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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일본 - 일본 문화의 근원
모로 미야 지음, 김경아 옮김 / 일빛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일본에는 참 신도 많고 요괴들도 많다. 그리고 그 전통적인 요괴문화를 이용한 산업도 발달해있다. 오래전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면서 그 온천장 다리를 건너오는 온갖 요괴들을 보며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 요괴들의 행진은 바로 일본의
<백귀야행>에서 비롯된 것임이 분명하였기에!
이 책의 저자인 모로 미야는 <에도 일본><헤이안 일본><이야기 일본>으로 이미 일본 전통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유명한 저자이다. 이 책은 일본의 북쪽 홋카이도의 고로폿쿠루 전설에서 시작해서 자신의 딸과 손자를 죽인 오니바바, 음양사
아베 세이메이, 접시를 세는 귀신 오기쿠, 일본의 국민영웅 모모타로, 목이 잘리면 웃는 시쿠비, 만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너구리와 갓파 전설
등등 유명한 일본의 전설들을 거쳐 일본 남쪽 오키나와의 기지무나 전설에서 끝난다. 미야자키 하야오 등의 만화영화나 일본 만화, 소설, 영화 등을
통해 그 원형을 자주 접했던 이야기들이어서 알고보니 원형이 이거였군, 하며 읽는 즐거움이 있다.
내 경우엔 왜 이런 전설이 생겨나고 오랜 세월 일본 민중 사이에서 향유되었는가, 이 점이 흥미로왔다. 내 생각에는 워낙 거친 자연환경에
사는 지라, 자연 속의 정령들에 대한 전설이 많은 점. 그리고 여러개의 쿠니(國)로 갈라져 전란시절과 고된 계급적 압박을 겪으며 닫힌 사회에서
살아온 점 등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주군의 일을 해 주다 귀신이 된 경우가 많은 점이 특히 그랬다. 지배계급에게, 우리도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런 전설의 주 목적 아니었을까? 아, 좀더 읽고 공부해봐야겠다.
책은 장단점이 확실하다. 일본 문화사를 읽으면, 일본인 필자의 책은 자신들은 기본적으로 다 아는 것이기에 설명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결론만
말하는 경우가 많아 답답하다. 외국인, 특히 서양 학자의 책을 읽으면 너무 세세히 설명하여 같은 동양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뭐 이런
것까지 이론서에 써 놓았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타이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는 딱 일본인과 외국인의 중간 입장에서 설명을 해
주기에 내 입장에서는 읽기 편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책을 내는 저자여서 그런지, 책이 논문처럼 딱딱하지 않고 술술 잘 읽힌다. 컬러풀한 도판도 곳곳에 있다. 물론 이 장점을
거꾸로 보면 책이 두서없고 난삽해 보인다. 그래도 학자들의 이론서에서 다 말해주지 않는 사실들을 편하게 들려주는 장점은 확실한 책이다.
지도, 현지 사진, 민화 도판 등이 풍부해 보는 재미가 있다. 우왕~ 어떤 요괴 그림은 정말 무섭다.
아래는 백귀야행(百鬼夜行)을 그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