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 저자의 도자기 여행 시리즈 4권을 한꺼번에 읽고 쓰는 리뷰다. 내가 이 글을 스는 2017년 1월 현재, 이 시리즈는 동유럽
=> 북유럽 => 서유럽 => 일본 큐슈, 순서로 4권 출간되어 있다. 앞으로 일본 혼슈와 동남아편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일본 큐슈편을 먼저 읽고, 이 저자분의 열정과 저작 방식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흔히 접하는 블로거들의 여행기 수준을 뛰어넘는 깊이,
직접 현장 답사로 찍어온 사진을 한 책마다 거의 1000장 정도 싣는 열정,,,, 이 책은 의자에 앉아서 인터넷 서핑으로 긁어온 자료와 사진으로
쉽게 구성한 책이 아니다. 그래서 책 자체도 재미있지만 이 저자분의 한 주제에 대한 집필과 준비 과정에 대해 공부하는 자세로 시리즈를 찾아
읽었음을 밝힌다. 그러니까, 내가 이 글에서 하는 비교는 다른 저자의 다른 작품이 아니라 저자의 다른 책들과 하는 비교다.
일단, 시리즈 2권인 이 책은 전편이자 시리즈 첫 권인 동유럽편에 비해 책 자체의 상태가 아주 좋아졌다. 사진은 일본 큐슈 편보다는 흐릿한
편이지만 편집, 사진 인쇄상태, 사진과 사진에 대한 설명 배치,,, 등등에서 전편인 동유럽편보다 좋아졌다. 지도도 필요한 부분마다 잘 들어가
있다. 책 날개 부분도 이때부터 일본편까지 일관되게 일러스트 지도가 들어가게 된다. 전편을 내고 새 책을 준비하면서 책에 대해 저자와 출판사에서
발전적인 고민을 한 점이 눈에 띈다.
반면, 도자기 기행 내용 자체는 시리즈 4권 중에서 가장 빈약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도자기를
다룬다. 앞부분 델프트 블루의 유래를 설명하는 네덜란드 부분과 끝부분 러시아 도자사 설명하는 부분 외에 중간 부분(약 4장~ 13장)은 로열
코펜하겐, 이탈라, 아라비아 등 브랜드 역사와 각 디자이너의 작품 라인 설명 위주이다. 마치 각 회사의 팜플렛이나 사이트에 있는 정보를 그대로
번역해서 보는 것 같다. 물론, 이런 시각은 도자기에 얽힌 역사를 보기 원하는 독자인 내 시각에서 본 것이다. 북유럽 도자기 수집하시는 분들께
이런 서술은 매우 유용할 것이다. 그리고 북유럽 도자기의 역사는 다른 유럽 지역에 비해 짧은 편이라 최근 디자이너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저자의 역량 문제는 아니다. 다음편인 서유럽편을 보면 저자는 이슬람 영향부터 이베리아 반도를 거쳐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으로 이어지는 빛나는 도편의 물결을 서술해 주시니까 말이다.
도자사가 나오는 부분은 이렇다. 북유럽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보다 앞서 독일 마이슨의 경질자기 비법을 터득해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1726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 있는 뢰스트란드 도자기 회사에서 였다. 독일의 마이슨보다 16년 늦었지만 1719년 오스트리아의 로열 비엔나에
이어 유럽에서 세번째로 성공한 것이다. 북유럽 도자기는 실용적이며 단순하고 대범한 디자인이 특색이다. 북유럽 도자기를 찾아가는 여행은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시작한다. 명청 교체기에 중국으로부터의 도자기 수출이 끊기자 네덜란드 상인들은 일본 아리타 자기들을 대량으로 유럽에 수입해와 재미를
본다. 이어, 자신들도 아리타 자기를 흉내내어 도기를 제작한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도시인 델프트는 베르메르의 푸른빛 안료(코발트 블루)인
청금석(라피스 라줄리)를 수입하여 청화자기를 흉내낸다. 이게 바로 유명한 델프트 블루 자기의 역사다. 여기에는 현재 네덜란드와 벨기에 지역이
스페인의 통치를 받자 종교의 자유를 찾아 도공들이 영국 독일 네덜란드로 이주하게 된 연유도 있다. 1602, 1604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포르투갈의 상선을 강탈해 16톤 분량의 청화백자를 시중에 풀어놓아 유럽 왕실과 귀족집안에 시누아즈리(중국풍) 유행이 생긴 것도 재미있다.
