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다보니 올해만 3권째 읽었다. 오찬호 박사의 책을. 사회학자가 쓴 책이지만, 대중( 중에서도 아마도 20대 청춘, 중에서도 아마도 대학생)을 겨냥한 문장이기에 술술 읽힌다. 지금은 몰락과 상승의 극 줄타기하며 아슬하지만 한 때 "사이다" 별명을 지녔던 그 정치인처럼 "톡톡톡" 쏘는 맛이 매섭고, 솔직하기로도 아슬하슬하게 솔직하다. 그래서 대학에서 많이 읽히나 보다. 검색하면 곧바로 뜨는게 "독후감"들이다.  어제 읽는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에서도 오찬호 박사가 몇 페이지나 할애해서 베베 꼬는 대목에 "독후감"이 등장한다. 기껏 불러서 100분이나 강의 시켜놓고 강사료는 커녕, 대학생들 "독후감"을 들이밀기에 열받아서 지하철 쓰레기통에 읽지도 않고 버렸다고.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와 『진격의 대학교』를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세상에 거저 없다" 12년째 전국을 돌며 시간강사를 한다며, 자조 반 역자부심 반의 어조로 자신을 소개하는 오찬호 박사. 그가 대학을 전국구로 옮겨다니며 하루 3건 강의 뛰는 날이면, 점심 먹을 시간 없어서 삼각김밥으로 허기를 달랬다지만 결국 그렇게 해서 만난 수많은 20대 청춘. 대학생들. 게다가 그는 차갑게 거리 두는 선생님이 아닌가보다. 술로 친해지고, 과제를 내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빌미로 적극 소통하려는 좋은 선생님이기에 그 많은 제자들로부터 엄청난 소스를 얻었다. 학생들이 과제로 제출한 에세이와 종강 뒤풀이 술자리에서의 에피소드들이 위 두 서적에 상당한 소스를 제공했으니. "세상에 거저 없다" 

그런데 혹자는 비판한단다. 오찬호 박사의 "사이다 발언"은 시원하면서도 날이 섰지만 대안이 없다고. 그래서 대안을 내놓고자 쓴 책이 바로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이 책에서는 수강생들의 이야기보다 생활인으로서의 오찬호, 12년차 대학강사이자, 점점 유명세를 타는 저술가로서의 오찬호의 이야기를 훨씬 많이 한다. 여전히 엄청 쎄게 비판하고, 쏘아대고, "그건 아니지~~!"라고 용감하게 발언한다. 

3권쯤 읽으니 오찬호 박사의 세상 보는 스타일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한 번 물면 놓지 않으리라. 무척 부지런하고, 스스로에게 떳떳한 자부심이 있는 만큼, 세상을 호락호락 넘어가 주지 않는. 

그 지점을  넘어선 사회학이 그에겐 어떤 것일까? 나는 여전히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가 사회고발서로 주효하지, 오찬호 박사가 서문에서 호기롭게 이야기한것처럼 대안으로서의 구체적 실천 지침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나저나, 강연료를 동의도 없이 미지급 하는 K대 교수나 오찬호 박사더러 "시시껄렁한 책이나 쓴다"고 대놓고 폄하하는 L교수는 이 책을 읽으며 어떤 표정을 지엇을까. 뜨끔은 했겠지. 오찬호 박사 화끈하게 뒤끝 털어내시는 분이구나!  두 다리만 건너면 K대 교수나 L 교수, 좁은 사회학계에서 바로 알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년 시작하여, 올해로 4회를 맞는 "수원발레 축제"

2016년 우연히 관람하고, 2017년에도 일부러 수원을 찾았습니다. 수원시민이 아닌지라, 그 "일부러" 수원 나들이를 하기까지 발레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꿈지럭 하기 꽤 귀찮았을텐데요. 일단, 가면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기에 늦은 오후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8시 공연 시작 직전에 자알 도착했답니다. 


발레 협동조합 (http://www.balletstp.kr/)에 속한 6개의 발레단이 이번 축제를 이끄는데요, 제가 방문했던 25일 토요일 프로그램을 살펴볼까요?

먼저 유니버설 발레단이 "해적 파드되"로 인사합니다. 발레협동조합 소속 발레단 단장이 타 발레단의 출연작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아, 그런데 대략 난감합니다. 프로페셔널 정신이 과도하게 투철했던 걸까요? 촬영기사 한 분이 아주 당당하게, 머리 높이 하나 낮추지 않고 공연 중에 무대 바로 앞으로 걸어옵니다. 매 우 당 당 히! 
그리고는 무대 좌측, 난감한 높이에 장비를 고정시킨 후에 아주 위풍당당 서계십니다. 설마 잠깐 있다 가는 거겠지? 아무리 관객을 고려하지 않는다하여도 설마 계속 촬영할까? 아무리 무료공연이라 할지라도 배려는 있겠지?.......아, 그런데 무척 난감하게도, 저 촬영기사님의 투철한 직업 정신 덕분에 공연 내내 저 분의 아우라에 쓰러질뻔했습니다. 무대가 보이지 않습니다.




