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것이 몸에 좋을까? - 365일 24시간, 우리가 잠든 동안에도 쉬지 않는 생명시스템의 비밀
고바야시 히로유키 지음, 전경아 옮김 / 김영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 이것이 몸에 좋을까?
 
 
"김연아 선수와 아사다 마오의 결정적 차이," 솔깃해 지는 이 문구는 <! 이것이 몸에 좋을까?> 의 한 소제목에서 가져왔다.  저자 고바야시 히로유키 "김연아 가 멈추어 서서 손가락을 튕기는 동작(p. 52, p. 168)' 에서 그 답을 찾는다. '뭐야? 타고난 예술성과 훈련, 스포츠정신 외에 고작 손가락 튕기는 동작에서 결정적 차이를 찾는다고?' 김연아의 팬들이 항변할 만하다. 하지만 일본에서만 50만부의 판매 기록을 세운 <! 이것이 몸에 좋을까?>의 고바야시 히로유키에게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바로 김연아 선수가 손가락을 튕기면서 심호흡에 의한 자율 신경 콘트롤을 한다는 것이다
 
'자율신경 컨트롤' 이야 말로 고바야시 히토유키가 가까운 미래의 의학과 건강의 상식이 되리라고 자신있게 제안하는 새로운 건강법이다. 의사인 그는 30대로 접어들면서 급격히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심지어 월요병 증상까지 겪는다. 럭비선수로 활약했을 만큼 건강했었기에 이에 의문을 품은 고바야시 히토유키는 '남녀 연령대별 자율신경 측정 데이터'를 분석한다. 분석 결과, 놀랍게도 부교감신경의 활동성은 남성은 30을 넘기면서, 여성을 40을 넘기면서 급격히 하강했다.
 
 
 
 
쉽게 설명해보자.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이른다. 전자가 몸을 지배하면 몸은 활성화되고, 후자가 몸을 지배하면 휴식상태에 들어간다. 밤에 감성적이 되고 몸이 편안히 쉬는 상태가 되는 건 밤에는 부교감 신경이 우세하기 때문이란다.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자율신경의 작용이 활발하고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현대인은 교감신경이 극도호 흥분했거나 부교감신경의 작용이 극히 저조하여 병을 앓고 정신적으로도 불행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여 자율신경의 균형을 이룰 것인가? 저자가 제시하는 '비법'들은 의외로 대중적이며 일본적이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체온 면역건강법을 연상시키는 체온 높이는 생활 습관, 물을 자주 마실 것, 아침형 인간이 되어 능동적으로 아침 시간을 활용할 것, 화를 내는 대신 심호흡 하며 '느리게'의 미학을 실천할 것 등을 구체적으로 설득력있게 제안한다. 변비과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지만, 뇌호흡 명상 등 초과학적인 건강법의 메카니즘을 소개하니 이색적이지만, 설득력이 있어서 왠지 따라하고 싶다. '화내지 않고, 천천히 느린 호흡으로 살아가면 절로 자율신경이 균형을 이룬다'는데 왜 실천하고 싶지 않겠는가?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예를 들어 저자는 평소보다 늦잠자서 온 신경이 곤두선 아침에, 되려 평소보다 양치질을 2분 더 길게 하면서 호흡을 다듬으라고 한다. 깊은 호흡과 정신 건강, 몸 건강의 중요성을 평소 체험하고 있는 나로서는 <왜! 이것이 몸에 좋을까?>의 논지에 귀가 솔깃해진다. 보너스로 실려 있는 자율신경 조절의 4가지 동작부터 매일 매일 실천해야 겠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가야노 도시히토 지음, 임지현 옮김 / 도서출판 삼화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2012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그 어느 때보다 '통합'을 강조했으며,  '국민 대통합'이란 수사에 국민의 마음은 뜨겁게 물결쳤다. 투표함도 뜨겁게 달아올랐고 '통합의 박당선인'이 탄생했다. 통합을 강조하는 시각의 이면에는 '갈등과 균열'을 통합의 대극점에 놓고 부정시하는 관점이 공존한다. 마찬가지로, 안정이니 균형을 우선하는 시각에서는 폭력은 타파해야 할 악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와세대 대학 출신으로 파리에서 철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신예 가야노 도시히토는 '폭력을 나쁘다'라고 보는 통념에 물음표를 던진다.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이라는 저서를 통해서.

