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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전설집 - 서구 환상문학의 뿌리가 된 독일 옛이야기
그림 형제 지음, 안인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그림 형제는 동화뿐만
아니라 전설도 수집했다. 1816년과 1818년에 각각 1권과 2권 총 585편을 수록한 <독일전설집>을 낸 바 있다.
그들에게는 독일 설화 수집 역시 민족운동의 한 방법이었다.
이 책은 절판이고, 다른 출판사에서
<독일전설> 1,2권 완역본이 나와 있다. 하지만 안인희 선생님 번역과 해석으로 먼저 그림 형제가 수집한 전설을 읽어보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었다. 하지만 해석은,,,, 걍 구연 추임새 정도였다.
독일, 정확히 말하면 독일어 문화권 -
그러니까 예전의 신성로마제국의 중세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무척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이다. 카를 대제, 바르바로사 프리드리히 대왕, 사자공
하인리히 등 흥미로운 인물들이 역사 아닌 전설, 민중의 심성에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맛뵈기로 소개하자면, 17번 <거인의 장난감>편은
이렇다. 엘자스 지방 높은 산 폭포 곁 니덕
요새에 거인 기사들이 살았다. 한번은 거인 기사의 딸이 골짜기 아래에 내려가 경작지에서 농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앞치마에 사람과 쟁기, 말
등 들판 위 모든 것을 쓸어담아 왔다. 그런데 딸이 집에 돌아와 탁자 위에 꺼내 놓자 거인
아버지에게 야단맞는다.
거인 기사는
말한다. ‘내겐 농부가 장난감이
아니다,
그 자리에 도로
갖다 놓아라.
농부가
경작지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 거인들은 이 암벽 꼭대기 둥지에서 먹고살 것이 없다'라고. 오호라, 이건 봉건영주 들으라고 민중이 대놓고 하는
말 아닌가? 전설에서 거인의 상징성 관련, 논의해볼만하다.
음, 또 126번 <브레슬라우의 종>도 기억에
남는다. 이건 브레슬라우에 있는 성 마리아 막달레나
교회의 종이 만들어진 유래담이다. 종 만드는 장인이 견습공을 찔러 죽인다.
종을
망가뜨렸다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종은 훌륭하게 만들어졌다. 50번 치면 저절로 50번 더 울릴
정도로. 장인은 살인죄로 사형장에서 너무도
훌륭한 종 소리를 들으며 죽는다. 이건 대장장이, 연금술 관련 인신공희 모티프다. 우리나라 에밀레종 같은. 이렇듯 게르만적 미신이나 샤머니즘이
가톨릭의 지배와 상관없이 건재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가 곳곳에 있다.
그외 신데렐라와 유사한 모티프가 있는 됭게스 호수의 처녀 물귀신 이야기라든가, 쥐떼들이
양심이나 민중의 분노를 상징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빙엔의 쥐탑 이야기, 바인스베르크 여자들 이야기,
하멜른의 아이들, 빌헬름 텔 등등 흥미진진한 전설들이 많다. 실재 역사와 비교하며 읽어가노라니 넘넘 재미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동서고금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묘하게 위로받는 느낌도 든다.
기대했던만큼 안인희 선생님의 해설이 있지는 않았지만, 수록된 전설들을 앞으로 내 작업할 때
두고두고 잘 인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