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태양 엘리자베스 1세
앤 서머싯 지음, 남경태 옮김 / 들녘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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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엘리자베스 1세(1535 ~1603)의 전기이다. 매우 드라이한 문체이고, 대중역사서 스타일의 서술이 없는데도 따분하지 않다. 600페이지가 넘는데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힌다. 객관적이면서 동시대 동인물을 다룬 다른 역사서에서 언급하는 내용은 총망라해서 다루고 있다.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대와 엘리자베스를 다룬 책들 중, 아마 이 책을 최고로 기억할 것 같다.

 

책은, 엘리자베스 즉위 이전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튜더 왕조사와 부모인 헨리 8세와 앤 불린부터. 그리고 당연히 부왕의 다른 아내들 이야기와 에드워드, 메리, 제인 그레이, 메리 스튜어트, 제임스 스튜어트 등 잉글랜드 왕좌와 관련있는 인물들을 다 다룬다. 국내 실정과 국제 정세, 총신들, 궁정의 모습, 결혼 외교와 이미지를 이용한 통치까지, 저자는 꼼꼼히 다룬다. 셰익스피어 등 당대 문화 이야기는 없는데, 내겐 그 점이 좋았다. 딱 엘리자베스란 인물과 그녀의 통치에만 집중하는 점 말이다.

 

엘리자베스는 신민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왕실의 이익을 지켰고, 화폐를 개혁했고, 국교회를 안정시켰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내전과 반란, 끔찍한 유혈 사태에 시달리던 그 시기에 영국의 기반은 튼튼하고 안정적이었다.

- 608쪽

 

위의 인용처럼, 저자는 기본적으로 엘리자베스를 긍정적으로 보고 서술한다. 그녀 치세 시기의 성공은 어느 정도는 메리 1세 시기에 씨 뿌린 것이 열매맺은 것인데, 그 점이 정확히 서술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또, 저자는 엘리자베스가 군주가 여성이라는 장애를 장점으로 바꾸었다고 서술하는데, 이 점도 생각의 여지가 있다. 주변 남성 신하들의 기사도 정신에 호소한다거나 여성이니까 좀 우유부단해도 된다며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결정 내리는 것을 미룬다거나 하는 점이 예로 나오는데, 나는 도대체 이 방식이 뭔가 싶다.

 

여튼, 책은 절판이지만 관심있는 분은 한번 읽어볼만하다. 지도와 도판이 적은 점은 좀 아쉽다만, 여기서 더 들어갔다면 책은 더 두꺼워지고 더 비싸졌겠지. 이해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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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아이 2
엑토르 말로 지음, 원용옥 옮김 / 궁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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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권은 아켕씨네 가족이 해체된 이후 레미가 다시 유랑에 나서면서 시작된다. 레미는 알렉시를 만나러간 바르스 탄광에서 일하다 사고를 겪기도 하고 마띠아와 공연하여 번 돈으로 양어머니인 바르브랭 엄마에게 새 암소를 선사하기도 한다. 가짜 가족인 드리스콜 가족에게 갔다가 범죄자가 될 뻔하기도 하지만 무사히 위기를 극복하고 밀리건 부인을 다시 만나 친모자 관계임을 알게 된다. 여기까지는 어른이 된 레미가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마지막 장은 현재로 돌아와서 후일담을 전하며 해피엔딩.

 

가스빠르 삼촌은 곡괭이질을 하는 광부였다. 다시 말하면 곡괭이를 가지고 광산에서 석탄 캐는 일을 했다. 알렉시는 가스빠르 삼촌의 운반광부였다. 즉, 광산 안에서 석탄을 추출하는 데서부터 수갱까지 캐낸 석탄을 실은 운반차라고 불리는 화차를 레일 위로 밀어서 운반하는 일을 했다.