 

 

일본식 강압통제 교육법 '관리교육'의 전성기에 문제아 낙인 찍혀서 체벌받으며 폭력의 불가항력성에 의문을 품어온 가야노 도시히토. 그는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애소 폭력을 '나쁜가? VS 좋은가?'의 이분적 단순화의 대상이 아닌, 생물로서의 인간 존재의 필요조건으로 파악한다. '나쁜 폭력'VS '좋은 폭력'의 프레임은 폭력을 독점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을 정당화하는 기제일 뿐. 예를 들어, 아동성폭력범을 사형하자는 여론은 '살인강간(=범죄로서의 나쁜 살인)' VS '정의로운 살인 (사형)'의 틀거리에 기반한다. 국가가 바로 이 '좋은 폭력'을 '합법'이라는 이름하에 독점적으로 행사하게 된다. 예를 들어16세기 말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무기몰수령'이야말로 민중이 가진 자치력, 즉 '폭력의 권리'를 규제하여 통치 권력에 통합시키는 기제 였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국가는 폭력의 행사를 통해 폭력을 단속하는 폭력의 기구이다. 세금징수야 말로 국가가 독점하는 합법적 폭력이다. 광장에서 사형수를 능지처참하는 스펙테클로서의 폭력이 아닌, 보다 교묘하고 우아한 방식의 폭력.

 

 

그렇다면 국가의 폭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 것이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가 던지는 마지막 화두이다. 국가를 해체하면 답이 될까? 저자는 NO.라며 국가해체주장의 논리적 오류를 지적한다. 국가를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은 역설적이게도 반드시 또다른 폭력기구를 동원하게 되므로. 또한 국가가 해체된다 할지라도 인간 사회에서는 폭력 자체가 사라지지 않으므로, 필연적으로 폭력의 문제에 대처해야만 한다. 문제는 '어떻게 how'. 저자 가야노 도시히토는 '폭력을 거부할 게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 삼아 관리한다'라는 답으로 책을 맺는다. 프랑스의 위대한 철학자 미셸 푸코까지 인용하면서. 하지만 가야노 도시히토가 푸코를 '권력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자신의 과업으로 삼았다'라고 하는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푸코는 권력을 소유할 수 있거나 행사, 이양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그물망에서 나오는 개념으로 보았다. 과연 푸코가 권력을 제어하자고 했었던가? 푸코는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고찰하고 예의주시해왔다고는 할 수 있으나 권력을 제어하는데 천착했는지는...글쎄...잘 모르겠다. 가야노 도시히토가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의 논의를 보다 정교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권력'과 '폭력'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밝히고, 이것이 푸코나 여타 인용한 학자들의 권력/폭력 개념과 어떻게 변별되어 독해되는지를 언급했어야 할것이다.

 

 

 

 

전작에서 <돈과 폭력의 계보학>, <권력을 읽는 법> <오늘 날 철학이란 무엇인가?>, <국가와 정체성을 묻는다> 등의 저작을 통하여 정치권력을 철학적 관점에서 해부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그의 전작을 전혀 읽은 바는 없지만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은 새로운 연구를 알리는 일종의 연구프로포잘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혹은 그가 꾸준히 관심 갖고 진행해온 연구주제를 대중을 위해 대중적인 언어로 쉽게 풀어썼다는 인상. 연구주제도 참신하고, 논지를 전개하는데도 확신이 실려 있으나 그가 배치하는 자료들이나 그 분석의 깊이에는 '애매하다'는 평이 앞선다. 놓친 부분이 있나 다시 한 번 읽어볼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따뜻해, 우리 - 함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레아.여유 지음 / 시공사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따뜻해, 우리

세례명 레아, 큰 딸 호적상의 이름도 레아, 1974년생, 대학 사진동아리에서 첫 인연시작된 남편은 4세 연하인 1978년생, 155cm의 단신, 취미는 사진촬영, 현재는 두 아이의 엄마. <따뜻해, 우리>를 읽으며 알게된 작가 레아이다. 아니, 그녀에 대해 더 알게된 것도 같다. 학창 시절 왠지 순정만화에 푹 빠져지냈을 것 같은 감수성, 4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방귀 내가 뀐게 아니라'며 남편 앞에서 대성통곡 할 수 있는 엉뚱함, <어린왕자>의 장미를 연상케 하는 '나 좀 봐줘요.'하며 애정을 재차 확인하려는 습성, '나 행복해' '나 우울해' 자신의 감정을 소우주 삼는 롤러코스터 여행자, 남편에게 사랑받는 여자, 남편 구깃한 와이셔츠 입혀보냈다고 미안해져서는 울 수 있는 여자.레아는 그런 여자이다.

