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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의 동화
김정철 지음 / 경북대학교출판부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그림형제의 동화는 그들의 순수 창작물이 아니다. 구전되던 이야기들을 수집한 것이다. 당연히
오랜 기간 민중들의 사고방식이나 관습, 시대, 역사를 반영한다. 이런 쪽 연관성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책을 찾다가 김정철 선생님을 발견했다.
인터넷 서점의 상품상세페이지에는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조금 불안했는데, 내가 원하던 내용을 읽게 되어 기쁘다.
이 책에는 같은 필자의 <동화가 말하지 않는
진실>과
비슷한 내용이
꽤 실려있다. 차이는 이 책에는 문학작품으로서의 그림형제 동화의 의의,
그림형제의 전기적 요소 , 시대 상황이 더 많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책에는 그림 형제 생존 당시 도이치 민족의 민족 의식 고취 열기가
구전되던 동화 텍스트를
수집하고 편집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또 동화에 대한 교육적 관점이 그림 동화의 문학적 특성 - 서사구도,
시간, 공간, 등장인물 - 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도. 그런
내용이 제 1부에 담겨 있다.
그건 다른 연구자들의 책에도 많이 나오는 내용이긴하다. 그래서인지, 내겐
2부가 더 재미있었다. 이 선생님만의
개성적 집필능력이 잘 드러나 있다. 문학 텍스트를 그 자체만으로 분석하지 않고 관련 지식들을 정말이지 박식하게 풀어 놓으신다. 고대, 중세
게르만 역사나 문화 쪽은 물론 문화인류학, 샤머니즘 쪽도 강하다. 4장에서 다루는 죽음, 마녀, 가족.
5장의 인간과 동물.
6장의 여성. 7장의 초자연적 세계까지,,,, 감탄하며
읽었다. 특히 6장에서 <군소> 등 동화
분석을 통해 동화에 남은 강한 여성의 흔적을 추적하여 모권사회 흔적을 논하는 부분이
신선했다.
동화는 허구의 문학이다.
하지만 사실의
문학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동화는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 해 왔기에 그러다 보니 동화 속에는 인류가 경험했던
문화적 흔적들이 기억으로 뒤엉켜 있다,,, 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감한다. 얼마나 어마어마한 인류문화와 역사가 들어있는지! (동화의 배경을
이야기하면 유치한 사람 취급하는 편견쟁이들은 제발 책 좀 읽고 참견했으면 좋겠다. )
<대부인 저승사자>
에서 대부인
저승사자는 주인공인 의사 데리고 지하 동굴 속으로 가서 그곳에 있는 수천수만개의 불을 보여준다. 그것은 인간들의 생명 불(Lebenslight)
이다. 이 불이 꺼지면 인간은 죽는다. 이 이야기와,
선사시대
암각화에서 가뭄이 심할 경우 인간 제물로 바치는 장면 부분이 인상깊다. 비를 내리게 하기 위해 공주 희생 시키는
이야기에서 죽음은 살인이 아니라 부족 공동체를
위한 희생이며 살해된 공주의 남은 힘이 강우에 영향을
주게 된다,,,, 등등, 기독교 개종 이전 게르만의 샤머니즘이 알타이 샤머니즘과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여러가지로, 배울 점도 많고 생각할 점도 많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