- 본문 59쪽

 

<집 없는 아이>에서 내가 관심있는 부분은 바로 이 탄광의 아동노동 부분이다. 이때 레미의 나이는 겨우 10살이었다. 그런데 탄광에서 일을 한다. 이 소설에는 엥겔스의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처럼 충격적이고 비참한 묘사는 없다. 그러나 산업혁명 시기의 아동 노동 방식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성인 남성 광부와 2인 1조가 되어 일한다는 점에서, 당시 광산의 고용 관행이 '하청제'라는 것을.  광산에서의 하청제는 이렇다. 광산 사업가는 광부 리더만 고용한다. 광부 리더는 광부를 모집한다. 광부는 조수를 스스로 고용해서 일하는데, 대개 이 조수는 광부 자신의 자녀이거나 아내였다. 그러니까, 이 시기 탄광에서 혹사당하는 아동들이나 여성들이, 탐욕스런 자본가에게 고용되어 굶고 맞으면서 강제로 일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나 남편이 시키는 일을 했다는 것! 아놔,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더 비참한 기분이 든다. 그 시기 아동과 여성들은 자본가와 가부장의 착취, 둘다 당해야 했던 건가?

 

국내 유일의 완역본이데, 현재 절판인 게 아쉽다. 비록 내가 리뷰는 레미의 탄광 노동에 집중해서 썼지만, 작품은 전체적으로는 19세기 프랑스 현실을 잘 반영한 것은 물론, 인간과 동물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아동 문학이다. 읽으면서 여러번 나도 몰래 눈물이 맺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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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아이 1
엑토르 말로 지음, 원용옥 옮김 / 궁리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엑토르 말로의 1878년작품이다. 1권은 8살된 레미가 산재 노동자인 양아버지에 의해 비탈리스 할아버지라는 유랑연예인에게 팔려가는데에서 시작한다. 동료 원숭이와 개들과 함께 레미는 프랑스를 여행하며 연극을 공연하고 하프를 연주하고 노래부른다. 그러나 불행이 닥친다. 원숭이, 개들, 그리고 비탈리스 마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 레미는 원예가 아켕씨네에서 일을 도우며 불행 중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또 불행이 닥쳐서 이들과 헤어질 위기가 오고,,, 여기까지가 1권 줄거리.

 

저자는 레미를 빡세게 굴린다. 이미 1권 중반부에서 생모인 밀리건 부인을 만났건만 헤어지게 만든다. 아켕 씨네에서 가정의 행복을 맛보았건만 또 유랑에 나서게 만든다.  그 이유는, 이 소설의 목적이 프랑스의 지리와 역사, 문화를 아동들이 쉽고 재미있게 배우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불전쟁 패전이후 프랑스는 다각도로 프로이센을 이길 방법을 찾는다. 근래에 통일을 이루고 빨리 민족국가로 뭉친 프로이센의 비결 중 하나가 지리교육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랑스를 여행하는 아동 소설이 유행하게 된다. 물론 보불 전쟁 전에도 있었지만, 이후 더 유행.

 

왜냐하면 내 행복이 오래 가지 못할 거라고 내 인생에 씌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게 휴식이 가장 확실히 보장되었다고 생각한 그 때가 바로 또다시 밖으로 던져질 순간이었다. 모험으로 가득한 내 삶 속에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사건들로 말이다.

- 352쪽에서 인용.

 

그러므로 불쌍한 레미는 저자의 의지에 따라 늘 개고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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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소녀
엑토르 말로 지음, 원용옥 옮김 / 궁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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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집 없는 아이>로 유명한 작가 엑토르 말로가 1893년에 손녀를 위해 쓴 소설이다. 원제는 <En famille>로, '가족과 함께'라는 뜻이다. 해설에 따르면, <집 없는 아이>로 번역된 <Sans famille>와 운을 맞추기 위해 이렇게 알려졌기에 이에 따랐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 뻬린느 역시 <집 없는 아이>의 레미 못지않게 의지가 강한 아동이다. 프랑스를 방랑하다 가족을 갖게 된다는 기본 골격도 비슷하다. 심지어 부잣집 혈육임이 밝혀지는 것도. 다른 점은 뻬린느가 겨우 12세에 방적 공장에 취직하여 능력을 펼치고 인정받는 내용이 있는 점. 레미가 탄광촌의 아동 광부로 일하는 대목과 함께, 산업혁명기 아동 노동의 실상에 대해 인용하기 좋은 책이다. 저자는 별 사회고발 정신없이 당시 프랑스 현실과 가난한 아동의 실상을 보여준 것 같은데 그게 결과적으로 당대를 증언하고 고발하는 역할을 하게 된 점도 흥미롭다. 전체적으로는 따뜻하고 낭만적인 부분이 더 많다. 500페이지가 넘지만 한번에 읽힌다.

