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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맘, 때론 쌤, 그리고 나 - 좋은 엄마 콤플렉스 탈출하기
김영란 지음 / 한언출판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임상심리학자, 정신분석자이자 세 자녀를 길러낸 박경순 교수의 <엄마 교과서>와 서울교대 출신의 초등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김영란의 <때론 맘,
때론 쌤, 그리고 나> 를 함께 두고 읽었다. <엄마 교과서>가 던진
화두의 절실함이 채 가시기 전에 가슴을 열어내어 쓴 김영란의 솔직한 글을 읽을 수있음은 행운이었다. 박경순
김영란 작가 모두 ‘한국’이라는 문화적 특수성을 전제하고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해지고 좋은 엄마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기’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두 작가의 육아철학, 인생관과 인생의 경험이 다른지라 사뭇 다른 톤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독자로서는 두권을 비교분석해가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경순 교수는 ‘엄마노릇’의 성장통을 겪으면서 정신분석에 천착했을 만큼 부모되기의
고민을 치열이 하였고 이를 다소 학술적인 문장에 실어내었다면, 김영란은 자신의 일기장에인양 뜨거운 고백인지 울음인지 열정을 쏟아내었다는
인상이다.
교사로서, 엄마로서, 또 성장을 꿈꾸는 40대의
한 여성으로서 어떻게 이리도 솔직히 독자 앞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까? '좋은 엄마 컴플렉스에 시달려 늘
불안 초조한 3040엄마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로서의 내용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글로서 자신을 이렇게 벌거벗듯 솔직히 드러낼 수
있는 김영란 작가의 성향이 더욱 흥미로웠다. 박경순 교수가 <엄마교과서>에서 자신의 목소리는 크게 내되, 개인적 단서들은 잘 드러내지
않는데 반해서 김영란 작가는 "내가 울었고," "내 딸 예낭이가 웃었고," "내 아가 예성이가 똥 쌌고"를 글 속에 너무도 시원스럽고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래서 처음 들었던 생각이 "김영란 작가는 순수하구나." 다시 <때론 맘,
때론 쌤, 그리고 나>를 거듭 읽으니 드는 생각은 "자신의 삶에 떳떳하여 자부심이
있구나."
그 누가 가출한 엄마와 알코올중독 아빠에게서 방치당하여, 이가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머리칼에 땟국이 줄줄 흐르는 양말을 신고 다니는 아이를 매일 아침마다 교실 싱크대에서 씻기고 아이의 옷을 빨아 갈아입힐 수 있는가?
그 누가 선뜻 중학교 1학년때부터 담배를 피어온 골초 중 3남학생, 딸아이의 남자친구에게 데이트를 신청하여 "너는 네가 어때서 멋있는 거 같아?
왜 친구들이 널 좋아할까?"라 물을 수 있을까? 김영란 작가는 그렇게 하였다. 진부한 표현같지만, '참 인간미 넘치고 따스하면서도 정의로운'
선생님이자 엄마이다.
여기에 더해, 나이 40세에도 꿈의 목록
30개를 주르륵 써내려갈 수 있는 꿈쟁이 여성이 김영란이다. 목록을 전시행정용으로 삼지 않고,
김영란은 현재 소외받은 아이들을 위해 임상미술 심리사 과정을 공부하는 등 긍정 에너지를 실천으로 전환 중이다. "엄마의 욕심을 버리는 순간,
아이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출판사측의 헤드카피처럼, 미완의 엄마이며 미완의 "쌤"임을 오히려 성장의 이유로 삼는 억척스런 생의지의 소유자이다.
김영란 작가는 화려한 추천서를 달고 나온 육아전문서적의
현학적이면서 "가르치려 드는" 톤과는 차별되게, 15년 차이건만 여전히 서툴고 배워가는 엄마로서의 솔직함으로, 가슴 따뜻하게 아이를 사랑하는
선생님의 경험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해준다. 그래서 가슴에 쏙쏙 와닿는 글귀가 책 속에 많았다. 그 중에서 별책부록처럼 실려 있는 "착한 아이
삼종세트"라는 글은 한국에서 엄마노릇하는, 한국에서 착한아이로 기대받는 아이들'에게 꼭 읽혀주고 싶은
글이다.
40살이라지만, 그 순수의 순도가 10대 소녀의 것을 상상하게 하는 아름다운 엄마 김영란 작가의 글,
육아서 시장에 이렇게 솔직하고도 담백한 문체의 글을 내주어서 고마운 마음이며 그녀의 다음 글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