짐작컨데, 사진찍고 기록 남기기 좋아하는 레아가 둘째를 임신해서 장기출장간 남편의 공백을 글로 메꾼 것이 바로 이 <따뜻해, 우리>가 아닐까 싶다. 임신 호르몬의 영향인지 감정의 기복이 가파르고 오로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자신의 감정 외에 보이는 것이 적어진 한 여성이 행간에 드러난다. 자기 감정만 보고 어루만저 달라는 목소리에 살짝 피곤해지기는 하지만, 그것이 레아의 매력아니겠는가. <어린왕자>의 장미와 같은...책의 가장 후반부에는 예쁜 아기가 분만실에서 '앵'하고 울며 탄생하는 사진과 더불어 '이제는 네 식구' 라는 레아의 말이 함께 한다. 정말 축하해주고 싶다. 방귀 내가 뀐 게 아니라고, 왜 팥빙수 말고 다른 걸 사오나며 또 다시 앵앵 울것도 같은 레아지만, 그래도 남편에게 내내 사랑받으며 행복할 것 같다.

<따뜻해, 우리>를 읽으며 가장 부러운 것은 레아의 사진 사랑, 사진 속 아이가 너무도 예쁘다. 죽을 손으로 퍼먹는 모습. 까치발 하고 있는 모습, 처음 팬티를 선물 받은 날의 리틀 레아, 쿨쿨 자고 있는 모습, 사랑스럽다. 엄마 레아도 아이의 예쁜 모습에 황홀경에 빠져 버렸다. 작은 몸집이지만 헌신적인 모성의 화신으로 거듭 난 엄마 레아의 다부짐이 느껴진다. 임신한 와중에 이렇게 사진 기록들을 남기고 글을 쓸 수 있었던 그녀의 부지런함과 일상에의 관심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그 녀 덕분에 나도 좀 더 부지런히 기록을 남겨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ED 프레젠테이션
제레미 도노반 지음, 김지향 옮김, 송상은 해제 / 인사이트앤뷰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TED

 

 

프레젠테이션

 

TED:Ideas Worth Spreading. 몇 년전, TED의 진가를 깊이 몰랐을 때는 TED프리젠테이션을 영어 청취학습용 자료로 활용했다. 18분의 매력.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속에서도 절도 넘치며 청중을 존중하는 그 프리젠테이션. TED를 접할 수록, 영어학습용 혹은 지식 습득용 목적을 넘어서는 진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청중을 매료시키면서 메세지를 강력히 전달하는 프리젠테이션 법. 자기표현 및 토론에서도 중요한 이 기술을 배우는 데 TED만한 귀한 모방의 대상이 없을 듯 했다. 늘 TED연사들의 어조, 농담의 수위, 제스춰와 말 속도 등에 주의를 기울이며 강연을 보곤 했는데 <TED프리젠테이션>에서 고맙게도 이 프리젠테이션 법을 전격 해부해준다. 그것도 바로 TED조직위이자 토스트마스터 위원 제레미 도노반(Jeremey Donovan)이 직접말이다. 그는 프레젠테이션 분야의 명망 높은 컨설턴트이다.

 

<TED 프리젠테이션>에서 제레미 도노반은 무대에 오르기 전 TED 연사들에게 주지시킨다는 "TED십계명"을 콘텐츠와 프리젠테이션의 2개로 범주화하여 소개한다. TED명연설과 아쉬운 연설을 줄줄 꿰고 있는 그답게 실사례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가며 프레젠테이션법의 A-Z를 보여준다. 그의 분석과 통찰을 읽다보니 단순히 프리젠테이션에 능숙해질 기술을 배울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프리젠테이션의 옥과 석을 구별할 눈도 뜨이는 듯 했다.

 

 

 

 

제레미 도노반이 호평하며 본문에서 여러번 언급하는 2010 TED 인기 연사 Jamie Oliver를 예로 들어보자. http://www.ted.com/talks/jamie_oliver.html에서 TED prize winner인 그의 프리젠테이션을 보면, 먼저 폭로하는 방식의 충격적인 오프닝이 인상 깊다. 영국 출신 젊은 요리사인 그는 ".....앞으로 제가 이야기하는 18분 이내에,.....4명의 미국인이 사망할 것입니다."라는 오프닝 코멘트로 짧은 시간에 청중을 완전히 몰입시킨다. (67쪽). 청중을 웃게하기도 하며, 청중이 그 웃음을 즐길 여유를 주며 다시 농담으로 짧게 화답한다.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지도 않는다. 중국의 오프리 윈프리라는 명예로운 이름값에도 불구 TED 강연에서는 실망스런 반응을 얻은 양란처럼 자주 원고를 보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도 않는다. 연설 13분쯤에는 한 수레의 백설탕을 바닥에 쏟아놓으며 설탕탄 우유를 5년간 마시는 아이의 설탕섭취량을 청중에게 봉준다. 연설과 퍼포먼스와 스토리가 공존하는 환상적인 프리젠테이션이다.