1640년부터 100년은 델프트 자기의 전성기였다. 델프트 블루가 거꾸로 중국 일본으로 수출되기도 했으며 중국과 일본이 델프트 자기를
모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이슨이 경질 자기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델프트 자기의 경쟁력은 떨어져 쇠락하기 시작한다. 장식용품만 생산할
뿐이다. 이어 저자는 로열코펜하겐 브랜드의 역사와 각 디자이너, 유명 라인을 소개한다. 로열코펜하겐은 마이슨처럼 덴마크 왕실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성립했다. 아라비아 등 유명 도자기 브랜드 서술이 길게 이어지고 러시아 도자기에서 책은 여정을 마친다.
당시 도자기는 외교 활동의 꽃으로 가장 존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선물이란 가치를 지녔다. 그 당시에 도자기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 삶의
위신과 깊이 연관되어 있었고, 당시 자기 공장들은 그 나라의 문화와 기술 수준을 집약해 나타내는 상징이었기에 자국 공장에서 생산한 화려한
자기들이 유럽 궁정들 사이에예술로 교환되었다.
- 196쪽
전체적으로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제품 라인 설명 분량이 많고 역사 배경 설명은 적다. 그러나 위 인용부분 같은 부분이 팜플렛 읽는 것 같아
지겨울만하면 곳곳에 있다. 영화 카모메 식당, 그룹 아바의 노래 가사 인용 등 대중적 흥미를 끄는 부분이 각 꼭지의 도입부와 마무리 부분에
보인다.
무엇보다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본문 설명글과 잘 어울려 배치되어 있는 사진들이다. 델프트 블루 도자기가 이마리 도자기의 영향을 받았다는
서술이 있는 페이지에 바로 델프트 블루 도자기와 이마리 카키에몬 사진이 나란히 있다. 카모메 식당에서 오니기리를 담아내던 아라비아 핀란드 제품
'24h 아베크 플레이트'와 일본 19세기 에도 시대 이마리 '그물무늬 접시' 를 같이 보여준다. 이런 장면이 한두 페이지가 아니다. 개그
콘서트에서 '내가 이럴줄 알고 ~ ' 소리가 저절로 들릴 정도로 절묘하다. 그러니까, 저자분은 일본 쿠슈까지 이미 답사를 다 하고 사진을 준비해
놓고 전체 시리즈를 구상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 놀랍다. 저자의 이런 자세, 배울만하다. 본문 편집 디자이너분도 정말 고생하셨다.
*** 오류
25쪽
귀노 다 사비노 => 귀도 다 사비노
201쪽
웨일즈 왕자 => 영국 왕세자
이 부분은 저자가 몰라서 이렇게 쓴 것 같지는 않다. 저자의 다른 책인 <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를 보면 웨일즈 왕자의
유래 설명이 나오고 있으므로. 그러나 일반 독자를 위해 역사계에서는 '프린스 오브 웨일즈'를 '영국 왕세자'로 표기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도팽'도 '도팽 왕자'보다 '프랑스 왕세자'로 표기하는 게 낫다.
537쪽
프로이센 프리드리히 황제 => 프리드리히 대왕
프리드리히 2세 당시 프로이센은 왕국이었다. Friedrich der Grosse(Frederick the Great)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1871년 이후에 프로이센 주도 독일제국 성립하므로 황제라고 쓰면 안됨. 단순한 호칭 문제가 아니라 역사 왜곡이 되어버림.
558쪽
결혼하고 8년이 지나서야 예카테리나는 남편이 아니라 귀족 출신의 법관인 세르게이 살티코프에게 순결을 바쳤다.
=> 처음으로 성관계를 했다,,, 정도가 낫지 않을까?
563쪽
예카테리나의 '도자기 방'은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왕실과 귀족들의 단순한 호사취미를 넘어서, 스스로를 위무하고 치유하는 공간이었다. 바록
권력은 얻었지만 남편과 첫날밤도 치르지 못하고 그 남편을 권좌에서 끌어내렸으며 결국은 목숨을 잃게 한 '어두운 과거'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안식처가 필요했다. 그녀는 끝없이 밀려오는 허망함을 도자기를 통해 위로받았던 것이다.
=> 저자분은 아내를 둘이나 죽이고 둘과는 모욕을 주어 강제로 이혼한 헨리 8세의 경우는 '여자들을 정복했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또
저자분은 그외 다른 유럽 군주들의 도자기 수집 전시 방을 서술할 경우, 성적 방종 부분은 서술하지 않고 그저 중국 유행에 따라 재력과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도자기방을 만들었다, 정도로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예카테리나 여제의 도자기방에 대해서만 이렇게 서술한다.찾아보니 저자는
50대 중후반 남성이시다. 뭐 저자의 가치관 인생관 여성관에 따른 서술이니 오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난 이 부분 읽으면서 매우 뜨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