이었다.  

- 본문 148쪽에서

동시에 무사 출신의 상당수가 낮은 직의 관리나 군대의 장교 및 경찰, 그리고 교사로서 새로운 정부구조에 흡수되었다. 이들이 받았던 관료제적 교육은 이들로 하여금 이러한 직책을 수행하기에 알맞게 준비시켰고, 나아가 이들이 오랫동안 지녀왔던 무사계급의 특권을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일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  

- 본문 163쪽에서 

또 저자는 이러한 비교적 순조로운 근대화이행 과정에도 불구하고 '무사도'등 봉건적 과거의 잔재가 메이지 유신 지도자들이 대중 윤리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이용당해 천황으로 상징되는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과 폭력의 정당화로 타락했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기존의 일본저자의 일본역사서에서는 보기 힘든 비판이다.

내용도 유익하지만, 역사를 서술해주는 저자라는 존재를 생각하며 읽게 만드는 책이어서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신서원 책은 두고두고 읽어도 다 유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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