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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생활과 관습
이이쿠라 하루타케 지음, 박성태 외 옮김 / 어문학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 그대로 일본인의 생활과 관습에 대해 설명해 주는 책이다. 다루고 있는 내용은 방대하지만 각 항목이 한두 쪽 안에 다 설명이 될 정도로
아주 간략히 언급되어 있다. 더 깊은 지식을 원한다면 적합하지 않지만 일본 여행 갔을 때 본 것 중에 알고 싶다거나 일본 영화나 소설 등을
읽고 궁금한 점을 얼른 찾아 보기에는 좋다. 마치 소사전 같다.
살짝 맛뵈기 소개를 한다면, 일본 신사 앞 상가에서 파는 달마 오뚝이 인형(모리미 도미히코 소설에 엄청 등장하는)에는 눈이 그려져 있지
않다. 일본인들은 이 달마 오뚝이 인형을 사서 소원을 빌 때 한쪽 눈을 검게 칠하고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다른 한쪽 눈을 검게 칠한다. 뭐
이정도야 일본 여행 다녀온 사람들은 다 아는 상식이지만 여기에 저자는 한 술 더 떠 설명해준다. 이것은 옛날 간토지방의 양잠농가에서 봄의
누에고치가 좋으면 달마에 한쪽 눈을 그리고, 가을의 누에고치도 좋으면 다른 한쪽 눈을 그려 넣는 관습에서 시작되었다고. 이렇듯 이 책은 현재의
관습 뿐만 아니라 그 이전 유래까지 설명해 주는 장점이 있다.
책은 일본인의 자연관과 신앙에서 시작해서 정월, 연중 행사 관습, 결혼과 임신 출산 때의 관습, 애경사 때나 선물, 편지하기의 관습을
골고루 다루고 있다. 떡국 먹고 세배돈 주기, 팥밥 먹기 등 우리와 비슷한 관습도 많고, 우리의 단오나 한식 경우처럼 중국에 유래를 두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대부분 우리가 일본 전통으로 알고 있는 것들은 에도 시기에 시작하여 메이지 시기 정착된 것이 많은 점이 주목할만
했다. '만들어진 전통'과 '근대'의 상관관계를 더 공부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급격한 산업화와 서구화를 이루었으면서도 전통관습의 세세한(어떻게 보기에는 귀찮을 정도로 의미부여를 하고 미신적, 형식적인)
부분을 오늘날까지 실행하는 현대 일본인들의 민족성 또한 흥미롭다. 이 책을 읽고 연달아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을 읽으니
'기표'만 있고 '기의'는 없다고 한 바르트의 표현이 와 닿았다.
이 책에 비전공자의 책에서 보이는 황당함은 없다. 일본 황실 도서관 수석 연구원이었던 저자는 지나치게 의미부여하거나 자문화에 대한 긍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만 들려준다. 읽기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