 

<TED 프리젠테이션>은 토론이나 대중앞에서의 스피치가 문화적으로 어색한 한국사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의 기술에 관심있는 일반인 뿐 아니라, 방송계 취업을 준비하는 이나 대중앞에서 공연을 업삼는 예술인에게도 무척 유용할 것이다. 뜬구름 잡는 추상적인 조언이 아니라 살과 피가 되는, 현장에서 취해온 조언을 담고 있기 떄문이다. 평범수수한 차림의 엘리자베스 길버트와 살구색 블라우스와 매칭을 이룬 두건을 쓰고 나온 치마만다 아디치를 대놓고 비교하는 등 직설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이 많다. <TED 프리젠테이션>을 읽으니까, 내 자신의 프리젠테이션을 녹화해서 분석해보고 싶은 충동마져 느꼈다.살과 피가 되는 책임이 분명하다.

 

<TED 프리젠테이션>은 토론이나 대중앞에서의 스피치가 문화적으로 어색한 한국사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의 기술에 관심있는 일반인 뿐 아니라, 방송계 취업을 준비하는 이나 대중앞에서 공연을 업삼는 예술인에게도 무척 유용할 것이다. 뜬구름 잡는 추상적인 조언이 아니라 살과 피가 되는, 현장에서 취해온 조언을 담고 있기 떄문이다. 평범수수한 차림의 엘리자베스 길버트와 살구색 블라우스와 매칭을 이룬 두건을 쓰고 나온 치마만다 아디치를 대놓고 비교하는 등 직설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이 많다. <TED 프리젠테이션>을 읽으니까, 내 자신의 프리젠테이션을 녹화해서 분석해보고 싶은 충동마져 느꼈다.살과 피가 되는 책임이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년의 철학 - 청춘의 끝자락에 선 당신을 위한 철학 카운슬링
크리스토퍼 해밀턴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중년의 철학 Middle Age

 

 

앞장에 가까울 수록 손 때가 묻어 까맣던 학창 시절 <수학의 정석>을 읽듯이 <중년의 철학(원제 Middle Age)>을 읽었다. 한 2~30여 페이지를 읽다가 다시 맨 장으로 돌아가 천천히 읽고, 또 다시 맨 앞장으로 돌아가고.......비록 우아하고 담담한 문체로 중년의 철학을 논하지만, 평범한 뱃보를 가진 이라면 쉽게 넘기지 못했을 존재론적 위기를 크리스토퍼 해밀턴이 꾹꾹 눌러 회고하기에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것이 독자로서의 예의일 듯 싶었다. 저자 크리스토퍼 해밀턴은 런던 킹스칼리지 종교철학과 교수이자, 철학사에서 대단한 주목을 받지 못하던 '중년의 철학'을 역사적 현상으로 규정하고 집중조명하려는 선각자와도 같다.


 

"그들이 그 짓을 해서 널 낳았어. 네 엄마와 아빠가."해밀턴 박사가 일부러 본문에 배치한 이 시는, 그의 기구한 중년의 위기를 알고나면 가슴이 아리게 들려온다. 해밀턴 박사는 "한여름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38세의 나이에 위기의 중년을 경험한다. 바로 출생의 비밀을 알게되면서. 어머니의 불륜으로 태어난 자신. 그 생부는 초등학교 시절 자신의 담임이기도 했다. 육체가 침범당하고, 더렵혀지고,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크리스토퍼 해밀턴 박사는 순수함을 향한 갈망에서 그 침범한 더러움을 벗겨내기 위해, 육체를 혹사시켰다. 달렸다.


 

많은 철학자나 정신분석학자들이 그러하듯, 해밀턴 박사는 단순히 '불륜의 산물'(72쪽) 이자 '잡종(80쪽)'으로서의 태생적 비극 외에도, 어머니와 비정상적인 과계에 있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무책임한 정염의 화신이었던 어머니가 비저상이었다. 그의 가정에서는 어머니와 사회학적 아버지인 K사이에서 무서운 폭력이 오갔으며, 어린 해밀턴은 '활화산같은 분노를 쏟아내는 뜨거운 자아'와 '행동을 억제할 줄 아는 얼음처럼 차가운 자아'의 이중분리를 경험했던 것이다. (156쪽). 중년이 되어서도 해밀턴은 침범당한 정체성, 크게 와닿게 된 육체적 취약성에 대한 고민을 해밀턴식 공부와 예술(음악)으로 치유하는 듯 하다. 종교철학자 답게 철학자들의 철학자들의 글들을 자유자재 패치워크하고, 시인과 영화감독 예술인들의 글을 인용한다. 얼마나 많은 사유와 사유를 삭혀서 존재의 부정함을 씻어내려 했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중년의 철학>을 막 탈고하고 나서 생부 H의 부고를 전해들었다는 해밀턴. 한마디로 '배반감'을 느꼈다 했다.....비어있는 의자는 누구를 위한 자리인가......돌아가신 생부 H와 길러준 아버지 K를 위함인가, 해밀턴 박사 자신을 위함인가......"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을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