 

책 끝으로 가면 진짜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뻬린느는 재벌 방적공장의 손녀로 밝혀진다. 여기서 혼자만 해피하게 엔딩이 되지 않는다. 뻬린느가 건의한대로 탁아소, 병원, 학교, 기숙사 등이 세워져서 마을 전체가 복지 수준이 향상된다. 그러나 한편, 마을이 뵐프람 회장의 회사에 노동자를 낳고 키워 공급하는, 일종의 농노와 농토가 결합된 중세 영지처럼 변해가는 것도 주목해볼만 하다. 아크라이트 방적기를 도입한 공장 마을이나 허쉬 타운 등, 산업혁명 당시에 이런 곳이 실존했기에. 

 

<집 없는 소녀 펠리네>란 제목으로 일본 만화나 축약본 동화로 접한 분들이 많겠지만, 이 완역본으로 다시 읽어보시길 권한다. 발자크나 에밀 졸라와 동시대에 태어나서 작가적 역량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불운의 작가라고 하지만, 엑토르 말로의 작품이 앞서 대가들의 작품보다 지겹지도 않고 읽으면서 바로바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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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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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새 좀 팔리고 읽히는 책은 거의 실용서 아니면 자기계발서, 고전적 문학도서의 범주에서 보자면 에세이류이다. 세간에 화제가 되거나 베셀인 경우, 궁금한 마음에 덩달아 읽어보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이 책 역시 별 기대 없이 펴들었는데,,, 좋았다. 저자 스스로 칼럼에서 '나에게 월급을 주는 책'이라 자랑할 만하다. 

 

책은, 저자가 삶의 가치로 삼는 다섯가지 태도에 관하여 말한다. 그 다섯 가지 태도란,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이다. 이렇게 말하면 책이 철학적 관념적 서술 위주일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저자의 이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내 또래 나이, 나와 같은 생물학적 성을 가진 저자가 쓴 글이라서 그런지, 이 나이 즈음에 이런 경험을 할 즈음에 마음 다잡는 이야기들에 공감이 갔다. 응석 없이 과장없이 자기 몫의 삶을 성실히 살아내는 모습이 좋았다. 

 

 

 

항변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이 서른 넘어서까지 그럴 수는 없다. 어느 시점이 되면 어떻게든 꾹 삼키고 알아서 처리해버려야 한다. 애초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든, 누구나가 인생의 한 시기에는 저마다의 지옥을 품고 가는 것이고, 훌쩍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라는 과거에 휘둘리면서 고여 있기를 자처하면 슬슬 그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기량이나 자립도를 묻게 된다.

- 65쪽에서 인용

 

위 내용은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다들 이 나이 즈음이면 이런 고민을 하고 이런 결론을 내리는 구나, 아니,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 내 마음에 품고 있는 이 지옥을 어쩌리.

 

 

 

자존감이 소중한 것은, 나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쓸 때 우리는 타인을 있는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상대의 결핍이나 불완전함을 이해할 포용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에 묶여 자신에게 가혹한 사람이나, 자신의 껍데기 안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서도 역시 가혹하거나 깎아내리려 할 뿐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의식은 강하지만 자존감은 낮아 자신의 문제를 상대에게 투영함으로써 해소한다. 자존감이 낮다면서 자기 연민에 빠져 우울해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주변 사람들을 감정 노동 시키며 기를 빼앗는다.

- 193 ~ 194쪽

 

이부분은 읽으면서 킬킬거렸다. 저자 역시 이런 사람들에게 꽤 시달리고 있나보다, 싶어서 말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내 나이 또래 저자들이 쓴 솔직한 에세이가 좋다.  30 ~40대를 보내면서 슬슬 망령든 언행을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아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서 속 터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 거 뻔하게 아는데, 왜들 그렇게도 착한 이야기만 책에 쓰는지 원. 그러기에,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태도에 관하여'고민해 보는 것이리라.

 

 

 

 

좀 의아한 것은, 이 책은 한 페이지에 겨우17행이 들어간다는 것, 어느 페이지는 제목이 한 페이지 차지한다는 것, 뒤에 대담은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 그래서 부족한 원고 분량을 억지로 채워 책 한 권을 만든 것 같아 보인다는 것. 저자의 집필 역량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에세이 쟝르 독자의 요구에 맞추다 보니 이렇게 된 건가? 아님 요새 출판 트렌드가 이런가? 아님 내가 올드 패션드여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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