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형제의 길 - 흔들림 없이 끝까지 함께 걸어간 동화의 길
손관승 지음 / 바다출판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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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다. 저자가 노력 - 공부, 취재, 고민, 몸고생 - 을 많이 한 티가 나는 책이다.

 

책 내용은 이른바 독일의 메르헨 가도(Marchen Straße)를 따라 여행하며 그림형제가 수집하고 정리한 독일 민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메르헨은 옛이야기, 동화, 민담에 해당하는 독일어이다.  메르헨 가도는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있는 하나우에서 시작해 슈타이나우, 마르부르크, 카셀, 괴팅겐, 하멜른, 브레멘까지 그림 동화의 배경이 된 곳들을 이어가는 관광 루트를 말한다.약 600킬로미터에 달하는 이 길에는  60여 개의 도시와 마을, 그리고 8개의 국립공원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저자는 그림 동화뿐만 아니라 그림 형제의 전기적 삶, 관련 학계의 논의와 저자의 삶까지 이 길을 걸어가며 독자에게 들려준다.

 

좋았다. 한편 아쉽다. 이 책의 내용이 너무 풍부하고, 저자분께서 의욕적으로 집필하신 덕에, 오히려 책이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목적, 예상 독자에 좀더 집중하셨으면 어떠했을까. 그림 형제에 대한 전기적 내용 위주로 갈 것인지, 문학 텍스트 분석 위주로 갈 것인지, 역사 배경 위주로 갈 것인지, 저자의 기행 견문을 주로 할 것인지,,,, 다 들어 있긴 한데,,,, 아쉽다. 이런 평 남겨서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로 세세한 내용은 좋은데, 정말 아쉽다.

 

그림 동화는 이데올로기나 프로파간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먹이가 된 시절도 있었다. 나치 정권은 〈빨간 모자>를 사악한 유대인 늑대로부터 보호하는 독일인의 상징으로 삼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고 나서 연합군은 그림 동화가 나치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독일에서의 출판을 금지했다. 사디즘을 미화하고 제3제국의 이데올로기를 옹호한다는 혐의였다.

- 143쪽에서 인용

 

위 인용 부분처럼 여느 문학 연구서 못지않은 내용도 있었고,

 

 

한 분야를 좋아하며 지속적으로 반복하다 보면 길이 생긴다. 지루할 정도의 반복이라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길이 되기도 한다. 야코프는 디테일의 반복이라는 고단한 과정을 토해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위대한 학자의 탄생이었다. "진심을 다하는 독일적 마음자세(Der herzliche deutche Sinn)'라는 표현이 있는데, 야코프 그림이 바로 그러했다.

- 18쪽에서 인용

 

위 인용부분처럼 깊은 울림과 성찰을 주는 부분도 있었다. 나는 위의 Der herzliche deutche Sinn에서, 정년퇴직하고 제2의 길을 개척하는 저자의 자기 다짐이 읽혀져서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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