2018 수원발레축제, 올해에도 이원국 선생님의 춤을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원국 선생님이 30,40대보다 지금 더 멋지게 보입니다. 어찌나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후학양성에 애를 많이 써주시는지요. 단연 가장 큰 박수가 터져나옵니다. 핸드폰 배터리만 방전이 되지 않았던들, 이 멋진 광경을 많이 남겨 전했을텐데요.
내년 2019년에는 수원발레축제에 해외 발레단도 초청되어 오나봅니다. 이미 물밑작업에 들어가 큰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하니, 벌써부터 2019년 무대가 기대됩니다. 그 때까지, 발레STP협동조합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며. 멋진 행사를 계속 마련해주는 수원시에 감사의 박수를 보내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4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문화의 수수께끼를 풀다- 문화 상대주의로 세상을 바꾼 인류학의 모험가들
찰스 킹 지음, 문희경 옮김 / 교양인 / 2024년 12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4년 12월 24일에 저장

과잉 히스테리 사회, 단독성들의 사회- 21세기 경제, 기술, 정치, 노동, mz세대, 라이프스타일, 문화의 숨은 퍼즐
안드레아스 레크비츠 지음, 윤재왕 옮김 / 새물결 / 2023년 8월
34,000원 → 30,600원(10%할인) / 마일리지 1,7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3년 09월 01일에 저장

Foucault's Futures: A Critique of Reproductive Reason (Paperback)
페넬로페 도이처 / Columbia University Press / 2017년 4월
59,600원 → 47,680원(20%할인) / 마일리지 2,39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22년 02월 12일에 저장

래디컬 스페이스- 협동조합 민중회관 노동회의소
마거릿 콘 지음, 장문석 옮김 / 삼천리 / 2013년 7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21년 05월 04일에 저장



4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두 얼굴의 백신
스튜어트 블룸 지음, 추선영 옮김 / 박하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20180725_113053_resized.jpg

 

2018년 2월,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일명 "안아키")' 온라인 까페를 운영해온 한의사가 기소당했다. 동종업계 의료인과 맘까페의 공분을 산 이유 중 하나는, 그녀가 되려 '수두파티(수두 걸렸음을 축하하는 파티)'를 제안할 정도로 백신접종의 거부를 유도했으나 그 결과를 책임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녀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백신 거부자의 대명사로 등극하는 듯 했다. 이처럼 우리는 '백신 수용 VS 백신 거부'의 이분법적 흑백논리에서 백신 문제에 접근하기 쉽다. 하지만, 『두 얼굴의 백신 ((Immunization how vaccines became controversial)』을 읽고 나니, '백신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확신'과 '거부'사이에는 '망설임'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중간항이 있었다. 최근 공공보건 공동체에서는 '백신에 대한 망설임(vaccine hesitancy)'이라는 현상에 주목한다. 이 망설임은, 대형 제약회사 및 백신접종을 권장하고 의무화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 아울러 자녀의 건강에 대한 타인의 충고에 귀닫아가는 부모 등 복합적 변화가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20180725_123326_resized.jpg


 2018년 2월,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일명 "안아키")' 온라인 까페를 운영해온 한의사가 기소당했다. 동종업계 의료인과 맘까페의 공분을 산 이유 중 하나는, 그녀가 되려 '수두파티(수두 걸렸음을 축하하는 파티)'를 제안할 정도로 백신접종의 거부를 유도했으나 그 결과를 책임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녀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백신 거부자의 대명사로 등극하는 듯 했다. 이처럼 우리는 '백신 수용 VS 백신 거부'의 이분법적 흑백논리에서 백신 문제에 접근하기 쉽다. 하지만, 『두 얼굴의 백신 ((Immunization how vaccines became controversial)』을 읽고 나니, '백신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확신'과 '거부'사이에는 '망설임'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중간항이 있었다. 최근 공공보건 공동체에서는 '백신에 대한 망설임(vaccine hesitancy)'이라는 현상에 주목한다. 이 망설임은, 대형 제약회사 및 백신접종을 권장하고 의무화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 아울러 자녀의 건강에 대한 타인의 충고에 귀닫아가는 부모 등 복합적 변화가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20180725_124939_resized.jpg


  거대 제약회사의 카르텔은 물론 정부 등 관련 이해관계의 예리한 눈에서 자유롭기 어려울텐데도 스튜어트 블룸은 학자적 양심을 발현시켜 『두 얼굴의 백신 』에서 곧은 소리를 계속 한다. 이처럼 백신에 대한 망설임 현상이 확산되는 이유는, 1. 백신 자체가 생명자체를 위협하는 감염성 질환의 예방에서 점차 다른 수단(특정 정신적 현상에 대한 백신, 암 백신, 인두유두종 바이러스 백신, 니코틴 중독 백신 등)으로까지 확산되어감을 깨닫는 대중들이 늘어가고 2. 보건 인프라 자체가 취약한데 경제논리에 따라 '더 이윤이 보장되는' 백신개발 필요성을 확보하고 백신 수요자를 충당하기 위해 공포를 창출하는 전략이 잘 먹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80725_113033_resized.jpg


 그렇다고 블룸이 쓴 소리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보건을 위해 헌신하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대의를 칭송하며 그 대의가 더 잘 발현되어 'health for all'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제안들을 한다. 내가 파악한 바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백신'의 사전적 정의는 비록 단순할지라도 그에 부여하는 의미, 태도, 활용의지 등은 개개인뿐 아니라, 사회, 나아가 같은 사회일지라도 역사적 경험과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복잡하게 전개되는 이를 꼭 인식하라는 메시지이다. 

 

밑줄 그으며 읽었는데도 참고 문헌 다시 뒤져 역추적해가며 다시 읽고 싶어진다. 백신을 '거부 혹은 수용'이라는 단순 이분법을 넘어 생각해보고 싶은 일반인뿐 아니라 이 논의를 만들어가는 이해관계에 속한 이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한 권력의 탄생 - 1%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권력 사용법
대커 켈트너 지음, 장석훈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 포토라인과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명희(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부인)은 스스로 "권력은 내 손아귀에 있으니, 휘두르건 내지르건 내 맘인걸 몰랐니?"라고 생각했을까? 그와 그 자녀들이 권력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알길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그들 스스로 "권력자"라고 느꼈을지라도 이제 행사할 영향력은 물론 평판을 죄다 잃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명희는 권력의 속성을 "
재력, 정치력, 기만, 무자비, 전략적 폭력' 등으로 보는 데 동의했을 것이다. 이는 『선한 권력의 탄생(The Power Paradox)』의 저자, 대커 켈트너(Dacher Keltner)가 (21세기에 와서는) 진부하다고 일컫는 마키아벨리식 권력관이다. 20여년간 '권력' 연구에 매진해온 그는 권력을 독재자가 쟁취하고 휘두르는 강압적 힘으로 보기를 거부한다. 대신, 공동체에게 부여받고 타자와 관계맺게 해주는 매개로 파악한다. 한마디로 "권력은 세상에 기여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아크 자탈리의 『당신은 언제나 옳다』가 떠오르는데 켈트너가 말하는 "세상에 기여하는,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힘"은 소위 명망 높은 소수자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공선 증진에 기여할 그 누구에게서도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켈트너 식으로 해석하자면, 청와대 국민청원을 주도한 당신도, '아프가 점수'를 고안하여 미숙신생아의 목숨을 살린 여성도 이미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처럼 권력은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주어지는 것이기에, 그 유지에도 공동체의 입김이 작용한다. 대거 켈트너는 평판, 존중, 뒷말, 창피주기 등 다양한 권력 견제의 메커니즘을 소개했는데 무척 흥미롭다. 그 중 17세기 독일에서 행하던 "굴욕 가면 (mask of shame)" 씌우기 예시가 인상 깊은데, 이는 공동체 내 공공선을 저해하는 이의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21세기에도 별 ☆☆☆☆☆평점이라든지 인터넷 댓글 등 뒷말을 공론화할 수 있는 수단이 널려 있다. 

 

 사회심리학자로서의 대거 켈트너의 관심은 "권력이 사람들의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일상생활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어떻게 권력이 형성되는지 (21)"에 있다.  이러한 그의 학문적 관심을 반영한 용어가 바로 "권력역설(Power Paradox)"이다.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반면, 권력을 남용하여 통제불능의 소시오패스가 될 수도 있다는 역설을 뜻한다. 켈트너에 따르면 권력역설의 문제를 잘 다루면, 개인차원에서는 사적, 공적 삶에서 올바른 지침을 얻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건전한 공동체를 이룩할 수 있다고 한다. 

 

켈트너는 권력유지를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으로 정리하면서, 그 구체적 실천 사항으로서 "연민, 나눔, 고마움의 표현 그리고 스토리텔링" 능력을 든다. '타인의 감정을 더 잘 읽고, 더 잘 보듬아주고, 사람들에게 호감 주는 말재주를 가졌으면 당연히 인기 있지. 당연한 이야기 아냐?' 라고 반응할 독자가 있겠지만, 나는 켈트너가 어쩌면 뻔한 이야기를 관련 연구 결과들을 대학자의 통찰로 엮어 뒷받침하며 강렬하게 독자를 설득시키는 방식이 놀랍다. 정치학 서적으로 오해하고 책을 집어들었던 독자는 결국 『선한 권력의 탄생』 이 보다 나은 세상, 불평등을 감소하고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는, 움추러들고 무기력의 악순환에 빠지기 쉬운 사회적 약자가 세상을 바꾸는 긍정의 힘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주는 책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